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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곤하구나..
어제는 회사 회식이 있던 날이어서 일찍 업무를 파하고 회사 근처의 고기집으로 몰려 갔더랬지. 난 술을 먹지 않으니, 회식이라고 뭐 대단할 것도 없는 저녁식사에 지나지 않지만. 회사 식구들이 모두 모인 자리가 무척 오래간만인 듯 해. 며칠, 제대로 잠을 못 잔 탓에 몹시 피곤한데 혼자 빠지기도 뭐하고 오늘은 근무를 해야 하는 토요일이다 보니 집에 가지 않고 회사 근처에 사는 형네 집에 가기로 했었지. 그래서 2차, 3차도 다 따라간거야. 술도 안 먹는 녀석이 술만 먹는 사람들과 함께 하려니 죽을 맛이더구만.. 뭐 딱히 재밌는 얘기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술 먹은 사람들끼리만 통하는 뭔가가 있었는지 참 재밌게 놀더라구. 물론, 나만 빼고. 그렇게 자정을 넘고 1시를 넘겨서야 자리가 파하는데.. 이리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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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 웃음이 잦아졌다.
그간 썼던 이런 저런 글들을 살펴 보다가.. 올해 1월 11일에 썼다는 글을 보곤 슬며시 또 웃음이 나. 그때의 나는 분명 뭔가에 몰입하고 있었던 듯 해. 지금은 짐작할 수 없는 그 어떤 에너지가 내게 충만했던 모양이야.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해 보자고. 매 순간 악착같이, 정말 열심히 살아 보자고. 내가 원하는 대로 인생을 살아 보자고, 나는 말하고 있었어. 또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선, 그 다짐 다 어디로 갔는지 힘들어, 힘들어 하며 울먹이고 있고.. 또 얼마간 시간이 더 흐르고 난 다음엔, 그거 뭐, 별거 아니더라.. 하며 반추해 보고. 어쩜 희노애락이 이리도 분명한지, 불쌍한 중생아.. 하하.. 재연누나 말마따나 사이트가 새카매서 그런걸까? 그래서 매일 그리 음울한 얘기들만 하며 살고 있는 걸까?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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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하로밤..
오늘도 열심히 하루 일과를 마치고.. 새벽 2시가 훌쩍 넘은 시간, 나는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어. 빨리 씻고 자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지만, 내가 그저 숨쉬고 있을 뿐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게 하는 바로 이 시간. 잠 따위 좀 부족해도 나쁘지 않아. "어제도 하로밤 나그네 길을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하던 김소월의 시. 언젠가는 내 삶이 그 시를 닮았다 하며 즐겨 읊었던 적이 있었어. 내 삶은 어둡고, 힘들고, 지치고.. 가끔 찾아 온 행운은 금새 나를 비웃으며 차갑게 멀어 질 거라 생각하고, 그렇게 우울해 하고 적잖이 냉소적이 되어 가는 날 보며 또 한없이 슬퍼하고 한탄하던 때가.. 분명 있었어. 언젠가 형 친구가 술에 취해 주절거리며 하던 말. "네 나이에 맞게 살아라.. 더 웃고 더 즐기고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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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오늘, 본의 아니게 회사를 일찍 마치고 집에 들어 와서는..갑작스레 닥친 자유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그간 미루고 미뤘던 영화를 보는데 쓰기로 했어."모터사이클 다이어리"영화라기 보단 일종의 다큐멘터리 같은 이 영화는 라틴 아메리카 혁명의 전설적인 지도자, 체 게바라의 여행기를 담고 있어.영화는 참 밋밋하다 싶을 정도로 흘러가지.게바라와 알베스토의 여행에선 간간히 익살스런 장면도 나오지만 그 역시 그저 살포시 웃게 되는 정도고..내게 있어 이 영화는 크게 두 줄기로 다가왔어.하나는 물론 체 게바라의 각성 과정.영화의 그 밋밋한 흐름 내내 일관성 있게 보여 주는 것은,당시 라틴 아메리카의 하층민들의 삶이었던 듯 해.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들 중 하나는 알베스토가 오토바이를 잃고 도보로 여행하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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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숨 좀 고르고..
시간이란 녀석, 참 빨리도 흘러가는지라.. 정신 차려 보면 어느 틈에 또 한 주가 가 있고, 그렇게 지내다 퍼뜩 정신 차려 보면 또 며칠이 지나 있고. 최소한 나한테 연락이라도 해 주고 갔으면 좋겠는데, 실은 그렇지 않더란 말야. 손목에 시계를 차고, 늘 끼고 사는 핸드폰에도 떡 하니 시계가 버티고 있는데도.. 이 시간이란 녀석은 왜 이리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지 모르겠어. Carpe Diem. Seize the day. 시간이 있을 때 장미 봉우리를 거두라고.. 오늘이 아니면 늦는다고.. "죽은 시인의 사회" 덕에 누구나 알고 있는 상투적인 말. 하지만 모두가 공감하는 것만이 진리라 했던가, 아무튼 그래. 주말엔 천안에 다녀왔어. 원래 천안에 갈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닌데, 수원에 갔다가 친구 녀석 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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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랜만이야.
새벽 1시를 알리는 시계의 비프음. 익숙한 내 방, 내 컴퓨터.. 창밖으로 간간이 들리는, 찬 바람에 분주한 사람들 발자국 소리.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탓일까, 담배 한 모금에 취한 탓일까.. 적어도 지금 순간만큼은, 이렇게 평온할 수가 없어. 마치 시간이 멈춰 버리기라도 한 듯. 내일을 위해선 부지런히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데도, 오늘은 어떤 의무감에선지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어. 마치 뭔가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는 듯. 딱히 대단할 것도 없는 일상들인데, 요즈음의 나는 뭔가에 들떠 있는 듯 해 보여. 평소의 나 같았다면 왜 그럴까 궁금해 하고 또 다른 고민에 사로잡혀 있어야 할텐데.. 아무래도 나란 녀석 지은 죄가 많아서인지, 이렇게 기분 좋으면 또 뭔가 불안해 하곤 했는데.. 지금은 굳이 그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