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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바라는 삶은...
    Letter from Kunner 2004. 1. 12. 00:23
    사람들이 내 희망을 물으면 나는.. "무위도식" 이라고 말해.

    그렇게 말하면 모두들 한심하고 측은하다는 듯 바라보지.
    좀 심할 때는,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듯 바라보기도 해.

    무위도식.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먹고 사는 일.

    그게 왜 나쁘단건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어.

    그런 말이 있지.
    자기가 원하는 일과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이 일치하지 않으면 정말 살기 어렵다고.
    그리고 대부분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일은 제쳐두고 당장의 생활을 위해, 가족의 부양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하며 살아간다고.
    그렇게 살다가 어느 순간 뒤돌아 보면 회한만 남는다고.

    하지만 세상을 사는 법이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자기도 할 수만 있다면 당장 박차고 나가서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 셀 수 없이 많아도..
    당장 내일 아침이면 몽유병 걸린 사람처럼 잠 덜깬 얼굴로 꾸벅꾸벅 졸며 회사로 향하지.

    그런데 왜 회사에 다니는 것을, 또는 무언가 일을 하는 것을 바람직한 것이라 굳게 믿고 있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올해로 직장생활을 4년간 해 온 나는..
    이런 회사생활에 질려 버렸어.
    내가 무얼 위해 사는지조차 알 수 없는 이런 회사 생활.
    내가 죽어라 열심히 해 봐야 별로 나아질게 없는 이런 생활.
    쥐꼬리 같은 월급에 목매어 하고 싶은 것 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말 하지 못하는 바보 같은 삶.

    내가 원하는 것과 내가 해야 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은 상태로 내딛어야 하는 하루하루의 발자취가 나는 너무 싫어.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더 이상 삶을 살 이유가 없을 것 같기까지 해.
    지금이야 병특이라는 신분적 한계가 있으니 어쩔 수 없다손쳐도, 이게 끝나고 나면 더 이상 이렇게 살지 않을거야.
    대체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무위도식" 이 나쁘다고?
    아니, 나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살고 싶지 않을 뿐이야.

    무위도식의 사전적 의미는 내 알 바 아니야.
    내가 생각하는 무위도식이란 당장의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야.

    내가 원하는 일들, 그것이 사회-도덕적으로 그른 일만 아니라면 내가 그걸 하며 살아가도 결코 문제될 게 없는.. 바로 그런 삶을 나는 원해.

    그리고 그런 수준에 도달할 수 있기 위해, 나는 지금 나름대로 열심히 하루를 살고 있어.
    언젠가 내가, 더는 회사생활을 하지 않아도 생계에 부담이 없어진다면..
    나는 과단히 이런 쳇바퀴 도는 삶을 마감할거야.
    그리고 그 언젠가가 결코 다른사람들이 말하는 막연한 그 언젠가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확신해.

    여기까지 말하면 바로 이런 말이 날아 오곤 하지.

    누구나 그런 삶을 원할거라고.. 그런게 싫은 사람 어디 있겠느냐고..

    누구나 그런 것을 원한다면, 왜 그렇게 되려고 하지 않는거지?
    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제쳐두고 원하지도 않는 삶을 살며 하루하루 죽어가는 건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어.
    그건 정말 살아 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죽음으로 다가가는.. 죽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되는 것이 어려우니까 그렇게 할 수 없다고들 말해.
    종종 복권이나 주식대박 같은 막연한 환상을 좇는 무리도 있어.
    하지만, 나는 평생을 두고 죽어가는 일만 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고?
    지금이야 젊으니 빈주먹으로 세상을 넘어뜨릴 수 있을것 같다고?

    이봐.. 너무 앞서나가지 말라고.
    내가 원하는 건 그렇게 거창하지 않아.
    나는 세계정복을 하고 싶다고 한 적이 없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좋든 싫든..
    원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권리는 돈(물질)이 부여해.
    이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야.
    설령 이 얘기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지.

    난 내가 원하는 것을 다 할 수는 없더라도,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을 권리를 갖고 싶은 것 뿐이야.
    그리고 그 권리는..

    당장의 생계를 위해 육체적, 정신적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권리.
    또 내 가족을 위해 언제라도 시간을 낼 수 있는 권리.
    내 건강을 돌보기 위해 하루 중 언제라도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권리.
    또 내가 가치있다고 믿는 것들을 하고, 그런 것을 하는 단체를 위해 기부할 수 있는 권리.
    내 이름으로 날아 온 공과금 청구서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도 내 아이와 전국일주를 떠날 권리.

    너무 거창할 필요도 없어.
    내가 당장 내일 칼바람 맞으며 출근하지 않아도, 내 아이가 학교 게시판에 붙어 있는 수업료 독촉장을 보며 발을 구르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삶을 원해.

    그렇게 내 인생을 살아 갈 권리를 원해.

    그러기 위해서 나는, 내 정신적 성숙과 함께 물질적 풍요를 원해.
    너무 막연한 말이라면..
    내가 일을 하지 않고도 비활성소득으로 월 오백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나는, 내가 원하지 않는 일들 따위 더는 하지 않아도 될거야.
    회사를 경영하거나, 부동산 임대 수익 같은 것은 좋은 예가 되겠지.
    그 두배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면, 내가 원하는 일들을 할 수 있는 단계가 될런지도 모르지.

    물론, 나는 지금 당장 저렇게 살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지 못했어.
    부유하기는 커녕 어렸을 땐 늘 당장의 생계를 걱정하며 살았지.
    하루하루가 전쟁같았고, 정말 나는 악착같이 살아 남았어.

    그래서 나는, 내 아이에게, 내 아내에게..
    그리고 언젠가 내게 늙은 몸을 기탁할 우리 부모님께 그런 악다구니 같은 삶을 지우고 싶지 않아.

    그런 내가 저런 꿈을 꾸고 있는 것이 너무 허황되어 보인다고 하는 사람도 있어.
    하지만, 죽어가는 삶을 꿈꾸는 것보다야 훨씬 좋지 않아?
    왜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기 위해 내가 원하는 그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지?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도 될 자격을 가질 때 까지 죽어라 노력할거야.
    지금 이 순간 역시, 나는 그러고 있다고 확실히 믿어.
    내가 숨 쉬고 먹고 자고 하는 모든 일들은 내 인생을 위한 것이어야만 하니까.


    자, 다시 생각해봐.
    이래도 내 무위도식이 맘에 들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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