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자주 가던 궁평항인데..

궁평의 올해 첫 노을을 이제야 보게 됐다.


비록 구름이 많이 껴서 아름다운 놀을 볼 수는 없었지만..

a900으로 찍은 노을은 정말 눈부시게 아름답다.



DSLR-A900 | Spot | 1/4000sec | F/4.0 | 0.00 EV | 135.0mm | ISO-200

뷰파인더로 황홀경을 보고 있는데, 

마침 기러기가 날아 간다.

쇠기러기는 이렇게 몇 마리 씩 날기도 하는가보다.



DSLR-A900 | Spot | 1/4000sec | F/4.0 | 0.00 EV | 135.0mm | ISO-200

기러기가 나는데, 갈매기가 빠질 수 있나.

가끔은 저렇게 훨훨 날아 가고 싶다.

부러운 녀석들..



사진 좀 자주 찍으러 다니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라는 건 핑계고, 맘의 여유가 없는 탓이다.



마음 먹기에 달린 것.

더 열심히 하고, 더 열심히 쉬는 한 해가 되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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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

3박 4일간의 짧은 - 하지만 너무나 강도 높은 출장을 다녀 왔다.


작년에 광저우를 잠시 들렀다 온 걸 빼고는 중국에 가 본 적이 없는지라,

한 번에 상해와 북경을 모두 다녀 올 수 있다는 사실에 내심 설레기도 했지만..

다녀오고 나니 설렐 이유가 없었다.


그냥 일, 일, 일..

결국 장소만 옮긴 사무실이었을 뿐. -_ㅠ



그래도 마지막 날엔 공항에 오는 길에 잠시 짬을 내 자금성에 들렀다.


그런데 80년 만의 한파라나? 

한낮 기온이 영하 16도 라는 엄청난 한파 속에서 이미 여행은 고역이 된 지 오래였다.

같이 간 사람들이 맨손으로 트렁크를 끌고 오는게 안쓰러워 장갑도 다 벗어 주고 맨 손으로 카메라를 잡고 있다 보니 두 손은 꽁꽁 얼어서

나중엔 내가 셔터를 누른건지 셔터가 나를 당긴건지 알 수가 없었다.


완전히 거지 꼴이 다 되어서는..

후다닥 공항으로 도망쳐 왔다.



그리고 이건, 춥디 추운 날의 자금성, 

그 짤막한 기록이다.





DSLR-A900 | Pattern | 1/640sec | F/8.0 | +0.30 EV | 16.0mm | ISO-200

이 추운 날에 저기 서서 꼼짝도 않고 있는 군인을 보고 연민이 들었다.

참으로 경의를 표한다.


중화인민공화국만세, 세계인민대단결만세 라는 글귀 사이에 모택동의 사진이 인상 깊다.

절대왕조가 만든 유적에 인민의 해방을 기치로 한 글귀와 인물이 새겨져 있는 것은 그 자체로 지독한 아이러니다.

해방이 구속의 또 다른 의미인 것과 마찬가지로.


DSLR-A900 | Pattern | 1/400sec | F/10.0 | 0.00 EV | 16.0mm | ISO-200

자금성을 처음 보고 느낀 생각은 '정말 크다..' 였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광대한 궁궐.

아마 누구든 다 그 크기에 압도되겠지.


이 어마어마한 유적이 문화대혁명을 무사히 넘기고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DSLR-A900 | Pattern | 1/640sec | F/9.0 | 0.00 EV | 16.0mm | ISO-200

북쪽에서 남쪽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

위와는 정 반대 위치에서 찍었다.

의도한 것과는 좀 다르게 나왔지만, 설정을 만지고 자시고 할 수가 없었다.

너무 추웠거든..


DSLR-A900 | Pattern | 1/40sec | F/4.0 | 0.00 EV | 35.0mm | ISO-320

어스름녘의 북경 공항.


나는 이 어스름녘의 빛이 참 좋다.

나른함도 느껴지고, 무언가 포근한 느낌도 든다.

아쉬운 여행의 마지막 저녁이 그렇게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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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A900 | Pattern | 1/3sec | F/3.5 | +0.30 EV | 17.0mm | ISO-1600



작년 여름 a900을 내보낸 후 근 1년 여의 방황을 마무리 하고 다시 a900.


이후 a77 이나 nex-C3, nex-7 등 최신 바디들을 이것 저것 만져 봤지만 a900이 주는 만족감은 따라오지 못 한다.

특히 소니의 새로운 센서들의 노이즈 처리라든지 포커스가 맞지 않은 영역을 뭉개는 방식이 매우 맘에 들지 않았는데,

아마도 a900의 이미지에 길들여진 탓인 것 같다.


사진을 보면, 노이즈가 잔뜩하지만 입자가 곱다(?)는 느낌이 들어 마냥 보기 싫지 않다.

a77이나 nex-7처럼 이질감 넘치게 뭉개지지도 않고.


a900, 정말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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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7 | Pattern | 1/800sec | F/6.3 | 0.00 EV | 35.0mm | ISO-100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 그리고 추억.


벌써부터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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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천사

    사진 빨강등대흰등대있는곳 어딘가요?

    2016.10.17 18: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NEX-7 | Pattern | 1/40sec | F/2.0 | 0.00 EV | 24.0mm | ISO-1600

 

 

수많은 약속들 그 한 가운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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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7 | Pattern | 1/250sec | F/4.0 | 0.00 EV | 24.0mm | ISO-2500

 

우리나라에서 낙조가 아름다운 10군데 중 하나라는 궁평 낙조.

아쉽게도 안개와 구름이 잔뜩 낀 날씨 덕분에 제대로 낙조를 보지는 못 했지만..

 

오랜만에 찾아간 궁평항은 참으로 즐거웠다.

 

벌써부터 또 가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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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K리그는 전남에서 임의탈퇴된 이천수의 복권 문제로 인해 시끄럽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이천수의 팬이었다.
물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이동국이지만, 천수도 늘 아픈 손가락 중 하나였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그 재능 때문이었다. 
동국이의 경우, 나락에서 떨어져도 꿋꿋하게 다시 올라와 정상에 서는 모습을 보고 감동 받는다면..
천수는 실력 그 자체로 나를 매료시켰다.
그가 K리그에서 활약한 2003년, 2005년의 이천수의 플레이를 직접 본 사람들은 아마 이의를 달기 어렵지 않을까..

뭐 여튼..
이런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
어제 뉴스를 보니, 천수가 임의탈퇴를 풀어 달라고 전남 측에 요청했단다.
장문의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지.

일단, 방법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구단을 상대로(실은 그 뒤에 있는 거대 모기업을 상대로) 언론플레이를 하려는건가?
이놈 제정신인가..
예나 지금이나 주위에 사람이 참 없는 모양이다.
안타깝다.

아니나 다를까..
천수의 사과문에 대해 전남은 진정성이 없다며 딱 잘라 거절해 버렸더군.
아마 당분간 K리그 복귀는 힘들어진 것 같다.

그러나 이천수에게 있어, 이번 사태가 아주 부정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 대답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일단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감히 말을 꺼내지도 못할' 상황에서 '일단 얘기는 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변했다는 건 나름의 수확이다.



***
일부 팬들은 그만 용서해도 좋지 않겠느냐는 동정론을 펴기도 하는데..
참 어려운 일이다.

물론 전남이 '몹쓸놈..' 하면서 미워도 다시 한 번 아량을 베풀어 주면 끝나는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사안이 사안인데다..
그간 못된 짓 한게 한 두번이 아니었고.. 
더구나 이번 일은 그냥 못 된 짓이 아니라 아주 못된 짓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축구 실력에 매우 깊은 호감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건 용서 받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니 뭐.. 화끈하게 용서해 줘라, 하고 말하기가 좀 뭐하다는 거다.



찾아 보니 예전에..
천수가 심판에 쌍욕 했다던 당시에 써 둔 글이 있었다.
자주 가던 축구 커뮤니티 - 사커월드에 썼던 글인데..
수년이 지난 후인데, 어쩜 이 녀석은 반성이라는 걸 모를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만약 지금 내 의견을 묻는다면?

그의 재능이 무척이나 아깝고, 그가 플레이하는 걸 리그에서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이동국 - 이천수 투톱을 다시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100 같지만..

내가 결정권자라면, 임의탈퇴를 풀지 않을 것 같다.
신의를 져버린 행위는 한 번이면 족하기 때문이다.


아래는 예전에 써둔 글을 가져다 올린 것이다.
당시 가졌던 관대함을.. 더 이상 가질 수 없다는 것.
내가 변했다기 보다, 녀석이 더 이상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탓일 것이다.



