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

3박 4일간의 짧은 - 하지만 너무나 강도 높은 출장을 다녀 왔다.


작년에 광저우를 잠시 들렀다 온 걸 빼고는 중국에 가 본 적이 없는지라,

한 번에 상해와 북경을 모두 다녀 올 수 있다는 사실에 내심 설레기도 했지만..

다녀오고 나니 설렐 이유가 없었다.


그냥 일, 일, 일..

결국 장소만 옮긴 사무실이었을 뿐. -_ㅠ



그래도 마지막 날엔 공항에 오는 길에 잠시 짬을 내 자금성에 들렀다.


그런데 80년 만의 한파라나? 

한낮 기온이 영하 16도 라는 엄청난 한파 속에서 이미 여행은 고역이 된 지 오래였다.

같이 간 사람들이 맨손으로 트렁크를 끌고 오는게 안쓰러워 장갑도 다 벗어 주고 맨 손으로 카메라를 잡고 있다 보니 두 손은 꽁꽁 얼어서

나중엔 내가 셔터를 누른건지 셔터가 나를 당긴건지 알 수가 없었다.


완전히 거지 꼴이 다 되어서는..

후다닥 공항으로 도망쳐 왔다.



그리고 이건, 춥디 추운 날의 자금성, 

그 짤막한 기록이다.





DSLR-A900 | Pattern | 1/640sec | F/8.0 | +0.30 EV | 16.0mm | ISO-200

이 추운 날에 저기 서서 꼼짝도 않고 있는 군인을 보고 연민이 들었다.

참으로 경의를 표한다.


중화인민공화국만세, 세계인민대단결만세 라는 글귀 사이에 모택동의 사진이 인상 깊다.

절대왕조가 만든 유적에 인민의 해방을 기치로 한 글귀와 인물이 새겨져 있는 것은 그 자체로 지독한 아이러니다.

해방이 구속의 또 다른 의미인 것과 마찬가지로.


DSLR-A900 | Pattern | 1/400sec | F/10.0 | 0.00 EV | 16.0mm | ISO-200

자금성을 처음 보고 느낀 생각은 '정말 크다..' 였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광대한 궁궐.

아마 누구든 다 그 크기에 압도되겠지.


이 어마어마한 유적이 문화대혁명을 무사히 넘기고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DSLR-A900 | Pattern | 1/640sec | F/9.0 | 0.00 EV | 16.0mm | ISO-200

북쪽에서 남쪽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

위와는 정 반대 위치에서 찍었다.

의도한 것과는 좀 다르게 나왔지만, 설정을 만지고 자시고 할 수가 없었다.

너무 추웠거든..


DSLR-A900 | Pattern | 1/40sec | F/4.0 | 0.00 EV | 35.0mm | ISO-320

어스름녘의 북경 공항.


나는 이 어스름녘의 빛이 참 좋다.

나른함도 느껴지고, 무언가 포근한 느낌도 든다.

아쉬운 여행의 마지막 저녁이 그렇게 가고 있었다.


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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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7 | Pattern | 1/800sec | F/6.3 | 0.00 EV | 35.0mm | ISO-100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 그리고 추억.


벌써부터 그립다.

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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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천사

    사진 빨강등대흰등대있는곳 어딘가요?

    2016.10.17 18: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NEX-7 | Pattern | 1/250sec | F/4.0 | 0.00 EV | 24.0mm | ISO-2500

 

우리나라에서 낙조가 아름다운 10군데 중 하나라는 궁평 낙조.

아쉽게도 안개와 구름이 잔뜩 낀 날씨 덕분에 제대로 낙조를 보지는 못 했지만..

 

오랜만에 찾아간 궁평항은 참으로 즐거웠다.

 

벌써부터 또 가고 싶네..

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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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여행을 다녀온 후 바로 여행기를 써야겠다, 하고 마음 먹었었는데..
귀찮음에 차일피일 미루다 벌써 두달여가 지났다.
두달이나 지난 일을 기억을 더듬어 가며 '여행기'라고 쓰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더 늦으면 곤란할 것 같아, 이제라도 조금씩 써내려가야겠다.

여행 중에는, 그리고 막 다녀와서는 쓸 말이 무척이나 많았다.
머릿속에 떠올려진 생각들 중에는 제법 괜찮은 문장이라 생각되는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기억 나지 않는다.
뭐든 때가 있는 법이다. 써야할 때 썼어야 했다.

사실 이제와 후회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
여튼 덕분에 당시의 느낌보다는 지금의 생각에 더 충실한 여행기가 되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사진이 충분히 있다는 것.
사진만 대충 얽어도 될 정도로 말이다.

3주간의 이야기를 글 한 편으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몇 편으로 나눠 써야겠는데..
부디 완결 지을 때 까지 게으름에 지지 않기를.


NEX-C3 | Pattern | 1/250sec | F/11.0 | 0.00 EV | 18.0mm | ISO-200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현실로부터의 단절이다. 






- 여행을 준비 하면서

처음에는 유럽을 가고 싶었다.
차를 한 대 렌트해서 한 달 정도 유럽 전역을 누비는 게 원래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이 계획은 동남아를 한 달여 다녀 오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태국 방콕을 시작으로 라오스와 캄보디아, 베트남을 다녀 오는 그림을 그려봤다.
약간 빠듯하다 싶기도 하지만 나름 괜찮은 여행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다소 이른 추석 덕분에 여행기간은 한달에서 3주로 줄어 들었고..
지나치게 빠듯한 일정으로 자칫 '여행'이 아니라 '이동'이 될 것 같아 계획을 대폭 변경했다.
베트남은 빼고 방콕 - 치앙마이 - 라오스 - 캄보디아 시앰립을 거쳐 다시 방콕으로 오는 여정을 짰다.
여행의 주목적은 트래킹, 진짜 제대로 느끼고 와 보자고 마음 먹었다.
태국과 라오스는 딱히 비자가 필요 없으니 됐고, 비자가 필요한 캄보디아와 베트남 중 베트남을 빼고 캄보디아의 비자를 끊었다.
(인터넷으로 e비자라는 걸 끊을 수 있는데, 신청 방법과 캄보디아 국경에서의 사용 방법 등은 따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이런 다부진 각오는 출발 하루 전에 모두 무너져 버린다.
여행지 정보를 하나씩 모으면서, 점점 자신이 없어진 것이다.
저질 체력이야 어떻게든 극복하겠지만.. 과연 제대로 못 씻고, 제대로 못 먹고 하는 일을 버텨낼 수 있을까? 내가? -ㅅ-;;

그러다 '걸어서 세계속으로 - 라오스' 편을 보고 난 후 도저히 안 되겠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무엇이 더럽고, 무엇이 깨끗한가?" 하는 다큐멘터리 속 PD의 음성이 폐부를 꿰뚫고 지나긴 했지만..
내 머리는 더러운 걸 어떻게 해, 하고 말하고 있었다.
어떻게 사람이 갑자기 변하나?
그냥 더러운 건 더러운 거고 깨끗한 건 깨끗한 거다.

뭐 이러다보니 제대로 된 여행 계획이란 있을 수 없다.
출발 하루 전인데도 비행기 티켓만 예매했을 뿐, 짐도 꾸리지 않았다.

비행기 티켓도 출발 며칠 전에 끊은 탓에 직항은 모두 동이 났다.
홍콩이나 마카오, 광저우 등을 체류한 후에 방콕으로 넘어 가는 비행기들 뿐이다.
기왕 이렇게 된거 공항에서 힘들게 몇 시간씩 기다리기 보다 좀 더 오래 머물더라도 제대로 잠을 잘 수 있도록 하자 싶었다.
그래서 광저우에서 하룻밤을 자고 방콕으로 넘어 가기로 했다.
호텔 예약 따위는 하지 않았다. 너무 촉박해서기도 하지만, 가면 어떻게 다 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론리 플래닛에서 나온 가이드북을 두 권 사긴 했지만, 읽어 보지도 않았다.
스스로도 뭐 이렇게 준비하는 여행이 다 있나 싶었다.
형은 원래 여행이 그런거다, 하고 말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나도 뭔가 열심히 준비하지 않았던 것은..
뭔가에 몰두하고 하는 일이 너무 번잡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일상으로부터 도망치듯 떠나는 여행이다.
그런 여행을 위해 골몰하며 준비하는 것은 애초에 가당찮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하루 하루 지나다 보니 여행 날이다.
밤을 꼬박 새우고 대충 짐을 챙겨 길을 나섰다.
뭘 해야 할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채 여행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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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여행 준비는 돈과 카메라, 음악이면 충분하다.




- 8월 22일, 인천공항 - 광저우

드디어 여행 날이 밝았다.
아니, 집 문을 나선건 5시도 채 안 됐을 때의 일이니 아직 채 밝지 않았다.
인천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기 위해 콜택시를 불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리무진버스는 집 근처인 송산동 입구 정류장에서 선다.
괜히 콜택시까지 불러 가며 멀리 갈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혹시나 싶어 전날 용남고속에 전화까지 해가며 물어 봤는데, 안 선다고 해서 택시를 타고 병점 중심상가까지 나갔던 건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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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으로 나가는 사람들, 생각보다 꽤 많았다.



뭐 어떻든 좋다.
정해진 시간 보다 약간 늦게 도착한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간밤에 한숨도 못 잔 탓에 버스에 오르자 마자 잠이 들어 눈 떠 보니 공항이다.
1시간 30분 ~ 2시간 여가 걸린다고 써 있었는데, 실제로 걸린 시간은 1시간여.
도착하니 6시 조금 넘은 시간이다.

