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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호형
    Letter from Kunner 2005. 12. 31. 09:43
    어제 성호형을 만났어.

    마지막으로 본게 3주쯤 됐으니.. 그리 오래 된 것도 아닌데..
    무척 오래간만에 본 것 같아 반갑다.
    하지만 매일 몇시간씩 전화를 붙잡고 있다 보니 했던 얘기가 또 나오고 또 나오고 또 나오고..
    아마 저 "또 나오고"를 스무번쯤 반복해야 맞을거다.
    "성호형은 어떤 얘기를 하느냐보다 대화를 한다는 그 자체를 더 좋아하는가보다" 하는 생각이 새삼스레 또 들었다.

    무척이나 외로움을 많이 타고 있을게다.
    혼자 자취하기 시작한지 이제 2년이 채 안 됐으니..
    이젠 적응이 될 법도 하겠지만, 그래도 외로움은 쉬 달래지지 않을거야.
    혼자 자취 하는게 얼마나 외로운 일인지 겪어 봤으니, 그 맘 모르지 않아.
    게다가 늘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성격의 소유자이니 오죽할까.
    종종 그의 전화 러시가 참 곤혹스럽지만.. 그래도 대개의 경우, 기쁘게 받아 주려 노력한다.


    원래 육식을 그리 즐기는 편이 아냐.
    하지만 고기를 싫어 하는 편도 아닌, 그냥 있으면 먹고 없으면 마는 정도?
    아니.. 고기를 많이 먹지 못하는 편이라는 말이 맞겠다.
    하지만 어제는 오랜만에 삼겹살을 배불리 먹었어.
    성호형과 마주 앉아 주절거리며 먹는 고기가 참 맛있더라.

    그와는 격의가 없어 좋다.
    권위적이지 않아 좋고, 소탈해 좋다.
    성향은 다르지만, 부정할 필요가 없어 좋다.
    아마 그도 내가 그래서 좋은 걸게다.

    그는 "좋은 사람" 이라 말하면, 알고 나면 나쁜 사람 하나 없노라 하는 대꾸를 듣기도 하지만..
    그는 좋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언젠가 그를 떠올리며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을 말한 적이 있다.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
    첫 효용은 +1, 그 다음은 +2, 그리고 그 다음은 +3, 그리고 그 다음부턴 다시 +2, +1, 0..
    그리고 이제 그 다음이 문제인데..
    이때부터는 -1, -2, -3이 되는거야.

    딱 0이 되기 전까지, 즉 총효용이 극대가 되는 점에서 끝나야 하는데..
    그는 그간 쌓은 총효용을 도로 0으로 만들어 내는 재주까지 같이 가지고 있는거야.
    그래서 나는, 그가 경제학을 좀 더 공부하기를 바래. 하하..


    새해엔 부디 그가 목표로 하는 일들이 모두 이루어 지기 바란다.
    그게 변리사가 됐던, 치과의가 됐던.. 뭐가 됐던 말이다.
    그래서 비아냥 섞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기 바란다.
    그러자면, 이제 공부를 좀 해 주셔야겠지?
    아마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거라 믿는다.
    그는 그런 성격의 사람이니까.

    그리고 우린, 살이 좀 쪄야해.
    내가 그를 볼 때 느끼는 연민 - 마른 사람을 봤을 때 느끼는 그 측은함 같은 것 말이다 - 을 누군가 나를 볼 때 똑같이 느끼고 있을거라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새해엔.. 더도 덜도 말고, 딱 5kg만 부탁해.


    문득, 이제 며칠 후면 성호형이 서른이 된다는 사실을 떠올랐다.
    우리가 처음 알게 됐을 때..
    나는 스물 둘, 그는 스물 다섯.

    지금 내 나이보다도 어린 나이였는데.. 이젠 서른이란다.
    참, 세월의 무상함이란...

    아주 가깝다 말하긴 어려워도 늘 가까운 거리에 있어 다행이다.
    햇수로 5년째, 앞으로 지난 시간만큼의 시간이..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이 흘러도 내내 즐겁고 편안한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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