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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어간다.Letter from Kunner 2003. 12. 30. 16:152003년이 저물고 있어.
오늘은 30일, 이제 하룻밤을 더 자고 나면 더는 2003년을 살아갈 수 없다.
병특 2년차는 시간이 빨리 간다던가?
정말 그런 것 같아.
올 한 해는 정말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빨리 가 버렸어.
이렇게 한 살 더 먹고 나면, 나도 24이 되고(얼마전부터 만나이를 따지기로 했다. 세계화를 실천하자...--;)
그렇게 병특 말년차가 되는구나.
그럼 이 지리한 생활도 안녕을 고하게 되는 겐가..
올 초에 한 해를 시작하며 세운 여러가지 계획들, 그리고 목표들..
과연 나는 얼마나 충실히 한 해를 살아 왔는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는 점을 제외하곤 1년이란 시간동안 나를 둘러싼 환경이 뭔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단 말이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올 한 해를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하고 싶어.
불만스런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만족스런 것 역시 그만큼 많은 한 해였어.
돌이켜 보면 고마운 일들 많고, 즐거운 일들 많고..
하루하루 살아갈 땐 모르고 지나치지만, 이렇게 뒤돌아 보면 정말 고마운 한 해였다.
미루고 미루던 운전면허도 땄고, 좋은 친구도 사귀게 되고..
퇴짜도 맞아 보고, 공부도 해 보고..
뭐 결과도 좋았다면 더할 나위없이 만족스런 한 해가 되었겠지만..
아쉽게도 좋은 결과까지는 아직 무리였던가봐.
그래도.. 올 한 해는 여느 해보다 좋은 한 해다.
지난 1월 신년인사를 하며, 올 한 해엔 다른 무엇보다..
나의 신념대로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했었지.
내가 믿는 것, 내가 옳다고 여기는 것, 내가 지켜야 한다고 믿는 도리들..
그런 것들과 내 행동을 일치시키고자 했었어.
물론, 난 성인공자가 아닌지라 때론 내 모습에 실망도 하고 씁쓸한 아쉬움 지울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그를 위한 나의 노력들, 난 칭찬해 주고 싶다.
자화자찬이야.. 낮뜨거운 일이다만 그만큼 올 한해의 내가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삶의 계획을 세우게 됐다는 것, 회사 일 뿐 아니라 내 스스로의 미래를 위해 할 일을 만들었단 것..
그렇게 집중할 뭔가가 생겼다는 것이 나를 기쁘고 들뜨게 해.
생물학적인 의미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내 미래를 위해, 가족, 친구를 비롯한 내 주위 사람들을 위해 내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나를 즐겁게 해.
그만큼 노력해야 하고, 그만큼 어려운 일들이 많겠지만..
그렇지 않고 그저 숨쉬고 있을 뿐이라는 것만큼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난 행복한 사람이야..
그동안 나에 대한 글을 쓰며, 한 번도 만족스러웠던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어쩐일로 이렇게 점수를 후하게 주는지 모르겠어.
해를 마무리하며 쓴 글엔 모두 후회, 한숨이 가득하기만 했는데..
올 해의 글엔 왜 이리 자찬만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그 모호함마저 묘한 행복감으로 젖고 있는..
난 너무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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