너무 일찍 공항에 도착해 버렸다.
워낙 이른 시간이라 발권하는 데 얼마 시간이 걸리지도 않은 탓에 7시도 안 되서 발권을 마쳤다.
8시 50분 비행기니 근 2시간을 공항에서 버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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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이 적힌 여권과 비행기 티켓 -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노트북을 열어 미진한 여행정보를 찾아 보기도 하지만 이제와 그런게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얼른 비행기에 올라 잠을 잤으면.. 그저 잠, 잠, 잠을 원할 뿐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여행 전날 잠은 푹 자야겠다.
졸리니 여행이고 뭐고 다 귀찮다는 생각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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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트래킹을 염두하고 떠나는 여행이다보니 복장은 대충 이랬다. 누가 보면 방콕이 아니라 히말라야로 가는 줄 알았을 것이다.



시간이 되어 광저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중국남방항공을 탔는데, 검색해 보니 평가가 썩 좋지 않다.
비행기야 다 거기서 거기일테니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일단 데스크에서 일하는 사람들 서비스가 영 별로다.
나중에 자세히 얘기할텐데, 이 사람들 미숙한 일처리 때문에 곤란을 겪기도 했다.
그리고 다들 지적하는 기내식, 완전 별로다. 왕복 총 네번의 기내식을 먹었는데 토하지 않은게 다행일 정도다.
아 물론 내 입맛은 몹시 까다로운 편이다. 비위도 약하고. 인정한다.
하지만 저런 음식은 아무리 먹어도 적응이 안 될 것 같다.
그래도 스튜어디스들은 친절했다. 하긴, 친절하지 않은 스튜어디스가 있긴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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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을 것 처럼 보이는 기내식. 4번의 기내식 중 이게 제일 나았었는데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맛있을 것 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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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도 준다. 견과류였는데, 치아 교정 중이라 저런건 그림의 떡이었다. 아니, 그림의 땅콩. @_@;



광저우와 우리나라의 시차는 -1시간이다.
대략 3시간 반쯤 날아갔는데 현지 시간은 12시가 조금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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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할 때는 날씨가 꽤 안 좋았는데, 광저우에 도착하니 아주 쾌청했다.
그러고보니 한국에선 내내 장마였기 때문에 이렇게 파란 하늘은 참 오랜만이다.



광저우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느낌은.. '냄새 난다' 였다.
막 지어진 공항이 마치 인천공항을 보는 듯 굉장히 넓고 깨끗해 보였지만..
그 특유의 냄새가 진동을 했다.
마치 곰팡내 같기도 하고, 공장 매연 같기도 한..
꽃가루며 먼지 등 각종 알러지에 시달리는 형과 내겐 몹시 괴로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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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공항을 가득 채운 현대자동차 광고. 돈 참 많이 들었겠다, 하는 정도의 느낌이다. 오른쪽 하단에 잡힌 중국인의 얼굴, 참 거슬린다. -ㅅ-;



광저우에서 1박을 하기 위해 임시 비자를 발급 받았다.
여행사에서는 광저우에서 1박을 하기 위해 반드시 복수 비자를 발급 받으라고 했지만 발급 비용이 꽤 비싸다.
어떤 블로그에서 굳이 비자 발급할 필요 없이 임시 비자 얘기를 찾아 낸 것이 주효했다.

임시 비자를 발급받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입국 수속 시 수속 서류를 모두 작성하고, 임시 비자 발급 신청서를 함께 작성하기만 하면 된다.
단, 이때 입국 후 24시간 이내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을 함께 제출해야 한다.
내 경우에는 광저우를 들러 방콕에 가는 여정이었으므로 광저우 입국 수속장 앞에서 방콕행 비행기 티켓을 발권받았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입국수속서류와 임시 비자 발급 신청서, 방콕행 티켓을 입국 수속장에 제출하면 임시 비자를 발급해 준다.
시간은 대략 10분 여가 소요 되는데, 함께 발급 받는 사람의 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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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내부는 꽤 잘 꾸며져 있다. 사진 속 나무는 실제 살아 있는 나무라는데, 그 크기가 정말 장대하다.
이걸 보고 든 생각은.. 확실히 얘들은 미쳤다 스케일이 크다는 것이었다. 




광저우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보니 어디로 가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
그러던 중 함께 임시 비자를 발급받은 한국인(워킹홀리데이를 위해 호주로 떠나는 학생이었는데, 함께 한 시간이 워낙 짧다보니 많이 친해지긴 어려웠지만 여러모로 좋은 인연이었다)과 얘기하다보니 중국남방항공을 이용하면 공짜로 호텔 투숙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
중국어도 모르고, 영어도 미숙한 탓에 이리저리 헤맨 끝에.. 중국남방항공 고객센터를 찾아가 호텔을 예약했다.

NEX-C3 | Spot | 1/10sec | F/6.3 | 0.00 EV | 18.0mm | ISO-200

이렇게 씌인 곳으로 가면 된다.



[##_http://www.kunner.com/script/powerEditor/pages/1C%7Ccfile7.uf@136158474EA6047A257D8C.jpg%7Cwidth=%221000%22%20height=%22664%22%20alt=%22%22%20filename=%22DSC00235.jpg%22%20filemime=%22image/jpeg%22%7C_##]

호텔에서 나온 셔틀버스. 다음날 티켓 시간에 맞춰 공항까지 데려다 준다.
20여 년 전 우리나라 그레이스나 베스타 정도 되려나. 쾌적함 같은 건 없다. 거기다 대륙의 운전법까지 함께면 그런 기대는 애초에 사치다!



[##_http://www.kunner.com/script/powerEditor/pages/1C%7Ccfile10.uf@113F163B4EA6051627A9C1.jpg%7Cwidth=%221000%22%20height=%22664%22%20alt=%22%22%20filename=%22DSC00237.jpg%22%20filemime=%22image/jpeg%22%7C_##]

예순이 넘었다는데 아주 건장한 필리피노 아저씨. 우리나라와 두바이에 각각 작은아들과 큰아들이 나가 있다고 한다. 
두바이의 큰 아들을 만나고 오는 길이라는데 굉장히 호쾌한 웃음을 가지고 있었다. 아쉽게도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진동이 요란한 차 안이라 사진이 심하게 흔들렸다. 



호텔 투숙비, 그리고 공항-호텔 간을 이동하는 차편은 모두 공짜다.
호텔 수준은 썩 좋진 않아도 결코 나쁘진 않았다.
일단 넓고 에어콘도 물도 잘 나온다. 무선 인터넷은 없지만 유선 인터넷은 잘 된다.
우리나라처럼 빠르진 않아도 웹서핑 정도는 무리가 없다.
공짜임을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횡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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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깨끗하지는 않지만 꽤 넓고 괜찮다.




물론 비행기 티켓 요금 안에 다 포함되어 있는 거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직항 티켓보다 저렴하면서 이런 서비스를 다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임시 비자를 발급받고, 호텔을 예약하는 방법에 대해서 따로 글을 써야겠다.
나중에 다시 비슷한 여행을 한다고 할 때 몹시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광저우에 도착해 호텔을 배정 받는데까지 워낙 시간이 오래 걸린 탓에,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현지 시간으로 3시가 넘었다.
막상 광저우에 왔는데 잠깐이라도 둘러봐야겠다 싶어 얼른 씻고 호텔을 나섰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호텔 근처에 번화가가 있다고 하기에 무작정 출발하긴 했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아마 번화가라고 하는 곳은 지하철을 타고 좀 나가야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까 호텔로 오는 차 안에서 만난 필리피노 아저씨와 저녁 약속을 했기 때문에 멀리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호텔 근처를 두어시간 정도 돌아 다녔는데, 온통 공사중인데다 딱히 볼 것도 없어 다시 호텔로 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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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노점, 좌판이 여기도 많다. 대개 먹을 것을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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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지은 건물들이 빼곡한 틈으로 비행기가 날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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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지은 것일까? 건물들이 아직 텅텅 비어 있다.
게다가 주변은 온통 공사중이거나 판자촌이다. 사람들의 외양은 대체로 비루한데, 그 와중에도 고급차가 돌아 다닌다.
한눈에 빈부의 격차를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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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어서 가보니 장기를 두고 있었다. 판을 보니 사실상 다 끝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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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피자 같은 걸 만들어 팔고 있었다. 배가 고프긴 해도 선뜻 먹어 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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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앞두고 있다보니 마트엔 선물 관련 행사가 한창이다. 이 사람들은 빨간색을 참 좋아한다.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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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 비해 물가 수준이 어떤가 궁금해 마트에 들어갔다. 마트 입구에서 가방을 벗어 저 빨간 가방에 봉해야 한다. 
대충 둘러보느라 잘 알 수는 없지만, 대체로 음료수 가격 빼고는 우리에 비해 크게 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마트 안에 현지인이 별로 없는 이유가 그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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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어떤 할머니가 리치를 팔고 있었다. 한번 맛보라며 건네줬는데, 정말 맛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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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매장안의 모습. 손님보다 일하는 아이들의 숫자가 더 많다. 심지어 자기들끼리 사진 찍으면서 놀고 있다.
처음엔 얘들이 뭐하는 애들인가 했는데, 알고보니 일하는 애들이 맞는 것 같다. 배달이라도 다니는 걸까?
뭐 여튼, 일하는 애들의 숫자에서도 대륙의 기상이 물씬 풍긴다.
맥도날드에 가려다 저 아이들 덕분에 뻘쭘해진 우리는 다른 식당에 가기로 했다.



