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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轉六起...^^*Letter from Kunner 2003. 4. 14. 05:59오늘 드디어..
나는 운전면허 기능시험에 합격했어.
정말 길고 긴 여정이었지? 에휴. 너무 길었네.
1월에 면허학원 등록하고.. 정말 너무 오래 걸린거 있지 ^^;
백수때 면허를 따려고 했었다면..
오늘 떨어지면 당장 내일 응시하고.. 그러면 될 텐데..
이건 이번에 떨어지면 또 언제 시간이 날 지 모르는 상태다 보니..
5번이나 미끄러졌으니 워낙 많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지난 두 달간 단 한번도 주말에 시간이 나지 않았었던 것을 감안하면.. 정말 시간이 너무 없기도 했어.
어쨌거나.. 나는 드디어 기능시험을 붙고..
이제 도로주행만 합격하면 꿈에도 그리던 운전면허를 내 손에 넣게 되는거야...
그동안 말은 안 했지만 맘고생이 얼마나 심했던지..
오늘 합격통지를 받고서는 뛸 듯이 기뻐 이리저리 전화를 한거 있지. ^^
지금은 흥분이 다 가셨지만..
아까는 정말 너무 좋았었어. ^^*
5전 6기.. 주위 사람들은 정말 다들 너무 쉽게들 붙었다고 하는데..
나는 정말 어렵게 어렵게 따는 거 있지..
그래도.. 이젠 기능이라는 고비는 넘겼으니깐, 더 이상 거기에 연연해 하진 않을꺼야 ^^
어쨌거나.. 나는 기능을 합격하지 않았겠어?
너무 행복해~~~ 다들 즐거운 휴일이 되길 바랄께!
- 요 밑에서부턴.. 즐거운 분위기를 잠깐 낮추고..
잠시 심각한 모드로.. 안 그러면 나답지 않잖아..
그동안 시험을 치르게 되면서..
다섯번이라는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하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지.
원래 몸으로 하는 건 별로 자신이 없는 나지만..
운전면허 시험을 이렇게 어렵게 치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거든..
그간 시험장에만 들어서면 아득해 지는 나를 보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어. 여러가지 새로운 사실들도 알게 되었지.
단 한번도 눈 앞이 아득할 정도로 긴장해 본 적이 없고, 어떤 상대와 마주해도 내가 할 말은 다 할 수 있고, 내 인생 한 순간도 내가 아닌 적이 없다고 믿었던 나는..
적어도 긴장이라는 말은 내 사전에 없다고 믿어 왔어.
내가 누구인지도 모를 정도로 긴장해 일을 그르치는 나 보다는 냉정하게 나를 돌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했고, 실제로 어느 정도는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처음으로 엄청난 긴장감에 사로잡혀본 거 있지.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하지만 오늘 시험을 볼 땐, 그 전과는 전혀 달랐어.
안전벨트를 매고 운전대를 잡으며 평소와는 달리 아주 편안하고 긴장이 전혀 안 되는 것이..
그간의 나와는 너무 달라서.. 약간 얼떨떨할 정도였어.
혹시 그 이유가 오늘 친구와 같이 갔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어.
그 전까지는 늘 혼자 가다가.. 친구와 같이 가서, 그래서 긴장을 덜 하게 된 걸까?
그 전에는 코스를 돌며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를 정도로 긴장하곤 했던 내가
오늘은 시험장 바깥에 앉아 있는 친구를 찾아내 손을 흔들 정도의 여유까지 있었던거야..
이런 변화에 나 자신까지 깜짝 놀랄 정도로 말이지..
뭐든 혼자서는 잘 하지 못하는 걸까?
나를 봐주고 나를 격려해 주는 사람이 없다면 난 할 수 없는 걸까?
그러고 보니 혼자 있는 다는 것, 아무도 모르는 곳에 혼자 떨어져 있는 다는 일 자체를 두려워 하곤 하던 나를 깨달을 수 있게 된 거 있지.
강한 자아를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별로 그렇지 못했던 모양이야.
어쨌거나 면허를 따긴 했지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어 씁쓸해졌어.
아무 연고도 없던 서울에 올라 와서 지금까지 버텨 왔다고 생각했던 것도..
주위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며 간신히 버텨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정말 씁쓸해 지고 있는 거 있지.
고작 면허 시험 하나에 여기까지 생각의 비약이 이뤄지는 걸 보며 일견 우습기도 하지만 나에겐 중요한 의미를 가진 일이니깐..
결국 삶은 철저히 혼자라고 생각하면서도 내 자신은 늘 주위를 둘러 보고 있는 게 아닌가 말야..
어린 시절 즐겨 듣던 노래의 한 구절..
혼자 가기에는 너무나 멀어 언제나 누군가를 찾고 있지..
나폴레옹이 말했던 것처럼..
홀로 우뚝 선 인간이 되고 싶은 나는.. 오늘 또 한번 나의 부족함과 나약함에 대해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어..
내가 나약하고 모자란 사람이라는걸 깨닫고 인정한다는 것은, 젊은 나에겐 너무도 어려운 일이야.
그걸 깨달음으로 인생의 의미를 좀 더 깨닫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로써는 그리 달갑지 않은 사실 하나..
내가 그리 강하지 않다는 걸 새삼스레 또 한번 인정하게 되고 말았어..'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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