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關係
    Letter from Kunner 2003. 6. 1. 12:12
    人間 - 말 그대로 사람 사이에서만 사람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배제한 인간이란 있을 수 없다.

    누구도 그 관계들을 배격하고 살아갈 수는 없다.
    세상에 나고 살아가며 맺는 무수한 관계들, 그 많은 관계들 자체가 인생이고 삶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우리는 1차 집단, 2차 집단을 배운다.
    배운대로라면 가족과 같이, 개인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하는 천부적인 관계들을 1차 집단이라 부르고..
    학교나 직장 같은 2차 집단은 개인의 의사가 반영된 집단으로 이합집산이 자유롭다고 설명한다.

    아주 어렸을 때 부터 학교에서 배우는 이같은 지식들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틈에 머릿속에 자리를 잡고 아주 심각한 착각 속에 살아가게끔 만든다.

    이합집산이 자유로운 2차 집단에 속했을 때, 언제든 지금과 같은 관계를 새로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착각말이다.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것이 인연이라고 한다면, 그 인연들을 체계화한 것이 관계며 집단이다.
    그리고 조직과 규범은 그 관계(집단)를 결속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조직과 규범을 가진 모든 집단은 인간과 인간의 유대 그 자체다.

    이전의 집단과 지금의 집단, 그 성격은 같을 수 있어도 이전 조직의 구성원과의 관계와 현 조직의 구성원과의 관계가 동일하다고 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이해할 수 있는가?

    인간이 자신이 속한 관계들을 바라볼 때는, 사과가 싫으면 배를 선택하는 관점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흔히들.. 2차 집단을 얘기할 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법이라는 얘기를 꺼내곤 한다.
    위의 문장에서의 절은 절대적인 개념의 절이 아니라 이것(this)와 저것(that)과 같은 상대적인 개념의 절이라는 관점으로 해석된다.
    이 절이 싫으면 다른 절로 가라. 라는 뜻으로 말이다.
    잠시 생각해 보도록 하자.

    이때 절과 중은 이합집산이 자유로운 2차 집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합집산이 자유롭다고 해서 중이 얼마든지 자신이 속한 절을 떠나 새로운 절에 속해 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또 절도 언제든지 현재 자신에 속해 있는 중들과 같은 관계를 새로이 맺을 수 있다는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절이 싫어 다른 절로 떠난 중은 절과의 관계를 부정한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중이 부정한 것은 절과의 관계만이 아니라 다른 중들과의 관계(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 절을 예로 들었으므로)까지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 중은 자신이 떠난 절과의 관계만 단절한 것이 아니라 같은 절에 속해 있던 다른 중들과의 관계도 단절했다는 것이다.

    물론, 중은 예전 절에서의 중들과 또 다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하지만 이후의 관계들은 A" 이지 A가 아니다.
    A 속에서의 인간은 결코 A"가 될 수 없고, A"가 된 인간의 관계는 결코 A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새로운 관계는 A"가 아니라 B로 A와는 전혀 다른 관계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말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에 새삼 꺼내기에 우스운 얘기이기도 할 것이다.
    관계란, 집단이란.. 그렇게 부정함과 동시에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과연 이합집산이 자유롭다는 말은 그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는 것인가?

    우리는 혹시 우리가 속한 여러 관계들을 바라보며 언제든 이와 같은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기존의 관계들을 끊을 수 있을 것이란 착각을 갖고 있지는 않은가?
    실상 그 새로운 관계는 더는 예전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데도 이합집산이라는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 들여 언제고 지금과 같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특별한 존재라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말이다.

    사람을 떠나서 살 수 없는 것이 사람이고, 사람은 저마다 다른 고유한 개성을 갖고 있는데도.
    그것이 집단이라는 이름에 속하면, 언제고 다른 집단 속에서도 이런 관계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무의식 중의 착각.
    그것은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과의 삶속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행위이다.

    '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금연휴가 끝나고 며칠..  (1) 2003.06.12
    말을 많이 하기 보단..  (1) 2003.06.04
    시간이 원망스러워..  (1) 2003.06.01
    오랜만이야~~  (8) 2003.05.26
    안타까운 일이야...  (0) 2003.05.14

    댓글

Kunner.com since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