돌아 오는 길에 너무 지치고 배도 고프고 해서 일본음식을 파는 식당에 들어 갔다.
중국까지 와서 웬 일본음식인가 싶긴 한데, 식당이 몇개 없어서 딱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현지 물가 감안하면 비싼 가격이겠지만, 애초에 우리랑 물가 차이가 나니 체감하는 가격은 비싸지 않았다.
하지만 이따 저녁을 먹어야 하니 간단하게 먹자는 생각에 모밀판 하나, 우동 하나, 야끼만두 하나를 시켜 셋이 나눠 먹었다.

식당에 다른 손님도 별로 없으니 우리나라 같으면 저 정도 음식 나오는데 10분이면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음식을 받은 것은 주문한지 30분이 넘어서였다. 그야말로 만만디, 만만디다.
'최고의 반찬은 시장함' 이라는 말을 증명하기 위해서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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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배고픈 나머지 사진이고 뭐고.. 음식이 나오자 마자 득달같이 먹어 치우는 통에 사진을 찍을 틈이 없었다. 



먹고 나니 현지 시간으로 6시가 좀 넘었는데, 저녁을 먹기는 좀 이르다 싶었다.
땀도 많이 흘렸고 해서 일단 숙소로 돌아가 좀 씻고 다시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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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앞의 시내 모습. 묘하게 이국적이다.
사람들 중 일부는 우리와 비슷한 외모, 일부는 동남아시아 사람들 같은 외모를 지녔다. 건물 스타일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한 후 기절해 버렸다.
전날 잠을 못 잔데다 너무나 더운 날에 돌아 다닌 후 식곤증까지 몰려오다보니 앞뒤 잴 틈 없이 그대로 잠들어 버린 것이다.
눈 떠 보니 새벽 2시가 넘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필리피노 아저씨와 저녁 약속을 했었는데.. 몹시 미안했다.

그 시간에 가서 사과할 수도 없고, 우리는 내일 새벽에 출발하지만 그 아저씨는 오후 2시 비행기라니 그 전에 마주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안한 마음 가득한데 도저히 방법이 없다.
때로 이렇게,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누군가에게 미안한 일이 벌어지고는 한다.


여행의 첫날이 이렇게 저물었다.
현지 정보를 잘 모르는 탓에 답답함과 불안함이 들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우연과 행운이 만들어 낸 묘한 즐거움 또한 가득했다.

형은 말했다. - "여행이란 이런 것이다."
슬슬 그 말에 공감하는 중이다.
미지에 대한 호기심과 불안, 그리고 새로운 경험들.
뭐가 제대로 된 여행이냐 하는 것은 분분할 수 있지만, 우리의 여행도 참 괜찮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고 있었다.






 
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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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던사람

    저 과일은 리치가 아니라 롱옌이라는 과일입니다.

    2014.01.08 19: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 그렇군요 ^^; 무식의 소치네요.

      비슷하게 생겼는데 맛은 좀 달라서 이거 뭐야, 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014.01.10 11:37 신고 [ ADDR : EDIT/ DEL ]


아무런 계획 없이 비행기 티켓을 끊고,
일단 가서 생각해 보자며 방콕으로 날아 온지 벌써 보름이 됐다.

태국에서 라오스, 베트남을 거쳐 캄보디아를 다녀와 볼까 했었는데..
3주가 채 안 되는 시간동안 저길 다 돌려면 거의 메뚜기처럼 뛰어 다녀야 할 것 같아서 포기했다.
대신 일주일 단위로 태국, 캄보디아, 다시 태국에 머무르고 있다.


동남아시아 - 태국이나 캄보디아 같은 나라는 이미 대중적인 관광 코스다.
실제로 길거리에서 하루에 수십명씩(유명 관광지에서는 수백명씩) 한국인을 마주치곤 한다.
결국 누구나 오는 곳에 왔고, 누구나 보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래.
딱히 대단한 걸 보고, 대단한 걸 체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항상 보고 겪은 것 이상의 울림을 주는 법이어서
나 역시 풀어 내고 싶은 이야기, 보여 주고 싶은 사진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아직 여행이 끝난 것도 아니요, 글을 써내려갈 시간이 충분한 것도 아니니
머릿속을 떠다니는 수많은 생각들은 잠시 묻어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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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고 싶던 것은 엄청난 무언가가 아니라 삶 그 자체였다. 




처음 떠나올 때는 여행하면서 꾸준히 메모를 해야겠다 싶었는데, 실제로는 한 며칠 하고 나니 시들해졌다.
끝내 떨쳐내지 못한 게으름이 주된 원인이겠지만,
중요한 건 나중이 되어서도 반드시 떠오를 것이라는 자기 합리화 역시 크게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실제로 수없이 스치는 생각들의 대부분은 하나로 귀결되고 있었으니까.

'사람은 왜 사는 걸까?'

사춘기 소년도 아닌데... 이런 덧없는 질문을 뇌까리고 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이 분명해 질 수록, 나이를 먹은 것이렸다.
대체로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삶은 단순해지고 분명해진다. 
일단 고단한 삶의 무게를 알게되면,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질질 끄는 일 따위는 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여행을 와서 보니, 자연스레 소시적 천착했던 화두를 또 꺼내 들게 되었다.

나는 왜 사는 걸까,
이 사람들은 왜 사는 걸까.

이 사람들과 나는 무엇이 다르며 무엇이 같은가?
애초에 다르기나 한가?
아니면 어디가 같기나 한가?

삶은 무엇일까.
나아가, 무엇이 더 나은 삶이고 무엇이 덜한 삶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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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이 가지지 못한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 역시 내가 가지지 못한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체력은 심하게 저질인데다 날씨는 생각보다 훨씬 덥다.
관광(觀光)에서의 '본다'는 본래의 목적은 뒷전이 된지 오래다.
덕분에 여행지의 범위가 당초 생각보다 훨씬 줄어들었음에도, 이 주변 명승지 조차 다 돌아 보지 못했다.

귀국길에 오르기까지는 아직 일주일여의 시간이 남았다. 
그 안에 몇개나 더 가 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반대로 그걸 더 본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관광이란 뭘 보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무엇을 느끼느냐가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여행을 하게 되면, 특히나 이렇게 긴 여행을 하다 보면..
나를 둘러싸고 있던 현실과 분리되어 삶을 객관화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분리 되면, 얼른 다시 현실로 돌아 가고 싶은 마음 또한 비례해서 커지는 모양이다.

그렇게 도망치고 싶던 현실인데, 그렇게 떨쳐내고 싶던 불안인데.
지금의 나는 그 현실을 영영 놓치게 될까 또 다른 불안을 갖고 있는가보다.
그러고보면 나도 참.. 여행을 잘 하진 못 했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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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보는 것도 자유, 커튼을 내리는 것도 자유.
돌이켜보면 삶의 그 많은 선택에서, 어느 하나 내가 하지 않은 것이란 없다. - 이제와 변명할 것도, 회피할 것도 없다. 




잠깐의 여행으로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낯선 곳에 좀 왔다고 갑자기 고민이 확 해결될 리도 없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고 해서 삶이 확 달라질 리도 없다.
애초에 여행이란 다시 돌아 갈 것을 기약하고 하는 것이니만큼, 삶은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행 끝에 다름이 있을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게 어리석은 일임을 뻔히 알면서도 기대하는 - 바라고 기다리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테니.

문득 남은 여행 동안 순간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든 돌아가면 또 한동안 누리지 못할 호사가 아닌가.

하하.




-떠나 온 지 13일째 Bangkok City Suite Hotel에서.
 
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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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속리산 종주를 한 후 내내 집에서 요양을 했다.
심각한 내상을 회복하기 위해 시간이 좀 필요했다. -ㅅ-;;

무릎도 좀 아프고, 몸도 너무 찌뿌듯해 온천욕을 하러 온양에 다녀 올까 했다.

게다가 요며칠 낮밤이 좀 바뀌어 있었다.
생체 시계를 다시 원래대로 돌려 놓기 위해 밤을 꼬박 새운 후 밤까지 버틸 작정이었다.
그런데 그냥 +_+ 이런 표정으로 버티고만 있기는 어려울 것 같아 온천욕을 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가려고 보니 온양까지 가기가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끌고 가자니 운전 하기가 귀찮고..
전철을 타고 가자니 온양까지 가는 급행이 없고..
완행을 타고 가자니 한 세월일 것 같고..(가다가 지치잖아!)

그래서 예전에 얼핏 화성에도 온천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아 검색을 해 봤다.
그랬더니 웬걸.. 화성에도 온천이 있다.
더구나 집에서 20km도 되지 않아.
이 정도 거리면 걸어도 된다. 응? -ㅅ-;


이리저리 검색해 본 끝에 목적지를 잡았다.
화성 발안에 있는 월문 온천.
사진 정보가 별로 없어서 정보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다.
그 외 다른 곳도 몇개 더 있지만, 어차피 가보지 않으면 모른다.
여기가 마음에 안 들면 다음엔 다른 곳을 가면 되지 않은가?