이천수 선수에 관한 이야기

2006·10·25 15:44 / Kunner


그다지 좋지 않은 주제를 두고 계속 새 글이 만들어지는것도 문제가 있겠다 싶지만 

다른 글을 쓰셨던 분들과는 생각이 조금 다르기에, 죄송한 마음 무릅쓰고 새 글 올립니다.

양해 부탁 드릴께요.

회사에서 눈치 보며 글 써내리느라 중언부언 하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지난 주말, 이천수 선수가 경기 중 심판에게 폭언을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평소 무척 아끼는 선수의 일이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워낙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선수라 지칠 법도 하지만..

손이 많이 타는 만큼 애정도 많이 가는 법인가 봅니다.


요즘 제가 아끼던 선수들은 그야말로 암울, 또 암울이네요.

모쪼록 골이 깊은 만큼 산도 높아야 할텐데...

(어여 동국이라도... 휴..)




아무튼 각설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먼저, 무슨 핑계를 댄다 해도 잘못한 건 잘못한 겁니다.


뭐,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 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 합니다.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살다 보면 욱,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정상 참작이 될 뿐, 죄 자체가 사라지거나 가벼워 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가 용서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죄에 대한 대가를 달게 받는 것 뿐 다른 길은 없으리라 봅니다.

또, 그래야 한다고 믿습니다.

제가 무척 아끼는 선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엄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끼는 마음이 그만큼 크기에..


몇몇 분들은, "이렇게 욕 먹는 게 싫어서라도 빨리 유럽으로 가라" 라 하시지만..

그는 축구 선수 이기 전에 인간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역시 그런 생각에도 절대 반대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차붐에 대해 엄지 손가락을 펴 보이는 이유(감독으로서는 논외로 하더라도)가 비단 축구 실력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왜 이천수 선수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믿으십니까?

왜 그에게 가능의 문이 아닌, 불가능의 문을 열어 보이십니까?

왜 이천수 선수가 인간적으로도 매력적인 선수가 되지 말아야 합니까?


이천수 선수는 그 잘못에 대해 징계를 받을 것이고(받아야만 할 것이고), 

나름대로 반성도 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 줄 겁니다.(보여 줘야만 합니다)

그가 함량미달의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죠.


그리고 이런 시련 - 스스로 만든 시련이기에 시련이라 부르기가 무엇하지만 - 이 그를 더욱 성장하게 해 줄 것을 믿습니다.

멈추면 또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그 다음부터는 우리가 아닌 그 혼자만의 인생을 살게 될 뿐이겠죠.




또 하나, 언론은 이 주제를 가지고 선정적으로 몰고 가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그야말로 철 모르고 날 뛴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흉기로 어쩌고..' 이런 기사, 과연 가당키나 한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언론에 같이 널 뛰고 있는 분들도 인상 찌뿌려 지기는 매 한가지입니다.

'스무살 시절에 어찌 그런 말을 입에 담아, 정말 쓰레기 같은 놈이군' 이라고요.

그래요, 실제로 그랬다 합시다.(그 사실에 대해 모르니)


그럼 이천수 선수는 평생을 개차반으로 살아야만 하는 건가요?

반성이나 갱생 같은 건 그에게 주어질 수 없는가 말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매 한가지니까 그런 말을 들어도 싸다구요?

오히려 그보다, 따끔한 질책과 함께 그가 고쳐야 할 점을 제시해 주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왜 피그말리온 효과 같은 이야기 아시죠.

학교에서 학생들 가르치면서, '너는 쓰레기야' 라고 하셔야 옳습니까.


물론 그는 프로고, 더 이상 학생이 아닙니다.

그러니 학교/학생에 대한 얘기는 필요 없을거라 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가 더 잘 되길 바란다면, 진정한 팬이라면, Supporter 라면.

무조건 감싸 안거나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아닌 그의 나갈 길까지 미리 비춰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는 팬이 아니야, 라고 하시는 분들 꼭 있을 겁니다.

나는 원래 그가 맘에 안 들었고,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 하는 분들 꼭 있으실 겁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아예 그가 매장 당해서

다시는 TV에 나오지 않고, 다시는 매스컴을 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까?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도식은 대체 어디서 나왔을까요...



거듭 말하지만 이천수 선수는 잘못했습니다.

그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자숙, 또 자숙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격의 완성을 논하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성인 군자가 아닌 바에야 감히 누가, 인격이 완성되었다는 표현을 쓸 수 있단 말입니까.

저 역시 자격이 없기에 '죄 없는 자, 돌을 던져라' 따위의 말은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완성의 잣대를 대는 것은 너무도 가혹하다 생각하지 않은가요?


그의 인격을 논하시는 분들 중 막무가내 식으로 인간성을 들고 나오시거나 아예 몰락하기를 바라시는 마음을 스스럼 없이 밝히시는 분들께 말씀 드립니다.

그렇게 말하는 우리의 인간성은 맑은 하늘 입니까?


중요한 건 그가 반성하느냐, 그가 달라질 것이냐의 여부가 아니겠습니까.

누구나 그렇듯 시간이 변하게 해 줄 것이고, 변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말 겁니다.

언제까지고 개차반인 인간성으로 살아간다면 그야말로 딱한 일이지만, 

지금 이랬다고 앞으로도 그럴거라고 낙인 찍을 필요는 없잖겠습니까.


누구나 20대 중반의 나이엔 아직 턱없이 모자랄 수 밖에 없는거고,

아직 완성을 논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나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현실을 현실로 인정하면 그만입니다.

더 이상 비하할 필요도 없고, 있는 죄를 없다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는(우리는) 아직 턱 없이 부족하며, 

아직 보여 줄 것이 보여 준 그것에 비해 너무나 많습니다.

해야 할 일이 한 일보다 더욱 많음은 두 말 할 나위가 없습니다.

죽는 날까지 안 그런 사람 있을까요?

완성이라는 단어로 그를(우리를) 가두지 말고, 완성으로 가는 채찍질을 내립시다.


그는 징계라는 채찍으로 다스려 질 것이고, 

언론과 여론의 곱지 않은 시선을 다시 우호적으로 돌려 놓기 위해 그 전보다 곱절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고난의 여정 자체가 그를 좀 더 성숙하게 만들어 주는 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믿습니다.


절대로, 피하거나 두려워 하지 말고 자신의 죄 갚음을 다 하는 이천수 선수가 되길 바랍니다.

당신을 응원하는 일이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되지 않도록 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 역시 당신들을(무엇보다 동국아.. -_ㅜ) 응원한다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 갈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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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극장에서인가? 아니면 출발 비디오여행 류의 TV 프로그램에서인가..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본 적이 있다.
처음에는 TV에서인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극장에서의 예고편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걸 보고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개봉을 했는지 말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하게 지나가서 그 기억까지 따라서 묻혀 버렸다.
이제와 생각하니 '아, 이 영화 예고편을 봤었지' 할 뿐.


이런 종류의 영화는 뻔하다.
아주 뻔하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내용이 대개 비슷하기 때문이다.
뭐 격투를 스포츠로 봐야 할지는 얘기거리가 될 수 있겠지만, 복싱을 스포츠로 본다면 뭐 내내 비슷한 맥락일거다.

보통은 고난에 빠진 주인공이 있고, 그가 역경을 딛고 일어서 마침내 챔피언이 된다.
그 과정에서 주위사람 - 특히 가족의 갈등과 화해는 기본 레파토리다.

멀리는 록키가 그랬고, 가까이는 신데렐라맨이 그렇다.
(예전에 신데렐라맨을 보고는 잔뜩 붉은 눈시울로 포스팅을 했었지. http://www.kunner.com/252)


이 영화 역시 이 오랜 레파토리를 충실히 지킨다.
하지만 이 영화는 좀 더 내용을 압축했다.

가족간의 갈등과 화해 역시 압축된 형태로 표현된다.
누구 하나 그 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하지 않는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겠거니 하고 추측할 뿐이다.
누구 하나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였는지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가 - 아버지가, 그가 - 형이, 그가 - 동생이 그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였는지.
서로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 영화는 가족의 화해에 대한 무척이나 '아픈'[각주:1] 이야기이다.
역시 영화 내용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기로 한다.
몹시 볼만한 영화기 때문에 스포일링으로 누군가의 감상을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영화를 보면서 느낀 생각들을 몇 가지 적어내린다.



*

버림받는 것은 항상 약자의 몫이다.
헤어짐의 과정에서 강자는 버리고, 약자는 버려진다.
버려진 토미는 버린 아버지와 형을 증오한다.

하지만 누가 버렸든, 누가 버려졌든..
상처는 똑같이 남아 있다.
그건 가족이란 굴레가 주는 숙명같은 것이다.


라고 말하면 영화 제작자는 기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 상투적인 얘기다.

