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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떠보는 일을 좋아하지 않아.
    Letter from Kunner 2006. 6. 12. 16:45

    나는 사람을 떠보는 일을 좋아하지 않아.
    남에게 그러는 것도 좋지 않은데, 대상이 나라면 더더욱 사절이야.

    줄 게 있으면 주면 그만이고, 받고 싶다면 달라 하면 그만.
    받고 싶은데도 그 말을 하지 못해 고개만 떨구는 일은 이것과는 다른 문제니 논외로 하고.

    어쩌면 내가 늘 부족함에 시달리는 일은, 이렇게 "현명하지 못해서" 일지 모르지만..
    속내 감춘 채 슬쩍 떠보고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입장을 바꾸는 일이 좋아 보이진 않아.
    결국 그건, 빠져 나갈 구멍 만들어 놓는 자기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
    혼자만의 일이야 아무 상관 없겠지만, 다른 사람과 관계 되는 일이라면 얘기가 다르니까...

    철없이 고고한 척 하는 거라 생각해도 별 수 없어.
    설령 내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해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
    다만, 그래야 한다고 믿고 언제고 그러고 싶은 맘은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확실히 해 두고 싶다.

    내키는 대로 말하고, 내키는 대로 행동하란 말이 아냐.
    상황에 따른 특수함을 이해 하지 못해서 하는 말도 아냐.
    어차피 떠본다라는 말은 그런 것과는 다른 의미를 갖고 있을테니까.


    언젠가, 나는 "거울"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한 적이 있었지.
    왼손을 들었는데 오른손을 들어 보이는 그런 뜻의 거울이 아니라,
    호의를 비추면 같이 호의를 비춰주고, 적대감을 비추면 똑같이 적대감을 비춰주는 그런 거울 말야.

    적대감에 대해서는 생각이 약간 달라졌지만, 호의에 대해서는 여전히 같은 생각이야.
    떠 볼 필요 없이, 원하면 그냥 달라고 하면 돼.

    이리저리 머리 굴리고 상황 살피는 쓸데 없는 에너지 소모.
    난 사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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