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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tter from Kunner 2006. 4. 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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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주 전, 주로 일거리를 제공받는 회사에서 밤을 지샐 뻔한 적이 있었지.
    그때 글을 쓰다 형이 데리러 오는 바람에 미완성된 글을 남겼었고.

    그리고 다시 2주 뒤,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어.
    다른게 있다면 이번엔 형이 데리러 오지 않는다는 것.
    꼼짝없이 완전히 날을 새워야 할 판이야. ^^;

    형이 지방에 내려 갔다 오는 날이어서, 올라오는 길에 데리러 올 줄 알았더니만.
    서로 연락이 안 되는 바람에 미아가 되어 버린거야.
    형이 이미 집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건 이미 새벽 2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었고, 몹시 피곤해 보이는 목소리의 형에게.. 나를 데리러 오라 말하기가 미안했어.
    할 일이 많아 그냥 여기서 밤을 새우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덕분에 집에 갈 방법이 막막해져 버렸어.
    피곤하고 찝찝한 거야 어쩔 수 없지만, 4만원 넘게 내고 택시 탈 만큼 절박하지도 않아서 그냥 새워 버리기로 했어.
    그나마.. 이 회사에서 밤을 보낼 수 있기에 다행이지 뭐야.
    하기야, 예전에 회사 다니던 때는 한참 바쁜 시즌엔 한달에 집에 들어 가는 날이 사나흘 될까 말까 할 때도 있었으니 뭐.. 이 정도야 웃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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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전까지 몇가지 일을 처리해 놓고, 이제는 창밖쳐다 보며 공상을 하고 있어.
    그러다보니 전에 하다 만 그 생각들이 다시 머리속을 사로잡는다.
    인간은 사람(人) 사이(間)에서 인간이 된다 하던가..
    그럼 사람 사이 - 그 교류의 폭이 넓어 지면 질 수록 점점 더 사람다워진다는 가설도 성립하겠지?

    "
    취향에 맞는 세계에서만 사는 것은 노인에게는 인생의 훈장이지만,.
    20대에 벌써 자신의 세계를 한정해 버리는 것은 분명 병이다.
    "
    라는 글귀를 보고 감명을 받아 글을 쓴게 불과 한달 반 전인데..
    새삼 그 생각을 떠올리는 걸 보면, 그때와 지금이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탓일거다.

    대단할 것도 없는 얘기지만, 사람들과 대화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정말 중요해.
    그 과정속에서 편협하고 부족한 생각들을 보충하게 되기도 하고, 몰랐던 나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게 되기도 하니까.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만나게 되는데.. 이런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건 참 중요한 일이야.
    취향에 맞고,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만나게 되면 편하기는 하겠지만, 자기도 모르는 새 말도 생각도 행동도 굳어져 버려서 자칫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도 하거든.

    얼마 전 은영이와 정부와 경제에 대해 얘기하게 됐는데..
    그것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나와는 좀 달라서 얘기가 좀 길어 지게 됐었어.
    누가 이기고 지는 성격의 얘기도 아니고, 상대를 설득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어서.
    그야말로 서로의 생각 차이를 짚고 몰랐던 부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알아 가는 좋은 기회였는데.
    대화를 하는 중에, 내가 가진 말하는 방법, 또 듣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생각처럼 말이 안 나오고, 또 상대의 의도를 가려 듣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내가 대화형 인간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 생각을 말하는 것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 주는 일도 못 하지는 않는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대화 후, 내 자신이 조금 불만스러워졌었어.
    말이라는 것이 그래.
    적어 놓은 글처럼, 내가 했던 말을 모두 기억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얘기하다 보면 대화의 방향이 어긋나기도 하고 지엽적인 얘기들을 중점적으로 하게 되기도 하는데..
    그때 내가 딱 그랬던 것 같아.

    사실 그게 은영이가 아니고 다른 모르는.. 또는 내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토론이 아닌 논쟁을 했을지도 몰라.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토론을 해 보는 일이 참 오랜만이어서 - 회사를 그만 둔지도 1년이 훨씬 넘었다 - 대화 도중 흥분을 해 버리기도 한 것 같고..
    또 내 생각엔 명백한 문제를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 때문에 조금 안타까워 했던 것 같기도 하고.
    돌이켜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생각이 다를 수 있는 건 당연한 건데..

    아무튼 그 날은 내 화법에, 그리고 청법에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닫기에 충분했었어.
    상황에 따라 또 기분에 따라 내 생각에 따라 내가 말하는 것도, 상대의 말을 듣는 것도 본래 의도와 달라질 수도 있는 걸 감안한다 해도 말야.

    반성?
    아니.. 반성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앞으로 바람직한 대화법을 익히려 노력하자고 다짐한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당연해. 
    그리고 아직 난, 이런 기초적인 것들까지 잃어 버리진 않았을 거라 생각해.
    그보다 내게 더 중요한 일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많이 부딪혀 보는 것.
    몇 안되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교류하느라 내 생각과 대화와 경험을 제한하는 것은 참 위험하고 좋지 않은 일이야.
    물론, 그 사람들과 깊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일은 내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임엔 틀림없고.


    얘기가 많이 늘어져 버렸어.
    너무 뻔한 얘기를 하려다 보니, 얘기를 어떻게 끌고 나가야 할 지 막막해져서 말야.
    아무튼.. 폭 넓은 교류, 몇번을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아.
    한정된 세상에 나를 가두는 일, 그 자폐를 이제 그만 둬야해.

    더 많이 만나자.
    더 많이 부딪히고, 느끼고, 말하고 듣자.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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