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장Letter from Kunner 2005. 12. 22. 05:18
내가 종종 생각하는 건데 말야.
"성장한다"는 것, "자란다"는 것 말야.
이를테면 이런거야.
난 어렸을 때, 왼손으로 오른 손톱을 깎는게 참 어려웠어.
왼손으로 손톱깎기를 잡아야 하는데
힘이 모자라선지 손톱 깎는 일이 참 고역이었지
손가락 두개로는 턱도 없어서..
왼손으로 오른 손톱을 깎을 때는 손바닥으로 감싸쥐곤 했었어
그런데 그게.. 어느샌가 손가락 두개로 가능해 지더라..
양손바닥 겹쳐서 소리 내는거.. 알지?
난 어렸을 때 그거 하는 애들이 참 부러웠었어
난 그게 부러워서 연습도 많이 해 봤었어
근데 안 되더라.
그런데 신기하게 그것도 어느 순간에 되는거야.
그때 그런 생각을 했었어.
아마 내가 안 되던 때는.. 손바닥 크기가 모자랐던 걸까.. 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해 보자면, 치약 짜는 것.
어렸을 때 엄마가 그렇게 잔소리를 해도 치약을 끝에서부터 짜는 일은 참 힘들었어.
치약은 끝에서부터 짜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도
도무지 힘이 모자라서 치약 끝부터 짜는게 너무 힘들었었어.
한 손으로 치약을 밀어 내는 일은 어린 내겐 버거웠으니..
치솔을 손에 든채로, 두 손으로 치약을 잡고 치솔 끝에 조준해 치약을 밀어 내야 하는데..
그게 너무 어려웠지 뭐야.
그래서 한손은 치솔, 다른 한 손은 치약의 두툼한 부분을 쥐곤 했던 기억이 나.
근데 그게.. 어느 순간부터는 한 손으로 치약이 짜지고, 그렇게 되더라
별거 아니지만..
그런 것.. 그런 별것 아닌 것들을 보면서
성장한다는 건 이런걸까.. 싶어여기엔 두가지의 생각이 뒤따라.
하나는, 하고 싶어도.. 또는 노력해도 그 당시에는 얻을 수 없는 것, 시간이 좀 필요한 것이 있을 수 있다라는 것.
또 다른 하나는, 혹시 이건 외적인 성장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냐 하는 것.
하지만 한번 더 생각하면 내적인 성장이란 것도..
그러니까,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불만, 두려움.. 뭐 이런 것들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그에 상응하는 물리적 시간 - 성장할 수 있는 - 도 필요하지 않는가 하는 것 말이지.
물론, 그냥 세월아.. 네월아.. 하는 걸 얘기하는 건 아냐.
왼손으로 오른 손톱을 깎기 위해, 지낸 날수 만큼.. 나는 손톱을 깎았을 테니까.
손바닥을 겹쳐 소리를 내기 위해, 손이 커지는 동안 수없이 소리를 내려 노력했었을테니까.
치약을 바르게 짜내기위해 매일 몇번씩 치솔에 치약을 갖다 댔을 테니까...'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쇼핑을 하다. (0) 2005.12.22 축복 (0) 2005.12.22 하지만 (0) 2005.12.15 어지럼증 (0) 2005.12.15 대청소의 날, 그 외. (0) 2005.12.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