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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심, 나약 건너.. 그리고 짝사랑
    Letter from Kunner 2003. 2. 22. 11:30
    대구 지하철 참사도 있고.. 개인적인 일들도 많고..
    게시판에 글 쓸 거리가 참 많은데도.. 요즘은 왠지 글을 쓰기가 싫어 안 쓰고 있었어.

    특히 대구 지하철 참사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하고 싶지가 않다..
    너무 충격이 심해서일까.. 기껏해야 신문에서 읊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바엔..
    나의 생각이 완전히 정리 될 때 까지 쓰지 않고.. 말하지 않고.. 그래야겠지..

    요즘은.. 딴 건 몰라도 나의 소심함과 나약함.. 을 확인하는 하루하루가 아닐까?
    그리고 못난 나의 모습을 점점 더 확연히 볼 수 있는.. 그런 나날들이야.. 요즘은..

    예전에.. 아주 오래 전에..
    아주 오래전? 아주 오래는 아니고.. 강산이 반쯤 변하기 전에..
    나를 참 오랫동안 힘들게 하던 사람이 있었어.
    나 참.. 지금 생각하면 우습고 창피한 일들도 많은데.. 여하튼 그런 사람이 있었어.
    그 사람을 떠나 보낸 이후로.. 내게 있어 이성이란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었고
    어떤 이성도 그렇게 소중하지 않고.. 그저 유희의 대상에 지나지 않았었지.

    그땐 정말 나쁜 짓도 많이 했는데.. 정말 평생 씻지 못할 죄도 좀 짓고..
    나쁜 놈이지 뭐..
    그러다 내가.. 퍼뜩 정신을 차려 보니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게 시간도 많이 지났고..
    나도, 내 주위도 많이 변해 있고.. 그러더라구..
    그 다음에 만난 사람과 나눈 나의 모든 행동, 말들은 사실 지난 시간의 죄갚음이라 생각했었던 것 같아.
    원래의 나와는 달리.. 이게 다 지난 날의 죄 갚음이려니.. 하며 그랬던 것 같아.
    근데 그거 못 할 짓이더라구..
    의무감과 책임감.. 그리고 죄책감 속에 나를 채찍질 하다 보니..
    내가 먼저 지쳐 버린게지..

    결국 안 하느니만 못 한 일들만 잔뜩 벌려 놓고..
    나는 또 혼자가 되어 버렸지.
    차라리 지금이 훨씬 편하고 좋은 건 사실이고.
    또 죄가 얼마간 쌓였겠지만.. 그걸 그렇게 보상하고자 하는 생각은..
    앞으로도 그런 바보 같은 마음으로 사람을 대할 생각은 전혀 없어.
    지난 날의 죄 갚음? 아직 확실한 방법을 찾진 못 했지만 그건 이런 방식으로 할 건 아니겠더라구..
    오히려 또 다른 죄를 낳을 뿐이지..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나는 누군가를 좋아해선 안 될 것 같아.
    솔직히 가만 생각해 봐도.. 지금 내 상황에서 그런 거에 신경쓸 겨를 도 없고 말야..
    또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썩 잘 해 줄 수 있을 것 같진 않아..
    나란 놈이 하는게 다 그렇지 뭐..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안다고.. 내가 뭘 알겠어.

    근데도 사람 맘이란게 어쩔 수 없어서..
    자꾸 맘 한 구석을 찌르고 들어 오는.. 그래.. 정말 찌르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어.
    찌른다는 말.. 그래.. 이건 비집고 들어 오는 수준이 아니라 찌르고 들어오는 수준이지.
    근데 여기서.. 참 안타까운 사실은, 상대가 나를 향해 찌르는 것이 아니라 나 혼자 나를 찌르는..
    그래 쉽게 말해 짝사랑이지.. 푸하..
    내가 짝사랑을 해 본게 얼마만이야..

    내 생애 딱 두번....
    그래, 딱 두번째다.
    너무 오랜만에 이런 느낌을 가져 보다 보니.. 꼭 내가 처음 그런 느낌을 가졌던 그 시절로 돌아 간 것 같아..
    너무 타락해 버린 난 다시는 그런거 못 할 줄 알았는데..

    역시 봄은.. 봄인가봐 그치?

    짝사랑에 빠진 나는.. 거울을 본다. 거울 속 나는 여전히 같은 모습일테지만..
    왠지 오늘 내 눈에 비친 나는.. 너무 초라하다..


    p.s
    내게 있어.. 글을 쓸 때 누군가를 의식하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이야.
    쓰고 싶은 글이 있다가도 그 의식 때문에 못 쓰게 되고, 간곡한 표현으로 바뀌고..
    그런 건 정말 짜증나는 일이지.
    지금 또 누군가를 의식하는 나는.. 첨언을 하자면, 여기서 누군가 란 부동의 특정인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변하는 유동적 특정인이라는 걸 밝히고자 해.
    무슨 말인지 알겠지? 누구를 딱 지칭하는게 아니라는 말이야..
    또 의식하고 있어. 거 참.. 짜증나네..
    해결 방법은?

    특정인이라 생각되는 사람들은 제발~~~ 나의 글을 보러 오지 않길!! 푸하..
    당신들이 내 글 따위를 볼 이유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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