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검은 월요일 - 그 후.
    Letter from Kunner 2006. 1. 24. 09:06

    요즘 증시가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지난 몇달동안 뛰어 오른 주가가 며칠 만에 빠른 폭으로 감소하고 있지.
    급등에 따른 조정이라는 설, 달러화 약세와 유가급등 때문이라는 설, 주식양도차익 과세설 - 포괄적 소득세 등을 골자로 하는 세제개편 소문 때문이라는 설..
    그 이유가 뭐가 됐던, 정말 요즘 주식 시장은 완전 박살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좋지 않아.

    어찌나 장이 안 좋은지 좋은 재료가 있는 종목인데도 불구,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기도 하는거야.
    이런 날 붉은 색을 띠는 종목이란건 정말 뭔가 있거나, 세력이 대단하다는 말이 되지.
    아아.. 정말 요즘의 주식 시장이란..

    코스닥에 서킷브레이커가 걸린 건 사상 최초라던데.
    주식을 시작한지 석달도 채 되지 않아 남들 한번도 못 해 본 경험을 해 보네.
    이걸 뭐.. 운이 좋다 해야해 나쁘다 해야해? 하하.

    다행히 내 가지고 있던 종목이 코스피 우량주 중심이어서 지난 한 주 동안의 급락장에 하한가를 맞았다거나, 원금이 반토막이 났다거나 그러진 않았어.
    늘 코스닥 중심의 급등주를 거래하다 2주 전부터 코스피 우량주로 갈아 탔는데 그게 시기적절했던거지.
    하지만 한때 가진 종목들의 현재가가 내 예상보다 훨씬 밑도는데는, 정말 피마르는 심정을 느낄 수 있었어.
    중기 보유, 장기 투자를 생각하는데도 워낙 급락장이다보니 숨 막히는 건 어쩔 수가 없다. ^^;


    그다지 큰 피해를 입었다 할 수도 없겠지만, 가랑비에도 옷은 젖어서 지난 한 주의 급락장의 피해가 결코 적지 않네.
    골이 깊으면 산이 높은 건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이런 상황에 냉정을 유지하는 일은 그렇게 쉽지 않아.
    깊은 조정엔 주식 현금화가 최고라면서도 쉽게 매도 주문이 나가지 않는 것도 어쩔 수 없고.
    조정장이 예상보다 길어지면 상당히 애로가 많을텐데 하며, 이래저래 걱정이 많은게 사실이야.

    사실 앞으로 더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부담 같은 건 별로 없는데..
    장이 지난 해의 상승 분위기와 같지 않다는 가정 하에, 손해액을 어떻게 만회해야 하는가가 머리를 아프게 하는 거지.
    사실 가격이동이 굼뜬 우량주를 들고, 단기에 손해분을 만회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부담을 가진다는 것도 우습지만 말야.

    단기적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 하지는 않겠다고 맘 먹었는데도 불구..
    일하다 말고 무의식중에 알트탭 눌러 증시를 확인하는 게 버릇이 되어 버렸어.
    그리고 장이 끝나면 극도의 피로감이 몰려오기도 하고.
    또 주중엔 빨리 한 주가 가 버렸으면 하기도 하다, 또 주말이 오면 빨리 증시가 열렸으면 하기도 하고.
    그래도 할 일 꼬박꼬박 하고 있으니 그건 잘 하고 있네.


    어제 여기까지 쓰고 일이 생겨 못 쓰다 오늘 다시 쓰게 됐는데..
    오늘 하루도 또 주식 장은 얘기거리들이 많이 생겼지.
    내가 거래하는 주식이 장 마감 2분전, 의도적 악의공시로 주가를 하한가에 쳐박는데 성공했거든.
    장 마감 2분 전에 공시를 내고 30분만에 오보라고 철회했으니.. 이런 경우도 다 있구나.

    이젠 정말 경우의 수가 많아졌어.
    세력과 기관의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개미들의 물량을 털기 위한 시도로도 보이고..
    그냥 오보에 의한 해프닝일 수도 있겠고(가능성은 전무하다시피 하지만).

    아무튼 다소 높아진 가격선과 개인들의 미수금에 대한 부담 때문에 인위적인 가격 조정을 시도한다고 생각되는데..
    차라리 내일 시초가 낙폭이 큰 경우가 장기투자엔 더 유리한 상황을 제공할지도 모르겠어.
    내일 시초가가 플러스라면 오늘 손해 본 개미들이 다시 미수로 달려 들지도 모르니까.
    현재 시간외 거래에서는 하한가에 걸려 있던 수십만주의 매도분이 모조리 소진되고 이젠 매수세로 역전되는 기현상이 벌어 졌는데..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좀 난감한걸? 하아...
    뭐, 미수를 쓴 것도 아니고 원금만 들고 투자하고 있으니 단기간 급락이라도 별 문제 될 것 없고.
    상승 모멘텀이 확실한 우량주를 들고 있으니 시간을 두고 지켜본다면 좋은 결과 있겠지.
    적어도 오늘 같은 오보 공시만 없다면 말야.


    사실 처음 주식 얘길 하려던건 이런 것 때문이 아니고..

    요즘 주식 거래를 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있어.

    기업에 대한 가치평가를 면밀히 하고 들어간 종목임에도 불구, 하락장에서 단기 조정을 맞을 뿐인데 거기에 일희일비 하는가 하면.
    위로든 아래로든, 춤을 추는 주식 호가를 보고 있다 보면 냉철함을 찾기 어려울 때도 있어.
    이익을 보던 손해를 보던, 간이 콩알만해 졌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조바심을 내기도 하고.

    정말 그간 봐 오던 나와 너무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어.
    어쩌면, 그간 이런 현시적인 문제를 한번도 겪어 보지 못했다는 말인 것 같기도 해.

    비싼 - 어떤 의미에서는 싼 - 수업료를 내고 정말 그간 한번도 겪지 못했던 경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설령 가진 원금을 다 토해낸 후에야 수업을 마친다 하더라도, 평생 처음 해 보는 이런 경험들이 나를 한 단계 성장시켜 줄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
    그 비싼 수업료를 내고도 아무 것도 배우는 게 없다면 그야말로 한심한 일일테니까.
    다만 그게 조악한 패자의 변명처럼 느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지.

    기왕이면, 이익을 보게 된다면 더욱 좋겠고 말야.  src=

    '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움직여라  (0) 2006.01.27
    쿠를 만나다.  (0) 2006.01.27
    수리산행  (0) 2006.01.23
    갖고 싶어.  (0) 2006.01.22
    늦지 않아  (0) 2006.01.22

    댓글

Kunner.com since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