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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너.. 금연을 시도하다!!
    Letter from Kunner 2003. 7. 3. 07:13
    내가 금연을 시도하고 있어.
    이렇다 하게 생각도 없다가 갑자기..
    내 입에서, 내 몸에서.. 또 내 손 등에서.. 시궁창 썩는 냄새가 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
    흡연자들은... 가끔.. 자신의 몸에서 담배 냄새를 느낄 수 있어.
    원래 자기 몸에서 나는 냄새는 잘 모르는 법이지? 그런데도 내가 느낄 정도면..
    다른 사람들한테는 얼마나 심하게 날까..
    매일 4시간의 전철 통근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서 담배냄새를 느끼며 불쾌해 할까..
    생각해 보니.. 정말 창피한 거 있지.
    몸 치장에 신경 쓰고, 머리 카락 세우는 일에 신경 쓰면서..
    정작 몸뚱이가 썩어 들어 가고 있다는 생각은 왜 하지 못하고 살았을지..

    갑작스레 그런 생각이 든 후로..
    담배를 끊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그리고는... 담배를 끊어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서 내 자신을 설득했어.

    우선.. 아까 말한 냄새..
    또 무엇보다 무언가의 노예가 된다는 것..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 또는 잘 안 피우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흡연가들에게 있어.. 담배가 떨어 진다는 것은 무척이나 곤욕스러운 일이지.
    특히 한밤중에 담배가 떨어졌을 때..
    담배 사러 가기가 어려운 곳에서 담배가 떨어졌을 때..

    그 곤욕스러움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는거야.
    단지 담배가 없을 뿐인데.. 무척이나 괴로워지지.
    그런 상황이 반복될 때 마다.. 정말 싫어서..
    그런 상황이 예상되는 때면 담배를 몇갑이고 사다가 재어 놓지만..
    그런 나를 보면서 또 절망스러워 지는 건.. 내가 담배의 노예가 되었음을 시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일거야.

    또 건강의 이유를 빼 먹을 수 없어.
    달리기 하나 만큼은.. 정말 자신 있다고, 또 나는 건강한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몸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징후들로 미루어 볼 때..
    나는 결코 건강하지 않다는 걸 쉽게 깨달을 수 있어.
    조금만 뛰고 나면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힘들고.. 시도 때도 없이 기침과 가래에 시달리고..
    늘 입이 텁텁하고 목이 따끔거리는 것도 느낄 수 있지.
    담배의 악영향 중 하나라고 나는 믿고 있어.

    또 하루에 한 갑 정도 피운다고 보고..
    한 대 피우는 동안 5분씩.. 그럼 총 100 분.. 1시간 40분이나 되는 시간을 담배를 피우느라 보내게 돼.
    평소에 생각 안 하던 것은 아니지만..
    계산해 놓고 보니 정말 엄청난 시간낭비가 아닐 수 없는거지.

    돈도 그렇고..
    내가 피우는 담배를 사는데 들어 가는 돈은.. 한달에 6만원.. 1년이면 72만원, 그렇게 10년이면 720만원..
    그 반만이라고 해도 사회 생활 후 아직까지 모아 둔 내 통장잔고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야.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지.

    하지만 이렇게 싫고 싫은 담배...
    담배를 끊으며 아무 미련이 없느냐.. 그런 것은 아냐.
    담배를 피울 때마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뭔가 속이 후련해 지는 느낌을 받고는 하지.
    또 약간 알딸딸.. 한 쾌락을 맛보기도 하지.
    매번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말야.
    밥 먹고 나서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피우는 담배는 속을 편하게 해 주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하고..
    시원한 바람 맞으며 한 대 물면.. 속이 시원하다고 생각되기도 하지.
    운전 하다가 피우게 되면 긴장을 풀어 주는 효과가 있고..
    머리를 열심히 굴리다 보면 어느 덧 한 대 찾아 물게 되고..

    하지만.. 그 어떤 이유를 댄다고 하더라도..
    그걸로 얻게 되는 이득보다 잃게 되는 것들이 너무 많아.
    너무 많아서.. 무서울 정도로 말이지..

    건강과 시간, 돈 같은 것들은 그렇다 치고...
    가장 두려운 것은.. 나중에 이런 담배 피우는 습관을 버리지 못한 채.. 가정을 꾸리게 됐을 때야.
    그런 얘기가 있지..
    아이가 자기 주관을 말하기 시작하는 세살이 되면..
    아빠 담배 냄새가 싫다는 말을 처음 하기 시작한다고...
    글 첫머리에 시궁창 썩은 냄새라는 표현을 썼지.
    다른 사람의 담배 냄새는 실제로 그런 냄새일거야. 그런 냄새를 풍기면서 아이와 아내와, 그 외 모든 사람들 앞에 서서..
    아무리 번지르르한 얼굴을 하고 있어도..
    속은 흡연으로 시커멓게 타들어간.. 아.. 이건 아니야..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고 싫다..싫다.. 하는 것 보다는..
    담배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 해답일 것 같아.
    오히려 이렇게 담배는 안 좋고 안 좋고.. 하며 담배를 떠올리다 보면..
    손가락 사이에 담배가 들려 있는 상상을 하게 되거든..
    습관이란 참 무서운 거라서 말이지.

    나의 금연이 얼마나 지속될 지 몰라..
    솔직히 한번에 완벽히 금연을 성공하리라 자신하기도 힘들어.
    하지만.. 설령 내가 또 담배를 물게 되더라도..
    그 날로 금연이 깨어진 것이 아니라 금연을 새로 시작하는 날이라고 믿으며..
    또 새롭게 나를 추스려 나가게 되길 바래.

    원래 담배를 한 번 물어 본 사람이면..
    금연이라는 말은 애초에 불가능 하다더라.
    잠시 안 피우는 것은 가능해도, 금연이란 불가능 하다고...
    금연이라는 말이 확실히 성립되려면 죽을 때 까지 단 한번도 담배를 물지 않는 것인데..
    앞일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으니 말이지..
    죽을 때 까지 금연하고도 죽기 전에 담배 한대라도 피우는 날엔 그걸로 금연은 깨어져 버린 거니깐..
    역시나 금연은 어렵지? ^^*

    금연이라는 것이 그 자체로 연속성을 가진것이 아니기 때문에..
    몇년째 금연입니다.. 하며 카운트 해야 할 일이 겁나.

    그렇게 나를 속박한 채 살아가는 일도 안타까운 일이고 말야.

    아무튼.. 나 금연을 하고 있어.
    오늘 하루는 잘 지나가고 있지만.. 내일, 또 그 모레가 어떻게 될런지는 아무도 모르지.
    다만.. 담배에 대한 유혹을 오늘처럼만 뿌리칠 수 있다면..
    나는 금연에 성공할 수 있을꺼야.

    내가 금연에 성공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다들 기도해주기 바래 ^-^*
    늘 내가 여러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기도하는 것처럼 말야..(뻥치시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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