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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만이야~~
    Letter from Kunner 2003. 5. 26. 08:15
    그간 좀 뜸했지..
    지난 두 주는 정말 악몽같은 나날이었어...

    주중엔 내내 회사에서 먹고 자고.. 거의 폐인이나 다름 없게 말야.
    수 없이 되뇌었지.. 나는 머쉰이다.. 나는 머쉰이다..

    어제도 12시가 넘어 집에 들어 와서 오늘은 거의 시체놀이만 하다가 하루가 가버렸어.
    어휴.. 정말 힘들어..

    역시 잘 모르겠어.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지금 하고 있는 것이란..
    하지만 아직도 1년하고 반이나 남은거야..
    과연.. 내가 즐겁게 하루하루 버텨 나갈 수 있을까?

    그렇다고 일이 힘들다는 뜻 만은 아냐.
    단지 철야를 몇 주 했기 때문에.. 라고 생각하진 않아.

    즐겁게 할 수 있다면 그게 철야든 뭐든.. 별 상관 없을텐데..
    그리 즐겁지 않은 것이 문제겠지.
    거의 무의식적으로 코딩을 해 나가지만.. 머리랑 손이랑은 따로 노는 느낌이고..
    피곤해서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러길 바래..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즐겁게 하자.. 라는 모토를 가진 나는..
    자꾸만 왜 이렇게 해야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커져서..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는 등식을 성립시키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야.
    정말.. 그래.. 이렇게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박중훈이 충무로에 2년만에 계약을 하면서..
    이색적인 계약 조건을 들어 화제가 됐다고 해.
    하루 12시간 이상 촬영을 하지 않는다. 또 촬영후 무조건 12시간 이상의 휴식을 한다. 라는 조건..
    그건 비단 충무로에만 필요한 계약이 아닐거야.
    무슨 말인지는.. 여기 오는 사람들의 지적수준이라면 다들 이해할 수 있겠지.

    그래도 불평만 하고 있을 순 없으니까..
    나 오늘 또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있어.

    매트릭스 1, 2를 모두 보고..
    매트릭스2 를 보고 나니까.. 1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오늘은 완전 매트릭스의 날이었지.

    사실 나 아직도 매트릭스 1 안 봤었거든..
    내가 원래 좀 성격이 별나서.. 남들이 다 좋다고 하면 괜히 싫은 그런게 있어..
    그래서 매트릭스는 의식적으로 안 보고 있었는데..
    문득 2를 보고 나니.. 1이 무척이나 보고 싶은게야.
    정말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괜히 매트릭스, 매트릭스 하는 건 아니었던거야.

    나의 이 괴팍한 성격.. 좀 고쳐얄텐데 말야..

    그리고 클래식이라는 영화도.. 오늘 막 봤어.
    남들 다 본 영화.. 뒤늦게 보고 좋아하니 좀 그래 보이나? ^^

    클래식도 대만족이었어.
    한국영화.. 별 기대 안 하고 있는지 오래였는데..
    유치할 정도로 클래식한 그 느낌에.. 즐거운 웃음이 함뿍해 지는 영화였어.
    손예진이 참 예쁘게 나오더라. 청순한 이미지..

    풋풋하다고 해야할까? 아름답다고 해야 할까?
    나중에 조인성과 손예진이 결국 필연으로 묶인다는 것은.. 억지성이 짙었지만..
    그래도 옛시절 회상 부분은.. 아름답게 느끼기에 충분했어.
    근데 각종 패러디라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더군..

    황순원의 소나기 를 패러디 한 거며..
    그 외 꼭 짚어 낼 수는 없지만... 어디선가 낯이 익은 장면들이라는 생각이..
    영화 곳곳에 베어 있었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만 늘어놓으면 다 잘 만든 영화가 되던 최근 한국영화의 트렌드에 신물을 느끼고 있던 나로썬..
    정말 즐거운 영화였다고 생각해.

    또 이 영화가 흥행했다면..(실제로 흥행했는지 못 했는지는 잘 몰라)
    어설픈 퇴폐와.. 무차별적인 신세대 트렌드 맞추기에 급급하던 한국영화에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했을 듯 한데..
    하지만 내 생각엔.. 흥행고를 기록하지는 못했을 듯 해.. ^^;
    그 이유를 말하라 하면.. 역시나 영화의 장르답게 극장보다는 비디오.. 라는 인식이 강하기 떄문 아닐까?
    나 역시 그렇고...

    아무튼.. 오늘 영화 세 편 본것..
    다 만족할 만 한 시간이었어. 아.. 참 즐거웠어..

    이제 내일 부터는.. 또 얼마나 숨가쁜 나날이 시작될 지..
    벌써부터 조금 걱정이 돼..
    과연 일정을 맞춰 낼 수는 있을까.. 걱정이 돼.
    만약 일정을 맞춰내지 못한다고 하면 작업의 최종단계에 있는 내게 모든 비난의 화살이 날아 오겠지.
    비난따윈 두렵지 않지만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거야.
    지난 일정을 다 따져 보더라도.. 개발진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겠지만..
    실제로 그들의 판단 기준은.. 나로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또 절대 타협하고 싶지 않은 고무줄 같은 잣대니까 일이 어떻게 될런지는 전혀 알 수가 없지.

    그건 그렇고..
    지난 주 내내 회사에서 받을 대로 다 받은 스트레스..
    집에서까지 그 얘길 하면서 스트레스 쌓을 필요는 없겠지. 자.. 풀자.. ^^

    이 세상에서 절대 변하지 않는 게 있지. 하지만.. 어떤 것은 변하지.

    매트릭스 2에 나오는 대사야.
    매트릭스는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더군..

    세상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어.
    하지만 세상엔.. 말하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것들도 있지.

    또 세상엔..
    말하기 전에도 진실인 것이 있어. 하지만 말하고 난 후에야만 진실이 되는 것도 있지.
    그거 알고 있어?
    어쩌면.. 우리는 참 많은 진실 속에 살아가지만, 또 참 많은 진실들을 감추고 살아 가고 있는거야.
    그 진실들을.. 자각하건 그렇지 않던 말이지...

    나의 진실이란... 후.. 언제나 다음일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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