상처가 똑같이 남는다고?
그럴리 없다.
아무리 가족이라지만, 버린 자가 버림 받은 자의 아픔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상처입은 짐승 같은 톰 하디의 눈빛을 나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Canon EOS 5D | Pattern | 1/250sec | F/2.0 | 0.00 EV | 35.0mm | ISO-640





**
영화를 보면서 또 하나 떠오르는 생각은..
차라리 갈등은 증폭되어 폭발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변증법의 신봉자로서 나는, 갈등은 발전의 매개라고 믿지만..
현실에서는 의도적으로 갈등을 피할 때가 많다.
특히나 나이 먹어가면서는.. 알아도 모른 척, 몰라도 아는 척 그냥 넘어가는 일이 많아진다.
그게 옳아 - 라고 생각하기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갈등이 두렵기 때문이다.

요즈음의 내가 겪고 있는 문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기도 한데.
영화 속 토미가 될 자신은 없다.
증오하는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증오하는데도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
하지만 토미를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말이 증오는 아니다.
증오는 그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일 뿐, 사실은 결핍에 대한 갈망이다.
토미는 경계하지만, 차단하지 않았다.
매몰차게 거절하고, 모욕을 주었지만 그건 상처에 대한 자기 보호일 뿐이다.

오히려 그가 바라던 것은 기회였으리라.
과거와 화해할 기회.
자신을 버리고 상처 준 사람들을 용서할 기회다. - 그 대상은 가족이기도 하고, 군(軍)이기도 하다.

Canon EOS-1Ds Mark II | Pattern | 1/160sec | F/1.8 | 0.00 EV | 85.0mm | ISO-1600

토미를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말은 결핍에 대한 갈망일 것이다.






****
삶은 때로 지독한 아이러니다.
알콜 중독으로 가족을 잃었던 아버지 패디는 술을 끊으면 관계를 회복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토미를 껴안을 수 있었던 것은 술을 마신 후다.
형제는 주먹을 나누고 뼈가 부러진 후에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한 또 하나의 아이러니는..
땀냄새 가득한 격투기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주륵, 주륵 잘도 흐르더라.

Canon EOS-1Ds Mark II | Pattern | 1/500sec | F/2.0 | 0.00 EV | 85.0mm | ISO-640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주먹다짐 - 그 지독한 아이러니






*****
차라리 지랄이나 제대로 해 봤다면..
차라리 나몰라라 다 집어 치워보기나 해 봤다면..
차라리 욕하고 모욕주기를 한번이나 해 봤다면..

좀 나았을까?

토미는 아니더라도 브랜든(형) 처럼이라도 해 봤다면.. 말이다.


Canon EOS-1Ds Mark II | Pattern | 1/400sec | F/2.0 | 0.00 EV | 85.0mm | ISO-800

그렇게 지랄 맞게 물어 뜯어도.. 이렇게 마주 대한다. 가족이란 그런 것인가?





******
앞서 복싱 영화가 늘 그렇듯, 이라고 말했지만..
이 영화는 신데렐라맨이나 기타 다른 스포츠 영화의 코드들과 매우 닮았다.

신데렐라맨만 놓고 비교해봐도..
신데렐라맨에서는 대공황 때문에 고난을 겪고,
이 영화에서 브랜든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경제위기로 고난을 겪는다.[각주:2]
또 신데렐라맨에서 브레독의 부인 - 르네젤위거와 이 영화 브렌든의 부인의 역할과 성격은 거의 유사하다.
그리고 둘 다 너무나 매력적이다!

Canon EOS-1Ds Mark II | Pattern | 1/100sec | F/1.6 | 0.00 EV | 50.0mm | ISO-1600

신데렐라맨에서 브레독이 그랬던 것처럼.. 브랜든은 이미 Winner 다!



신데렐라맨이 호평을 받았던 또 하나의 이유는 격투 장면의 리얼함이라고 했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이 워리어 역시 둘째 가라면 서럽다.
뭐 이렇게 리얼하게 싸워댄단 말인가.

특히 브랜든이 펼치는 몇몇 고난이도 그라운드 스킬은 정말 아마추어 맞나 싶다.
(아, 나는 격투기를 잘 아는 편이 아니라 뭐가 고난도인지 잘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멀쩡히 서 있는 상대의 목을 두 다리로 감아 바닥으로 집어 던지는 것이 쉬울 것 같지는 않다.)
배우들도 몹시 많이 준비했던 모양이다.

Canon EOS-1Ds Mark II | Pattern | 1/400sec | F/2.2 | 0.00 EV | 50.0mm | ISO-1600

정말 연습 열심히 한 모양이다. 비록 근육은 톰 하디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가 구사하는 스킬은 매우 볼만했다.







별 반개를 그릴 수가 없기 때문에 무조건 반올림인 탓도 있지만..  
이 영화는 별 다섯개 다 받아도 좋겠다. 

★  ★  ★  ★  ★ 

내용, 극 전개, 영상, 캐스팅. 모두 완벽하다.




  1. 그야말로 중의적인 의미로서의 아픈 이다. 슬퍼서 아프고, 맞아서 아프다. [본문으로]
  2. 꼭 서브프라임모기지로 한정할 수는 없지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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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볼만한 영화가 없을까 검색을 해 보다..
우연히 한 영화를 발견했다.

Red Dog.

RED DOG - 2011년에 개봉한 영화지만 70년대를 배경으로 하다보니 포스터가 참으로.. 촌스럽기 그지 없다.




이건 뭐람, 하고 찾아 보니
올해 호주에서 개봉한 영화고 호주 박스오피스를 차지했다고 한다.[각주:1]
그리고 실화를 기반으로 만든 영화라고 한다.


제목이며 포스터며.. 딱 봐도 개에 관한 이야기겠구나, 싶다.
그리고 저 선한 표정의 개를 데리고 공포 영화 찍을 일은 없을테니 감동적인 드라마 류겠구나, 싶다.

다른 건 둘째치고 저 개 때문에.. 이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영화에 나오는 개들은 아주 귀엽거나, 아니면 멋있게 생긴 녀석들이다.
그런데 이 놈은 아니다.
물론 귀엽지만 그 귀여움이 아니다.
뾰족 세운 귀에서 나름 포스가 느껴지지만 그 멋있음이 아니다.
그래서 보고 싶었다.
우리 동네에도 몇마리 돌아 다닐 것 같은 저 개가 대체 무슨 일을 벌인 걸까?
궁금해졌다.




혹시나 스포일링이라도 당할까 싶어 영화와 관계된 내용은 하나도 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옳았다.
지극히 평면적인 내용의 영화였기 때문에 내용을 알고 봤더라면 자칫 지루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 역시 영화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어떤 스타일의 영화라는 점 정도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실 이 영화를 두고 평면적이다, 라고 말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표현이다.
최근 들어 이렇게 잔잔한 - 또는 밋밋한 스토리를 가진 영화를 본 적이 있던가?



하지만 영화를 풀어가는 방식은 나쁘지 않다.
절대 나쁘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좋았다.

일부 장면을 빼고는 극도로 제한된 배경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보니 어쩐지 연극의 그것을 많이 닮았다.
또 중간중간 들어가는 음악과 노래들은 영화 내용에 맞추어 가사를 새겨봄직 하다.
말을 하지 못하는 개가 주인공이다보니, 제3자가 화자가 되고..
그 화자가 누구냐에 따라 이야기는 즐겁고, 슬프고, 감동적이 된다.


꽤 오랜 시간을 말 없이 음악과 배경(풍경), 그리고 레드독만이 화면을 채운다.
거기에 가끔 던져지는 대사는 심금을 울린다.
눈시울도 따라 붉어진다.

Have you seen John?




이 영화의 또 다른 눈여겨 볼 점은 영상미이다.
시대적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등장인물이나 건물 등은 매우 낡고 촌스럽지만
그걸 그냥 촌스럽다, 라고 말하기에는 화면이 무척 예쁘다.

특히 석양빛을 뒤로 하고 달리는 레드독의 반영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석양의 레드독.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는데 화질이 나빠서인지 막상 캡쳐해 놓으니 썩 좋지 않다.




레드독은 참 담백한 영화다.
강한 조미료에 중독된 입맛이 정화되는 느낌이랄까?

문득, 만약 10대에 이 영화를 봤더라면, 조금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30대인 나는 어린 시절의 나보다 조금 더 세상을 알고, 조금 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안다.
그래서 영화의 긴 호흡을 지루함이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이 영화에 대한 나의 평점은 별 4개(5개 만점).
★  ★  ★  ★ ☆

레드독 - 추천할 만한 영화다.









