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을 위한 이야기/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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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20 미명, 일출, 그리고 일몰.
요즘은 매일같이 장거리 운행이다. 확실히 회사를 그만 두니 차 탈 일이 많아진다.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는데.. 마치 재작년으로 돌아 간 것 같다. 어제는 아주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기 시작해(정확히는 밤샘이지), 일출과 일몰을 다 보게 됐다. 아파트 입구에서 찍은 새벽녘의 미명이다. 때로 사진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 예상치도 못한 빛깔을 만들어 낸다. 내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카메라가 나를 이용해 사진을 찍는다는 느낌이랄까. 오묘한 색깔을 보며 놀라워 하다.. 문득 이건 내가 찍은게 아니라는 생각에 괘씸해 져서 카메라를 내쳐 버릴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푸훗.. 차를 타고 가는 중에 일출을 만났다. 차 앞유리 너머의 풍경을 찍어서 그래도 나름 깨끗한 사진을 얻었다. 일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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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롤스크린을 구매하다.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온지 1년 반여가 되는데.. 내 방 창문에 커튼을 다는 걸 매일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나중엔 사실 커튼이 없어도 별로 불편한걸 모르겠기도 하고.. 게다가 학교며 회사로 집은 밤에 잠자는 곳에 불과하다보니 굳이 필요성을 못 느끼기도 했다. 그래도 요며칠 집에 있다보니.. 이렇게 쉴 때 달아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천으로 된 커튼보다는 롤스크린 같은 걸 선호한다. 청소하기도 쉽고, 먼지도 안 나고.. 나중에 다른 걸로 갈아 버리기도 좋다. 그래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명화를 실사로 출력해 롤스크린을 제작해 주는 곳을 찾았다. [바로 여기] 백가지가 넘다보니.. 뭘 선택해야 할지도 모르겠더라. 그래도 방 안에 설치할 것이다보니 좀 편안한 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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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르겐텔러 사진전 - touch me!
초급보도사진제작 수업에서 기말고사 대체 레포트로 사진전 감상문을 써 오라 했다. 교수님께서 과제로 내 주신 두 사진전 모두 가보고 싶었지만, 유르겐 텔러의 사진을 과제의 화두로 삼고 싶었기에 이 사진전을 먼저 다녀왔다. 사실 과제의 대상을 결정하기 전, 인터넷으로 유르겐 텔러의 사진들을 보고 좀 의아했다. 대체 그의 사진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고, 왜 그의 사진이 그렇게 각광을 받고 있는지 쉽게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문난 집에는 이유가 있는 법’- 그 이유가 분명 있을 텐데 그게 무엇인지 너무 궁금했다. 얼핏 보기에는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사진들뿐이던데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말이다. 역시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얘기지만, 유르겐 텔러는 사진 촬영 시 특수 조명을 쓰지 않으며 별다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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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 ~ 06-16
학교 다니는 것도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 시험 보고, 논문 쓰면 끝. 더 이상 올 일 없겠지. 그런 생각이 들고나니.. 갑자기 뭔가 애틋한 느낌이 들고 있다. 너무 늦게 알아 버렸다. 배움의 즐거움을. 학교 생활의 즐거움을. 물론 아직도 일반적인 여타의 대학생들이 느끼는 즐거움 같은 건 반의 반도 못 느끼고 있는 걸테지만.. 지금처럼만 학교 다녀도 참 재밌을건데.. 깨닫고 나니 끝이구나. 항상 그렇다지. 깨달은 것은 항상 늦은 후라고. 강의실 이동하다 문득 둘러보니.. 갑자기 주위 풍경이 애틋하게 느껴졌다. 자연과학관인가 그럴거야. 수림과학관이라는 이름이었던가. 10년이 더 넘은 예전에.. 저기서 '영화의 이해' 수업을 들었었다. 그 후론 한번도 가 본 적이 없구나. 이 아이는 볼 때 마다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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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03
오늘은 강남역으로 출근하는 날. 강남역으로 출근하는 날은 기분이 좋다. 칙칙한 사무실과는 사뭇 다른 강남역의 활기가 좋고, 말귀 잘 알아 듣는 사람들과 일하러 가서 좋고, 간만에 실력 발휘하는 일을 해서 좋다. 그래, 일이란 이래야지. 아침에 버스를 기다리면서 꽃집의 화분을 찍었다. 심도놀이 중.. 활짝 핀 나팔꽃. 색이 참 화려하다. 심도가 정말 얕다. 이게 24mm 사진이다. 햐~ 왜 이 꽃에만 물이 잔뜩 떨어져 있는지, 그 이유를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뿌린게 아니므로.. ㅎㅎ 위 사진을 1:1 크롭하면 이렇게 된다. 핀 맞은 물방울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덜덜덜;; 도심공항터미널을 좀 다녀오느라 코엑스에 들렀다. 이 늘어선 기둥들은 언제나 내 눈을 사로잡는다. 노출차이가 너무 커서 잡는데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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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02
여기.. 기묘한 이야기가 또 펼쳐지고 있다. What is this? 아.. 그동안 써 봤던 여타의 광각렌즈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 차원이 다르다. -_ㅠ 이 꽃은 데이지다. 이렇게 보면 데이지가 무슨 해바라기 사이즈인줄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위의 그 데이지다. 이렇게 보면 저 꽃이 어떤 건지, 얼마나 작은 녀석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칼자이쯔 렌즈에서 Distagon 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왜곡 보정이 탁월한 광각렌즈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이름처럼.. 정말 엄청난 왜곡 보정 능력을 보여준다. 왜곡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24mm로 찍었는데도 50mm 렌즈로 찍은 것 같은 느낌이다. 정말 엄청나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다. 아, 이걸 어떻게 팔지? ㅠㅠ 왜곡 보정능력이 얼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