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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의 꿈
* 그의 말대로, 나는 잡초였다. 황무지에 제멋대로 핀, 그런 잡초였다. 돌봐주는 사람 하나 없어도 근성으로, 제멋대로 살아 온 나는 - 그래, 잡초였다. 누가 뿌린 지도 모른 씨에 흩어 날려와 비가 오면 맞고, 바람이 불면 눕고.. 누렇게 뜬 잎으로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잡초. 한 겨울의 눈 속에도 어떻게든 살아내는 질긴 잡초였다. 하지만 겨울 찬 바람에 잔뜩 움추려 있을때조차 곧 따뜻한 봄이 올거라 믿었다. 그래, 잡초란 원래 그렇다. ** 그는 내게 더 큰 세상을 보여 주고 싶다 말했다. 처음이다. 그래서 잡초는 두렵다. 늘 동경하던 새로운 세상, 더 큰 세상.. 어쩌면 그게 손에 잡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순간, 잡초는 두려워한다. 혹시라도 뽑혀 나갈까, 최대한 옆으로 뻗은 뿌리가 거추장스럽게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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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음 밤, 자책
* 어느 틈에 7월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부푼 가슴으로 한 해를 연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돌아보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까마득한 예전 일 같기도 하고, 또 바로 엊그제 같기도 하고. 잘 하고 있는가 고민에 깊던 날도 있고, 반성 없이 하루 하루 보내던 날도 있고. ** 눈은 슬슬 감기지만, 어쩐지 자고 싶지 않아 졸린 눈을 부벼가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이런저런 생각이 깊어지는 밤이다.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어떻든 참 오랜만이다, 이런 여유는. 따지고 보면 시간이 없는 건 아니었으리라. 마음의 여유가 없던 탓이겠지. *** 글 써내려가는 일이 예전 같지 않다. 하긴, 그런 걸 느낀게 어디 어제 오늘의 일인가. 뭐든지 해야 는다. 안 써 버릇 하니 이제는 한 글자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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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이제 그만 우물처럼 깊고 음습한 곳에서 고개를 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찬 우물물과 거기에 기대 사는 푸른 이끼들만 얘기하지 말고, 밝은 곳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기쁨에 대해 얘기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우울함을 떨쳐낼 수는 없더라도, 잠시 접어두고 살얼음 같이 조심스럽더라도 그 위에 살짝 덮힌 행복에 대해 얘기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감탄하는 법, 부러워하며 저것은 내 가질 수 없는 것이라 한탄하지 않고도. 그러면서 자신을 비하하지 않고도, 저절로 탄성 내지르며 나에게 온 행복을 감탄하며 온전히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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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한지 어느덧 5개월이 되어 간다. 이렇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면 내가 전과는 조금 달라져 있는 것을 느낀다. 그건 의식적으로 변화를 갈망한 탓이기도 하고, 주변과 자연스럽게 동화된 때문이기도 할거다. (단적으로 지각대장이었던 내가 새로운 회사에서는 - 정확히 말하면 프로젝트가 끝난 4월 중순 이후에는 단 한번도 지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 - 심지어 보통 30분 전쯤에 도착하는 것 : 과거의 나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새 직장에 입사하면서 내가 가장 염두하던 것은 겸허한 마음을 갖는 것이었다. 첫 출근하던 날 아침, 아버지가 해주신 말씀을 가슴에 깊이 새겨보고자 했다. "네가 속한 곳에서 가장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바로 너다." 말을 하기보단 듣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