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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상반기를 마치고..Letter from Kunner 2004. 6. 30. 01:06오늘은 6월 29일, 이제 밤 12시가 넘었으니 6월 30일이다.
엊그제 시작된 거 같은 2004년도 상반기가 지나고 하반기가 다가오고 있어.
매번 느끼는 거지만 시간 참 빠르다, 그치?
문득 대학 초년시절, 98년의 이맘때가 생각난다.
첫 합법적 정권교체, 기대로 가득했던 김대중 정권이 시작되던 그 해,
나 역시 대학생활의 시작으로 이리저리 정신이 없었는데.
몇개월 지나고 나니, 어지러운 정치보다 더 어지러운 나의 일상들..
이런저런 후회들, 이런저런 고민들..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만남, 헤어짐.
반복되는 그 삶 속에서 여전히 어리석었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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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6년이나 지난 일이야.
하지만, 나이만 여섯을 더했을 뿐, 나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아 한편으론 쓰린 속, 어쩔 수 없다.
아니, 그동안 지은 죄가 적잖으니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걸까? ^^;
또 나의 주특기 - 자학(自虐)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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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나름대로 즐겁게 살고 있었어.
지난 목요일, 금요일엔 회사 사람들이랑 밤을 새워가며 술잔을(물론 나는 아니지만) 나누고..
주말엔 이리저리 여행을 다녔어.
수원월드컵 경기장에 가서 축구도 보고..
나의 오랜 친구들, 또한 즐거운 사람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냈었지.
너무 열심히 놀았던 탓인가 기분이 약간 붕 뜬 것이 사무실에서 일을 잘 하지 않아 문제지만 말야.
폭풍전야 같은 사무실에 초연히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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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들고 남이야 어쩔 수 없는 노릇.
하지만 든 자리는 잘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헤어짐의 아쉬움, 지난 시간 충실하지 못했던 인간관계에 대한 서글픔.
그리고 그나마 갖고 있던 관계의 단절. 그 아쉬움..
쏜살같이 달려가는 시간앞에 역시 사람은 매 순간 충실해야 하나보다.
그래야 이렇게 후회하지 않을테니 말이야.
내 인생에서 그저 스쳐지나갈 뿐인 사람들이라 생각하면서도, 그 사람들의 기억 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고자 함은, 굿가이 컴플렉스에 지나지 않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컴플렉스를 의식하면서도 관계를 너무 쉽게 맺고 끊어 버리는 지금의 나는, 인간미를 많이 잃어 버린건 아닐까..
아쉬움, 그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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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로,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문제 하나가 완전히 해결되었다.
아직 완전히 라는 수사를 붙이기엔 모자람이 있지만, 그래도 해결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큰 짐을 덜어 버린 것처럼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별 감흥이 없다.
누가 알아 주는 것도 아니고, 그 짐의 크기보다 더 큰 다른 짐을 짊어 진 듯 하다.
엔트로피, 내 인생의 짐의 무게도 엔트로피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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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봐도, 나는 참 불안해 보인다.
줄타기를 갓 배운 초심자가 높은 줄 위에서 발을 노니듯, 나는 참 불안해 보인다.
흔들리는 눈빛, 축 쳐진 어께. 걸음을 옮길 수록 더욱 무거워지는 발걸음..
애써 태연한 척 웃으며 누구에게도 나약한 모습 따윈 보여주고 싶지 않지만..
나는 불안하다.
그래서일까?
자꾸만 기댈 누군가를 찾고 있는 듯 해서 나란 놈, 참 맘에 안 든다.
내 한 몸을 가누기도 버거워 하면서, 누구를 책임지겠단 건가.
누구에게 기대겠다는 건가, 이렇게 짐을 가득 진채..
그런 따스함을 그리고 있는 날 보면 때려주고 싶도록 밉다.
또 지독히도 이기적인 녀석이 되고 싶어 하고 있나보다 나는.
스스로의 몸을 가누지 못하는 나는, 사랑받을 자격도, 할 자격도 없다.
늘 하는 생각이면서도 그새 까먹고 있었나봐..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으면 시작도 말아야 하는 걸.
나조차 감당하기 힘든 내 모습, 누구에게도 짐따위 되고 싶지 않아... 그래서도 안 되고.
나, 과연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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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일모레면 7월이야.
요즘 날씨가 그리 덥지 않아서 여름임을 실감하지 못하는데..
7월이 되고 장마가 물러가면 그 더위, 그 엄청난 더위..
비로소 계절을 실감하게 되겠지.
아.. 정말 빠른 시간이다.
세상의 어떤 일도 쉽게 흘러가는 법은 없어.
공으로 되는 일은 없는 법이지.
그걸 깨달았다면, 노력하자.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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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강함, 인생의 승리, 나의 영웅들..
스물 여섯의 나폴레옹, 마흔 하나의 카이사르.
그리고 다시 스물 여섯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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