가는 길에 건강보험공단에 들러 직장보험 임의계속가입 신청을 하느라(보험료가 만 몇천원 더 싸진다) 약간 길을 돌았다.
또 가다가 마침 생각나 은행에 들르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꽤 늦어 버렸다.
아침부터 가자, 했는데 저녁 무렵에 도착했으니 원.. ㅋㅋ


어쨌든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꽤 넓은데다 시설도 나쁘지 않았다.
평일이라 사람도 없어선지 아주 깨끗하진 않아도 적당히 깔끔했다.
아주 넓은 탕 - 이렇게 큰 탕에 들어 가 본게 대체 얼마만인가?
유명한 온천 관광지인 온양에서 나고 자란 내게 요즘 도심에 지어진 목욕탕은 너무 좁다. -0-

탕 안을 찍을 수는 없으므로 가는 길에 찍은 몇 장의 사진으로 화성 월문 온천 여행기를 대신한다.

아.. 월문온천 옆에 있는 한우리설렁탕 - 이 가게는 절대 비추천이다.
고기 썩은 내가 펄펄 나는 회갈색 빛 설렁탕을 먹고 싶거든 가도 좋다.
하지만 정상적인 입맛을 가진 사람의 경우, 또 모처럼만의 교외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은 사람의 경우에는 절대로 가지 말 것을 권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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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진 찍는 주 장소. 차 안이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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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지은 공설운동장이라지?
규격이 잘못되어 완공된 후에도 쓸 수 없어 그냥 놀고 있다는.. 참 안타까운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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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단지의 초입에 있는 월문온천.
이건 목욕탕이다. 스파는 아니고 찜질방은 있다.
탕 안에 노천탕을 포함해 각종 시설이 있어서 몹시 좋다. 추천!
이외에도 아래 사진에 보다 시피 가족이나 연인 단위로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텔이 많다.
오히려 이 쪽에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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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한지 10년이 넘다보니 겉보기엔 좀 허름하고..
내부도 썩 깨끗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쓸만하다.
예민쟁이인 내가 하는 말이니 결코 나쁘지 않다는 걸 믿어도 좋을 것이다.


간만에 온천욕을 즐기고 나니.. 몸이 노곤노곤.
덕분에 간밤엔 참 잘 잤다. ^_^



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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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룸펜의 변)

시험 끝나고 나면(7월 24일)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고 산에도 많이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시험 공부를 그리 열심히 하지도 않았으니, 그 전에 가도 별로 문제 될 게 없긴 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기 때문에 얼른 날짜야 가라, 하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험을 치르고 났는데..
이놈의 비.
나 참.. 그야말로 비, 비, 비 다.
대체 뭔 비가 이렇게 쉬지도 않고 꾸준히 내리는 걸까?
지난 한 두달 동안 날씨 좋은 날이 대체 몇일이었던 걸까?
덕분에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보내는 날이 계속 늘어 가고 있었다.

나중에 생각하게 된거지만, 중부에 비가 올 때 남부는 비가 안 왔다고 한다.
남부 쪽으로 이동해 여행이든 산행이든 하면 되는 거였다.
허구헌날 쏟아지는 비 때문에 다 그런 줄 알았다, 하고 말하면 참.. 한심하겠지.



가자, 속리산으로)

아무튼 8월 5일은 그런 한심한 날 가운데에 있었다.
아주 오래간만에.. 전국적으로 비가 오지 않는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산행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작년에 가 본 적이 있는 속리산으로.

8월 둘째주에 지리산 종주를 계획하고 있으니 그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적당히 멀고, 적당히 높고, 적당히 힘들고, 적당히 멋진 속리산을 택했던 것이다.

계속된 폐인 생활로 낮밤이 확 바뀌어 있는 상황이어서..
다음 날 아침에 산에 가기로 해 놓고도 늦게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
계속 잠이 안 와 잠 잘 생각도 않고 있다가.. 한 세시간쯤 잤을까.
그나마도 형은 한 숨도 못 잤다.

컨디션이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안가거나 하면 스스로 너무 한심할 것 같아서 일단 강행했다.



속리산 입구에 차를 대고 난 직후의 풍경.
간만에 보는 푸르름이다.


속리산 종주)

10시 좀 넘어서 출발해 두시간쯤 달려 속리산 입구에 차를 대고 내렸다.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12시 반이다.
그 전에 문장대 올랐을 때와 대략 비슷한 일정이 되겠구나, 싶었다.

태양은 이글이글, 가만히 서 있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이런 날씨 정말 오랜만이었다.
새로 산 긴 챙 모자를 쓰고 터덜터덜 걷기 시작한다.

입구에 있는 등산로 안내도를 보며 어디로 갈까 고민했다.
문장대는 작년에 갔다 왔으니, 작년에 못 가 본 다른 곳을 가고 싶었다.
그리고 지난 번 문장대 오르던 중에 반대로 내려오던 사람들이 왜 어려운 이 쪽 코스로 왔느냐고 하던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천왕봉으로 올라 문장대로 내려오자, 아마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했겠지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건 상주의 화북주차장을 통해 문장대에 올라 법주사 쪽으로 내려 가면 편하다는 얘기였다.
보은 법주사에서 출발하는 우리와는 전혀 관계 없는 얘기였던 것이다.

여튼, 출발할 때는 그런 것들을 알 리가 없고..
일단 속리산에서 가장 높다는 천왕봉에 오른 후 다른 봉우리를 하나씩 오르자고 마음 먹었다.

속리산 등산로에 대한 안내도이다.
이건 입구에 있던게 아니라 오른지 한참 지나 세심정을 지난 다음에 있는 것이다. 입구에 있던건 찍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 날 우리의 여정은 다음과 같다.
법주사에서 출발해 세심정을 지나고 은폭동폭포와 상환암을 거쳐 맨 오른쪽 천왕봉(1058m)에 오른다.
천왕봉에서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석문 쪽으로 간다.
석문을 지나 비로봉을 넘고, 입석대를 지나 신선대에 오른다.
신선대에서 곧장 문장대를 바라보고 청법대와 문수봉을 넘는다.
문장대에 오른 후에는 하산을 시작해 냉천골 휴게소, 중사자암, 보현재휴게소와 용바위골휴게소를 지난 후 복천암을 거쳐 세심정으로 내려온다.
이렇게 해서 다시 법주사를 지나 속리산 입구 주차장으로 복귀.

다 하고 나서 보니 장장 20여 km에 이르는 길이다. (어찌된 일인지 등산로 안내도에 있는 거리 표지는 전혀 맞지 않는다.)
아마 처음부터 저게 저렇게 먼 길이고, 저렇게 힘든 것인 줄 알았으면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 같다.

하긴.. 모르니까 시작할 수 있는 거겠지.
그게 뭐든 말이다.
얼마나 힘든 건지, 얼마나 아픈 건지 모르니까 시작도 할 수 있는 거다.
그러니 젊다는 것,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일지도 모르겠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속리산이 법주사의 소유라고 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나?

속리산 입구에서..
입장하기 위해 표를 끊어야 한다기에 국립공원이니 한 1~2천원 하겠거니 했는데..
자그마치 4천원이다.
설악산이나 뭐 이런 명산을 최근엔 가 본 적이 없어서 다 이렇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나치게 비싼 감이 있다.
어차피 세금 들여서 하는 국립공원 관리에 또 장사질을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에 거부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 눈을 의심하게 하는 문구를 보았다.
속리산은 법주사의 소유여서, 입장료를 징수하는 주체가 법주사라는 것이었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사진을 찍어 둘 생각도 못 했다.

지난 해에 왔을 때는 법주사에서 무슨 행사가 있어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
그때 생각엔.. 법주사에 행사가 있어 손님이 많이 오니 다 일일히 체크할 수가 없어 아예 죄다 공짜로 입장시키나보다.. 하고 말았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속리산이 법주사의 소유였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담한 동네 뒷산 정도라면 모를까, 국내 10대 명산에 들어가는 속리산이 한 사찰의 소유라고?
그것도 관리는 국립공원 관리공단이라는 기관에서 세금 쳐 발라 가면서 하는 걸텐데?
아, 세상에는 도무지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이 부분에 대해서라면 몇일 밤낮을 떠들 수 있을 만큼 풀어낼 썰이 많지만..
산에서 내려온지 일주일이 다 되는 마당에 이야기까지 산으로 가는 건 안 될 일이다.

휴... 온통 제 정신이 아니다.



법주사를 지나 속리산으로 가는 길 - 한가롭다.

평일이긴 하지만 휴가철이다.
그리고 정말이지 너무나 오래간만에 맞는 청명한 날씨다.

그런데 사람이 없다.
덥고 힘드니 다들 여름 산은 피하는 건가?

뭐 어떻든.. 사람 많은 건 질색인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이 좋은 길을 떨렁 우리만 걷고 있다!


세심정 오르는 길 우측으로 나 있는 계곡. 보기만 해도 시원한 물줄기다.

바로 하루 전날까지 비가 많이 왔던지라..
계곡에 물이 많이 불어있었다. 지난 해에 왔을 때는 한참 가물때여서 그랬는지 이런 물줄기를 본 적이 없었다.
물이 정말 맑다.
날씨가 몹시 덥다보니 등산이고 뭐고 그냥 저 물에 첨벙 뛰어들고 싶다.
하지만 상수원 보호를 위해 들어가면 벌금에 뭐에.. 골치 아프단다. 참아야지..
결코 벌금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수백만 충청도민의 상수원 보호에 동참하기 위함일 뿐이다.

뭐 어쨌거나.. 참 맑고 시원해 보기만 해도 더위가 씻겨 내리는 느낌이었다. 그건 오바다. 진짜 더웠다.



