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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타까운 일이야...
    Letter from Kunner 2003. 5. 14. 22:30
    나폴레옹을 평가한 후세의 학자는 그의 실패원인(물론, 나폴레옹의 실패는 그 개인의 실패가 아닌 프랑스의 실패고 역사의 실패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결과를 놓고 보면 실패라고 할 수도 있으므로)을 이렇게 말하지.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은 남에게도 엄격한 법이다.(註 자신에겐 엄격하면서 남에게 완벽하게 관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폴레옹은 자신의 엄격한 잣대로 다른 사람들을 재단하고자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기준에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었다.
    애초에 나폴레옹이라는 인간은 둘 이상 존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하 생략)

    굳이 나폴레옹이라는 불세출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지나치게 엄격한 자세로 자신을 학대하기 보단 좀 더 긍정적인 시각으로 자신에게 관대해 지라고들 하더라고...
    문득 떠올랐어.
    나는 내게 관대한가?
    그렇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건 비단 나만 피해를 입는 일이 아니니까...
    내 주위의 사람들을 다 그렇게 피곤하게 몰고 간다면 난 얼마나 불쌍한 사람인가 말야.

    사실 이 생각을 하게 된 건, 갑자기가 아냐.

    며칠 전 밤에..
    서울 올라 온 내 친구와 잠자리에 들어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고향의 다른 친구가 나와 같이 있던 친구에게 전화를 했어.
    불도 꺼 놓고 워낙 조용한 밤이라 둘의 통화 소리가 다 들리는데..
    천안에 있는 친구가 많이 힘들었던 모양인지 술을 진탕으로 마시고 취해 있었어.

    그 녀석이 지금 힘든 걸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야..

    옆에서 통화하는 걸 듣노라니.. 비슷한 상황을 겪어 봤던터라 문득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고..
    그래서 전화 좀 바꿔보라고 그랬더니..
    술에 잔뜩 취한 친구가 정색을 하고 말하네..

    내게 이런 망가진 모습 보여주기 싫다고.. 그래서 나랑은 통화 못 하겠다고.. 바꿔 주지 말라고..

    워낙 조용한 방 안에서라 그 소리까지 다 들어 버렸어.

    순간 퍼뜩 떠오른게..
    그렇게 친하게 지낸 친구인데.. 이건 벽일까?
    아니면 다른 어떤 의미일까?

    도저히 알 수 없어.. 잠시 고민 중야.

    내게 보여주지 못할 모습은 뭐며.. 왜 보여줘선 안 된다는 것인가..
    결국 그건 나의 잣대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아닐까..
    내가 그렇게 주위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는 존재가 아닌가 말야..

    세번 읽은 사람과는 상대도 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 그만큼 처세와 지략에 대한 좋은 얘기가 가득 담겨 있다는 삼국지에는 이런 말이 자주 나오지.

    적을 너무 궁지로 몰기보단, 나갈 길을 터 줘야 한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무척 오래 전에 읽던 삼국지인데.. 문득 오늘 아침 그 얘기가 떠올랐어.

    나는 잘 하고 있는 걸까?
    나는 나를 둘러싼 다른 사람들을 궁지로 몰아 가는 일을 하고 있진 않은가 하고 말야.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비논리적이다 싶으면 가차없이 그 사이를 헤짚고 들어 가 상대를 곤혹하게 만드는 걸 즐기는 경향이 있는 나는..
    정말 많이 반성하고 많이 고쳐진 성격이라고 생각되지만..
    아직도 어느 정도는 그래.
    혹여 지금도 나는 그런 식으로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 가고 있지는 않은가..
    그런 나쁜 사고방식과 그릇된 성향을 가진 사람은 아닌가 말야.

    너무 곧은 것은 부러지기 마련..
    적당한 융통성과 타협이 현실을 살아감에 있어 현명한 선택이겠지.

    하지만 내가 안타까운 건..
    내가 곧기 때문이 아니라 올곧은 척 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거야.

    정말 곧다면, 그래서 그게 문제가 된다면 이렇게 가슴 아프진 않을 듯 한데..
    정작 나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 잣대로 세상 모든 것을 이리 저리 재고 있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안타까운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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