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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tter from Kunner 2005. 12. 28. 08:30

    악재는 항상 겹쳐 오기 마련이지.
    어쩌면 평상시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도, 
    악재와 함께 하는 중에는 또 다른 악재로 인식하게 되는 지도 몰라.
    그래서 늘, 악재는 한번에 몰아 닥치는 것처럼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어.
    뭔가 일이 잘 풀리려 하면 그야말로 만사형통 - 술술 풀려 나가는 것처럼 말야.


    결국 세상사, 마음먹기 달린 일인지도 모르지.

    하도 흔한 얘기고 상투적인 얘기라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데..
    그 새삼스러운 얘기를 경구로 삼아야만 할 요즈음이야.


    실은 별 일 아닌 걸로 의기소침해 지는 일이 잦아 드는 것 같아.
    그렇게 별일 아닌 일에 과민한 나를 보면서 실망하고, 그런 내게 관대하지 못한 내가 또 실망스럽고..
    그런 우울한 일들이 문자 그대로 "악순환" 되는거야.


    요즘같이 기분이 우울해 질 때는..
    "제발 이 기분아 좀 나아져라" 하는 마음으로 발버둥 치기도 하고..
    "그래, 바닥을 치고나면 좋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우울의 나락에 몸을 맡기기도 하는데..

    요즘은 책과 영화를 보면서 기분이 바닥을 치고 올라가기를 기다리고 있어.
    두문불출. 
    잡생각을 떨쳐내려 낮 동안은 바짝 정신차려 일하고, 저녁 무렵부터는 영화와 책을 보는 일에 열중하고 있어.
    덕분에 요 며칠 본 영화가 일곱편에, 읽은 책은 세권이네.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또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난 후 잠을 자려 하는데, 내일은 기분이 좀 나아지려나?


    "내일은 오늘보다 좀 더 좋은 하루가 될게다. 우울한 기분은 딱 지금까지만이다."
    잠들기 전에 늘 이렇게 다짐하는데, 내일은 정말 주문이 효력을 발휘해 주려나?
    아직까진 별 효과가 없었거든. ^^


    연말이라 이것저것 신경 쓰이는 일도 많고.. 괜스레 공허해지고 내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해.
    돌아보면 참 많은 걸 다짐하고 참 많은 걸 보고, 듣고, 경험하고, 갖고 싶던 한 해였어.
    그 중 어떤 걸 이루지 못했는지 세는 것 보다, 어떤 걸 이뤘는지 세는 게 나을 듯 싶을 정도라면 올 한해 잘 보냈다는 소리 듣긴 힘들겠지?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보낸 한 해긴 해.
    만족할 만한 수확이 없는 건 누가 봐도 사실이지만, 결코 설렁설렁 한 해를 보내진 않았을거야.
    그 정도만도 올해는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해 주자고.

    물론, 나도 알아.
    사실 지금 시점에선 선방을 아무리 해도 부족하다는 걸 말야.
    맹렬히 공격을 퍼부어도 모자랄 판이라는 걸 말야.
    그러니 "나름대로 선방했다" 며 만족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

    하지만 그 와중에도 功은 功으로 過는 過로 해야지.
    왜 그것밖에 못 하느냐 욕 먹을 정도의 한 해는 아니었다는 것, 이 정도 칭찬은 내게도 해 주자.
    기분만 조금 나아지면, 그 어느 해 못지 않게 충실히 한 해를 마무리 할 수 있게 될 거야.
    이런 눅눅하다 못해 축축한 기분을 내년까지 끌고 가지는 말아야지.

    그저.. 너무 조바심내지 말자꾸나.
    하루가 걸리던 이틀이 걸리던 그런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니까.
    중심만 잃지 않으면 된다는 것,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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