 
  1. 지금 다시 찾아 보려 하니 없다. 박스오피스 여부는 잘 모르겠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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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책이란 분류에 올려야 하나? 뭐 여튼 공산단 선언도 출판되긴 했으니 책은 책이다. :)

학교 다닐 때 들었던 수업 중에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였던 독일지성사.
독문과 전공 수업 중 독일의 사상사를 따라 매주 대표적인 사상가들을 하나씩 알아보는 수업이었는데..
사실 한 명의 사상가를 한 학기 내내 다뤄도 부족할텐데 매주 한명씩이라니 얼마나 수박 겉 핥기였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 겉만 핥았는데도 너무나 맛있었다!
수업은 한 시간은 주어진 주제로 발표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교수님의 보강으로 진행됐다.
나는 여섯번째 주의 발표를 맡았고, 주제는 마르크스공산당 선언이었다.
대학생이라면, 지성인이라면 공산당 선언 쯤은 읽어 봐야한다는 지적 허영이 상당부분 작용한 탓이기도 했지만 자료를 만들고 발표하는 동안 너무나 즐거웠고 재밌었다.

문득 생각나 발표자료의 각 페이지와 주요 내용을 올려 본다.
사실 썩 잘 만든 PPT는 아니다. 많은 내용을 전달하고 싶은 욕심에 그만 PPT에 나열된 내용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걸 공개하는 이유는..
아직 공산당 선언을 읽어 보지 않았다면, 이 자료가 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 올려 본다.
선언이 나온지 200년이나 지났지만, 지금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기 때문이다.

아.. 혹시나 마르크스나 공산당선언을 읽었다고 종북이니 빨갱이니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공산당선언을 읽어 보기는 커녕 마르크스가 누군지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원래 계획은 페이지마다 내용을 적어 줄까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그냥 정리자료를 함께 올린다.
아,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 따위는 나도 잘 모른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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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러한 소중한 자료를 ^^ 잘 보고 갑니다. 덕분에 마르크스에 대해서 조금 더 알 수 있었던 유익한 내용이었습니다 ㅋㅋ 감사해용~

    2012.03.21 00: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감사합니다. ^^ 무언가 앎에 -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2012.04.05 23:23 신고 [ ADDR : EDIT/ DEL ]


며칠 전 뉴스를 보다보니..
앵커가 말하기를, 가을에 단풍을 보지 못하면 가을을 제대로 맞은 것이 아니라 하더라.

가만 생각하니 올 가을은 단풍을 못 보고 그냥 넘어가는게 아닌가 싶었다.
정작 회사도 안 다니면서 이럴 때 놀러다니지도 않고 뭐하는 걸까?

뭐, 바쁘니까...


...


아무튼..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단풍을 보러 카메라 들쳐 메고 집을 나섰다.

다행히 용주사엔 단풍이 한창이다.




DSLR-A850 | Pattern | 1/200sec | F/1.8 | +0.70 EV | 135.0mm | ISO-200

바닷가 모래사장의 불가사리 같은 느낌이 재미있다.



DSLR-A850 | Pattern | 1/200sec | F/1.8 | +0.70 EV | 135.0mm | ISO-200

오묘한 빛깔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DSLR-A850 | Pattern | 1/160sec | F/1.8 | +0.70 EV | 135.0mm | ISO-200

수동 노출로 원하는 색감을 잡았다. 
눈으로 본 것과 가장 비슷해 몹시 마음에 든다. 



DSLR-A850 | Pattern | 1/200sec | F/1.8 | +0.70 EV | 135.0mm | ISO-200

이럴 때 고민이 생긴다.
잎을 표현하자면 조리개를 조여야 하고, 하지만 조리개를 조이면 배경이 너무 적나라해질 것 같고..
렌즈를 바꿔 조금 더 다가서든지, 아예 앵글을 바꿔 예쁜 배경위로 찍든 하면 되겠지만..
내가 보고 싶은 건 이 화면, 이 화각 그대로였다. 



DSLR-A850 | Pattern | 1/400sec | F/4.0 | 0.00 EV | 135.0mm | ISO-200

아프리카. 
한번도 가보지 못하고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접했을 뿐이지만.. 어쩐지 내 머릿속에 아프리카는 이런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다.




이제 가을을 제대로 맞았으니 보내줘도 섭섭하지 않겠다.
마침 내일부터 맹추위로 초겨울의 시작을 알린다 한다.

이제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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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프리카 생기가 넘치는 땅입니다. 하늘은 덥다기보단 따뜻한 분위기를 내고 있습니다. 전 기회되면 한 번 더 다녀오려구요.

    2011.11.15 12: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응, 그게 아마도..

      어렸을 때 너무 감명깊게 봤던 '파워오브원' 이란 영화의 포스터 때문인 것 같아.
      커다란 나무 뒤로 석양이 내리는..

      사실 저 사진의 색깔과는 전혀 맞지 않지만, 저런 나무와 하늘을 보면 그렇게 보이더라는.. 뭐 그런거지 ㅎㅎ

      부럽구나 아프리카.
      나도 꼭 가보고 싶다. ㅎㅎ

      2011.11.15 13:00 신고 [ ADDR : EDIT/ DEL ]



DSLR-A850 | Pattern | 1/50sec | F/1.8 | 0.00 EV | 135.0mm | ISO-400







DSLR-A850 | Pattern | 1/50sec | F/1.8 | 0.00 EV | 135.0mm | ISO-400






DSLR-A850 | Pattern | 1/50sec | F/1.8 | 0.00 EV | 135.0mm | ISO-400




세차장 앞을 지나다, 문득 이렇게 사진을 찍으면 참 멋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걸음을 멈춰서, 화각을 정리하고 노출을 맞춘 후 세차하는 사람이 올 때 까지 기다렸다.

이 분보다 먼저 온 사람이 있었는데 주위 두리번대다 그만 놓치고 말았다.
오라가 뿜어나오는 것 같은 그 뒷모습을 찍고 싶었는데.. 

그리고 다시 뻘쭘한 시간을 보낸 끝에 드디어 원하는 장면이 나타났다.


같은 사진을 흑백으로도 만들어 보고, 크롭해서 화각을 바꿔보기도 한다.
그저 크롭해서 구도만 달라졌을 뿐인데.. 느낌이 확 다르다.
사진은 그래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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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A850 | Pattern | 1/40sec | F/3.2 | 0.00 EV | 135.0mm | ISO-200



코스모스 꽃잎 위로 밤이 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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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A850 | Pattern | 1sec | F/13.0 | -0.70 EV | 20.0mm | ISO-100



아침에 일어나보니 안개가 자욱하다.

베란다 창틀에 카메라를 올리고 셔터를 눌렀다.

노출차가 심해 밝은 쪽은 다 날아 갔다, 라고 말해봐야 헛 일이다.
애초에 그쪽은 안개가 자욱해 어떻게 해도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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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tty Secrets - Frank Nimsgern (feat. Chaka Khan)

Lover I'm lost in a dream

So I'll write some lines to you

All about my secret dreams

And all my darkest fears

And all that sentimental stuff

That makes the distance closer


Look here inside my heart and you will see

A lonely place that's filled with memories

Do you remember me


Do you remember every day

Baby why can't you see

That was the greatest time we had

Baby just you and me

Sharing together our pretty secrets

Why did you have to leave me

With such pretty secrets


I want to believe

That you won't let our love disappear

You won't write to me

And you don't care it seems

And I can't wait this long

Without some satisfaction


Do you remember me

Baby why can't you see




고 1때, 레코드사에서 우연히 집어 든 컴필레이션 앨범 - City Jazz.
내 기억으론 립스틱 레코드 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인터넷을 아무리 찾아봐도 그 앨범에 대한 정보가 없다.
그야말로 듣보 앨범이었나?[각주:1]

하지만 앨범 안에 수록된 곡들은 결코 듣보가 아니었다.
재즈의 J자도 모르던[각주:2] 내게 재즈가 얼마나 매력적인 음악인지 알려주기에 충분했으므로!


그 중에서도 Pretty Secret - 이 노래는 참 듣기 좋았는데..
이 곡을 부른 가수가 누구인지, 어떤 앨범인지 너무 궁금했지만 알 수 없었다.
인터넷이 없던 당시에는  정보를 얻기가 참 어려웠기 때문이다.[각주:3] 



검색해 보니 이렇단다.
http://blog.naver.com/atra1203/150023825480




원래 퓨전 기타리스트 Frank Nimsgern의 앨범이고, Chaka Khan이[각주:4] 피쳐링을 했다는 군.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관련 정보를 좀 찾을 수 있다.
http://members.casema.nl/ck_musicwebsite/ck_contr/nimsgern.html


뭐 여튼.. 
충분히 귀기울여 들어 줄 가치가 있는 노래다.



