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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라톤
    Letter from Kunner 2004. 12. 5. 03:22
    나는 긴 마라톤을 준비하고 있어.
    이 레이스는 결코 짧은 시간에 끝나지 않아, 42.195km 따위와는 비교할 수 조차 없을지 몰라.

    활활 타오르다 제풀에 지쳐 덩그러니 흉측한 재만 남기고 타 버리는 일이 없도록.
    그렇다고 뜨듯미지근하여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하는 일은 없도록.
    긴 이정에 맞는 적절한 안배로 늘 한결같음을 유지하도록,
    나는 바라고 또 바라고 있어.

    나는 아직 턱도 없어서 감히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을
    나도 모르게 실토하고 말았던 것.
    한편으론 너무 즐겁고 유쾌하지만 한편으론 또 그만큼의 걱정이 되어 나를 짓누르고 있어.

    늘 지금만 같으면 오죽이나 좋으련만...
    사람 사는 인생살이 그렇지 않음은 너도 나도 다 아는 주지의 사실이니까.
    유쾌한 영화같지 않은 험난한 인생의 질곡.
    그 많은 사연, 그 많은 일들을 어떻게 참고 넘어야 할 지 막막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닐거야.

    2인 3각이란 건, 원래가 혼자 잘 해서 되는게 아닐게다.
    때로 혼자 걷는 일이 더 편하다 생각 되더라도,
    성에 안 차도 호흡을 고르고 차츰 디디다 보면 어느새 멀리 고지가 보일테지.
    내가 잘 걷지 못 해도, 발목을 같이 동여 맨 그를 의지해 걷게 될 때도 있을 듯.
    그렇지만 이내 추스려 지친 그를 위해 좀 더 힘을 낼 수 있는 강한 내가 되기를.

    그렇게 우리네 사는 일도 하나씩 하나씩 차근 차근 넘기다 보면,
    언젠가는 그토록 바라마지 않는 저 너머 행복이 손에 잡힐 지 몰라.


    어서 Great한 모습을 회복해야 할텐데,
    나는 잠시 움추려 있어.
    오지도 않은 내일이며 시작도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란 그저 바람결에 날려도 아깝지 않을 것인데..

    나는, 오늘 밤만 이렇게.
    꼭 오늘 밤만 이렇게 안타까워 하고 답답해 하자.
    해가 뜨는 아침이면 샘솟는 알 수 없는 힘에 외려 당황해 할 준비를 하자.

    비록 지난 삶의 무게가 어께를 짓누르고 있더라도,
    그래서 이젠 달갑지 않은 걱정이 먼저 찾아 오는게 현실이라도..
    늘 꿈을 꾸며 살아가자.

    자, 이제 이 장대한 레이스에 발을 내딛자.
    이미 돌아감은 헛되다.
    하지만 너무 급작스레 달리지는 말자.
    오버페이스로 가기도 전에 퍼져 버릴까 두려우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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