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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톱처럼..
    Letter from Kunner 2004. 12. 21. 15:57
    내 손톱은 참 못 생겼다.
    원래 그렇게 생겨 먹었는지, 아니면 내가 손톱을 예쁘게 깎는 법을 몰라서
    뭉뚝하게 깎다 보니 그렇게 못 생기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 손톱은 내가 봐도 참 한심할 정도로 못 생겼다.

    오늘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 말고 손톱을 깎았다.
    분명 얼마 전에 깎은 것 같은데 어느 틈에 잔뜩 길어져 지저분해져 있네.
    손톱을 깎다가 문득..
    이렇게 매일 조금씩 자라나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틈에 이만큼 길어져 있는 손톱.
    깎아도 깎아도 또 자라나 있는 이 손톱.

    불현듯 우리네 삶에도 이 손톱 자라는 듯 한 에너지가 있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제 아무리 사는게 힘들어도..
    당시엔 죽을 것 같아, 아프고 힘들어 숨 쉬는 것도 못 할 것 같아도..
    어느 틈에 보면 또 한 발 한 발 발을 내디디고 있었으니, 아무래도 우리네 삶을 지탱하는 에너지도 손톱 자라듯 하나보다.
    삶과 죽음이야 인력으로 되는 게 아니니 말 할 것 없고,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런 가보다.
    그런가보다..

    "참 질긴 생이다" 싶은데,
    돌아 보면 그때마다 다시 일어서 걸을 수 있는,
    다시 살아 갈 만큼의 에너지가 마치 손톱처럼 돋아 나고 있었나보다.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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