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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2010년의 마지막 날, 마지막 일몰. - 궁평항
설날 바로 전 날. 그러니까 음력으로 2010년의 마지막 날. 일몰을 보러 궁평항에 갔다. 음력이긴 해도 어떻든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새해 다짐이라도 좀 하고 오자, 하며 엄마와 함께 길을 나섰다. 날씨가 정말 좋았다. 봄 날씨에 가깝게 포근한게, 창문을 열고 차를 달려도 전혀 춥지 않았다. 그런데 망할.. 문제가 생겼다. 카메라를 가져가긴 했는데, 도착해서 보니 메모리를 두고 온 것이다. 아뿔사.. 간밤에 방안에서 테스트 샷 찍어 본다고 컴퓨터에 연결했다가 안 가져 왔구나. 이렇게 허망할 데가.. 안개가 잔뜩 낀 탓에 낙조가 멋지진 않았지만, 잔잔한 바다에 뜬 해도 나름 운치가 있었다. 메모리를 챙겼으면 정말 좋았을 것을.. 한참을 망연히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다가 아이폰을 꺼내들고 해를 찍었다. 안타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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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이 가까워 온다.
이제 2월이다. 이렇게 그 날이 가까워 온다. ... 가슴이 뛴다. 아무 생각 없이, 무조건, 반드시 떠난다. 기한은 정해져 있지 않다 - 할 수만 있다면 두세달 아니라 몇년이어도 좋다. 비행기 티켓이야 어차피 마일리지로 끊으면 되니까 부담 없다. 마일리지는 세계 일주할 수 있을 만큼 쌓여있다. 이스탄불을 지나 런던으로, 동유럽을 휘돌아 독일과 베네룩스를 지나는 꿈 같은 여행을 떠날 것이다. 아무리 힘들고 고되도, 그 날이 이렇게 하루 하루 다가 오고 있다는 생각으로 참고 버티자. 그 언젠가 지친 퇴근길에 유럽여행을 꿈꾼 날이 있었지? 이젠 꿈이 아니다. 곧 현실로 만들 수 있다. 다만, 돈이 한 두 푼 드는 일이 아닐 테니, 열심히 모아야 겠지. 요즘 장비병에 걸려 카메라와 렌즈에 쏟아 부은 돈이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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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의 비행 - 오식이 예찬
시그마 50.4 - 일명 오식이를 들이고 난 후 이틀 째.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일이 정말 즐겁다. 이런 좋은 렌즈를 잡아 본 게 135.8 이후로 처음이라고 했던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설마 그렇기야 하겠느냐만, 135.8 보다 오히려 낫다는 생각도 든다. 135.8 보다 가볍고, 135.8 보다 초점거리가 짧고, 135.8 보다 화각이 넓고(편안하고), 135.8 보다 초점 잡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물론 말은 이렇게 해도 오매불망 135.8을 다시 손에 드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긴 하지만.. ㅋ) 쓰면 쓸 수록, 참 좋은 렌즈라는 생각이 든다. 시그마가 제대로 사고쳤다는 얘기가 결코 거짓말이 아니구나... 집에 오는 길에 저 멀리 서 있던 아줌마가 갑자기 하늘을 쳐다 보는데, 무언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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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역질난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의 열기가 북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또 홍해를 넘어 같은 이슬람권인 중동 지역에도 옮겨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야흐로, 이슬람이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아직은 민주주의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이 부족하고 독재 이후의 정치체제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측면이 있지만, 세상에 어떤 혁명이 처음부터 완성을 가지고 있던가? 우리네 4.19가 그랬듯, 5.18이 그랬듯, 6.10이 그랬듯.. 그렇게 뜨거운 열망이 하나 되어 새로운 세상을 열어 가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정말 간만에 뜨거운 뉴스를 접했고, 이 뉴스는 요즘 내가 가장 관심있게 들여다 보고 있는 주제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정말 민주주의가 가능한지, 민주화 운동의 불씨가 사우디아라비아에까지 위협이 되는 현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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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다.
출근길, 라디오를 켰다. - 소말리아 해적이 간밤에 잘 자고 일어나 수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 어제 잠을 잘 자서 건강 상태에 이상이 없고, 밥도 잘 먹고 있다고 한다. - 수사 진행에도 협조적이라고 한다. - 석해균 선장의 상태가 아직 호전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 석해균 선장의 혈압은 xx이고, 체온은 xx이며 현재 심박수는 xx라고 한다. .... 회사에 도착했다. 점심시간, 식당에서 틀어 놓은 뉴스를 보면서 밥을 먹는다. - 소말리아 해적이 수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 혐의에 대해 순순히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 해적들의 건강상태는 좋은 편이며, 모두 수사에 협조적이라고 한다. - 석해균 선장의 상태가 아직 호전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 석해균 선장의 혈압은 xx이고, 체온은 xx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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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 17-35d - 용주사
이 녀석도 가격에 비하면 참 괜찮은 렌즈다. 그 정도면 나름 쓸만하다 싶은 선예도며, 진득한 색감 - 쓰면 쓸 수록 괜찮은 렌즈라는 생각이다. (아, 물론 코엑스에서 마운트 해 본 16-35가 훨씬 좋겠지만, 나는 가난한 프롤레타리아 이므로.. -_ㅠ) 오식이 데리고 용주사 갔던 길에. 50mm의 화각에 적응하고자 일부러 마운트를 안 했었는데, 그래도 풍경인데 광각이 있어야지, 하는 생각에 찍어 봤다. 사진 상 플레어가 작렬하지만, 태양에 맞장떴으니 이 정도면 양호하다. (아니, 애초에 나는 플레어를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아무튼, 각설하고 사진을 보자. 역시 각 사진을 클릭하면 조금 더 크게 볼 수 있다. 단, 가로 사진에 한한다. 일부러 태양이 살짝 나오게 해서 플레어를 만들었다. 사진 자체가 좋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