세심정에 도착해 갈림길을 만났다.
기억과 달리 천왕봉이 더 가까웠다.
여러가지 다른 기억들이 뒤섞였던 모양이다.
사람의 기억이란 이 모양이다. (일반화 하고 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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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정에서 갈라지는 길이다.
지난 해에 왔을 때는 여기서 왼편, 문장대 쪽으로 갔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야말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나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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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앞에서 사사삭~ 하고 움직여서 보니 뱀이다.
사진을 찍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천왕봉에 오르는 동안 곳곳에서 법주사 스님들이 일궈 놓은 밭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엔 누군가 이 높은데까지 와서 밭을 일궜네? 하고 생각했지만 그 의문이 풀리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법주사 승방의 겨울 양식이니 건드리지 말라는 팻말을 보았던 것이다.
짜증스러워 더 이상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흉물스러운 철조망이며, 접근금지라는 난잡한 팻말하며..
절로 눈살이 찌뿌려진다.
속리산이 개인의 소유(그게 단체든 뭐든 국가 소유가 아니라는 관점에서)라는 자체가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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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 올라가는 곳곳에 밭이 있다. 부정적인 선입견 탓일까 몹시 흉물스럽게 느껴진다.



상환암 쯤 지났을까?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 사이로 시야가 트인 지점이 있었다.
사진도 좀 찍고, 물도 마시고.. 잠시 한숨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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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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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멋진 풍광!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법주사에서 천왕봉으로 오르는 길은 정말 너무 험했다.
어디가 길인지 모를 정도로 중간중간 길이 끊겨 있었고, 그나마 있는 길도 엄청 험했다.
양갈래 길이 나올 때 마다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라서 고개를 갸우뚱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렇게 한참 오르다 보니 갑자기 길이 끊기고 계곡으로 막혀 있었다.
이런.. 길을 잘 못 든 것이다.

다시 되짚어 갈까 고민하는 중 형은 이미 사라졌다.
어디로 갔나 보니 길을 만들고 있었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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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희끗하게 보이는게 형이다.
플래시를 터뜨려서 그렇지, 실제로는 완전 깜깜했다. 좁은 암반 사이를 비집고, 넘고, 기어올랐다. 무슨 등산이 이래 -_ㅠ


사진을 찍기가 어려울 정도로 험한 숲을 지나(헤치고, 넘고, 뛰고... -ㅅ-) 간신히 정상적인 등산로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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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등산로라고 해 봐야 이 모양이다.
애초에 사람이 잘 안 다니는 코스인가 싶다. 요며칠 자란 풀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위 사진에 나온 건 그나마 양호한 편에 속한다.
걸으면서 사진을 찍을 여유가 있었다는 뜻이니 말이다.
몇몇 구간에서는 이게 길이 맞나 싶은 정도였다.
그냥 길도 없는 야산을 타는 느낌이었다.
이거.. 국립공원 맞아?? 4천원이나 받아 먹었으면 관리 제대로 해야 할 거 아닌가!!(뒤끝 작렬이다)

천왕봉을 얼마 남기지 않은 지점, 헬리콥터 착륙장이 나타났다.
마침 풍광이 좋아 사진을 몇장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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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A700 | Pattern | 1/250sec | F/6.3 | +0.30 EV | 16.0mm | ISO-100

드디어 고지를 밟았다.
정상에 선 자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실은 아직 정상은 좀 더 남았다. ^^;)


이전 게시물에서 이미 올린 바 있는 파노라마 샷이다. 멋지다!


다시 걸음을 재촉해 천왕봉에 도착했다.

차라리 그냥 숲이라고 해도 좋을 길을 오른 끝에 드디어 정상에 다다른 것이다.
그런데 막상 오르고 보니.. 좀 별로다.
문장대에서 느꼈던 그 가슴떨리는 풍광이.. 여기에는 없다.
천왕봉이라고 새겨진 표지석이 아니면 여기가 최정상이 맞나 싶을 정도로 초라했다.


DSLR-A700 | Pattern | 1/200sec | F/9.0 | -1.70 EV | 30.0mm | ISO-100

사진에 보이는 정도가 천왕봉 정상의 풍경의 전부다.
이건 뭐.. 수리산 정상이 더 그럴듯 하다.
화려하고 웅장한게 다 좋은 건 아니지만, 문장대에서 봤던 것과는 사뭇 달라서 좀 실망스러웠다.


DSLR-A700 | Pattern | 1/200sec | F/11.0 | -1.70 EV | 16.0mm | ISO-100

천왕봉 정상에서 한 컷. 사진을 찍고 있는데 나비가 형의 팔에 앉았다.


완전 역광인 상황이라, 내장 플래시를 터뜨렸다. (a900과 달리 a700에는 내장 플래시가 있다.)
그나마 내장 플래시라도 있어서 다행이지, 이 상황에서 역광 그대로 찍었다면 음영만 나왔을 것이다.
플래시를 사야 할까 잠깐 고민이 왔다.
하지만 나는 잘 알고 있다. 분명 사면 책상 한 켠에 고이 모셔져 있을 거란걸..
다음 카메라를 살 때는 반드시 내장 플래시가 있는 모델을 사야 할 것이다. ㅋㅋ


DSLR-A700 | Pattern | 1/200sec | F/9.0 | 0.00 EV | 55.0mm | ISO-100

천왕봉 꼭대기에 원추리가 피어 있었다.
7월에 피는 꽃이 이제야 핀 걸 보니 여기가 높은 지대임을 실감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지난 4월에 운동을 하다 다친 무릎에 이상신호가 온 것이다.
한동안 안 아픈 것 같아 다 나은 줄 알았는데..
아직 이런 등산은 무리였는가보다.

천왕봉에서 문장대로 향하는 갈림길.

여기서 그만 내려가야 할까?
아주 잠깐 고민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다시 내려갈 수는 없지.
무릎이 아프긴 하지만 좀 더 자주 쉬어주면 될 것 같았다.
덕분에 페이스는 뚝 떨어져서 조금 가고 쉬고, 조금 가고 쉬고를 반복해야 했다.
잠시 쉬어주면 좀 낫고, 다시 움직이면 몹시 고통스러웠다.

무릎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들고 있던 카메라를 형에게 주었다.
애꿎은 형은 가방에 카메라에.. 짐을 죄다 들고 있게 됐다.

비로봉이나 입석대 쯤 될 것이다. 표지가 없어 확실치는 않다.


봉우리 하나 넘고 나면 무릎이 아우성쳤다.
이렇게 쉴 수 있는 장소가 나오면 최선을 다해 쉬어야 했다. 무릎아... ㅠ


평소 같았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텐데..
무릎이 아프니 계단을 보자 마자 '망할...' 하고 혼잣말이 나왔다.


바위에 누워 하늘을 보니 나무 숲 틈새로 파란 하늘이 눈부셨다.
다시 고민한다. 외장 플래시를 사야 할까. -ㅅ-ㅋ


아마 신선대 쯤이렸다.


법주사에서 천왕봉을 갔다가 문장대에 이르는 코스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물이 없다는 점이었다.

산에 가보면 으레 한둘씩은 꼭 있는 약수터 같은게 여긴 없다.
그리고 십수 km에 이르는 긴 코스에도 불구, 휴게소 같은게 하나도 없다.
상황이 이런 줄도 모르고 '물은 올라가서 사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500mm 짜리 물 두 통만 가지고 올랐었던게 참 큰 패착이었다.
다음에 혹 또 오게 된다면 - 반드시 물은 충분히, 넉넉히 챙겨야겠다.

점심도 안 먹고 물도 별로 없는 상태에서 무릎까지 아프다.
거 참.. 상황이 이렇게 딱딱 맞아 들어갈 수가 없다.
이렇게 된거, 근성으로 버틸 수 밖에..


문장대가 바로 코 앞에 보이는 신선대 쯤 오니 휴게소가 보였다.
얼른 가서 500mm 짜리 물 하나를 샀다.
거금 2000 원. 그 꼭대기까지 지고 올라와서 그렇게 비쌀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아직 목이 덜 마른 걸까? 이해는 한다만.. 비싸단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안 먹을 수는 없어서 물을 하나 샀다.
그리고 여기까지 왔는데 칡즙 한번 먹어 봐야 하지 않겠느냐 해서 역시 2000 원짜리 칡즙을 두 잔 주문했다.
그런데 웬걸..
종이컵에 칡즙 한 잔 따라낸 것이 전부다.
슈퍼 같은데서 파는 레토르트 파우치 정도는 나올 줄 알았는데... 사진을 안 찍은게 참 아쉽다.

이런데 잘 안 다녀 보고..
잘 사 먹어 보지 않아서 원래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좀 너무한다 싶었다.
그래도 시중에 파는 칡즙보다 훨씬 진한 맛이 나긴 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지.


그리고 마침내 문장대에 다다랐다.

여기까지 오니 다리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인거냐, 이 다리를 해서 산을 넘다니..


아프고 힘들지만 정상에 선 느낌은 역시 최고다.
이 순간은 고통을 잊는다.



문장대 정상에서 바라 본 풍광.
두번째 보는 거지만 정말 멋지다. 최고다.




슬슬 해가 질 시간이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문장대가 바람이 많이 부는지..
바람이 미친듯 불고 있었다.
사진 좀 찍고, 구경도 좀 하고 내려가자 했는데 거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불어대 얼른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하긴.. 시간이 시간인지라 얼른 내려가야했다.
랜턴도 없는 상황에서 해가 지면 낭패니까.




바람이 하도 불어대 폼을 잡고 자시고 할 틈도 없다.




