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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tter from Kunner 2006. 2. 23. 13:18
    *
    일 좀 하려다 보니.. 어찌어찌 3시가 넘었다.
    대충 마무리 하고 잘까 하다 요즘 글 쓰는 일이 예전같지 않단 생각이 들어 사이트를 찾았다.

    무엇을 써야 할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해서 
    게시물 쓰기 창을 띄워 놓고 망설이기를 한시간도 넘게 이리저리 인터넷 뉴스도 보고, 이리저리 웹서핑도 하고.
    그러다 결국은 힘겹게 타자를 놀려 게시물 두개를 써내렸다.

    그리곤 다시 글을 쓰려 목록에서 쓰기 버튼을 누르는데..
    이 시간에도 누가 오는지, 분명 1이어야 할 게시물의 조회수가 늘어있다.
    내가 눌렀나.. 생각하다 그런 적이 없음을 깨닫고, 
    이 시간에 깨어 있는게 나뿐이 아니라는 묘한 안도감과 함께,
    참 성급히도 자란 정체 불명의 그(또는 그녀)에 대한 유대감을 만지며 실없이 웃어 버린다.



    **
    요즘 내가 느끼는 불안감은, "계산" 때문일까?
    input 에 비해 모자란(듯한) output 때문인걸까?
    한정된 자원, 쓸데 없는데 낭비한다고 느끼기라도 하는 걸까 말야.
    애초에 계산 따위 안 하고 살면 좋겠는데..
    어느 순간 손익을 따지고 있는 내가 보인다.
    슬퍼.. 그런 계산 따위 안 하고 살아도 좋다고 믿었는데.

    어쩌면 그 계산이라는 것.
    복수의 관계쌍에서, 강요 당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닐 지도 모르겠다는 변명일 뿐이지만, 생각하고 나니 정말 그런 것 같아.
    하아... 덕분에 운신의 폭은 점점 좁아만 간다.



    ***
    내가 잘 하는 자폐 놀이 중 하나는.. 미안해 하기.
    실제로 일어 난 일도 아니고, 일어날 일도 아니고, 원하는 일도 아닌데..
    불쑥 나도 모르게 생각 날 때가 있어.
    그럴 때면, 내가 원래 이런 생각을 하고 사는가 싶어 화들짝 놀라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그냥 황당무개한 생각이거나, 그냥 막연한 바람에 지나지 않는 얘기들.
    누구나 할 법한 것이기도 하고, 또 누구나 했을 법한 것이기도 한데..
    쓸데 없이 나를 채근하느라 생각의 궤적을 좇으며 하나하나 추궁해댄다.
    결국은 뭐.. 미안하다는 말만 수없이 되뇌고 자폐놀이를 마치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미안해야 할 일은 어찌나 많은지 원.
    일단 미안하다 해 놓고 났으면 그만 잊어버려야 할텐데, 실은 별로 미안하지 않았던건지 어떤지..
    자꾸 기억에 남아 한동안 신경을 갉아 먹고 살아.

    감상적이다 못해 과격해지기도 하는 밤.
    오늘은 내가 묻자, 그게 내가 네게 미안해야 할 일이야?



    ****
    어떤 것이던지.. 과거보단 현재가 중요한 법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어쩐지 자꾸 과거를 따져 보게 되는 건 왜인지 모르겠어.

    지금의 네 모습.
    과거로 재단 받고 싶어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유치해, 참 유치해.

    물론, 너의 어제들이 오늘의 너를 만들었음은 부정할 수(이유도) 없지만,
    다만 바라는 것은...
    어제가 되어 버릴 오늘 때문에 이미 오늘이 된 내일을 고통스러워 하지 않기 바래.

    네겐 언제든 새롭게 시작할 권리가, 또 자격이 있어.
    인생을 진지하게 살아 가는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자격이지.

    지금도 충분히 괜찮아, 조금만 더 열심히 노력하고 약간의 운만 따라 준다면.
    얼마든 화려한 2막을 펼쳐 낼 수 있을게다.
    Bravo.



    *****
    날씨가 참 많이 포근해졌어.
    이젠 바람 사이로 봄 내음이 물씬해.

    운동하러 다니는 초등학교의 잔디밭은 아직 누런 떼를 벗지 못했지만,
    목련이며 개나리는 이미 봄을 움트고 있다.
    다 피워 내려면 아직 한달은 기다려줘야겠지만, 하루 하루 봄이 가까워져 가는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

    언젠가부터.. 
    해마다 겨울이면, 이 겨울이 빨리 지나갔으면.. 빨리 봄이 왔으면.. 하고 바라고 있는 것 같아.
    딱히 겨울이 싫을 이유도 없고,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봄이 좋을 이유도 없고, 또 봄이 되어 기다려질만한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빨리, 겨울이 가고 봄이 다가왔으면 해.
    막상 봄이 오면, 황사에 꽃가루에.. 엄청난 일교차 등등 귀찮은 일들이 참 많아 인상 찌푸리게 될런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빨리 봄이 와서 이 눅눅한 겨울내음을 다 거두어냈으면 좋겠다.
    그냥.. 일단 꽃 피고 새 우는 봄이라잖아.
    혹시 알아, 내 인생도 꽃 좀 피고 새 울게 될지?

    뭐, 아무튼.. 그렇게 요즘은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는 사실 때문에.
    이렇게 시간이 가고 있구나 하는 아쉬움 보다는 빨리 가라~ 빨리 가라..
    반팔 티셔츠 입고도 춥단 생각 안 들도록 빨리 계절아 가라~ 하고 있어.
    그리고 봄이 가까워 지는 만큼, 내 기분도 좋아지고 있는 듯 하고.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야. ^^


    얼마 전 게시물에서 한 주의 시작이니 잘 보내라 했는데, 어느새 목요일이야.
    참 신기한 것은.. 월요일인가 싶으면 목요일이라는 거야.
    목요일~ 하면 벌써 한 주가 어느새 다 간 듯 싶고.. 
    주말 지내고 나면 또 월요일일텐데, 그럼 또 한 주가 가네.
    아아, 시간 참 빠르다.

    그 빠른 시간, 아껴 살자고.
    나중에 오늘의 일분 일초를 생각하며 속쓰려 말고 말야.

    밤이 늦었다, 이젠 새벽이라 부르는게 좋을 시간이네.
    어서 하루 일과의 마침표를 찍어야 내일 해를 부끄럽지 않게 바라보겠지.
    그럼, 오늘도 즐거운 하루.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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