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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tter from Kunner 2007. 8. 20. 10:50
    요즘은 통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
    새 글이 없는 채 버려진 게시판을 보고 싶지 않아 의무감에 쓰는 타자를 두드리곤 하지만 영 맛이 나지 않는다.

    덕분인지 내 전매특허였던 긴 글은 사라지고,
    매번 짧디 짧은.. 그야말로 게으른 글들만 늘어 가고 있다.
    뭐.. 꼭 길게 써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말야.

    글 쓰기 싫어진 이유라 말하긴 뭐하지만 - 요즘 나는 참 행복하다.
    아마도 글 쓰기를 일종의 배설로 생각하는 나는, 그래서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지도 모르지.
    행복한 순간들에 대해 글을 남기는 방법도 있겠지만, 나는 행복을 만끽하는 일에는 여전히 서투른가보다.


    종종 시간이 이렇게 한 몇년쯤 훌쩍 흘러가주었으면.. 한다.
    서른 즈음이라는 꽤나 버거운 무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내가 아직 가지지 못한 것들을 그때는 다 가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미처 바라지 못하는 것들을 그때는 꿈 꿀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지금 내 부족한 모습도 마냥 이렇게 그대로 있지는 않을거라는 생각.

    하지만 알고 있다.
    그저 시간이 흘러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님을.
    하루 하루 얼마나 더 열심히 노력하느냐에 따라, 나의 미래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니 그저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그 실현 가능성과 마찬가지로 허황된 이야기.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바람이라는건 그 가능성과는 관계 없는 것일 뿐이다.
    더구나 바람이라는 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것일 수 밖에 없다.
    이미 가지고 있는 거라면 그건 더 이상 바람이 아니라 현실이지.


    나는 참 미숙하다.
    서투르다.
    무엇보다도 소심하다 - 인정하기 싫지만.
    안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 포기하면 편하다.
    어느 것 하나 포기하고 싶지 않은, 하지만 내 살 깎기는 싫은.. 그런 이율배반이 나를 더욱 작게 만들곤 하는 것 같다.
    얻으려면 잃을 것이요, 잃으려면 얻는다는데.
    잃고 싶지 않으니 얻을 것도 없을 뿐, 다른 어떤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나이 서른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인생을 이리 몰라. 사람을 이리 몰라...


    한 주가 훌쩍 가 버리고 어느 덧 또 한 주의 시작.
    내일 출근하려면 잠을 청해야겠지.
    낮잠을 잔 덕에 잠이 오려나 모르겠지만.. 잔뜩 부르튼 입술 때문에라도 이제 그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어쩐지 아쉬운 것도 많고, 그리운 것도 많아진 밤이지만..
    눈 딱 감고 내일을 맞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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