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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잘 안 풀리고 있어..Letter from Kunner 2003. 7. 4. 06:31아침에 출근해서 과장이랑 면담을 했어.
이미 마음을 굳혔기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퇴사하겠다고.. 말했지.
이유를 묻기에.. 늘 가슴속에 갖고 있던 말을 했지..
회사가 원하는 사람이 내가 아니며, 내가 원하는 회사가 여기가 아니다..
나가기로 확고히 맘을 먹었다니깐 더 묻지 않아 얘기가 쉽게 끝났는데..
사장에게 얘기가 올라 간 후로 문제가 됐나봐.
뭐.. 아무 일 없이 쓱 처리가 되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걸까.
아무튼.. 내 자리에선 멀어서 잘 안 들렸는데..
가까이 있던 사람들 말로는..
절대 못 내 보내겠다고, 나가려면 군대 가라고 그랬다는 군..
나는 혹시 믿는 도끼였을까?
난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사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만나고 헤어짐은 당연한 일이어늘.. 하물며 회사와 개인의 문제에 있어 더 말해 무었하겠어..
여기가 잠깐 머무르다 가는 곳인 줄 아느냐고 했다던데..
평생 머물곳이 아니니, 머무르다 가는 곳이 당연하지 않은가..
그리고 1년 반이면.. 잠시 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공교롭게도.. 퇴사를 언급한 시기가 이런저런 문제가 뒤섞인 시점이라 여러가지 오해와 억측을 불러 일으키는 건 아닌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의 퇴사가 그렇게 충동적인 일이 아님을 알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퇴사 얘길 하려거든 직접 찾아와서 말하라고 했다던데..
그 얘기를 퇴근하기 직전에 듣게되서 오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네.
뭐 내일 정도면 흥분을 가라앉힌 상태에서 냉정하게 얘기할 수 있으니 더 나으려나..
1년째 되던 달에.. 회사를 나가기로 마음을 굳혔음을 얘기하면 의외라고 생각할까?
그간 아무 말이 없던 건..
회사가 바쁜 동안 퇴사를 해서 회사를 어렵게 하지 않으려는 생각이었다고 하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일까?
회사에서 어떤 입장을 보이더라도..
나는 회사를 나가기로 마음먹었고, 또 퇴사를 언급한 상태에서 계속 회사를 다녀 봐야
서로 상처만 입은 채 나아질 게 하나도 없다는 걸.. 충분히 알텐데..
아마 그런 생각을 못 해서가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의외의 일이라 그런걸까?
그런걸까, 나의 퇴사 얘기는?
만약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고 생각한다면..
내 입장에서 그건 너무 무리하다.. 라고 밖에 말할 수 없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쪽에서는 그야말로 괘씸한 일이 되겠지.
요 며칠 과히 좋지 않은 일이 연거푸 일어나서 그것 때문에 퇴사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이 안타깝고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어.
상대가 그렇게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도록 한 내 잘못도 크겠지.
또 사장을 찾아서 말씀드리지 않고, 과장을 통해 말한 것도 얼핏 안 좋게 보이기도 할 것 같아.
모든 결재라인은 과장을 통하라고, 또 어떤 중요한 일이든 과장을 통해서 말하라고 한 것에 충실했을 뿐인데.. 그게 자칫 일방적으로 퇴사를 요구한 것 같게 보일까 걱정이 되기도 해.
악의가 있었던 것은 아닌데.. 그저 결재라인에 충실했을 뿐인데 말이지.
오해를 받는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나 안타까운 일이야..
얼마 전.. 회사의 병역특례들을 모아 두고 말했었지.
어영부영 3년을 보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만 두는게 서로 낫다고.
회사에 비젼을 갖고 자신을 투자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없음을..
그리고 나의 보직인 프로그램 역시 단지 군대를 대체하는 수단일 뿐이지 나의 비젼을 펼칠 수단이자 목적은 아님을 나는 잘 알고 있었어.
그래서 퇴사가 더욱 확고하게 마음속에 자리매김하게 된거고.
하지만 내 맘속 그 모든 얘기들을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게 당연하고..
그럼으로 오해가 생기는 것도 당연하고..
나의 퇴사 요청으로 인해 불란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고..
나는 아주 오래 전부터.. 회사를 나갈 맘을 먹고 있었는데..
그걸 누구도 깨닫지 못했다는 건.. 내가 연기를 그만큼 잘 하는 걸까..
잘 모르겠어.
그리고 이렇게 흥분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안타깝기만 해.
결국 일이 잘 안풀리게 되면..
3개월간의 휴가 아닌 휴가는.. 물 건너 가게 돼.
어차피 퇴사하고 이직하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3개월 휴가를 받느냐 못 받느냐는 회사에서 해 주기 나름인데..
어차피 내가 퇴사를 하는 걸 기정사실로 받아 들여주기만 한다면, 해답은 간단한데 말이지.
아무튼.. 내일 아침 사장과 면담을 해야 할 차례야.
감정적으로 얘기가 흘러가지 않도록, 말 한마디 한마디에 크게 주의를 기울여야겠지.
만날 때도 중요하지만 헤어질 때는 더 중요한 것이 인간관계니까, 결코 나쁘게 끝나지 않도록..
또 한번 내 인생의 오점을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할텐데..
누구도 상처받지 않은 채 나의 입장과 생각을 관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되도록이면.. 회사에도 이득, 내게도 이득이 될 수 있도록 말이지.
내게 이득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정리해고고..
회사에 비젼을 갖고 있지 않은 내가 물러나는 것만으로도, 회사에는 이득일거라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부디..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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