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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완성
    Letter from Kunner 2006. 3. 18. 12:26
    여기는 내가 종종 일을 받아 하곤 하는 회사의 사무실이야.
    지금 시간은 새벽 3시 12분.

    이 시간까지 남의 회사에 남아 있는 기이한 경험을 하고 있어.
    원래 이 시간까지 있을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래 정말 어쩌다 보니 이리 됐네.

    형이 천안에 내려 갔다 올라 온다기에, 같이 집에 들어 가려고 그랬는데..
    무슨 일인지 형은 연락도 안 되고 나는 이 시간까지 남의 회사에 자리를 차고 있어. ^^;

    남은 일을 좀 하고, 이리저리 웹서핑을 하고 있는데..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너무나도 심심하다.

    형이 연락이 안 되서 걱정도 좀 되고.. 이따 전철 다닐 시간까지 형에게 연락이 오지 않으면 첫 전철을 타고라도 집에 가야겠어.
    흠.. 아무래도 눈도 나쁘면서 안경도 안 끼고 운전하는 형이 걱정이 되긴 한다.


    야근.
    밤새워 일하는 건 요즘이라고 안 하는 것 아니지만..
    회사에서 밤을 새우는 일은 정말 오래간만이야.
    좀 색다르기도 하고, 예전 생각도 몰려 오고.. 이래저래 감회가 새로워.

    차라리 다시 회사를 다니는게 나을까 하는 생각이 또 든다.
    하지만 아직 아냐.
    아직은.. 백번을 돌아 봐도 아직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한번도 못 해 보고 다시 돌아 갈 순 없으니까.
    이렇게 그 맛만 보고, 다시 내 길을 향해 가야지.


    나는 뭔가 쓸모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
    작던 크던, 내가 하는 일이 누구에겐가, 또 어디엔가 도움이 된다는 사실.
    그런 것들로 하여금 내가 그저 밥만 축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





    어제 저 위까지 쓰다, 형이 데리러 와서 글을 마무리 지어야 했어.
    다 못 쓴 글은 나중에 이어서 써야겠다 싶었는데, 다시 쓰려니 뭐라고 말을 더해야 할 지 모르겠네.

    처음 글을 쓰던 당시의 느낌이 많이 바래서 더 뭐라고 써야 할 지 잘 모르겠어.
    글을 지워 버릴까 생각하다가 그냥.. 남겨 둔다.
    그래서 제목도 "미완성" 이야.

    지난 글 중, 설령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이 있다 해도 지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이 글 역시 나의 지난 기록 중 하나임에 틀림없으니 말야.

    시간 지나고 보면 다 그게 그거인 것 처럼 보이는 어쩔 수 없는 인생 탓에..
    역시나 당시의 그것이 아니고서는 기록의 의미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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