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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을 깨뜨리다..Letter from Kunner 2006. 1. 18. 09:49
샤워를 하고 화장대에 앉아 있다가 컵을 깨뜨렸어.
막 샤워 하고 나온 참이라 안경도 벗고 있었는데.. 화장품을 집다가 컵을 떨어뜨린거야.
컵은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스치고 바닥에 내동댕이 쳐져 박살나 버렸다.
덕분에 내 엄지 발가락은 좀 얼얼한데.. 설마 발톱이 빠지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
멍이라도 들려고 하는지 느낌이 조금 이상한게 불안해 온다.
대체 누가 컵을 그 위에 둔거지?
그러고 보니 컵이 깨지는 일은 참 오랜만에 겪는다.
어렸을 때 난 참 부주의해서, 접시나 컵 같은 걸 깨 부수는 건 예사고..
뜨거운 물 쏟기, 쌓아둔 물건 엎어 버리기 등..
엄마는 내가 움직이면 늘 불안해 하곤 했다던데..
그건 그야말로 어렸을 때의 일이고, 요즘의 나는 그다지 부주의 한 편은 아니거든.
깨진 컵의 잔해들을 고르고 청소기로 바닥을 밀며..
그래도 깨진게 컵이어서 다행이야.
내 꿈이 깨어진게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이야.
내 삶이 무너진게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이냔 말야..
여전히 나는 이렇게 꿈을 꾸고 살아 가고 있으니..
바라던 것 어느 하나 깨어진대도 그게 무슨 대수라고.
그게 뭐라도, 잔해들을 집어 내고 청소기로 밀어 내면 그만인 것을..
물걸레 깨끗하게 빨아 바닥 한번 훔쳐 내면 그만인 걸 뭐.
그 날카로운 단면들에 손을 상하게 된다 하더라도 살짝 베인 상처, 약을 바르고 할 것도 없이 하루나 이틀이면 언제 그런 일 있었냐는 듯 할 건데 뭐..
그러니.. 속 상해 할 것 하나 없어.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을 뿐인걸.'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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