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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不眠
    Letter from Kunner 2004. 12. 5. 02:35
    뭔갈 써야지.. 하며 앉은 모니터 앞에서.
    나는 한 시간이 넘도록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덩그러니 앉아만 있다.

    운율이 살아 있는 통통거리는 운문을 쓰고 싶은데,
    나는 그런 것을 할 줄 모른다.
    그래, 어쩌면 나는 그런 걸 즐기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글은 언제나 헛되고 장황하고 지리하다.
    꼭 내 사는 모습 처럼.

    이미 지난 일에 대한 후회는 말할 것도 없이
    시작도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이며,
    오지도 않은 내일에 대한 걱정이 가득한 밤이다.

    좀 더 나은 내가 되어야지, 되어야지..
    늘 말로만 읊조리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내가 되어 있을 거라고,
    그 때가 되면, 자신 있게 안아 줄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다짐처럼 내게 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내가 싫어 거울에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바보 같은 내가 싫다.


    나는 그렇지 않으면서,
    왜 다른 사람은 그럴 거라 생각하지?
    어쩌면, 실제의 나 역시 그런데 나는 결코 그렇지 않더라고 자위하는 중인걸까?
    나는 잘 모르겠다.

    더 노력해야지.. 더 노력해야지.
    더 큰 사람이 되어야지, 더 큰 사람이 되어야지...
    주문처럼 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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