- 티스토리에 원래 있던 기능인가? 각주 - 요거 참 요긴하다! ^^



 


  1. City Jazz 앨범명으로 검색을 해 보면 http://music.daum.net/album/main?songId=61531 이 앨범을 찾을 수 있는데, 이거 아니다. 내가 산 앨범은 CD 두장으로 되어 있었는데.. 나중에 이렇게 합쳐서 새로 나온 모양이다. [본문으로]
  2. 물론 지금도 여전히 j도 모른다 [본문으로]
  3. 그러고보면 십수년 전일 뿐인데,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대단한 변화다. [본문으로]
  4. 굉장히 유명한 여성 재즈 싱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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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빙

    저도 이 앨범 가지고 있어서 오늘 듣다가 생각나서 검색하다 여기까지 왔네요 ㅎㅎ
    이 앨범 - 립스틱 레코드사가 처음 한국에 열면서 판촉용?으로 제작한 앨범이예요.
    제가 그때 사서 알고 있지요.
    제가 산건.. 순.. 사은품때문이었는데 ㅎㅎㅎ 이 앨범 사면 립스틱을 하나씩 끼워줬거든요. ㅎㅎㅎㅎㅎ
    그래서 음반은 별 기대 안했는데 듣고선 깜놀 !! 저도 두 앨범 중에서 이 노래에 꽂혔지요.
    그래서 알아보려고 해도 당췌 검색 안되다가 오늘 와서야 드디어 이 노래의 실체를 알고 갑니다. ^^
    저 가사좀 담아가요~ 감사합니다.!

    2011.11.21 23: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방문 감사합니다. 댓글도 적어 주시고.. ㅎ
      같은 앨범을 갖고 계시네요. 저도 기억합니다, 그 립스틱. 덕분에 립스틱 레코드 라는 이름도 똑똑히 기억하고요. ㅎㅎ 그 사은품 어떻게 했더라.. -ㅅ-a
      저처럼 이 노래 정보를 찾는 분이 또 계셨네요. 저도 긁어 온 정보긴 한데 도움이 됐다니 다행입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

      2011.11.22 04:11 신고 [ ADDR : EDIT/ DEL ]
  2. 희망이

    이거 증말 찾던 노래인데 저는 24살때 처음 만난 남자애가 전화통화하면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재즈멜로디가 너무 분위기있고 좋았는데 헤어지고나서 그 분위기를 다시느껴보고싶어 레코드가게 아저씨한테 추천요청해서 산 city jazz 그중에서도 이노래가 젤로좋았는데 ...드뎌 찾다니 너무 기쁘니다..mp3로 담고싶다증말....

    2011.12.01 01: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이 노래 좋아하시는 분이 꽤 있으시네요 ^^
      즐겁게 들으신다니 기쁩니다.

      멜 주소 불러 주시면 엠피삼도 드릴 수 있습니다. 저작권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ㅋㅋ

      2011.12.15 12:02 신고 [ ADDR : EDIT/ DEL ]
  3. 저도 이 노래를 찾았습니다. 10년전 자취방에서 누가 테이프로 녹음한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잊혀지지 않고 가사만 맴돌았죠. 두유리멤버미, 두유리멤버에브리데이 ~.한때 네이버로 검색하다가 실패했는데, 역시 구글로 찾으니 이렇게 만나는 군요. 주인장 나리, 파일 있으면 메일로 부탁드려요. 곰으로 녹음했더니 음질이 별루네요. 감사합니당~~~

    2011.12.20 21: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보내 드렸습니다~ 메일주소는 제가 지웠구요 ^^; 즐감하세요~

      2011.12.20 21:27 신고 [ ADDR : EDIT/ DEL ]
  4. 헐.. 티스토리 이게 무슨 만행인가;;

    방문자 댓글을 수정하면 내 이름으로 바뀌는구나.. ㅋㅋ

    2011.12.20 21: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내인포미

    우왕~ 저도 96년도 한국을 떠나 유학생활을 시작할때 립스틱은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고 앨범은 두장짜리를 그냥 들고 갔었는데 기대하지 않았는데 너무나도 좋은곡들이 많아서 많이 들었는데 집에 도둑이 들어서 그만 한국에서 가지고 갔던 200여장의 시디를 전부 도둑을 맞았습니다 ㅠㅠ(물론 오디오 여권등등 전부...) 그래서 그당시 정말 좋아 했던곡들이 몇개 있었는데 어리기도 했고 해서 제목은 모르고 두번째시디 아래쪽에 중간에 컴마가 몇개 있는 악기연주만 되다가 여성싱어가 중간에 나오던 정말 좋은 노래가 있었는데 찾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정말 16년만에야 가지고 계신분의 블로그를 보고 너무 감격적입니다. Kunner님 혹시 가능하시다면 앨범전체의 곡명리스트좀 알려주실수 있을까요? 앨범뒤에 수록곡부분을 사진을 찍어서 알려주셔도 됩니다. 꼭좀 부탁드릴께요. nein4me@naver.com 입니다. 수고하세요

    2012.04.22 01: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네, 메일로 정보 보내 드렸습니다. 이 앨범 좋아하시는 분이 꽤 많네요. 반갑습니다. ^^

      2012.04.22 13:57 신고 [ ADDR : EDIT/ DEL ]
  6. 비밀댓글입니다

    2012.05.11 19:10 [ ADDR : EDIT/ DEL : REPLY ]
  7. 비밀댓글입니다

    2012.05.30 21:29 [ ADDR : EDIT/ DEL : REPLY ]
  8. 비밀댓글입니다

    2012.07.22 05:06 [ ADDR : EDIT/ DEL : REPLY ]
  9. 조재선

    Pretty secrets애타게 찾고 있던 음원입니다 제게도 소장할기회를 주시겠습니까 길가에서 자전거타고 가다 눈길에 넘어졌는데 음악사스피커로 나온 그 순간의 pretty secrets 의 감동을 아직 잊지 못합니다 riverubicone.naver.com

    2012.08.11 11: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감성을 공유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큰 감동을 느킵니다. 저도 고음질 음원파일 공유부탁드립니다.
    무례가 안된다면 부탁드려요..
    wolverlim@gmail.com

    2015.04.01 22: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이런저런 이유(와 자기합리화)로 새로운 렌즈들을 몇개 영입했다.


근데 정작 렌즈만 사 놓고 사진은 안 찍으러 다니는 아이러니를 몸소 실천 중이다.
뭔가 몹시 한심한... orz


미놀타 24-50 F4 구형.


나온지 30년이 다 된 렌즈다. 
35-70 F4, 70-210 F4와 함께 미놀타 F4 시리즈라고도 하고, 미놀타의 축복이라는 별명도 있다지.
이 오래 된 렌즈가 지금 FF바디에 맞는다는 것도 신기하고, 성능도 무지 좋다는데 또 놀란다.
구형 미놀타 디자인은 신형에 비해 좀 안 이쁘다. 신형도 있다고는 하는데 구할 수가 있어야지 원..




DSLR-A850 | Pattern | 1/30sec | F/2.8 | 0.00 EV | 24.0mm | ISO-320

탐론 70-300 Di usd


탐론 60주년 기념 렌즈 중 하나인 탐론 70-300 Di usd - 135.8 로 부족한 장망원 영역을 커버하기 위해 들였다.
4.5 ~ 5.6 가변 조리개라는 것이 좀 안타깝긴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의 서너배 크기가 됐겠지.
예전에 쓰던 캐스퍼 렌즈와 거의 비슷한 스펙이지만 성능은 조금 더 낫다는 평가다.
비닐을 뜯지도 않은 것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아직 제대로 써 본 적이 없다.


소니 SAL 50.4


기본 중의 기본 50mm.
시그마 50mm를 팔고 10만원쯤 더 저렴한 쌀점사를 들였다.
시그마는 나와 정말 맞지 않는다.
최근 중고 거래는 대체로 만족스러웠는데 이 렌즈는 사실 좀 별로다.
렌즈 자체의 상태는 괜찮은데 청소라든가 보관 상태가 영 별로였다. 외관도 썩 좋진 않고 -ㅅ-;
하지만 서울 사는 판매자가 병점까지 와줬으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쿨하게 거래 완료.



대체로 저렴한 녀석들만 들어 왔다고는 해도, 쓸데없이 장비만 늘어 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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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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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여행을 다녀온 후 바로 여행기를 써야겠다, 하고 마음 먹었었는데..
귀찮음에 차일피일 미루다 벌써 두달여가 지났다.
두달이나 지난 일을 기억을 더듬어 가며 '여행기'라고 쓰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더 늦으면 곤란할 것 같아, 이제라도 조금씩 써내려가야겠다.

여행 중에는, 그리고 막 다녀와서는 쓸 말이 무척이나 많았다.
머릿속에 떠올려진 생각들 중에는 제법 괜찮은 문장이라 생각되는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기억 나지 않는다.
뭐든 때가 있는 법이다. 써야할 때 썼어야 했다.

