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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하다
늘.. 결국은 내가 문제야, 하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이번만은 "오죽하면 그랬겠느냐"고 묻고 싶다. 애나 아랫사람 부리듯 했다고? 오죽하면 열댓살이나 많은 사람한테 그랬을까 생각 좀 해 보시라. 정말 멍청한건지 생각이 많이 모자란건지.. 상황을 좀 더 유연하게 풀어 가지 못한 것은 그래, 내 문제라 치자. 하지만 일일히 짚어 가며 가르쳐야만 이해할 것 같아 보이는 당신은? 대책이 안 선다, 당신의 우둔함에는. 들이굽지 않는 팔이 내굽는다고 아플소냐. 사람이 먼저냐, 일이 먼저냐 판단할 때는. 그가 내 사람이냐 아니냐 하는 판단이 선행되는 법이다. 물론 수고한다, 라고 말해 줄 수도 있었지. 하지만 그 수고한다를 치하가 아닌 비아냥의 의미로 밖에 쓸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래, 그 말이 듣고 싶었던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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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한밤중에 모기 때문에 잠에서 깼다. 어찌나 성가시게 구는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졸린 눈을 비비고 불을 켜 버렸네.. 그간 방역이 잘 된 탓인지 통 모기를 볼 수 없었는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모기가 기승이다. 아마 비가 많이 온 뒤 날이 좋아지니 모기의 개체 수가 확 늘어 버린걸까? 대체 얼마나 물렸는지 셀 수도 없다. 팔이며 다리며 온통 모기 물린 자국. 모기약을 준비해 놓지 않은 탓에 일일히 잡아야만 했는데.. 눈에 띄는 것만 한 열마리는 잡은 모양이다. 덕분에 잠이 확 달아나 버려 컴퓨터에 전원을 넣었다. 내일 회의하러 나가야 하는데.. 이렇게 잠을 설치면 안 되는데.. 무척이나 이기적인 나는, 나의 아픔만 챙기느라 모기 녀석들을 다 죽여 버렸다. 그리고 사실, 아직 채 못 죽인 모기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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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누구도 모르는 나만의 글자 같은 것. 다들 하나쯤은 만들고 쓰곤 했을거야. 나 또한 다르지 않아서, 나만의 글자를 만들어 쓰기도 했는데.. 매번 잊어 버려서, 내가 써 놓은 걸 잊어 버리기도 하고.. 어떻게 쓰는지 잊어 버려서 새로운 걸 다시 만들기도 하고. 이젠 더 이상 그런걸 하지 않으니, 마지막으로 나만의 글자를 만들어 써 본것도 십수년이 지났어. 오래 된 일기장을 꺼내 보면, 종종 그 낙서에 가까운 글자들이 보이기도 하는데.. 아직 그 글자를 읽을 수 있고, 쓸 수 있다는게 신기하다. 애초에 그걸 노리고 무척 간단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말야. 아.. 그럼 그걸 아직 읽고 쓸 수 있다는 걸 신기해 해야 할 게 아니라 그런 글씨를 고안했다는 걸 신기해 해야 하는게 맞나? 푸헤.. 아주 가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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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끝.
지리한 장마가 이젠 끝나가는 것 같아. 뉴스를 들어 봐도, 이젠 장마가 물러갔다고 얘기하고. 그런 얘길 들어선가, 똑같이 잔뜩 흐린 하늘이긴 하지만 어쩐지 구름이 슬슬 걷혀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더라. 낮에 구청을 다녀 왔는데.. 용무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갑자기 엄청난 폭우가 내렸어. 와이퍼를 최대 속도로 돌리는데도, 앞이 하나도 안 보일 정도니 비가 참 심하게 많이 오더라. "비님, 이젠 그만 와 주셔도 되는데.." 하며 집으로 들어 왔지. 그러고 보면 참 길기도 한 장마다. 뉴스 기사에서는 46일간 이어진 장마라던데.. 한달 반동안 이어진 장마, 이건 완전 "우기" 라 불러도 좋지 않을까? 아, 비 참 많이도 왔어. 어쨌거나 이렇게 장마가 끝난다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이젠 무더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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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고스톱 삼매에 빠지다
우리 엄마는 요즘, 고스톱 삼매에 빠져 있다. 이제 사흘 째 됐는데, 참 재미있어 하셔. 왜 진작 가르쳐 드리지 못했을까 싶기도 하다. TV의 드라마 보는게 유일한 낙이 되어 버린 엄마에게 뭔가 새로운 재미거리를 찾아 준 것 같아 무척 기분이 좋다. 지난 해에, 컴퓨터도 가르쳐 드릴 겸 오락거리라도 제공할 겸 해서 컴퓨터로 고스톱 치는 법을 가르쳐 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땐 오프라인으로 혼자 컴퓨터와 하는 고스톱이었어. 딴에 생각하기로는.. 웹사이트에서 로그인 하고 다른 사람들이랑 고스톱 치는 일을 엄마가 익히기엔 너무 어렵겠다 싶었지. 요즘엔 오프라인 고스톱 게임이 안 나오니, 나온지 아주 오래된 게임 밖에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화면도 굉장히 조악하고 재미도 없고. 무엇보다 화투장이 너무 작게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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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잡
뭔가 대단한 걸 하지도 않았는데.. 하루가 굉장히 빨리 가 버렸어. 돌아 보면, 그래도 이것저것 처리해 놓은 일이 있긴 하구나. 나의 일이란.. 항상 시작하기 전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에 휩싸이게 만들곤 해. 지금도 특별히 다르진 않아서.. 머리 속이 정리 되지 않아 무척이나 혼란스럽다. 뭘 해도 하는 것 같지 않고, 뭘 봐도 제대로 보는 것 같지 않고. 결국 첫 삽을 들면 아무 것도 아닌 걸 그간의 경험이 말해 주고 있는데도 말이지. 그래도 일 없어 걱정인 것보다 얼마나 좋아. 자고로 20대란,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는 채 앞만 보고 달리는게 맞는 법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