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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
    Letter from Kunner 2005. 10. 7. 06:40

    참 오랜만에 코엑스엘 갔었어.
    코엑스, 강남역.

    벌써 일년이 지나고, 나는 이렇게 달라져 있는데.
    여전히 그 곳은 그대로더라.
    생각해보면 참 많은 시간 흘렀는데도, 바로 엊그제같이 느껴지던 옛기억들.
    우습게도 평소엔 생각조차 나지 않았는데..
    어젠 너무 생생히 기억나서 별로 기분이 좋진 못했어.
    어쩌면 그동안 거길 가지 않았던 것은, 
    거길 가면 그 기억들 - 그 잊은 줄 알았던 기억을 끄집어 낼 것이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몰라.


    생각하면 늘 아쉬움 가득했던 곳.
    생각하면 늘 아쉬움만 가득하던 시간.

    어리숙한 나를 달래듯 바라보던 네 시선과, 
    네겐, 그리고 네 친구들에겐 항상 어린 아이일 수 밖에 없던, 
    그야말로 어렸던 나를 기억해.
    그래, 난 참 어렸어.

    너를 향한 미안했던 감정이, 슬슬 바래져 가고.
    사실 지금은, 내가 왜 미안해야 하는지 또 내가 왜 미안해 했는지 잘 모르겠어.
    굳이 미안해야 할 이유를 찾는다면, 누군가를 - 그래 너를 - 좋아했기 때문일까.
    그게 미안해야 할 이유라면, 충분히 미안해 했고, 앞으로도 얼마간은 더 미안해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참의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찾아 간 그 곳에서.
    난 더 이상 너를 추억하지 않아.
    잠시 멈칫거렸던 건, 네가 아닌 나 때문이었다 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
    그때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나 때문이라면 말야.

    그래, 네가 날 부르던 "기억"이란 단어처럼..
    길다면 긴, 짧다면 짧은 그 시간동안.
    어느새 너는 그저 기억이 되어 버렸구나.

    누구에게도, 네 존재에 대해 말하지 말아 달라는 네 부탁 덕분에,
    그리고 그 부탁을 정말 신실하게 지켜낸 내 미련함 덕분에,
    난 누구와도 널 추억할 수 없으니.
    내 기억, 그나마도 허락하지 않으면 너란 존재 내겐 없는 거겠구나.

    그 모든 것들이 그냥 잠시 기억났을 뿐야.
    딱히 추억할 것도, 주억일 것도 없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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