사실 이제와 후회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
여튼 덕분에 당시의 느낌보다는 지금의 생각에 더 충실한 여행기가 되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사진이 충분히 있다는 것.
사진만 대충 얽어도 될 정도로 말이다.

3주간의 이야기를 글 한 편으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몇 편으로 나눠 써야겠는데..
부디 완결 지을 때 까지 게으름에 지지 않기를.


NEX-C3 | Pattern | 1/250sec | F/11.0 | 0.00 EV | 18.0mm | ISO-200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현실로부터의 단절이다. 






- 여행을 준비 하면서

처음에는 유럽을 가고 싶었다.
차를 한 대 렌트해서 한 달 정도 유럽 전역을 누비는 게 원래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이 계획은 동남아를 한 달여 다녀 오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태국 방콕을 시작으로 라오스와 캄보디아, 베트남을 다녀 오는 그림을 그려봤다.
약간 빠듯하다 싶기도 하지만 나름 괜찮은 여행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다소 이른 추석 덕분에 여행기간은 한달에서 3주로 줄어 들었고..
지나치게 빠듯한 일정으로 자칫 '여행'이 아니라 '이동'이 될 것 같아 계획을 대폭 변경했다.
베트남은 빼고 방콕 - 치앙마이 - 라오스 - 캄보디아 시앰립을 거쳐 다시 방콕으로 오는 여정을 짰다.
여행의 주목적은 트래킹, 진짜 제대로 느끼고 와 보자고 마음 먹었다.
태국과 라오스는 딱히 비자가 필요 없으니 됐고, 비자가 필요한 캄보디아와 베트남 중 베트남을 빼고 캄보디아의 비자를 끊었다.
(인터넷으로 e비자라는 걸 끊을 수 있는데, 신청 방법과 캄보디아 국경에서의 사용 방법 등은 따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이런 다부진 각오는 출발 하루 전에 모두 무너져 버린다.
여행지 정보를 하나씩 모으면서, 점점 자신이 없어진 것이다.
저질 체력이야 어떻게든 극복하겠지만.. 과연 제대로 못 씻고, 제대로 못 먹고 하는 일을 버텨낼 수 있을까? 내가? -ㅅ-;;

그러다 '걸어서 세계속으로 - 라오스' 편을 보고 난 후 도저히 안 되겠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무엇이 더럽고, 무엇이 깨끗한가?" 하는 다큐멘터리 속 PD의 음성이 폐부를 꿰뚫고 지나긴 했지만..
내 머리는 더러운 걸 어떻게 해, 하고 말하고 있었다.
어떻게 사람이 갑자기 변하나?
그냥 더러운 건 더러운 거고 깨끗한 건 깨끗한 거다.

뭐 이러다보니 제대로 된 여행 계획이란 있을 수 없다.
출발 하루 전인데도 비행기 티켓만 예매했을 뿐, 짐도 꾸리지 않았다.

비행기 티켓도 출발 며칠 전에 끊은 탓에 직항은 모두 동이 났다.
홍콩이나 마카오, 광저우 등을 체류한 후에 방콕으로 넘어 가는 비행기들 뿐이다.
기왕 이렇게 된거 공항에서 힘들게 몇 시간씩 기다리기 보다 좀 더 오래 머물더라도 제대로 잠을 잘 수 있도록 하자 싶었다.
그래서 광저우에서 하룻밤을 자고 방콕으로 넘어 가기로 했다.
호텔 예약 따위는 하지 않았다. 너무 촉박해서기도 하지만, 가면 어떻게 다 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론리 플래닛에서 나온 가이드북을 두 권 사긴 했지만, 읽어 보지도 않았다.
스스로도 뭐 이렇게 준비하는 여행이 다 있나 싶었다.
형은 원래 여행이 그런거다, 하고 말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나도 뭔가 열심히 준비하지 않았던 것은..
뭔가에 몰두하고 하는 일이 너무 번잡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일상으로부터 도망치듯 떠나는 여행이다.
그런 여행을 위해 골몰하며 준비하는 것은 애초에 가당찮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하루 하루 지나다 보니 여행 날이다.
밤을 꼬박 새우고 대충 짐을 챙겨 길을 나섰다.
뭘 해야 할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채 여행은 시작되었다.

DSLR-A850 | Pattern | 1/30sec | F/2.8 | 0.00 EV | 24.0mm | ISO-400

애초에 여행 준비는 돈과 카메라, 음악이면 충분하다.




- 8월 22일, 인천공항 - 광저우

드디어 여행 날이 밝았다.
아니, 집 문을 나선건 5시도 채 안 됐을 때의 일이니 아직 채 밝지 않았다.
인천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기 위해 콜택시를 불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리무진버스는 집 근처인 송산동 입구 정류장에서 선다.
괜히 콜택시까지 불러 가며 멀리 갈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혹시나 싶어 전날 용남고속에 전화까지 해가며 물어 봤는데, 안 선다고 해서 택시를 타고 병점 중심상가까지 나갔던 건데 말이지.

NEX-C3 | Pattern | 1/8sec | F/5.6 | 0.00 EV | 18.0mm | ISO-1600

인천공항으로 나가는 사람들, 생각보다 꽤 많았다.



뭐 어떻든 좋다.
정해진 시간 보다 약간 늦게 도착한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간밤에 한숨도 못 잔 탓에 버스에 오르자 마자 잠이 들어 눈 떠 보니 공항이다.
1시간 30분 ~ 2시간 여가 걸린다고 써 있었는데, 실제로 걸린 시간은 1시간여.
도착하니 6시 조금 넘은 시간이다.

너무 일찍 공항에 도착해 버렸다.
워낙 이른 시간이라 발권하는 데 얼마 시간이 걸리지도 않은 탓에 7시도 안 되서 발권을 마쳤다.
8시 50분 비행기니 근 2시간을 공항에서 버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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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이 적힌 여권과 비행기 티켓 -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노트북을 열어 미진한 여행정보를 찾아 보기도 하지만 이제와 그런게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얼른 비행기에 올라 잠을 잤으면.. 그저 잠, 잠, 잠을 원할 뿐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여행 전날 잠은 푹 자야겠다.
졸리니 여행이고 뭐고 다 귀찮다는 생각 뿐이었다.


NEX-C3 | Pattern | 1/50sec | F/3.5 | 0.00 EV | 18.0mm | ISO-1600

애초 트래킹을 염두하고 떠나는 여행이다보니 복장은 대충 이랬다. 누가 보면 방콕이 아니라 히말라야로 가는 줄 알았을 것이다.



시간이 되어 광저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중국남방항공을 탔는데, 검색해 보니 평가가 썩 좋지 않다.
비행기야 다 거기서 거기일테니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일단 데스크에서 일하는 사람들 서비스가 영 별로다.
나중에 자세히 얘기할텐데, 이 사람들 미숙한 일처리 때문에 곤란을 겪기도 했다.
그리고 다들 지적하는 기내식, 완전 별로다. 왕복 총 네번의 기내식을 먹었는데 토하지 않은게 다행일 정도다.
아 물론 내 입맛은 몹시 까다로운 편이다. 비위도 약하고. 인정한다.
하지만 저런 음식은 아무리 먹어도 적응이 안 될 것 같다.
그래도 스튜어디스들은 친절했다. 하긴, 친절하지 않은 스튜어디스가 있긴 한가?


NEX-C3 | Pattern | 1/25sec | F/5.6 | 0.00 EV | 18.0mm | ISO-1600

맛있을 것 처럼 보이는 기내식. 4번의 기내식 중 이게 제일 나았었는데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맛있을 것 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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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C3 | Pattern | 1/60sec | F/3.5 | 0.00 EV | 18.0mm | ISO-1600

간식도 준다. 견과류였는데, 치아 교정 중이라 저런건 그림의 떡이었다. 아니, 그림의 땅콩. @_@;



광저우와 우리나라의 시차는 -1시간이다.
대략 3시간 반쯤 날아갔는데 현지 시간은 12시가 조금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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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할 때는 날씨가 꽤 안 좋았는데, 광저우에 도착하니 아주 쾌청했다.
그러고보니 한국에선 내내 장마였기 때문에 이렇게 파란 하늘은 참 오랜만이다.



광저우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느낌은.. '냄새 난다' 였다.
막 지어진 공항이 마치 인천공항을 보는 듯 굉장히 넓고 깨끗해 보였지만..
그 특유의 냄새가 진동을 했다.
마치 곰팡내 같기도 하고, 공장 매연 같기도 한..
꽃가루며 먼지 등 각종 알러지에 시달리는 형과 내겐 몹시 괴로운 일이었다.


