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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 많이 쓰네..Letter from Kunner 2004. 7. 2. 00:28뭔가 또 고민이 있단 뜻인가?
최근들어 글 쓰는 회수가 무척 잦아지고 있다.
어렸을 적 일기를 봐도.. 여기 건너닷컴에 글을 남기는 걸 봐도..
즐거운 일들보단 뭔가 어려운 일이 있거나 고민이 있거나..
슬럼프에 빠졌을 때 글을 더 많이 쓰게 되던데 말야.
그냥 좀 울적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인데, 그래서 그런가?
즐겁다가도, 울컥 하고 뭔가 치미는게 있어.
기분 좋은 일들이 생겨 함박 웃다가도 급격하게 기분이 다운 되곤 해.
감정의 기복이 심해 하루에도 몇번이나 지옥과 천당을 오가고 있지.
장마가 와서 그럴까. 하지만 비도 별로 안 오는걸.. ^^;
긴 시간을 두고 진행되는 나의 우울증, 내지는 애정결핍이 틀림없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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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누군가를 내 생활, 내 삶의 일부로 맞는다는 일이 점점 버겁게 느껴져.
차라리 혼자라서 참 편하다는 생각이 종종 드는 걸 보면, 나는 지독히도 고독한 인간인가 보다.
"만남의 기쁨도 헤어짐의 슬픔도 긴 시간을 스쳐가는 순간인것을.." 하는 오랜 노래가 있지.
만남의 기쁨, 헤어짐의 슬픔.
사람이 간사해서 기쁜 일보단 슬픈일을 더 많이 기억한다지?
행복한 순간은 쉬 잊혀 진다지...?
그래서일까, 나 역시 그간 많은 순간 만남의 기쁨을 가졌을텐데도,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생각은 헤어짐에 대한 슬픔. 그 두려움..
분명 그 많은 슬픔의 수 만큼이나 많은 기쁨을 맛봤을텐데도 불구하고 말야.
다시 누군갈 받아 들이더라도 언젠가는 헤어져야 하는 인생의 딜레마. 그 두려움..
그게 꼭 연인이 아니더라도..
살아가며 만나고 헤어지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
가족, 친구, 직장동료, 그리고 많은 사람들..
그 만남과 헤어짐 속에 회를 거듭할 수록 나는 더욱 몸을 움추리고 있는건 아닌가 모르겠다.
해를 더할 수록, 그 과정들을 반복할 수록..
노하우가 쌓여가야 할텐데 나는 어째서 늘 그 시작이 두려운걸까.
마치 사회에 갓 나온 사회초년생처럼..
마치 전학간 학교를 등교하는 첫날의 어린 나처럼..
익숙한 사람들과의 관계들도 문득 생각하면 참 낯설고 무척 어렵다.
남의 눈치 따위 보고 싶지 않지만,
아주 가끔씩은, 그네들의 비친 내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고 참 두려워 질 때가 있다.
남의 눈치 따위 보고 싶지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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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회사 누나와 동생과 COEX몰에 갔었다.
퇴근하고 났는데 스파게티가 갑자기 땡기더란 말이지.
COEX는 사람 참 많더군.
대학생들이 방학이라 그런가.. 참 사람 많더라고.
맛있게 밥을 먹고 혹 영화 볼 수 있을까 해서 메가박스에 갔다가 시간이 안 맞아서 그냥 나왔어.
전철을 타러 나오는 길에 벤치에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길 했었지.
그러다 누나가 친동생 얘길 잠깐 하는데..
능력도 비전도 없어서 참 좋은 여자친구와 헤어지려 한다고 하더군.
"열심히 노력해, 좀 더 좋은 모습이 되어 만나더라도, 지금은 아니다."
차라리 그 여자친구는 누나동생이 자기를 잡아 주길 원한다고 하더라.
"내가 지금은 비록 이렇지만, 네가 믿고 기다려 주면 꼭 좋은 모습이 되마." 하며 말이지.
제 3자인 내가 생각할 땐 그게 맞는데 말야.
좋은 사람이라면 결코 놓치면 안 될테니까 자신 있다면
훗날의 행복을 위해 잠시간의 고통, 그네들의 사랑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세상 일 뜻대로 되지만은 않아서 설령 그 고통의 시간이 길 수도, 또 좌절해 넘어 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것들마저 사랑의 하나, 긴 인생의 하나.
남자의 자존심인가, 사랑하는 이에 대한 배려인가.
유쾌하던 기분에 찬물을 끼얹어 버리는 얘기들이었어.
어쩜 내가 생각하는 바로 그 문제들이 아닌가.
아니, 나와는 조금 다른가?
다르다. 난 아직 시작도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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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지나고, 저 얘기들을 다 까먹고..
오늘 직장 동료와 집에 오는 전철안에서 이런 저런 얘길 하다가.
"
지금의 난, 누군갈 만나고 사랑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난, 지금의 모습으론 누구도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없어.
그간 내가 진 많은 죄들 가운데 하나를 더 늘릴 뿐일지도 몰라.
그렇다면 시작하더라도 불행할 수 밖에 없고, 곧 헤어질 수 밖에 없을지 몰라.
무엇보다 난.. 다시 헤어지는 것이 두려워.
"
라고 말하고 있는 나를 보았어.
과연, 나는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걸까?
그저 자기위안을 삼고, 그렇게 살자고 다짐하고픈 걸까.
혼자 보낸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젠 내가 원래 이런 생각을 했었는지 아니면 이런 생각이 그간 해 왔던 자기암시와 세뇌의 결과인가 헷갈릴 때가 있어.
나는 잘 모르겠다. 뭘 어떻게 하는게 잘 하는 것인지를.
아주 적당하고 좋은 사람 있다면, 나의 길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기꺼이 나와 함께 그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 만나게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 있겠냐만..
그런 사람 만나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시행착오, 그마저도 나는 사양하고 싶다.
사람 만나는게 이렇게 두려워서야...'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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