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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가계부Letter from Kunner 2006. 5. 2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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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 쓰기란 참으로 즐겁다.
아.. 나는 정녕 주부가 되어 가고 있는가 보다. 푸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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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가계부를 쓰는데 열심이야.
워낙에 귀찮은 걸 싫어하는 나는, 무언갈 적어 놓는다거나 하는 일은 무척 취약해.
학교 다닐 때 필기 같은 건 해 본 적도 없고..(안 하면 맞아 죽을지 모르는 경우 제외 -ㅅ-)
메모 같은 것도 특별히 해 본 적이 없는 듯 해.
이제 생각하면 다 웃기는 얘기지만,
어렸을 땐 듣는 대로 외워 버리면 되는 걸 뭐하러 시간 낭비하며 적고 그러느냐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보니 적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고,
이젠 무언가 기억할 만한 것들을 적지 않아 후회할 일이 많아져 버렸네.
그런 내가, 가계부 쓰는 데 재미가 들렸다면.. 믿을 수 있을까.
가계부를 적자고 마음 먹은 건 작년부터 였는데..
돈이란 것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간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어.
내가 과연 어디에 얼마를 쓰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더라고.
분명 대단한 것에 돈을 쓰지는 않은 것 같은데.. 따져보면 이상하게 돈을 많이 쓰곤 해서..
무엇이 문제인가 생각하게 됐던거지.
처음에는 엑셀로 간단한 가계부 프로그램을 만들어 입력하고는 했었는데 어쩐지 엑셀로는 한 눈에 보기가 어렵고..
웹 프로그램으로 하나 만들어 버릴까 싶은데, 막상 만들려니 너무 귀찮더라고.
인터넷에서 가계부 관련 프로그램을 뒤지고 뒤지다..
지난 달, 딱 내가 필요한 수준의 무료 가계부를 건져 들게 됐어.
조악한 디자인에 그야말로 취약한 기능.
하지만 출납 상황과 수입/지출 항목 통계 정도만 있으면 OK 니, 간단한 인터페이스에 별 다섯개 날려줬지.
그렇게 가계부 쓰는 일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매일 매일 가계부 쓰는 재미로 시간을 보내고 있어 ^^;
그리고 지난 두달 동안의 나의 수입/지출 내역을 꼼꼼히 분석해 본 결과..
나의 문제점을 잘 알 수 있었어.
먼저 수입에 있어서 나의 문제.
철저히 노동력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
전체 수입의 대부분을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다보니..
"당장 내가 어떻게 된다면", 또는 "일의 수주에 차질을 빚게 된다면" 등의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더라고.
이거야 뭐.. 딱히 가계부를 써보지 않아도 당연히 알 수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가계부를 쓰면서 더 잘 알게 됐다고 하면 좋을까?
이건 당장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시간을 두고 오래 고민해 봐야 할 이야기겠지만..
인생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내겐 수입의 다각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지출에 있어서의 문제.
그건 바로, 계획된 소비보다 예기치 못한 소비가 훨씬 많다는 것!
다시 말해 돈을 계획적으로 쓰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써 버린다는데 문제가 있던 것이다.
수입의 일정액을 좀 과하다 싶게 저축한 후, 주머니에 현금을 좀 덜 가지고 다니면 좋아질까?
아니면 지난 해 반으로 잘려 나갔던 신용카드 처럼, 그나마 있는 체크카드도 잘라 버려야 할까?
분명 신용카드를 잘라낸 덕에 그나마 나아지긴 했지만, 뭔가 변화를 주지 않아선 곤란해.
이번 달 통계를 면밀히 분석해 다음 달의 지출 통계가 이번의 그것과는 좀 다른 모습이 되도록 노력 해야겠어.
불과 1년 전만 해도 생각도 못하던 가계부 쓰기, 그리고 수입/지출 통제.
어렸을 때 부모님이 용돈 기입장 쓰라고 그렇게 종용했어도 한번도 쓰지 않았었는데..
역시 "필요"는 모든 걸 가능하게 한다.'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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