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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22일
    Letter from Kunner 2006. 5. 2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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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2일.
    따로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아닌데 어쩐지 잊혀지지 않는 날짜.
    이제는 내게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1년 중 하루에 지나지 않는데도.. 
    매년 5월 22일이 가까오면 기억은 어김없이 나를 오래 전 그날로 되돌려 놓는다.


    #
    그리 길지 않아도 좋으니, 잠시만 그대로 있고 싶었어.
    무책임한 시간과 그보다 더 무책임한 나의 과거를 잠시 잊고 싶었어.
    찰나에 불과했지만, 희열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던 그 순간.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더 우습겠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다만, 그리 길지 않아도 좋으니 잠시만 그대로 있고 싶었어.
    그마저도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서야 뇌까려본다.
    시간아, 잠시 멈추었다 가도 좋지 않으냐.


    ##
    기억과 현실의 거리란 과연 얼만큼인지.
    환상은 깨어지기 마련이고, 눈을 들면 현실은 여전히 냉혹하기만 하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고 구태여 돌려 낼 가치가 없는 결말인데도..
    종종 왜곡을 특기로 하는 나의 기억이란, 무가치한 것을 가치있게 하고 불필요한 것을 갈구하게도 한다.
    문제는, 그게 나만의 경우일 뿐이라는 것.


    ###
    자못, 모든 일에는 대가가 있기 마련이다.
    신중함에 아쉬움이란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반대의 경우, 나는 어떤 대가를 지불해야 했을까?
    그 기회비용을 따졌을 때, 과연 나는 현명했던 것일까?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이것만은 확실하다.
    欲("하고자할" 욕 으로 읽곤 하는) - 나는 그 대가를 지불하고 싶지 않다.
    수백번을 아쉬워 해야 하더라도, 나는 더 이상 부끄러워 지고 싶지 않다.

    그러니 후회 따위, 더 하지 않아도 좋아.



    -
    2월 29일이 아닌 이상, 해마다 어김없이 5월 22일은 찾아 올 것이다.
    그리고 일년에 하루 쯤은, 감상에 빠져 보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이 아닐 것이다.
    비록 그것이 현실과 관계없는 fantasy 라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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