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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tter from Kunner 2003. 12. 17. 11:36
    어제는 오랜만에 회사에서 회식을 했었어.
    가뜩이나 몇 사람 안 되는 회사인데, 최근에 몇명이 퇴사를 해서 7명 밖에 안 되는 우리 회사..
    그마저도 한 명은 약속있어서 가 버리고 6명이서 회식을 했어.

    원래 간단히 저녁만 먹고 바이바이할 예정이었는데, 술이 한잔 들어가더니 회식자리로 변하더군.
    오래간만에 즐겁게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

    덕분에 집에 가는 막차가 끊겨 회사 형네 집에서 하루 신세를 져야 했지.
    외박이란 역시나 좋지 않아.. 몸도 찌뿌둥하고 옷 갈아 입고 싶은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집에서 출근한게 아니다 보니 평소완 다른 코스로 출근길에 올랐는데..
    그 코스가 예전에.. 아주 예전에 익숙해 있던 그 코스였어.

    왕십리 - 한양대 - 뚝섬 - 성수...
    인천으로 이사간 뒤로는 늘 건대입구에서 7호선을 타다보니 성수 - 뚝섬 등지로 가는 일이 극히 없었는데.. 오늘은 참 오랜만에 그 길을 지난거야.

    처음 서울로 올라와서 인천으로 이사하기 까지 늘 다니던 길..

    그 짧은 출근길에.. 예전의 추억에 흠뻑 빠져든 날 꺼내느라 많이 힘들었어.

    지나간 시간을 늘 그리운걸까...
    내 20대 초반.. 그 대부분을 보낸 그 동네가 갑자기 무척 그리웠다.
    지금은 어느 하나 반겨 줄 사람 없고, 어디도 날 반겨줄 장소 하나 없는 곳이지만 말야.
    하하... 그렇게 생각하니 참 서글픈거 있지.
    서울이란 동네, 참 무섭단 생각이 들어.
    그 기억들, 그 추억들은 모두 나만의 것이라 생각하니...
    그렇게 잊고 묻어 버려야 할 것이라 생각하니 말이지.. 하하...

    그 시절의 나는, 과연 행복했을까?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아침 바람이 매서워서였을까, 외박의 후유증일까..
    아니면 한양대의 추억 때문일까...

    나를 현실로 끌어 올리기가 퍽이나 힘겨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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