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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완연한 가을이구나..Letter from Kunner 2003. 9. 15. 17:24아침에 알람소리에 잠을 깨곤 흠칫.. 놀라 버렸어.
간밤에 좀 덥길래 옷가지를 벗어 던지고 잤는데, 아침 공기가 어찌나 쌀쌀하던지..
이제 정말 가을이구나.. 하는 생각에 절로 고개를 젓게 되더라고..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여름이 훌쩍 가고.. 가을이 와 버렸어.
오늘은 어제와 크게 다를게 없는 것 같고, 내일 역시 오늘과 별로 다를게 없을 듯 한데도 말야.
그러고 보니 얼마 전까지 찬물로 씻곤 했는데 이젠 약간 미지근한 물로 씻게 됐지.
시간이란 참.. 위대한 자연의 섭리란 말이지..
사람이 인지하든, 그렇지 않든 묵묵히 흘러가고 저만의 법칙을 강요하니까..
누구도 그 법칙을 피해갈 수 없다는 건.. 더욱 위대하지 않은가..
아무튼.. 또 새삼 다 아는 얘기 주절주절 하며 폼 잡고 있다..
이해해.. 이것도 병이야 병.. 에구..
오늘 아침 신문을 보는데..
신문에 책 소개 하는 컬럼이 있었는데, 인상 깊은 내용이 있어서 정확히 옮길 수는 없지만 대충 기억나는 대로 써 볼께.
책의 제목은 "2막" 이야.
여기서 2막이라는 건..
현재 살고 있는 불만과 모순의 현실이 1막이라면, 앞으로 다가올 남은 시간들은 그저 남은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내가 되어 살아야 할 2막 이라는 얘기지.
"지난 시간에 후회하고,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그때로 되돌아 간다면.."
하는 그런 어리석은 자기학대는 그만 두고, 다시 태어났을 때 하고 싶은, 그리고 예전의 그때로 되돌아가서 하고 싶은 그 일을 앞으로 다가 올 시간, 즉 2막에서 해 보라는..
그리고 그런 2막을 올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런 얘기를 다룬 것 이라고 하는 군..
물론.. 거의 대다수의 에세이들이 그렇듯..
지극히 당연하고 뻔한 얘기.. 몰라서 못 하는게 아니라 하지 않아서 못하는 것들에 대한 얘기일거야.
하지만 그렇게 당연하고 뻔하기 때문에 더욱 더 공감가는 것이 아닐까.
아니, 아직 내가 저 책을 읽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는 건 무리고..
다만, 신문 기사에 나와 있던 몇 토막의 얘기가.. 가슴속을 깊이 파고 들었지.
"지난 시간에 후회하고..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그때로 되돌아 간다면..."
이거 완전.. 내 모습이잖아..
이 게시판에 있는 내가 쓴 많은 글들 중에.. 8할 이상은 저런 글이 주류일거야.
보기만 해도 한숨 푹푹 나는.. 정말 쉰내나는 글들이지.
물론 누구나 지나간 시간에 후회를 하는 건 어느 정도 당연하겠지만 이런 종류의 생각 끝에는 항상 자신만을 떠올리는 이기적인 인간의 특성 상..
나는 저 글귀가 완전 나를 향해 하는 말로 보이더라구..
그 기분이란 참..
그리고 한편으론 약간은 즐겁기도 했어.
"나는 이미 2막을 준비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뿌듯함이랄까.. 대견함이랄까..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와는 달리 후회만 하고 있진 않노라고, 또 앞으로도 그렇지 않겠노라고..
그런 생각이 막 들면서.. 참 기분이 좋기도 했어.
글귀를 본 순간 모골이 송연해 지는 것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정곡이 찔렸으면서도..
한편으론 즐거운 맘이 들다니.. 모순이지.
하루하루가 가고.. 시간이 지나가고..
나이를 먹어 가고.. 기억의 무게가 더해갈 수록, 나는 점점 조급해져만 갔던게 아닐까?
아직 늦지 않았는데..
아직까지 못 했던 걸 앞으로 하면 되는데 말야.
그 간단한걸 모르고 문 앞에서 빙빙 돌고 있었지.
이제 문만 열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리는데..
하지만.. 나 그래도 예전과는 약간은 달라졌을거야.
나의 2막.. 그게 절망과 후회의 불행한 2막이 될지, 기쁨과 만족, 행복한 2막이 될런지는..
지금 이 순간에 달렸겠지.
그리고, 그 2막 이면에는 또 다른 3막, 4막이 존재하겠지.
나는 인생엔 기회가 몇번 오지 않는다고 믿었고, 그 기회들에서 만족할 성과를 얻어 내지 못하면 도태되고 낙오자가 될거라고 생각했었던 때가 있었어.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물론, 그 기회를 놓침으로서 나는 많은 것들을 잃었겠지만..
아니, 그렇게 보였겠지만..
내게는 또 다른 기회가 왔고, 앞으로도 많은 기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거야.
기사에 이런 말이 있더군.
"인생은 한 번. 기회는 무한대!"
아.. 정말 Great 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자, 이제 스스로에게 캠페인 스타일의 말을 한마디씩 던져 보는게 어때?
그리고 여태껏 그랬던 것처럼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거야. ^^*'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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