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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tter from Kunner 2005. 10. 7. 07:56

    상대의 말에 맞장구 쳐 주는 일, 나도 하고 싶은데 생각처럼 잘 안 돼.
    어쩜 나를 "응, 아.. 응.." 만 하게 만드는 성호형 때문에 생긴 버릇인지도 모르지. 하하..
    하지만 그래도 네 얘기들, 네가 했던 말과 표정들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어.
    돌아선 다음 고개 끄덕이는거야.
    "그랬구나? 그거 재밌네." 하면서.
    "아, 그래? 그래서? 아, 그랬구나.."
    머릿속엔 막 맴도는데, 막상 하려면 잘 못하겠어.
    그렇지만, 앞으로는 잘 해 보일 수 있을거라고..

    몇몇 프로젝트의 보수가 지급되고, 선수금까지 받아서 모처럼만에 두둑해진 지갑이었는데..
    정작 내게 온 계산서는 7천원 짜리였어.
    뭐, 가격이 중요한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다음번엔 좀 더 맛있는 걸 골라 보라고.
    네게 식사 대접하는 것 정도, 어렵지 않아.
    하지만, 매번 만날때면.. 
    정신이 없는지 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서..
    "어어.." 하다보면 기회를 놓치곤 해.
    다음번엔, 이렇게 얘기해 보면 어때?
    "커피도 식사도, 오늘은 네가 사." 하고.
    뭐, 한 번쯤은 그런 것도 좋겠지.

    그 방향제는 나도 하나 갖고 싶더라.
    냄새가 시원한게 참 좋던걸.
    하지만, 고체타입의 방향제는 나중엔 굳어 버린다더라.
    젤 타입은 아무래도 보충할 수가 없으니까..
    차에 둘 거라면, 액체 타입으로.

    컨디션이 안 좋아서였는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걷는 내내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데, 말을 걸기가 뭐했어.
    무표정일땐 화 난 것 같다는 얘길 많이 듣는데, 아마 평소의 내 표정이 저럴까? 싶을 정도였다고. ^^
    더군다나, 손에서 입에서 담배 냄새가 나는 걸 느끼는데는..
    가까이 가기도 뭐하던걸.
    정말 저주라도 걸려있는 건 아닌가 몰라.
    다음번엔, 컨디션 완전히 회복해서 활짝 웃어줘.
    나도 열심히 감기를 나아서, 민폐 끼치지 않도록 할테니깐. 하핫..

    어제 집에 들어와선, 더 많은 즐거움과 아쉬움에 대해 말했던 것 같은데..
    그 글을 똑같이 쓸 수도 없거니와, 기왕 지워진 글 다시 쓰느라 노력하는 것도 우습긴 해.
    하지만 게시물은 지워졌어도 어제 만남의 즐거움, 내겐 여전하니까.

    나란 사람, 그리고 너란 사람을 알려 주고, 알게 되는 것.
    고작 한두번 만나는 걸로 가능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
    얼마나 걸릴지, 과연 가능할 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그래도 노력하고 있다고..
    이번만큼은, 바보처럼 돌아서기 싫어서.
    이번엔, 정말 노력하고 있어.

    그러니 좀 더 기회를 주면 좋겠다. ^^
    종종, 아니.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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