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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명절, 설을 맞아..Letter from Kunner 2003. 2. 2. 21:44다들 즐거운 설 연휴 맞고 있는지 모르겠네?
나는 최근 몇년간 늘 그래왔듯, 집에서 먹고 자고 뒹굴고 있지.
원래 대전을 갈 생각이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못 가게 됐고, 형이 있는 울산엘 갈 생각이었다가 표를 못 구해서 결국 못 가게 됐지.
그래서... 그냥 사흘 내내 평소에 못 다 잔 잠을 확실히 몰아 자고 있다.
하도 많이 잤더니 얼굴이 퉁퉁 부어서.. 거울을 보면 내가 아닌 거 같어..
허리와 목이 뻐근할 정도로 잠을 많이 잤네.
민족의 명절, 설이라는데 나한테는 그런 기분 하나도 안 나고..
벌써 내일이면 또 출근을 할 거라 생각하니 암담하기만 하지.. 냐하하..
올 1월 1일에..
마음을 다잡으며 뭐든 행동으로, 실천으로 보여주는 건너가 되겠다고 했었지?
과연 한달 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걸 보여줬는지..
할 수 있는 데도 안 한 일들은 얼마나 되는지, 또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건 얼마나 되는지..
음력 1월 1일을 맞아 또 같은 맹세를 해 보려고 해..
생각은 깊고 짧게, 생각을 마친 다음의 행동은 빠르게!
그것이 현명한 삶 아니겠어?
자...
이제 빨리 면허를 따고, 차를 가져오고..
또!! 키보드를 하나 사 볼까 해..
돈이 없어서 좋은 건 못 사겠지만, 눌렀을 때 띵~ 하고 소리 나는 정도면 연습을 위해서는 더 바랄 게 없겠지.
바이엘 같은 거라도 한권 떼고..
올해는 피아노를 꼭 배워 보리라..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 건, 왜 삼성카드 선전 있지?
정우성이랑 또 알 수 없는 어떤 털보랑 피아노 치면서 My Way를 부르잖아?
나도 그런게 해 보고 싶어..
소시적에 플룻은 해 본 적 있는데, 플룻 하면서 내내 불만이었던게, 관악기다 보니 노래를 할 수 없잖아...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내가 반주를 넣어가며 부르는 것, 내가 소망하는 일 중 하나지..
나중에 언젠가는 꼭 한번 요긴하게 써먹을 데가 있을 것도 같고.. ^^
무엇보다, 플룻을 할 때 깨달은 건데..
나는 음감 하나만은 천부적인 자질을 갖고 있는 것 같아..(에헴..-_-a)
노래야 뭐.. 타고난 음역대가 있으므로 어쩔 수 없다 치고..
멜로디만 알면 악보 없이도 제깍제깍 연주를 할 수 있는 능력은 아무한테나 있는건 아니라더라구..
재능을 살려야지.. 푸하..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건 오랜 꿈이었지만 다 늦은 마당에 갑자기 그런 마음에 불을 지피게 된 건.. 얼마 전에 사무실 형네 집에 가서 자는데 그 집에 키보드가 있더라구..
마냥 좋아서 건반을 두드리다 그 형한테, 뭐가 듣고 싶어? 하니 낙원을 쳐보라고 하더만..
화음은 물론 넣을 줄 모르지만, 멜로디만 두드리다 보니 어느새 낙원을 그럴 듯 하게 치고 있는 나를 발견한 거 아니겠어..
꼭 배워야겠다... 하는 생각이 온몸을 휘감더라구..
꼭 배워야지.... 올해가 가기전에 꼭 시작하고 말리라..
2월은 또 계속 바쁜 달이 될 것 같아..
일단 못 이룬 면허의 꿈을 이뤄야 할 한달이고..
다다음 주에는 지방 출장이 있고.. 또 신규 프로젝트가 두개가 시작되는 바람에 회사에서도 무척 바쁠 것 같고..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내 삶에 대해 진지하게 돌이켜 볼 수 있는 여유조차 없게 되면 어쩌나..
내 마음내키는 대로 살아도 그 자체가 선 이라는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의 경지에 다다르려면 공자처럼 살아도 70 이후에나 가능할텐데..
과연 나는...
올해는 모쪼록 말로만, 생각으로만 만리장성을 쌓는 내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
말과 생각에 부합하는 충실한 건너가 되고 싶어.
또,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다들 그런 한해를 보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래. ^^*
p.s
내 인생을 좀먹고 있는 이 빌어먹을 병특이 이제 1년이 막 지나고 있다.
이렇게 다음 설을 맞을 즈음에는 2년이 지나고, 또 그렇게 한 해를 더 보내면 끝이다.
지금 이 순간, 병특이 내 인생을 좀먹고 있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내가 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훗날 이 시간들이 내게 또 어떤 의미가 될 지 모른다.
어떻게 살아도 후회가 남는다는 것이 아니라, 진정 매순간 열심히 살았다면 고통은 있을 지언정 후회따윈 없다는 걸 다시한번 깨닫고자 한다.
내년 이 즈음에는, 이 빌어먹을 병특이라는 말 보단, 내겐 값진 경험을 하게 해 준 소중한 병특이라는 말을 낯 간지럽지 않게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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