시원하다 못해 춥다고 느껴지던 바람.
새로 산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 버릴것 같아 손에 꼭 쥐고 있었다.



저 멀리 아득하게 보이는게 법주사 쯤이렸다. 이제 보니 참 멀리도 왔다..


DSLR-A700 | Pattern | 1/320sec | F/6.3 | -0.30 EV | 16.0mm | ISO-200

저 멀리 가운데 쯤 불쑥 솟은게 천왕봉이다.
저기서부터 산을 타고 여기까지 온거다. 이렇게 보니 멀리도 왔구나..



아쉽게도 문장대 정상의 풍광을 파노라마로 만들지 못했다.
그랬으면 정말 멋있었을텐데..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작년 늦가을의 문장대 사진으로 아쉬움을 달래보자.
http://www.kunner.com/960



누군가 주고 간 과자를 열심히 먹고 있다.


내려 오는 길에 다람쥐를 발견했다.
잘은 몰라도, 작년에 봤던 녀석의 친척이겠지? ㅋㅋ

DSLR-A700 | Pattern | 1/320sec | F/5.0 | 0.00 EV | 200.0mm | ISO-640

작년에 봤던 그 녀석.


작년에 찍은 사진들을 보니..
또 유령(SAL 70-200G)과 관련된 슬픈 옛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 일은 생각날 때 마다 속 쓰린다. 내 소니 이 놈들을 그냥!!


하산)

산 속은 해가 일찍 진다.
일곱시 정도 밖에 안 됐는데도 어둑어둑해지더니 이내 한밤이 되어 버렸다.

더 늦었다간 큰일 날 것 같아 아픈 다리를 끌고 급하게 산을 내려왔다.


다시 세심정에 도착했을 때는 8시가 다 되어 있었고, 해는 이미 져 버린 후라 온통 깜깜했다.
가로등도 하나 없으니 한치 앞이 안 보이는 칠흑 같은 어둠이었지만 작년 가을에 이미 경험해 봤던지라 놀라지는 않았다.

근 한 시간을 또 걸어 내려가 차로 돌아 오니 아홉시가 다 되어 간다.
대략 8시간 반 정도 걸린 모양이다.

다시 올라 오는 길은 너무 피곤해 도저히 운전을 할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휴게소에 차를 대고 한 시간 넘게 기절한 끝에 다시 운전대를 잡고 출발해 집에 오니 12시가 훌쩍 넘었다.
정말 꽉꽉 채운 당일치기 산행이었다.

몹시 지치고 피곤했지만, 기분은 참 좋았다.
이렇게 건강한 땀을 흘린게 대체 얼마만인가?
자주 이런 시간을 가져봐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
이 무릎으로 더 이상 산행은 무리라는 걸 깨닫고 몹시 속이 상했다.
무엇보다 다음 주로 예정한 지리산 종주를 할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지리산 종주는 오랜 숙원이었다. 이번 휴식기에 반드시 해야 할 것 중 하나였는데 이렇게 되고 나니 너무 아쉽다.

다녀 온 후로 얼음 찜질에 약을 바르고 먹고, 온천 까지 했는데 아직 무릎에 약간 통증이 느껴진다.
멍청함에 대한 대가는 때로 좀 가혹하기도 하다.

무릎만 멀쩡했어도 이깟 산 정도.. 에휴.

여튼 얼른 회복해야겠다.
건강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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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상주시 화북면 | 속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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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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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수업이 휴강이라 인사동에 다녀왔다.

도비님을 만나서 같이 보려고 했으나, 시간이 안 맞아서 잠깐 인사만 드렸다.
인사한다고 잠시 나오신 현주누님과 같이 사진을 관람하고 나왔다.


DSLR-A900 | Pattern | 1/2000sec | F/2.8 | 0.00 EV | 24.0mm | ISO-200


처음 사진 전시회를 할 때는.. 
약간은 경건한 느낌으로 가야 하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노란 풍선처럼 즐거운 축제여야한다 싶었다.
벌써 2년, 이제는 그렇게 놓아 드려야 하고 그를 생각하면 기쁘고 즐거워야한다, 싶었다.


하지만 노란 풍선을 보기만 해도 울컥 거리는 걸 보면..
나는 아직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사람들 많은데 유난 떨고 싶지 않으므로, 고개를 돌려 꾹 참는다.



내가 도착하기 얼마 전까지 권양숙 여사께서 있다 가셨단다.
어차피 그를 본다고 뭐 달라질 것도 아니고, 그가 나를 알아 볼 것도 아니지만..
어쩐지 아쉬웠다.


DSLR-A900 | Pattern | 1/30sec | F/8.0 | 0.00 EV | 24.0mm | ISO-320


서울미술관이란 곳은 처음이다.
하긴, 나란 놈이 워낙 미술 같은 고상한 취미와는 거리가 멀다보니, 미술관을 가 본게 얼마나 되는지 손 꼽기도 어렵다.

그런데 참.. 뭔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한 나라의 대통령까지 지내신 분 추모 전시회를 하는데..
이렇게 작고 초라한 미술관이라니.

분명 서울 한복판이긴 하지만.. 어쩐지 급이 안 맞는 느낌이다.
또 한번 굉장히 속이 상한다.

혹시라도 오해 없기를..
이런 불만은 이렇게 자리를 마련하고, 또 와서 봉사해주시는 분들께 드리는 것이 아니다. 결코 아니다.
돕지 못하는 내가 한스러울 뿐이다. 

입구를 돌아 들어가니 입장료를 자발적으로 내는 함이 있다.
이미 연극 '아큐'에서 접해 봤던 방식이라 낯설지 않았다.
지갑을 열어 보니 아뿔싸.. 만원 짜리가 하나 밖에 없다.
만원짜리 하나를 넣고 죄스러운 마음에 얼른 돌아선다.


DSLR-A900 | Pattern | 1/30sec | F/8.0 | 0.00 EV | 24.0mm | ISO-640


봉사 하시는 분께 사진 촬영이 가능하냐고 여쭈니 방긋 웃으시며 가능하다신다.
거리낌 없이 카메라를 들 수 있다.
너무 좋구나.. ^^

어두운 실내지만 화밸 같은 걸 안 맞추는게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실제 분위기랑 비슷하게..

입구에서 코너를 돌아서니 한반도와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보자마자 또 울컥, 한다.
황급히 다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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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의 일대기가 적혀 있는 홀을 지난다.
눈에 띄는대로 셔터를 눌러 본다.

첫 장면에서는 이승만 생일 기념 글짓기 때의 반항 선동 이야기와 사시에 합격한 이야기가 특히 눈에 띈다.
상고 출신이라고 그를 무시하던 그 많은 사람들..
그대들 같은 속물들이 왜 사시 출신이라는 데는 경의를 표하지 않는가?
어차피 너희들의 잣대란 그런 것에 불과한데 거기에 열을 내는 나도 참.. 아직 멀었다.

두번째 장에서 원칙과 소신이라는 글귀가 한참 눈에 머문다.
결국 그 원칙과 소신이 그를 비극으로 몰아갔나 하는 생각도 들고..
머리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얘기지만.. 어쩐지 감정으로는 아직도 정리가 안 된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귀향과 서거.
앞에서 관람하던 두 연인이 말했다.

"여기 의미 심장한 문구가 있어."

검찰에 출두하다.
서거하다.


더 보태지도 않은 그 말들에는 섬뜩함마저 묻어난다.
결코 풀 수 없을 그 응어리가 느껴진다.

최근 검찰 개혁의 방향과 정도를 놓고 말이 많다.
검찰 개혁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 검찰의 날 선 칼이 자신을 향해 겨누어 지면 어떨까? 그때도 검찰 개혁에 반대할 수 있을까?
정당한 법 집행에 대해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방법에 의해 부당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것인가를 논하자는 지극히 민주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이란 법에 의해 정당성을 부여 받는다.
같은 말로, 어떤 종류의 권력이든 초법적인 것은 민주적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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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방명록이 만장처럼 꾸며져 있다.
보자마자 눈에 눈물이 괸다.

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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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봤던 사진도 있고, 처음 보는 사진도 있다.
그 중에 내 눈을 사로잡은 사진은 이것이다.

부럽다.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이 너무나 부럽다.
너무 부러워서 한참을 그냥 멍하니 서 있었다.

그와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고, 그를 가장 멋스럽게 담아냈다는 것이 너무나 부러웠다.
또한 이렇게 완벽하게 사진을 컨트롤 하는 실력이 부러웠던 것도 당연하다.

이 멋진 사진을 내 카메라에 담기 위해 액자 앞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액자 유리로 내 모습이 비친다.

그는 떠나고, 저 사진 속 시간과 공간은 이미 없는 것이 되었지만..
이렇게 사진은 계속 남아서 내게, 또 누군가에게 깊은 감명을 주고 있다.
새삼.. 사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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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귀향해 손녀와 같이 타던 자전거가 전시되어 있다.

옆에서 관람하던 아주머니가 말한다.

"저 까만 봉지에 아이스크림 들었을거야. 저렇게 사는 양반을 왜..."

더 말을 잇지 못한다.
저렇게 사는 양반을 왜...
왜, 누가?

