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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우울하지 않아..
    Letter from Kunner 2003. 10. 6. 04:50
    어제는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혜숙이가 전활 해서는 왜 그리 우울하냐고 물었지.

    음.. 그렇게 보였나?
    전화로도 이미 말했었지만.. 난 우울하지 않아.
    사람 사는 일이 자기 맘처럼 되는게 아닌지라.. 때로는 속상할 때도 있고 때로는 깊이 좌절할 때도 있지만..
    그런게 다 사람 사는 것이려니..
    나는 우울하지 않아.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닌 일들인데도.. 그래서 늘 웃을 수 밖에 없는 삶인데도..
    막상 고민거리가 등장하면 세상 다 접을 듯이 심각해 지곤 하지.

    내가 아마 또 그러고 있던 것은 아니었는지 문득 돌아보게 됐어.

    글쎄.. 최근의 글을 보면 우울하다고 할만한 기색은 보이질 않는걸?
    아마도 네 사진 올려 놓은 글을 보고 한 말 - "오늘은 심각해지기 싫다"는 그 말 때문일까?

    그 글 보고 있을 땐 남들 다 노는 주말에.. 그리고 샌드위치 휴일이 끼어 주5일 근무인 우리 회사엔 황금연휴가 되는 이번 주말에 출근하려다 보니 가뜩이나 무거워진 기분이었어.
    사무실에서 산더미 같은 일거리를 받아 들곤 망연한 참이었지.
    그런데 심각해지기까지 하면 내가 어떻게 견딜 수 있겠어..
    어차피 해야 할 일.. 조금이라도 즐겁게 하려는 자구책이었지 뭐.

    잔뜩 힘주고 쓴 글에 보조 못 맞춰서 미안하다. 하하.. ^^;

    "왜 그렇게 우울해?" 하는 말에..
    실은 뜨끔했다. ^^

    지금 우울한건가? 하는 생각 때문에 말야.
    네 말을 듣고 보니 갑자기 우울해지기도 하는 것 같고.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는 고민거리들..
    툭툭 털어 버려야 좋을 그 고민거리들을 또 다시 잔뜩 부여잡고 있는거 아닌가..

    하지만 나는.. 우울하지 않아. 우울하지 않을래.

    종종.. 별것도 아닌 일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해서 거기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어.
    다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그런 경험은 갖고 있겠지만..
    고민이 고민을 낳고, 또 그 고민이 고민을 낳고..
    말로만 생각으로만 하룻밤에도 만리장성을 수십개씩 쌓고 허물지.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고민하는 걸 즐기는 경향이 있는 난 그 고민들이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곤 했어.
    아니, 어쩌면 지금도 그러고 있는지 모르지.
    죽을 때까지 이 악순환이 반복될런지도 모르고. 하하..

    한참 글을 쓰다 의식을 차려 보니..
    또 고민을 위한 고민을 써내려가는 나를 보곤 깜짝 놀라 다 지워 버렸다. 하하..

    난 우울하지 않아... 우울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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