NEX-C3 | Pattern | 1/80sec | F/6.3 | 0.00 EV | 18.0mm | ISO-200

광저우 공항을 가득 채운 현대자동차 광고. 돈 참 많이 들었겠다, 하는 정도의 느낌이다. 오른쪽 하단에 잡힌 중국인의 얼굴, 참 거슬린다. -ㅅ-;



광저우에서 1박을 하기 위해 임시 비자를 발급 받았다.
여행사에서는 광저우에서 1박을 하기 위해 반드시 복수 비자를 발급 받으라고 했지만 발급 비용이 꽤 비싸다.
어떤 블로그에서 굳이 비자 발급할 필요 없이 임시 비자 얘기를 찾아 낸 것이 주효했다.

임시 비자를 발급받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입국 수속 시 수속 서류를 모두 작성하고, 임시 비자 발급 신청서를 함께 작성하기만 하면 된다.
단, 이때 입국 후 24시간 이내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을 함께 제출해야 한다.
내 경우에는 광저우를 들러 방콕에 가는 여정이었으므로 광저우 입국 수속장 앞에서 방콕행 비행기 티켓을 발권받았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입국수속서류와 임시 비자 발급 신청서, 방콕행 티켓을 입국 수속장에 제출하면 임시 비자를 발급해 준다.
시간은 대략 10분 여가 소요 되는데, 함께 발급 받는 사람의 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NEX-C3 | Pattern | 1/30sec | F/6.3 | 0.00 EV | 18.0mm | ISO-200

공항 내부는 꽤 잘 꾸며져 있다. 사진 속 나무는 실제 살아 있는 나무라는데, 그 크기가 정말 장대하다.
이걸 보고 든 생각은.. 확실히 얘들은 미쳤다 스케일이 크다는 것이었다. 




광저우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보니 어디로 가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
그러던 중 함께 임시 비자를 발급받은 한국인(워킹홀리데이를 위해 호주로 떠나는 학생이었는데, 함께 한 시간이 워낙 짧다보니 많이 친해지긴 어려웠지만 여러모로 좋은 인연이었다)과 얘기하다보니 중국남방항공을 이용하면 공짜로 호텔 투숙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
중국어도 모르고, 영어도 미숙한 탓에 이리저리 헤맨 끝에.. 중국남방항공 고객센터를 찾아가 호텔을 예약했다.

NEX-C3 | Spot | 1/10sec | F/6.3 | 0.00 EV | 18.0mm | ISO-200

이렇게 씌인 곳으로 가면 된다.



[##_http://www.kunner.com/script/powerEditor/pages/1C%7Ccfile7.uf@136158474EA6047A257D8C.jpg%7Cwidth=%221000%22%20height=%22664%22%20alt=%22%22%20filename=%22DSC00235.jpg%22%20filemime=%22image/jpeg%22%7C_##]

호텔에서 나온 셔틀버스. 다음날 티켓 시간에 맞춰 공항까지 데려다 준다.
20여 년 전 우리나라 그레이스나 베스타 정도 되려나. 쾌적함 같은 건 없다. 거기다 대륙의 운전법까지 함께면 그런 기대는 애초에 사치다!



[##_http://www.kunner.com/script/powerEditor/pages/1C%7Ccfile10.uf@113F163B4EA6051627A9C1.jpg%7Cwidth=%221000%22%20height=%22664%22%20alt=%22%22%20filename=%22DSC00237.jpg%22%20filemime=%22image/jpeg%22%7C_##]

예순이 넘었다는데 아주 건장한 필리피노 아저씨. 우리나라와 두바이에 각각 작은아들과 큰아들이 나가 있다고 한다. 
두바이의 큰 아들을 만나고 오는 길이라는데 굉장히 호쾌한 웃음을 가지고 있었다. 아쉽게도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진동이 요란한 차 안이라 사진이 심하게 흔들렸다. 



호텔 투숙비, 그리고 공항-호텔 간을 이동하는 차편은 모두 공짜다.
호텔 수준은 썩 좋진 않아도 결코 나쁘진 않았다.
일단 넓고 에어콘도 물도 잘 나온다. 무선 인터넷은 없지만 유선 인터넷은 잘 된다.
우리나라처럼 빠르진 않아도 웹서핑 정도는 무리가 없다.
공짜임을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횡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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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C3 | Pattern | 1/20sec | F/6.3 | 0.00 EV | 18.0mm | ISO-200

아주 깨끗하지는 않지만 꽤 넓고 괜찮다.




물론 비행기 티켓 요금 안에 다 포함되어 있는 거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직항 티켓보다 저렴하면서 이런 서비스를 다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임시 비자를 발급받고, 호텔을 예약하는 방법에 대해서 따로 글을 써야겠다.
나중에 다시 비슷한 여행을 한다고 할 때 몹시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광저우에 도착해 호텔을 배정 받는데까지 워낙 시간이 오래 걸린 탓에,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현지 시간으로 3시가 넘었다.
막상 광저우에 왔는데 잠깐이라도 둘러봐야겠다 싶어 얼른 씻고 호텔을 나섰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호텔 근처에 번화가가 있다고 하기에 무작정 출발하긴 했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아마 번화가라고 하는 곳은 지하철을 타고 좀 나가야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까 호텔로 오는 차 안에서 만난 필리피노 아저씨와 저녁 약속을 했기 때문에 멀리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호텔 근처를 두어시간 정도 돌아 다녔는데, 온통 공사중인데다 딱히 볼 것도 없어 다시 호텔로 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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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노점, 좌판이 여기도 많다. 대개 먹을 것을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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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지은 건물들이 빼곡한 틈으로 비행기가 날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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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지은 것일까? 건물들이 아직 텅텅 비어 있다.
게다가 주변은 온통 공사중이거나 판자촌이다. 사람들의 외양은 대체로 비루한데, 그 와중에도 고급차가 돌아 다닌다.
한눈에 빈부의 격차를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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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어서 가보니 장기를 두고 있었다. 판을 보니 사실상 다 끝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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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피자 같은 걸 만들어 팔고 있었다. 배가 고프긴 해도 선뜻 먹어 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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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앞두고 있다보니 마트엔 선물 관련 행사가 한창이다. 이 사람들은 빨간색을 참 좋아한다.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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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 비해 물가 수준이 어떤가 궁금해 마트에 들어갔다. 마트 입구에서 가방을 벗어 저 빨간 가방에 봉해야 한다. 
대충 둘러보느라 잘 알 수는 없지만, 대체로 음료수 가격 빼고는 우리에 비해 크게 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마트 안에 현지인이 별로 없는 이유가 그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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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어떤 할머니가 리치를 팔고 있었다. 한번 맛보라며 건네줬는데, 정말 맛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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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매장안의 모습. 손님보다 일하는 아이들의 숫자가 더 많다. 심지어 자기들끼리 사진 찍으면서 놀고 있다.
처음엔 얘들이 뭐하는 애들인가 했는데, 알고보니 일하는 애들이 맞는 것 같다. 배달이라도 다니는 걸까?
뭐 여튼, 일하는 애들의 숫자에서도 대륙의 기상이 물씬 풍긴다.
맥도날드에 가려다 저 아이들 덕분에 뻘쭘해진 우리는 다른 식당에 가기로 했다.



돌아 오는 길에 너무 지치고 배도 고프고 해서 일본음식을 파는 식당에 들어 갔다.
중국까지 와서 웬 일본음식인가 싶긴 한데, 식당이 몇개 없어서 딱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현지 물가 감안하면 비싼 가격이겠지만, 애초에 우리랑 물가 차이가 나니 체감하는 가격은 비싸지 않았다.
하지만 이따 저녁을 먹어야 하니 간단하게 먹자는 생각에 모밀판 하나, 우동 하나, 야끼만두 하나를 시켜 셋이 나눠 먹었다.

식당에 다른 손님도 별로 없으니 우리나라 같으면 저 정도 음식 나오는데 10분이면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음식을 받은 것은 주문한지 30분이 넘어서였다. 그야말로 만만디, 만만디다.
'최고의 반찬은 시장함' 이라는 말을 증명하기 위해서인걸까.

NEX-C3 | Pattern | 1/2sec | F/5.6 | 0.00 EV | 30.0mm | ISO-200

너무 배고픈 나머지 사진이고 뭐고.. 음식이 나오자 마자 득달같이 먹어 치우는 통에 사진을 찍을 틈이 없었다. 



먹고 나니 현지 시간으로 6시가 좀 넘었는데, 저녁을 먹기는 좀 이르다 싶었다.
땀도 많이 흘렸고 해서 일단 숙소로 돌아가 좀 씻고 다시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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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앞의 시내 모습. 묘하게 이국적이다.
사람들 중 일부는 우리와 비슷한 외모, 일부는 동남아시아 사람들 같은 외모를 지녔다. 건물 스타일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한 후 기절해 버렸다.
전날 잠을 못 잔데다 너무나 더운 날에 돌아 다닌 후 식곤증까지 몰려오다보니 앞뒤 잴 틈 없이 그대로 잠들어 버린 것이다.
눈 떠 보니 새벽 2시가 넘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필리피노 아저씨와 저녁 약속을 했었는데.. 몹시 미안했다.

