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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를 만나다.
어제 쿠를 만났어. 내가 무척 좋아하는 형인데, 지금 애리조나 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지. 비자 문제로 잠시 들어 왔다가 갈거라고, 그제 밤 늦게 도착했다더군. 어제 아침 일찍 전화가 왔었어. 간밤에 들어 왔다고, 얼굴 보자고. 전혀 생각지도 않던 일이라 너무 놀랐고 또 반가웠어. 마지막으로 봤던게 재작년 훈련소 입소 전날이었어. 훈련 들어가 있는 동안 출국해서 그 후로는 한번도 보지 못하고 싸이 같은 걸로 간간히 연락만 취하는 정도. 1년 반만에 마주한 얼굴은 마치 며칠 전에 만났던 사람인것 처럼 익숙하다. 변한게 하나도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말야. 유학 가서 반년 만에 석사 마치고 박사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는데.. 원래 산타바바라에 있다가 지난 학기에 애리조나로 옮겼는데 풍토병에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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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월요일 - 그 후.
요즘 증시가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지난 몇달동안 뛰어 오른 주가가 며칠 만에 빠른 폭으로 감소하고 있지. 급등에 따른 조정이라는 설, 달러화 약세와 유가급등 때문이라는 설, 주식양도차익 과세설 - 포괄적 소득세 등을 골자로 하는 세제개편 소문 때문이라는 설.. 그 이유가 뭐가 됐던, 정말 요즘 주식 시장은 완전 박살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좋지 않아. 어찌나 장이 안 좋은지 좋은 재료가 있는 종목인데도 불구,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기도 하는거야. 이런 날 붉은 색을 띠는 종목이란건 정말 뭔가 있거나, 세력이 대단하다는 말이 되지. 아아.. 정말 요즘의 주식 시장이란.. 코스닥에 서킷브레이커가 걸린 건 사상 최초라던데. 주식을 시작한지 석달도 채 되지 않아 남들 한번도 못 해 본 경험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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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산행
오늘, 휴일을 맞아 산을 다녀 왔어. 어제 저녁을 먹다 엄마가 산에 가고 싶다 하셔서 네이버로 둘러 봤지. 집에서 가까운 곳 중 가 볼 만한 산이 어디 있는가고. 인천엔 아무래도 산이 없어 이리 저리 눌러 보다, 안양에 있는 수리산을 찾게 됐어. 경기관광공사 홈페이지에서 찾았는데.. 사람들 평도 좋고 해서 주저 없이 수리산을 선택했지. 집에서 차로 30분이 채 안 걸리는 곳에 있으니 다녀 오기는 좋더라. 난 어렸을 때 부터 워낙 산을 많이 다녀서.. 내가 가 봤던 산들에 비하면 좀 어설픈 동네 뒷산 정도긴 했지만 오랜만에 산행을 하니 기분이 무척 좋더라. 날씨도 청명한게 산행엔 딱이었는데.. 다만, 산마루에서 불어대는 무지막지한 바람 덕에 고생 좀 했지. 처음엔 등산로 입구를 못 찾아서 무척 애를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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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싶어.
* 미움과 원망이란 감정은 참 쉽게도 싹트지만, 대신 오래고 뿌리를 내리지는 못한다. 나란 사람 천성이 그런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누구나 다 그런지도 모르겠고.. 지난 시절, 그리운 사람들의 이름이 모두 애틋함으로 기억되는 건 그런 이유일게다. 그게 뭐든, 멀어져 간 이유가 분명히 존재했겠지만 그런 건 쉽게 잊혀 지고 만다. 외려,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지 못했다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 자라 내게 박히는 화살이 되곤 한다. 모두 내가 부족해 그런 탓이리라. * 더 많은 것을 가지게 되면 더 많이 행복해 질까? 지금 내가 가지지 못해 바라는 것들을 다 가지고 나면, 그땐 내내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되는 걸까? 그렇게 더 많이 가지게 되면, 내 주위를 둘러싼 관계들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게도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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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지 않아
너무 늦었다고 생각해서 하지 않았던 일.. 하지만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때 했어도 충분히 늦지 않은 일. 이미 늦어 버린 것 같아서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 다시 생각해 보면 "그때 하기만 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고 후회하곤 한단 말야. 그간 어쩌면.. 하루 이틀안에 인생이 확 달라져야 하지 않는가 하고 안달하며 살았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결국 인생은 장기전인데, 일희일비 하는 일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고 살고 있는건 아닌가 싶단거지. 지금... 한참 늦어 보이지. 하지만 내년 이 맘때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시작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후회할지도 몰라. 또 그렇게 몇년 더 지나면 천추의 한으로 남을지 모르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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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노력하자.
하루에 몇시간 씩.. 친구에게 프로그램을 가르쳐 주고 있어. 오늘도 몇시간을 쉴새 없이 떠들었더니 목이 다 쉬어 버렸다. 어렸을 때 학교 선생님들이 수업 하고 나면 목이 다 잠긴다는 얘길 듣고.. "허.. 그 양반, 거 참 목 약하네" 하고 무시해 버렸던 기억이 나는데. 아마 그땐 내가 쇠라도 씹을 나이여서(-_-;) 그랬을거야. 어렸을 땐 노래방에 몇시간씩 있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이젠 조용히 노래 한번 흥얼거리기만해도 쉬어 빠지는 내 목. 이젠 그때 그 선생님들 얘기 다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아. 아아.. 20대 후반이란 이런 거구나.. -_ㅜ 아무튼.. 목 얘긴 이쯤 하고.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인 프로그램을 친구에게 가르쳐 주는 건 좋은 일이야. 경쟁력이란 이름이 그다지 어울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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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을 깨뜨리다..
샤워를 하고 화장대에 앉아 있다가 컵을 깨뜨렸어. 막 샤워 하고 나온 참이라 안경도 벗고 있었는데.. 화장품을 집다가 컵을 떨어뜨린거야. 컵은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스치고 바닥에 내동댕이 쳐져 박살나 버렸다. 덕분에 내 엄지 발가락은 좀 얼얼한데.. 설마 발톱이 빠지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 멍이라도 들려고 하는지 느낌이 조금 이상한게 불안해 온다. 대체 누가 컵을 그 위에 둔거지? 그러고 보니 컵이 깨지는 일은 참 오랜만에 겪는다. 어렸을 때 난 참 부주의해서, 접시나 컵 같은 걸 깨 부수는 건 예사고.. 뜨거운 물 쏟기, 쌓아둔 물건 엎어 버리기 등.. 엄마는 내가 움직이면 늘 불안해 하곤 했다던데.. 그건 그야말로 어렸을 때의 일이고, 요즘의 나는 그다지 부주의 한 편은 아니거든. 깨진 컵의 잔해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