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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tter from Kunner 2006. 8. 1. 13:43
    한밤중에 모기 때문에 잠에서 깼다.
    어찌나 성가시게 구는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졸린 눈을 비비고 불을 켜 버렸네..

    그간 방역이 잘 된 탓인지 통 모기를 볼 수 없었는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모기가 기승이다.
    아마 비가 많이 온 뒤 날이 좋아지니 모기의 개체 수가 확 늘어 버린걸까?


    대체 얼마나 물렸는지 셀 수도 없다.
    팔이며 다리며 온통 모기 물린 자국.

    모기약을 준비해 놓지 않은 탓에 일일히 잡아야만 했는데..
    눈에 띄는 것만 한 열마리는 잡은 모양이다.

    덕분에 잠이 확 달아나 버려 컴퓨터에 전원을 넣었다.
    내일 회의하러 나가야 하는데.. 이렇게 잠을 설치면 안 되는데..


    무척이나 이기적인 나는,
    나의 아픔만 챙기느라 모기 녀석들을 다 죽여 버렸다.
    그리고 사실, 아직 채 못 죽인 모기가 또 있을까 걱정스럽기도 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가지런히 쌓인 모기의 시체(?)를 보며, 문득 가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놈도 좀 살아 보겠다고 한 건데, 외려 죽음을 맞아 버렸으니...

    모기에 물려 무척 가렵지만..
    생을 마감해야 했던 모기 녀석에 비하면 이런 건 고통이라 말하기도 어렵겠단 생각이 불쑥 들었다.

    모기를 죽이고 미안해지는 알다가도 모를 이 느낌은.. 아마 태어나 처음 가져 보는 것 같다.
    하긴..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내가 어처구니 없긴 하다.


    죽은 모기를 보며, 삶과 죽음이란 오랜 숙제가 다시 떠오른다.
    이 얼마나 덧없는 생이란 말인가.
    또 삶이란, 얼마나 불안정한 것인가 말이다.

    좀 전까지 자기 의지로 움직이던 것들이 이제는 한낮 티끌이나 다름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나 역시 언젠가는 나의 의지로 몸을 움직이고, 생각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니..
    모기의 죽음을 그저 미물의 그것으로 볼 수 없어 몹시나 처연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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