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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르는 강물처럼
    쉼을 위한 이야기/음악 2005. 12. 29. 03:24

    어렸을 때.. 아마 중학교 1학년 때던가?
    "흐르는 강물처럼" 이란 영화를 봤었어.
    푸른 녹음에 멋드러진 폼으로 낚시를 하는 브래드 피트의 뒷모습을 그린 포스터가 깊은 인상을 남겼던 영화지.
    아.. 벌써 십수년 전 얘기구나..

    겨울 방학이던가, 형과 비디오를 빌려 본 영화였는데..
    나는 영화를 보다 그만 잠이 들어 버렸어.
    형은 무척 좋게 봤다던데 난 몹시 졸렸었거든.

    그 영화는 그렇게 내게 별 감명을 주지 못한 채
    내가 그 영화를 봤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어 버리도록 만들었는데..
    어제 그 영화를 다시 보게 됐어.


    흐르는 강물처럼


    젊디 젊은 브래드피트를 보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야.
    여전히 멋지긴 하지만 이젠 마흔줄에 접어 든지 오래인 그 브래드피트말이지.
    어렸을 땐 그가 나온 영화라면 그저 그랬던 걸로 기억하는데, 언젠가부터 맘에 들고 있어.
    아마도 파이트 클럽 이후 괜찮은 배우 중 하나로 각인 된 것 같아.

    이 영화는, 몬타나 주의 시골 마을에서 자란 한 남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야.
    나이들어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떠나 보내고 난 다음, 지난 날을 회고하는 자전적 스토리지.
    무뚝뚝하고 고지식하지만 마음 따뜻한 장로회 목사인 아버지와, 극중에서 거의 비중이 없지만 자상한 어머니.
    거기에 합리적이고 냉철한, 하지만 열정을 가진 주인공 노먼.
    그리고 자유분방하고 광기에 사로잡힌, 무엇보다 매력적인 동생 폴.
    이렇게 네 가족의 이야기지. 
    사실, 어머니를 제외한 세 부자의 이야기랄까?
    그나마 아버지도 제외하면 결국 형제의 이야기가 되네.
    뭉뚱그려 가족의 이야기라 하자.

    폴의 배역을 맡은 브래드 피트를 보면서 어쩐지 자꾸 "가을의 전설" 에서의 그가 생각났는데..
    결국 가을의 전설에서처럼 그는 극 후반에 죽음을 맞게 돼.
    극 후반으로 갈 수록 그가 죽음을 맞게 될 것을 암시하는 복선이 자주 보여서, 조금 긴장되는 장면만 나오면 그가 혹시 이 부분에서 죽게 되는건 아닌가 신경을 곤두 세우곤 했어.
    급류를 뚫고 대어를 낚는데 성공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 긴장이 됐던 것 같아.
    그리고 그렇게 죽기 전에 대어를 낚는 건, 아마도 감독의 배려일까?
    인생이란 것을 좀 더 가치있는 것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그런 것 말야.

    부정(父情), 형제애. 
    벌써 이런 코드만 봐도 나와 맞지 않을 수가 없어.
    특별히 부자의 어떤 고리를 다룬 것도 아니고, 형제간의 뜨거운 우애를 보여 주는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서 더욱 자연스러웠고, 그래서 더 인상 깊었다 하면 이상하게 들릴까?

    영화는 무척이나 잔잔한 톤으로 흘러가.
    십수년 전 이 영화를 보다 잠이 들었던 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지.
    하지만 이번엔 졸지도, 지루해 하지도 않았어.
    아마 그 전의 나는 보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 걸 이제 조금은 더 깨달을 수 있게 된 것 같아.
    아마도 그 당시의 로버트 레드포드의 생각을 따라 갈 만큼, 나이를 먹어 버린 거겠지.


    영화의 명대사를 하나 꼽으라면..
    주인공의 아버지가 설교 중 "완전한 이해 없이도 우리는 완벽하게 사랑할 수 있다." 라고 한 부분이야.

    잠시 영화 속 아버지의 설교를 옮겨 볼께.

    "
    우리는 누구나 일생에 한번쯤은 사랑하는 사람이 불행에 처한걸 보고 이렇게 기도합니다.

    "기꺼이 돕겠습니다, 주님!"

    그러나 필요할 때 사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을 거의 돕지 못합니다.
    무엇을 도와야 할지도 모르고 있으며, 때로는 그들이 원치 않는 도움을 줍니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 이해 못하는 사람과 산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해도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완전한 이해 없이도 우리는 완벽하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


    실제로 우리를 스쳐간 그 많은 사랑들 중 어느 하나도, 상대를 완벽히 이해했던 적이 있던가?
    이해와 관계없이 사랑했던 거야.
    이유와 관계없이 사랑했던 거고, 논리와 관계 없이 사랑했던 거지.
    완전한 이해를 구할 것 없이, 그저 완벽히 사랑하면 되는거야.
    사랑한다면, 굳이 이해를 구할 필요가 없는 걸거야.


    아마 이런 사랑은, 피로 맺어진 가족간 외에는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하지만 세월을 넘은 믿음으로 맺어진 관계라면, 얼마든 가능할 거라 생각해.
    그렇게 믿고 싶은거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세상에 극히 적은 숫자의 사람들과만 교감할 수 있을테니까.
    그러면 세상, 너무 어두워 지잖겠어. ^^



    영화를 보고 나니, 낚시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들어.
    영화에 나온대로 말하자면, "자연에서 주님의 가르침을 직접 배우는 일" 말야.
    어렸을 때 어른들 따라 간거 말고는 한번도 낚시를 해 본 적이 없는데, 겨울이 가면 낚시도 한번 도전해 봐야겠네. 하하..



    너무 아름다운 영상, 빅 블랫 풋 강에서 플라잉 낚시를 던지는 그들 부자의 모습이 자꾸만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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