그 시간에 가서 사과할 수도 없고, 우리는 내일 새벽에 출발하지만 그 아저씨는 오후 2시 비행기라니 그 전에 마주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안한 마음 가득한데 도저히 방법이 없다.
때로 이렇게,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누군가에게 미안한 일이 벌어지고는 한다.


여행의 첫날이 이렇게 저물었다.
현지 정보를 잘 모르는 탓에 답답함과 불안함이 들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우연과 행운이 만들어 낸 묘한 즐거움 또한 가득했다.

형은 말했다. - "여행이란 이런 것이다."
슬슬 그 말에 공감하는 중이다.
미지에 대한 호기심과 불안, 그리고 새로운 경험들.
뭐가 제대로 된 여행이냐 하는 것은 분분할 수 있지만, 우리의 여행도 참 괜찮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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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던사람

    저 과일은 리치가 아니라 롱옌이라는 과일입니다.

    2014.01.08 19: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 그렇군요 ^^; 무식의 소치네요.

      비슷하게 생겼는데 맛은 좀 달라서 이거 뭐야, 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014.01.10 11:37 신고 [ ADDR : EDIT/ DEL ]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진이란, 과연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걸까?
나는 과연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걸까?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가진 장비들을 둘러 보니.. 참 가당치도 않은 것 같아서 입맛이 썼다.
그날로 장비를 모두 처분해 버렸다.
 

DSLR-A900 | Pattern | 1/80sec | F/4.5 | 0.00 EV | 105.0mm | ISO-1600

어쩌면 그건 날씨 탓이었을지도 모른다. 잠깐 지나가는 우울증 때문이었을지도..




그러고 나니 또 울적해졌다.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을 딱히 더 한 것은 아니지만..
셔터를 누르는 손맛과 철컥, 하는 셔터 소리가 그리웠다.

무언가를 '한다' 는 행위 자체가 좋은 것이 아니었을까?

마침 여행을 가기 위해서라도 카메라가 필요하긴 했다.
가볍고 단촐하게 미러리스 카메라를 들였다.

여행 내내 그 작은 카메라와 함께 하면서..
손에 안 익어 아쉬운 순간이 종종 있긴 했지만
최신 카메라들의 성능에 놀라고, 또 놀랐다.
 
대단하구나, 기술의 힘이란.


NEX-C3 | Center-weighted average | 1/320sec | F/5.6 | 0.00 EV | 55.0mm | ISO-1600

종종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조금만 더 신경써주면 충분히 좋은 사진을 뽑아내준다.




하지만 a900의 셔터 소리가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뭐 어떤 대단한 사진을 찍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 아날로그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 녀석이 그리운 것이다.

그러다 a77이 발매되고, 고민 끝에 현장 판매 행렬에 참가했다.
꼬박 밤을 새서 받아 든 카메라니 애지중지.. 고이고이 오래오래 쓰자 마음 먹었다.

하지만 웬걸. 
불과 보름을 채우지 못하고 내쳐버렸다.
적응 못 한 탓이 더 크겠지만..
내가 생각하던 그런 카메라가 아니었다.

카메라를 잡고 셔터를 누르고, 컴퓨터로 옮겨 사진을 확인하기까지..
그 과정이 이렇게 불안했던 적이 또 있었을까?
더구나 바디오류로 언제 꺼질지 모르는 불안함까지 더해지면서 밤을 새워 산 카메라에 대한 정이 뚝 떨어졌다.

더 맘쓰지 않고 바로 장터행.
가라, 가라.


SLT-A77V | Pattern | 1/125sec | F/9.0 | +0.30 EV | 16.0mm | ISO-50

밝은 낮, 포커스 잘 맞은 부위의 표현은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어두운 부분의 디포커싱된 부분의 처리는 최악이었다.


 

그리고 다시 a900을 알아 보다가, 마침 매물로 나온 850이 있어 송탄까지 가서 사왔다.
a900이 아닌게 좀 아쉽기는 하지만.. 이걸로 만족하고 잘 써야겠다.

뭐 얼마나 대단한 사진을 찍겠느냐만..
결국 나 좋자고 하는 취미 아니겠는가.
썼을 때 기분이 좋아야지 않겠는가 말이다. 하하..

DSLR-A850 | Pattern | 1/250sec | F/1.4 | -0.30 EV | 50.0mm | ISO-200

애초에 사진은 내게 '일'이 아닌 '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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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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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새해 다짐으로 축구장에 좀 더 많이 가야겠다고 마음 먹곤 한다.
그리고 연말이 되면, 몇번이나 축구장에 갔는지 꼽아 보고는 하지.
대개 그 횟수에 따라 지난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가늠해 볼 수 있기도 하다.
정신없이 바쁘게 보냈는지, 아니면 조금 여유를 찾았는지.. 

올해는 단 한번도 경기장을 찾지 못했다.
심지어 공짜표를 잔뜩 받았었는데도 말이지.
뭐, 올해는 그나마 열심히 찾아 보던 축구 중계도 별로 못 봤으니.. 축구에 참 소홀했던 한 해이기도 하다.


그러다 마침 이번 수요일에 전주에서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이 열리기에 냅다 예매를 했다.
챔피언스리그 경기는 지난 해 역시 4강 2차전이었던 성남:조바한 경기 후 처음이다.
그때는 참.. 악에 받쳐 후기를 썼는데 말이지.

그러고보면, 5년 전도 그렇고, 바로 지난 해도 그렇고.. 그때 가지고 있던 열정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뭐 여튼..




전주성에는 스페셜 테이블존이라는 좌석이 있는데, 기자석을 개조해 뭔가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해 놓은 곳이란다.
가격은 일반 좌석과 달리 조금 비싸서 2만원 가량 하지만, 딱 61개 석만 예매할 수 있고, 예매하면 치킨도 한 마리 준다고 하기에 두 번 생각할 필요 없이 바로 예매했다.
예매하고 나서 안건데.. 리그 경기와 달리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는 치킨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한다. -ㅅ-;
하지만 극장에서 3D영화를 봐도 16,000 원인 세상에 이 중요한 경기를 그 가격에 볼 수 있다면 그걸로도 좋다. (정말이지 예매 수수료가 아까워서 그런다고는 말 못한다.)



DSLR-A700 | Pattern | 1/320sec | F/3.5 | 0.00 EV | 200.0mm | ISO-250


사진 속 이 날은 전북이 수원에 원정 와 홈팀 수원을 5:1로 떡실신 시키던 날이다. -_-;;
아마 리그 최종전이렸다. 그리고 나의 마지막 경기장 참관이기도 하고.
저 경기 보고 내년엔 좀 더 자주 와야지, 했는데 1년 내내 한번도 못 갔구나..

아무튼 동국아 더도 덜도 말고 딱 해트트릭 부탁한다. ㅎㅎ


다만 아쉬운 건 망원렌즈가 좀 딸린다는 것.
200mm 넘는 망원렌즈가 하나쯤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가지고 있는 건 135mm 뿐이다.
135.8을 믿고 가는 수 밖에 없겠지. 흐흣.


오랜만에 푸른 피치를 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아.. 얼른 수요일이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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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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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ㅋㅋ 잘 보고 오셨나요?

    2011.10.26 23: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응~ 결국 알이티하드 발라주고 결승 안착!
      예전같으면 후기도 쓰고 그랬을텐데, 요즘은 왜케 무기력한지 모르겠다. ㅋㅋ

      2011.11.02 11:29 신고 [ ADDR : EDIT/ DEL ]


올 초, 4년을 쓴 정든 카메라를 뒤로하고 구백이를 샀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고급 카메라를 구석에 쳐박아 놓고 먼지만 쌓게 하고 있다는 자책에 구백이를 팔아 버리고..

또 그렇게 갑자기 세로그립을 준다는 소식에 밤새워 a77 현판을 하고..
나름 정 붙여서 써 보려다 영 적응을 못해 또 팔아 버렸다.

정말 고급 카메라가 내게 필요한가?
아예 초급용 카메라 하나 들고 아무 생각없이 셔터만 눌러보는게 어떨까,

이런 저런 고민을 해봐도 결국은 FF다.
마침 저렴한 a850이 나왔길래 덥썩;



DSLR-A850 | Pattern | 1/30sec | F/2.8 | +0.30 EV | 24.0mm | ISO-1000

어느 틈에 정신차려 보니 손엔 a850과 50mm단렌즈가 들려 있다.




하.. 정말이지 오래 오래 정붙이고 쓰자꾸나.
물론, 나중에 구백이 쿨매가 나오면 맘 떨리겠지만.


응?

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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