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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벌써 스물 여섯이 되었다.
I. 오늘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 평소처럼 웹서핑을 좀 했다. 오늘 내 눈길을 끈 것은 부정(父情)에 대한 글이었는데, 그 글에 달려 있는 리플들은 대체로 아버지의 사랑과 어느 덧 아버지가 될 나이가 된 자신에 대한 독려 또는 한탄이 주를 이루었다. 스크롤을 내려가며 리플을 읽던 중 나는 흥미로운 걸 발견했다. "어느새 나는 열 한 살이 되었다." 열 한 살이라... 만 나이를 말하지는 않을테니 아마도 초등학교 4학년이리라. "어느새 나는" 이란 말과 "열 한 살"이라는 나이가 너무도 어울리지 않아 피식 웃고 말았다. 어느새 나는 열 한 살이 되었다라... 그 두배가 훨씬 넘는 나이를 먹은 지금의 나로서는 우스울 수 밖에 없는 얘기지만, 글을 쓴 당사자는 자못 진지했으리라. 아마, 그 당시 나 또한 그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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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다녀왔다.
어젠 결혼식을 다녀왔었어. 형이 레슨 받는 선생님의 결혼식, 나도 몇번 뵌 분이라 같이 갔었지. 턱시도를 입고 한껏 멋을 낸 새 신랑은, 이미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더군. 뭐,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름다워지는 거야 새삼 말할 필요 있겠느냐만. 나이를 조금씩 먹어감인지,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씩 결혼을 한다. 이제 그 레이스의 시작일 뿐이지만.. 본격적인 시즌은 2~3년 후가 되려나? 어찌됐건, 무척 부러웠던 건 사실이다. 결혼은 인생의 족쇄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리 묶이고 싶을까 모르겠다. 하하.. 나는 주례사 따위, 입에 발린 말이요 그저 신랑, 신부만 귀담아 들으면 되는 도덕책 읊음이라 생각해왔었어. 꼰대들 잔소리를 싫어하는 것도 크게 한몫할거구. 그래서 보통 주례사 읊고 하면 밖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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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려우면 평생 혼자 살려무나.
아침에 나가서 하루 종일 돌아 다니다가 조금 전에 들어 왔어. 서울은 비가 그쳤는데, 인천엔 아직도 비가 많이 온다. 이런식으로 계속 쏟아 붓는다면, 꽤나 많은 비가 올 것 같아. 저지대 사는 사람들은 고생 좀 하겠는걸? 태풍도 소멸됐다던데 별 피해 없기를... 오늘, "인어공주"라는 영화를 봤어. 별 기대를 않고 봤는데, 영화는 꽤 괜찮았어. 원래 보고 싶었던 영화는 "아는 여자" 였는데, "인어공주"를 보길 잘 한 것 같아. 물론, 이리저리 잴 것 없이 "아는 여자"도 또 보면 그만이지만. ^^; 역시 전도연, 벗지만 않으면 최고의 여배우 중 하나가 틀림없어. 벗지만 않으면 말이지.. 고두심의 연기도 일품이었는데, 너무 사실적이어서 오히려 매력이 반감된 듯. 영화의 리얼리티를 받치고 있는 배역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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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 많이 쓰네..
뭔가 또 고민이 있단 뜻인가? 최근들어 글 쓰는 회수가 무척 잦아지고 있다. 어렸을 적 일기를 봐도.. 여기 건너닷컴에 글을 남기는 걸 봐도.. 즐거운 일들보단 뭔가 어려운 일이 있거나 고민이 있거나.. 슬럼프에 빠졌을 때 글을 더 많이 쓰게 되던데 말야. 그냥 좀 울적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인데, 그래서 그런가? 즐겁다가도, 울컥 하고 뭔가 치미는게 있어. 기분 좋은 일들이 생겨 함박 웃다가도 급격하게 기분이 다운 되곤 해. 감정의 기복이 심해 하루에도 몇번이나 지옥과 천당을 오가고 있지. 장마가 와서 그럴까. 하지만 비도 별로 안 오는걸.. ^^; 긴 시간을 두고 진행되는 나의 우울증, 내지는 애정결핍이 틀림없다. 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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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상반기를 마치고..
오늘은 6월 29일, 이제 밤 12시가 넘었으니 6월 30일이다. 엊그제 시작된 거 같은 2004년도 상반기가 지나고 하반기가 다가오고 있어. 매번 느끼는 거지만 시간 참 빠르다, 그치? 문득 대학 초년시절, 98년의 이맘때가 생각난다. 첫 합법적 정권교체, 기대로 가득했던 김대중 정권이 시작되던 그 해, 나 역시 대학생활의 시작으로 이리저리 정신이 없었는데. 몇개월 지나고 나니, 어지러운 정치보다 더 어지러운 나의 일상들.. 이런저런 후회들, 이런저런 고민들..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만남, 헤어짐. 반복되는 그 삶 속에서 여전히 어리석었던 나. ********************************* 벌써 6년이나 지난 일이야. 하지만, 나이만 여섯을 더했을 뿐, 나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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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어..
오늘은 무슨 일인지, 한동안 쓰지 않고 있던 글들을 쓰게 된다. 그런데 참.. 다 쓰고 난 글을 읽다 보니 내가 쓴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평소에 쓰던 문체가 아니라는 생각에 왜 그런가 계속 쳐다보고 고쳐쓰려해도, 쉽지 않네.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 그런걸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글 쓰는게 참 쉽지 않다. 주말 내내 비가 와서.. 집에서 쉬고 있었어. 어제는 영화만 보다 하루가 가고, 밤에 유로 2004 축구를 아침까지 보다 잠들고.. 그래도 몇시간 안 자고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 분주하게 뭔갈 하긴 했는데 딱히 한 게 뭔지 모르겠네. 시간은 잘만 가고 말이지. 그러고 보면, 아침에도 글을 썼는데 어쩜 이리 똑같은 글을 쓰고 있나. 머릿속에서 맴도는 글을 치다 퍼뜩 생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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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허물은 더 크게 보이는 법이야..
원래 남의 허물은 보여도 자기 허물은 보이지 않는다고.. 똥 묻은 개가 괜히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게 아니지. 뭐든 맘 먹은대로 되기가 쉽지 않지만.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이, 철저히 나쁜거야.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남의 허물만 보고 있고.. 남의 흉 보느라 환장한 사람마냥 눈이 벌개서, 대안 없는 불평만 쏟아 내고 있는 나야. 나 나빠. 최근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친구들끼리의 대화에서도.. TV 뉴스를 봐도, 축구 경기를 봐도.. 좋은 모습보단 나쁜 모습을 먼저 찾고, 좋은 얘기 보단 나쁜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지는 않은가 잘 생각해보자. 정말 나쁜 성격으로, 안 그래야지.. 이건 꼭 고쳐야지.. 하고 있었는데. 어느 틈엔가 도로 그 자리에 선 나를 발견한다. 남의 허물은 감싸줘야 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