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을 위한 이야기/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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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여행을 마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진이란, 과연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걸까? 나는 과연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걸까?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가진 장비들을 둘러 보니.. 참 가당치도 않은 것 같아서 입맛이 썼다. 그날로 장비를 모두 처분해 버렸다. 어쩌면 그건 날씨 탓이었을지도 모른다. 잠깐 지나가는 우울증 때문이었을지도.. 그러고 나니 또 울적해졌다.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을 딱히 더 한 것은 아니지만.. 셔터를 누르는 손맛과 철컥, 하는 셔터 소리가 그리웠다. 무언가를 '한다' 는 행위 자체가 좋은 것이 아니었을까? 마침 여행을 가기 위해서라도 카메라가 필요하긴 했다. 가볍고 단촐하게 미러리스 카메라를 들였다. 여행 내내 그 작은 카메라와 함께 하면서.. 손에 안 익어 아쉬운 순간이 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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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다시 a850
올 초, 4년을 쓴 정든 카메라를 뒤로하고 구백이를 샀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고급 카메라를 구석에 쳐박아 놓고 먼지만 쌓게 하고 있다는 자책에 구백이를 팔아 버리고.. 또 그렇게 갑자기 세로그립을 준다는 소식에 밤새워 a77 현판을 하고.. 나름 정 붙여서 써 보려다 영 적응을 못해 또 팔아 버렸다. 정말 고급 카메라가 내게 필요한가? 아예 초급용 카메라 하나 들고 아무 생각없이 셔터만 눌러보는게 어떨까, 이런 저런 고민을 해봐도 결국은 FF다. 마침 저렴한 a850이 나왔길래 덥썩; 어느 틈에 정신차려 보니 손엔 a850과 50mm단렌즈가 들려 있다. 하.. 정말이지 오래 오래 정붙이고 쓰자꾸나. 물론, 나중에 구백이 쿨매가 나오면 맘 떨리겠지만. 응? 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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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녘
새로 나온 a77을 구매한 후 잠깐 잠깐 카메라 셔터를 눌러 볼 뿐 제대로 사진을 찍어 볼 기회가 없다. 엊그제 잠깐 나갔다가 돌아 오는 차 안에서 황혼 빛이 아름답기에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조수석에 앉아 차 앞유리 너머의 풍경을 찍었다. 차의 다른 부분들이 화각에 들어 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의외로 좋은 구도의 사진이 된 것 같다. 얻어 걸렸다. ^^ 집에 다 와서 보니 완전 어스름녘이다. 멀리 미명이 눈에 들어와 사진을 몇 장 더 찍었다. 원래 이런 사진을 찍을 때는 당연히 ISO 감도를 낮추는데.. a77의 고감도 노이즈가 얼마나 좋은가 보기 위해 그냥 ISO 오토로 놓고 찍어 봤다. 결과는 약간 실망, 노이즈 입자가 상당히 거칠다. 라룸으로 깎아도 저 거친 노이즈는 쉽게 제거 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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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오다
어제 밤부터 오늘 오전까지.. 그야말로 양동이로 들이붓는 것 같은 비가 왔다. 몹시나 상투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다른 어떤 표현보다 잘 어울린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양동이었다. 새벽 즈음 되니 천둥번개가 몰아치고 바람이 마구 불어 재낀다. 창밖을 보니 이건 뭐..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이다. 제대로 찍힐 리 없다는 걸 잘 알지만.. 기록으로서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일단 셔터를 누른다. 베란다에서 미친듯 비바람에 흔들리는 건너편 언덕의 나무들을 찍었다. 인공의 빛 따윈 전혀 없는 칠흑의 밤 - 저 흰 빛은 번개다. 번개가 내려치는 찰나 셔터를 누르고 싶었지만, 쉽지 않다. 비가 아침까지 무지막지하게 쏟아져, 엄마 출근길에 모셔다 드렸다. 와이퍼 출력을 최대로 해도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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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산성 세마대 우중산보
오늘 쯤엔 등산을 좀 해야겠다 싶었다. 이제 시험도 끝났고, 미뤄뒀던 여행을 시작해야겠지. 아침엔 날씨가 그런대로 괜찮더니 낮 들어 비가 올 듯 하늘이 잔뜩 흐리다. 뭐든 부지런해야 하는데.. 이리저리 하다보니 어느 덧 두시. 광교산이나 수리산 같은 데를 갈까 했었는데, 이도저도 아닌 시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전에 올라가다 말고 돌아 왔던 집 앞 세마대나 가봐야겠다 싶어 길을 나섰다. 세마대는 옛 독산성터에 있는 누각으로, 임진왜란 때 권율이 가토 기요마사를 맞아 싸우던 전장이다. 씻을 세(洗), 말 마(馬)로 말을 씻는다는 이름은 이때의 일화에서 따왔다고 한다.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 - 좋구나. 세마대 주차장까지는 집에서 채 몇 km 되지 않는다. 융건릉도 그렇고, 가까운 곳에 이런 저런 가 볼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