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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게 두려우면 평생 혼자 살려무나.
    Letter from Kunner 2004. 7. 5. 00:58
    아침에 나가서 하루 종일 돌아 다니다가 조금 전에 들어 왔어.
    서울은 비가 그쳤는데, 인천엔 아직도 비가 많이 온다.

    이런식으로 계속 쏟아 붓는다면, 꽤나 많은 비가 올 것 같아.
    저지대 사는 사람들은 고생 좀 하겠는걸?
    태풍도 소멸됐다던데 별 피해 없기를...


    오늘, "인어공주"라는 영화를 봤어.
    별 기대를 않고 봤는데, 영화는 꽤 괜찮았어.
    원래 보고 싶었던 영화는 "아는 여자" 였는데, "인어공주"를 보길 잘 한 것 같아.
    물론, 이리저리 잴 것 없이 "아는 여자"도 또 보면 그만이지만. ^^;

    역시 전도연, 벗지만 않으면 최고의 여배우 중 하나가 틀림없어.
    벗지만 않으면 말이지..
    고두심의 연기도 일품이었는데, 너무 사실적이어서 오히려 매력이 반감된 듯.
    영화의 리얼리티를 받치고 있는 배역인데, 너무 잘 해서 오히려 반감이 들었단 말이지..
    환상을 보고 싶은 영화관에서, 현실을 봤을 때 그 당혹스러움이랄까?
    아이러니지.. 너무 잘해도 문제라니까. ^^


    늘 고민하던 화두.
    매일 내 머릿속 한 켠을 채우곤 하는 고민들.
    그 한 가닥이 영화를 통해 되살려졌다.
    작가 역시 나같은 사람인걸까?
    아니면 누구나 공감하는 고민인걸까?
    아직 인생을 덜 산 나는 잘 모르겠다.

    --------------------------------------------------------------------------


    내가 봐도 약간 극성맞은 나에 대한 채찍질은 요즘 들어 더욱 강해진 느낌이다.
    너무 아파 몸부림치는 걸 끝까지 쫓아가 휘두르는 나의 채찍질 끝에, 나는 약간 다른 생각을 갖게 된다.

    비록 지금의 나, 내가 원하는 모습엔 훨씬 미치지 못하더라도..
    나 그래도 욕심 가져보면 안 될까?
    물론, 지금의 나.
    누구 하나 맘에 담을 여유 없지만, 그 여유 만들어 가면 안 될까?
    일단 들여 보내고 자리 넓혀가면 안 되나?
    내가 못하면 그가 하면 안 될까?
    만약 이게 아니어서 다시 고개 떨구더라도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자면 너무 무책임한 발상인가?

    아직도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얼마나 더 살아야 확실히 나를 알게 될까 조차도 알지 못하는 나는.
    그렇게 다른 사람도 잘 알지 못하는데.
    서로 알아가는 과정, 그 과정까지 사랑이라 표현한다면 그건 거짓일까?

    B형의 사랑은 익숙함이라지?
    그게 친구로서의 익숙함인지, 사랑으로의 익숙함인지 그조차 잘 알지 못하지만.
    남에게 주고 싶지 않은, 온전히 내 것이고 싶은 익숙함이라면, 나 욕심내도 되지 않을까?
    그 익숙함이 지나쳐 느낄 수 없을 정도라고 해도, 공기를 익숙해 하듯, 전기와 인터넷을 익숙해 하듯 나 그렇게 익숙함으로 사랑하면 안 되는 걸까?
    그러면 안 되나?


    로맨틱한 와인을 꿈꾸는 사람에게 친근한 소주 한잔 권하는 격이었을까?
    하지만 그게 소주가 됐건, 맥주가 됐건, 와인이 됐건.
    긴 삶 속에서, 어떨 땐 소주가 되기도 하고 어떨 땐 맥주가, 또 어떨 땐 와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 인생 아니겠어?


    그게 사랑이느냐고 다시 묻는다면 여전히 난 잘 모르겠다.
    다만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음은 부인할 수 없어.
    One of 가 아닌 The one 을 원하는 것이라면, 그 자체 만으로 사랑임에 틀림없는 듯 하다.


    고개 도리도리 저을 때가 엊그제인데, 어쩜 그 짧은 시간에 생각이 이리 싹 바뀌어 버리는지.
    언젠가 썼던 글귀처럼, 항상 이 녀석만은 지난 상처를 잊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가진 모양이다.
    사랑, 그 강력한 힘을 가진 녀석 말이야.

    언젠간 또 그렇게 아플 줄 알면서도... 아플 줄 알면서도...



    집에 돌아와 이리저리 자판을 두드리는 동안, 옆에 놓인 거울을 몇번 돌아 본다.
    "나, 그렇게 매력이 없나?"


    그렇게 두려우면 평생 혼자 살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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