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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욱에게
    Letter from Kunner 2005. 10. 15. 11:34

    그동안 함께 한 시간이 세월이라 불러도 좋을 내 친구야.

    우린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 간간히 소식이나 접하고 살지.
    그나마도 그야말로 간간히..

    하나 건너 올 때 마다 얘기가 부풀려지고 왜곡되어, 어떤게 진실일지 알지 못하는게 당연하지만..
    와전 된 걸 감안하더라도 요즈음의 너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

    유달리 외로움을 많이 타고, 고독해하는 너는
    가난에 대한 증오와 그에 따른 성공에 대한 강박으로 가끔은 너무 경직되곤 하지.
    그리고 그런 너를 잘 알고 있는 나는, 어쩌면 그래서 네가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지 몰라.

    그래서인지 요즈음의 너의 소식은 나를 더욱 아프게 했다.

    나 역시 변해가는 네 모습 -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인지하고 싶지 않던 네 모습 - 을 보며 불만스럽고 때론 짜증이 나기도 해.
    그리고 언젠가는 너와의 관계를 장담하기가 어렵다는 말에 고개 끄덕이기도 했었지.


    네게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은데.
    그간 하지 못했던 말들이 켜켜이 쌓여, 어떤 것부터 꺼내들어야 할지 난감하구나.

    하지만, 난 오늘 밤 다시 그런 생각을 해 봐.
    네게 말했듯, 너와 내가 친구가 된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고.
    넌 너였고, 난 나였기 때문이었다고 말야.
    네게 어떤 어떤 모습을 기대하고 거기에 부응하기를 바라는 것은, 친구를 대하는 자세가 아닐 것이라고.
    친구란 그저, 그 존재 자체에 의의가 있는 것이라고 말야.

    그럼 의미에서 네가 널 잃지 않는 한, 나를 잃게 되는 일은 없을 거라 말이다.
    네가 내 친구인 것은, 그리고 내가 네 친구인 것은 그 어떤 모습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너여서 그리고 나여서라면.
    지나친 역설일까?
    글쎄, 나로선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너의 모습, 내가 잘 알고 있다고 믿는 너의 모습이
    현재의 너, 그리고 앞으로의 네가 아닐지라도.
    네게 등을 보이고 싶지 않은 내 맘은 늘 진심일거라 믿고, 너 또한 그러리라 믿어.

    변해가는 모습에 때로 얼굴 찌뿌려 지더라도, 
    또 때론 서로 얼굴 붉히고 싸울 날이 오더라도,
    어쩌면 그나마도 마주하기 싫어 피하게 될 날이 올지라도..
    그런 것들도 긴 세월 하다보면, 언젠가 마주 하고 웃게 될 날을 위한 양념 정도일거라 감히 장담해 본다.


    몇번이고 되뇌어 봐.
    그저, 너를 잃지 말라고. 
    나도 날 잃는 일 없도록 부단히 노력하겠노라고..



    날로 밤 공기가 싸늘해 간다.
    늘 건강하기 바라고.
    고생스럽더라도 좀 더 노력해 네가 원하는 목표를 이뤄내길 바래.
    네게 뒤쳐지지 않도록, 나도 정말 열심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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