우리 모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같은 자전거를 살 생각 같은 건 없으므로 자전거의 브랜드는 보지 않았다.
(사실 나는 저렇게 바퀴 작은 자전거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 이렇게 사진을 찍으라고 일부러 저렇게 배치해 놓은 것 같다.
전시자의 의도에 너무 정직하게 반응해 사진을 찍은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창의성이 별로 없는지, 나는 이렇게 찍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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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걸어 나가니 노무현 대통령의 도전과 실패의 기록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정치인이 되어 선거에 출마하고 당선하거나 낙선한(낙선이 더 많은) 기록들이..
그리고 그 유세 현장의 기록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하나씩 읽어 내리다, 문득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화가 불쑥 나는 것이었다.
왜인지는 말하지 않으리라..

그러다 앞에서 관람하고 있던 두 할아버지의 대화가 귀에 들어온다.


"참 좋은 얘기긴 한데.."

"좋기는? 진보라는 놈들 치고 말 못하는 놈 봤어?"



순간 눈이 뒤집힐 뻔 했다.
쫓아가서 맞대거리를 하고 싶었다.

그따위 마음씀으로 여긴 왜 왔느냐고 따져 묻고 싶었다.
그리고 또 묻고 싶었다.

그럼 너희들이 말하는 자칭 보수라는 것들 중에 깨끗한 놈 하나 있느냐고.

그래, 너희 말대로 이 땅의 진보가 악이라 하자.
그런데 지금 너희가 하는 꼴은 최악을 지지하면서 차악을 두고 뭐라 하는 꼴이다.
그야말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꼴이다.
그것도 온몸에 똥 안 묻은 곳을 찾기 힘든 주제에 말이다.

제발 현실에 눈을 뜨라.
제발...


DSLR-A900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4.0 | +0.70 EV | 24.0mm | ISO-250


관람자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트릭아트가 몇개 배치되어 있다.
당신 살아 계실 때 왜 한번 안 가 봤을까 후회가 된다.
이렇게 술 한잔 따라드렸어야 했는데 말이다.

고백하자면, 내가 김해에 내려갔을 때는 이미 검찰의 수사가 전방위로 그를 압박하고 있을 때였다.
칩거한 채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는 때였기 때문에 나는 가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그 핑계로, 그의 서거일에야 그를 찾게 되었다.
만시지탄.


DSLR-A900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4.0 | +0.30 EV | 24.0mm | ISO-400


사람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
그는 죽었다.
그리고 또 살아있다.

하지만 나는 저기에 아무 말도 쓸 수 없었다.
나는 아직 그를 보내는 일이 쉽지 않다.


DSLR-A900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4.0 | +0.30 EV | 24.0mm | ISO-250


지난 '아큐' 공연에서 명계남씨가 쓴 같은 글귀의 글자를 받았었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어떤 역경이 있어도 결국은 간다.

역사는 나선형이긴 하지만 어쨌든 진보한다고, 헤겔은 말했다.
(헤겔은 보수화되었고, 타락했다. 그의 가설대로 역사의 발전이 나선형임을 몸소 보이기 위해서였을까.)

어쨌든.. 우리는 진보한다.
진보해야만 한다.

신분의 제약이 개인의 삶을 규정하는 것을 전근대적이라 하고,
그 제약으로부터 개인을 해방한 것이 근대화라 한다면 
그리고 이렇게 근대화 하는 것이 진보라 한다면..

우리는 진보해야만 한다.
진보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여야 한다.


DSLR-A900 | Spot | 1/200sec | F/2.8 | 0.00 EV | 24.0mm | ISO-200


89년 즈음의 노무현 대통령 명함을 나눠주길래 두 장 받아 왔다.
아직 그의 존재 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저 때 막 안희정이나 이광재 같은 사람들을 만났겠지?

부럽다.

...

나는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이렇게 살아도 좋은 걸까?



그를 떠올리게 되는 날이면 늘 같은 기분이다.
몹시 우울하고 슬프다.

휴..

나는 아직 그를 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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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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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어린이날에는 한택식물원에 다녀왔다.
주소 상으로는 용인시로 되어 있는데, 완전 충북에 가깝다.
집에서 출발하기엔 위치가 어정쩡해서 국도로 가나, 고속도로로 가나 걸리는 시간은 내내 비슷한 것 같다.

차가 막히는 구간을 우회하기 위해 화성평택간 고속도로로 내려와 다시 음성평택간 고속도로, 그리고 다시 중부고속도로로 접어들어 일죽 IC에서 내리는 코스.
근 한시간을 넘게 달려 도착했다.

생각보다 매우 컸고, 사람도 무척 많았다.
집 근처 물향기 수목원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물향기 수목원은 정돈된 정원의 느낌이라면 한택식물원은 그보다 더 거친 느낌이다.
하지만 꽃의 종류나 양은 물향기 수목원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뭐 그래도 아침고요수목원에는 한참 모자란 것 같다.

때가 때여서 그랬는지 온통 튤립 뿐이라는 점도 좀 아쉽다.
더 다양한 꽃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도착하니 1시 반 쯤, 한참 빛이 강할 때다.
이렇게 강한 빛에서는 오히려 사진 찍기가 좋지 않다. 더구나 꽃은.
부지런한 사람들은 아침 일찍 도착해 사진을 찍고들 하던데.. 난 그렇게까지는 못 하겠고..
그냥 빛이 있는대로 찍을 수 밖에.. ㅎ

대부분 다 튤립이고 튤립 아닌걸 찾는게 훨씬 쉬울 정도다.
모두 a900으로 JPG fine, VIVID 로 찍은 것이다.
색감 보정은 거의 하지 않은 걸로 기억한다.


여튼.. 그 날 가서 찍어 온 꽃사진들 몇장 추려본다.
사진이 좀 많은 관계로 사진마다 설명은 넘어가기로 하고..
이제보니 개중 몇 장은 중앙부 크롭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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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다시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보니 누군가 그림을 그려 놓았다.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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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을 모시고 새만금방조제에 다녀왔다.

딱히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저 아침에 아빠가 가자고 했을 뿐 -ㅅ-;;


군산과 부안을 연결하는데..
부안까지 집에서 270km 정도의 거리였다.
군산까지는 200km이 좀 넘고.

집에 와보니 총 500km을 내달렸던데.. 참 멀긴 멀구나.
차도 무지 막혀서 왕복 9시간을 운전만 했다.
이건 뭐.. 여행을 한건지 운전을 한건지.

이동도 여행의 일부긴 하지만, 이렇게 운전 하는 건 정말 피곤한 일이다. -0-


그나마도 도착하니..
해무가 너무 심하게 껴서 거의 앞이 보이지 않았다.
시야가 그 모양이니.. 뭐 구경할 거리도 없고.
날씨 좋을 때 다시 오자고 하며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기왕 이리된거 맛있는 거나 먹자 하여 회만 배터지게 먹었다.
맛있긴 하더만.. ㅎ


날씨가 시망이라 사진도 얼마 안 찍긴 했는데..
그래도 몇 장 정리해서 올려본다.

모두 새만금이 시작되는 북쪽 경계인 군산 비응항에서 찍은 것이다.

DSLR-A900 | Pattern | 1/1600sec | F/3.5 | +0.30 EV | 135.0mm | ISO-100

빨간 등대 - 아까 올렸던가.



DSLR-A900 | Pattern | 1/2000sec | F/3.5 | +0.30 EV | 50.0mm | ISO-100

50mm의 안정된 화각. 막상 사진을 찍으려니, 화각이 잘 안 나오더라.



DSLR-A900 | Pattern | 1/160sec | F/9.0 | 0.00 EV | 24.0mm | ISO-200

광어 회. 맛있었다.



DSLR-A900 | Spot | 1/30sec | F/9.0 | +1.00 EV | 24.0mm | ISO-250

피조개. 회 정식을 시켰는데, 회 말고 다른 먹거리가 참 잘 나왔다. 돈이 안 아깝게..



DSLR-A900 | Pattern | 1/800sec | F/9.0 | 0.00 EV | 50.0mm | ISO-200

이곳이 방조제로 만들어졌다는 걸 여실히 증명하는 석축들.



DSLR-A900 | Pattern | 1/1000sec | F/9.0 | 0.00 EV | 50.0mm | ISO-200

방파제 안으로 들어오는 관문 양쪽에 흰색과 빨간색의 등대가 서 있다. 



DSLR-A900 | Pattern | 1/1000sec | F/9.0 | 0.00 EV | 50.0mm | ISO-200

세로로 찍어 본 등대들. 등대는 대충 찍어도 참 멋스럽다. 이국적인 정취도 느껴지고.



DSLR-A900 | Pattern | 1/500sec | F/9.0 | +1.00 EV | 24.0mm | ISO-200

아주 살짝 안개가 걷힐 때도 있었다. 파란 하늘이 반갑다. 이내 다시 흐려졌지만.
24mm렌즈의 원거리 해상력은 참 못마땅하지만, 나로선 대안이 없다. ㅎㅎ



DSLR-A900 | Center-weighted average | 1/640sec | F/7.1 | 0.00 EV | 50.0mm | ISO-100

시야가 하도 안 좋으니 배들이 대부분 그냥 정박해 있었다. 해경의 배로 추정되는 배들도 보인다.
24mm에 비해 해상력이 너무나 좋은 50mm 렌즈! 완소, 완소!!



DSLR-A900 | Center-weighted average | 1/80sec | F/7.1 | 0.00 EV | 50.0mm | ISO-100

쭈꾸미를 잡는 소라 그물이라고 한다.
굉장히 역한 냄새가 났다. 바닷가에서 자라지 않은게 천만다행이다. 바닷가에서 자랐으면 이렇게 비위가 약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개고생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빠와 엄마를 함께 모시고 어딜 가본 건..
20년은 족히 됐을 법 한 일이니, 그 자체로 의미있는 일이다.
 
