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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2Letter from Kunner 2003. 5. 3. 11:47하루 종일 MSN창을 바라보고 있다시피 하는데도..
정작 그녀가 MSN에 접속하면 감히 말을 걸지도 못한채 마우스로 수업시 창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해.
무슨 말을 썼다가도 이내 지우고.. 다시 썼다가 또 지워 버리고..
그러다 보면 무심하게 한마디 말도 없이 오프라인되어 있는 그녀의 대화명...
나도 모를 웃음 지으며 창을 닫지만 마음 한 구석은 어쩐지 휑한 느낌이야.
오늘은 집에 늦게 들어와 일을 하려고 컴퓨터를 켰는데..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 줬어.
농담처럼 먼저 말 걸어주니까 고맙지? 하는 그 말..
나를 대하는 마음이 친구 이상은 절대 아니며 오히려 그 이하일 것임을.. 잘 알고 있는데도..
괜히 기분 좋고 뿌듯해 지는 나란 녀석... 정말 알 수가 없어...
오늘은 뜬금없이 이렇게 물어왔어.
나를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할꺼야?
뭐라고 소개할 거냐고 묻는 그 질문에..
무슨 뜻인지 잠시 알 수 없어 망연해 있었는데..
속마음과는 전혀 다른 말을 하고 말았어. 그럴 수 밖에 없었고.. 그래야만 했다고 생각하니까..
친구라고 하지.. 뭐라고 하겠어...
갑자기 그게 궁금했다는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다른 얘기를 꺼냈지만..
난 오랫동안 그 생각에 머물러 있었어.
실제로 다른 사람에게 그녀를 소개하게 될때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정말 괜찮은 사람... 이라고 소개하게 될 꺼라고..
그렇게 마음은 말하고 있는데도..
그런 말 하면 또 어색하고 서먹해질 거 알고 있으니깐..
거기까진 말하면 안 되는 거겠지.
그렇게... 차라리 잘 한 일이라고 위안하고 있어.
또 예전처럼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그나마 잡고 있던 인연의 끈마저 놓쳐 버리게 될까봐...
많은 것을 바라진 않아..
그저 그녀의 곁에 좋은사람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더 많은 시간이 흐르고, 더 많은 일들을 겪고 난 다음.. 그 다음 얘기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이렇게 애태우지만, 정작 시간이 얼마간 흐르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할지도 모르니까.
그게 사람이니까...
결코 영원이니 사랑이니 하는 말을.. 나는 믿지 않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오랜 시간 같이 할 수 있는 좋은사람으로 남고 싶은 나의 바람은..
이뤄졌으면 해.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나, 다른 인연을 찾아 가더라도 나중에라도 언제고 웃으면서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또 그녀의 말마따나 결혼식에 불러 축하받고 싶은 사람이.. 서로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더 욕심내자면.. 하하.. 말해 무엇하겠어.. ^^;
그래...
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생각만 해도 즐거운 사람이 되고 싶어.
아직까지 만나왔던 사람들에게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못했지만..
그래서 안타깝고 후회만 잔뜩 남지만..
앞으로는, 그리고 그녀에게 있어 나는.. 부디 그런 사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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