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Letter from Kunner 2007. 8. 30. 09:47

    *
    요즈음의 나, 너무 들떠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해.
    가만 생각하면.. 나 이래도 되는건가 걱정스럽기도 하고.

    아마 그 걱정이란, 지난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이겠지.
    아플까봐, 더 아플까봐 시작하기도 두려웠던.

    시작도 하기 전에 고개젓곤 하던 데서 한발짝 전진하긴 했지만..
    여전히 두려움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가끔은 그 언젠가처럼 다시 이별이 찾아 올까봐, 난 두렵기도 해." 하는 노래 가사.
    이런 마음이야 나만 그런건 아닐테지. 
    다들 공감하니까 노래가사로 쓴 걸테니..



    **
    문득 원태연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하는 시가 떠올라.
    "아침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았습니다" 하는..

    "생일선물 하나 고르는데 이번에 또 잘못되더라도 기억 속에 안 남을 선물을 고르려고 노력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는 부분이 어쩐지 찡해져 오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또 생기고 말았습니다.." 하는 마지막 구절이 유난히 절절하게 느껴지던 그 시.

    그 시의 구절처럼..
    "아마도 이번에 또 그렇게 되면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서인가봅니다."


    물론, 그래도 살아 가겠지만...



    ***
    이런 기분이 늘 행복한 것만은 아니어서..
    때론 바보같은 이유로 토라지기도 하고, 때론 아무 것도 아닌 이유로 감정 상하고.
    지나치게 부푼 기대 탓에 행복하기도 모자란데 불만 품기 일쑤고...
    그런 내가 못마땅해 한껏 나를 책해보기도 하고.

    그럴땐 마치 멀미라도 하듯 속이 울렁거려.

    근데 참 신기하지.. 
    이렇게 곤혹스런 느낌에 빠져 있어도, 나를 향해 웃는 얼굴 한번만 봐도 싹 사라지니까.

    사실 이런 느낌이 처음인 것도 아닌데..
    당연한듯 바보가 되어 버렸다.



    ****
    그냥 쳐다보기만 해도 맘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그렇게 불가능을 바라기보다 좀 더 가능성 있는 것을 말하자면..
    그가 가진 생각을 그대로 얘기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사람 사는 일에서는 그것도 불가능이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그 행동이 무슨 뜻인지.

    사랑에 빠지면 한가지 말이, 한가지 행동이 수만가지의 뜻으로 해석된다 하던가.
    나란 사람이 원래 그렇게 부정적인 사람이었던가 싶을 정도로..
    내 수만가지의 해석 중 긍정적인 것은 손에 꼽을 정도.
    상황이 같지 않은데도 추측의 방향은 늘 불안으로 향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재미있어? 아니, 하나도...

    그렇게 미궁 속을 헤매다 보면 잔뜩 지쳐버리곤 해.
    나중에 그게 기우에 불과하단 사실을 깨닫고 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을 훨훨 날기도 하고.
    사람 맘이 이렇게 우스운거구나.. 싶은 요즈음이야.



    *****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나는 무척 행복하다.

    내 삶이 확 달라진 것도 아니고, 
    암울하던 인생이 갑자기 탄탄대로가 된 것도 아니지만.

    아무 것도 달라진게 없는데도 어쩐지 행복하다.
    그 행복도 들쭉날쭉 - 하루에도 열두번씩 롤러코스터를 타는게 사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 행복하다.



    ******
    다신 못 할 줄 알았는데.. 다신 없을 줄 알았는데.

    너무 어렸던 그때, 비겁하기만 하던 그때.
    내 한몸 가누기만도 어렵던 그 때.
    그리고 한없이 간절하기만 하던 그 때.
    사랑이라고 착각만 하던 그 때...
    그 기억들에게 보여 주고 싶다.

    나 지금 이렇게 행복하다고.
    덕분에 나 지금.. 이렇게 행복하게 됐다고...

    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말해주고 싶어.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로기  (0) 2007.09.14
    하긴..  (0) 2007.09.01
    bye  (0) 2007.08.30
    두런두런  (0) 2007.08.20
    방학이 끝나간다.  (0) 2007.08.20

    댓글

Kunner.com since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