형이 없는 탓에 나 혼자 효자 노릇을 하고 앉았다.
허리 휜다 휘어.. 응? -ㅅ-;;;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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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807.flightlookup.com/rtw/rtw_1.php

인천(한국) - 인도(델리) - 터키(이스탄불) - 로마(이탈리아) - 프랑크푸르트(독일) - 뉴욕(미국) - LA(미국) - 호놀룰루(미국) - 나리타(일본) - 인천(한국)

내 마일리지로 이렇게 도는 비행기 티켓이 공짜다.
만약 돈으로 따진다면 대략 천만원쯤 하겠지.


물론 여행을 저렇게 갈 생각은 없고.. (체류비가 너무 많이 들테니까 ㅠ)
그냥 내가 가진 마일리지로 지구 한바퀴 도는게 가능한가 보려고 해 봤다.
가능하네. ㅎㅎ


미국을 송두리째 빼 버리고 대신 북아프리카나 중남미 쪽을 집어 넣는다면 이 여정보다 훨씬 더 오밀조밀한 비행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갈아타는 횟수가 아니라 날아간 거리만 따지므로..


대략 반년 전 쯤 티켓을 구매하는게 좋다 하니, 이번 달 안에 비행 계획을 짜야 한다.

마일리지가 몹시 아까우므로.. 갈 수 있을 때 한번에 다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여행에 필요한 경비와 체류비도 무시 못하므로 가고 싶은 곳을 잘 선택하고 추리는게 중요할거다.

최성수기인 8월보다는 9월 이후에 갔으면 하는데, 그러자면 기후가 계속 바뀌는 계절이라 짐 꾸리기가 애매할 것 같다.
앞으로 책도 많이 보고 여행 관련 카페도 많이 뒤져 보고 해야겠다.


꼭! 가고 싶습니다!
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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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월이다.
이렇게 그 날이 가까워 온다.
... 가슴이 뛴다.


아무 생각 없이, 무조건, 반드시 떠난다.
기한은 정해져 있지 않다 - 할 수만 있다면 두세달 아니라 몇년이어도 좋다.

비행기 티켓이야 어차피 마일리지로 끊으면 되니까 부담 없다.
마일리지는 세계 일주할 수 있을 만큼 쌓여있다. 

이스탄불을 지나 런던으로, 동유럽을 휘돌아 독일과 베네룩스를 지나는 꿈 같은 여행을 떠날 것이다.

아무리 힘들고 고되도, 그 날이 이렇게 하루 하루 다가 오고 있다는 생각으로 참고 버티자.
그 언젠가 지친 퇴근길에 유럽여행을 꿈꾼 날이 있었지? 
이젠 꿈이 아니다. 곧 현실로 만들 수 있다.


DSLR-A700 | Pattern | 1/1000sec | F/8.0 | 0.00 EV | 50.0mm | ISO-200



다만, 돈이 한 두 푼 드는 일이 아닐 테니,  열심히 모아야 겠지.
요즘  장비병에 걸려  카메라와 렌즈에 쏟아 부은 돈이 한 두 푼이 아니다.

뭐가 더 먼저인지 다시 생각해야겠다.
장비야 나중에 천천히 사도 되는 거고, 당장은 여행 자금 마련이 더 급하다.
긴축 재정에 돌입하자.

화끈하게 허리띠 한번 졸라 보자. 


긴장하자.
기대하자.
그 날이 가까워 온다.
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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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하루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고속도로에서 반갑지 않은 긴 정체 행렬을 만났다.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
어지간하면 이 시간에 막힐 리 없는 서해안 고속도로 하행선.

무엇 때문일까 잠시 생각했는데, 가만 보니 오늘은 금요일이다.
주말을 맞아 다들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는 거겠지.

정체 행렬에 짜증이 묻어 나려다 설레는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을 그들을 떠올렸다.
비록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내겐 그저 앞 차, 옆 차로 인식될 뿐이지만,
그들에게는 꽉 막힌 이 정체의 시간 마저도 행복함 그 자체일 것이렸다.

문득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익숙한 음악을 끄고 라디오를 켰다.
늘 듣던 채널이 아닌 다른 채널로 다이얼을 돌린다.
딱딱한 목소리로 전하는 뉴스가 아니라, 사람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평소에는 전혀 없던 일, 무엇이 그렇게 만드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라디오 채널을 아무리 돌려도, 내가 좋아할만한 노래는 나오지 않는다.
온통 시끄럽거나, 유치하거나.
그렇게 주파수를 돌리는 일을 잠시 멈추고, 나는 갑자기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하루나 이틀 다녀 오는 것이 아닌.. 좀 오래.
그래, 한달 쯤 다녀 왔으면 좋겠다.

유럽이었으면 좋겠다, 하던 생각이 어느 덧 언젠가 영화에서 봤던 푸른 지중해를 떠올리게 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눈처럼 흰 백사장이 펼쳐진 곳.
나는 아무도 없는 바닷가를 유유히 걷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지만, 그야말로 적막한 곳.
시간의 흐름마저 멈춘 듯 고요한 곳.
그래.. 나는 또 다시 탈출을 꿈 꾸고 있다.


그러다 문득, 언젠가 봤던 영화의 한 대목이 생각난다.
언제나 가방 속에 프랑스 비자를 품고 다니는 사람.
언제고 한번은 파리에 갈 거라던 사람.
그리고 그 언제나처럼 이어지는 바람으로 힘겨운 하루 하루를 버티는 사람.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때 봤던 그 영화를 나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듯 하다.
그리고 그때보다 두배는 나이를 먹은 지금,
나는 부질없는 짓이라고 비아냥대던 그 일을 하고 싶어졌다.
꼭 프랑스가 아니어도 좋아.
이탈리아여도 좋고, 독일이어도 좋다.
헝가리여도 좋고, 체코여도 좋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산토리니가 있는 그리스도 좋고, 이국적 풍미가 물씬한 터키도 좋다.
태양이 작렬하는 이베리아 반도도 좋고, 설국 러시아도 좋다.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 정신없이 유럽 여행에 대한 정보를 찾기 시작한다.
어딜 가면 좋을지, 어떤 방법이 좋을지.
예상 비용은 얼마며 뭘 준비해야 하는지.

어차피 지구 반대편이다.
3박 4일 따위는 될 일이 아니야.
비행기 타고 날아가는 시간은 무시한다 쳐도,
왕복 비행기 티켓만 백만원이 넘는 판에 고작 며칠 있으려고 그 돈을 쓸 수는 없겠지.
그럼 최소한 보름.
아.. 역시 한달이 좋겠어.
그 이상도 좋긴 하겠지만, 다시 돌아와야 할 곳이 있으니 너무 오래는 아니어야겠지.

나는 제멋대로인 사람.
패키지 여행 따위는 취향이 아니다.
영어는 물론, 불어, 독어, 이탈리아어 등.. 제대로 할 줄 아는 외국어가 하나도 없지만 여행은 무조건 자유여행이어야 한다.
부다페스트도 가보고 싶고, 프라하도 가보고 싶다.
언젠가 나는 동유럽은 관심 없노라 말했었는데, 모르는 것과 관심 없는 것은 대체로 하나로 통하는 법인가보다.
나는 동유럽에 관심이 없는게 아니라, 동유럽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말하는 게 옳았다.
나의 섣부르고 성급한 입 방정을 또 한번 반성한다.
뭐 여튼.. 그렇게 여기 저기 가고 싶은 내게는 자동차 여행이 제격일 것 같다.
소형차 한 달 리스 하는데 보험 포함 200 만원 정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국경도 넘고 할테니 하루에 5백 킬로미터 씩 달린다 치고 한달이면 15,000 킬로미터다.
리스 대상 차량의 연비는 20km/l, 유럽의 디젤 가격은 리터 당 2천원 정도 한다니까 하루 25리터 = 5만원 정도 든다.
역시 한 달이면 150 만원.
먹고 자는데 한 달 쓰면 100 만원쯤 들려나?
차가 있으니 노숙 걱정은 없을게다.
그럼 왕복 항공료에 + 알파 까지 하면... 음, 계산은 나중에 하자.

마음은 벌써 경찰청에 가서 국제 면허증을 발급 받고 있다.
어차피 적성검사 유효기간이 끝나서 올해 안에 면허증 갱신해야 한다.
갱신 하면서 국제 면허증을 발부 받으리라 마음 먹는데, 국제 면허증의 유효 기간이 1년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체 못 하던 마음에 급 브레이크가 걸린다.
국제 면혀증의 유효기간이 있다는 말에 나는 갑자기 찬란한 환상에서 냉엄한 현실로 추락해 버렸다.


나는 직장인이다.
그리고 나는 대학생이다.
둘 중 하나만 했었더라도, 아마 그렇게 허무맹랑한 일은 아니었으리라.
그러나 둘 다 해내야 하는 내게 유럽여행, 그것도 한 달 짜리 유럽여행은 그야말로 허무맹랑한 꿈일 뿐이다.
거기에 1년 내 라는 제한은 더욱 큰 장벽을 만들고 있다.

복지 제도가 잘 된 회사를 다니면, 재충전 하라고 해외여행도 보내 주고 휴가기간도 한달씩 되고 한다더라.
하지만 나는 그런 회사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설령 휴가를 준다 해도 돈이 없어 못 갈 형편이다.
게다가 회사의 상황은 여름 휴가조차 맘 놓고 쓸 수 없도록 만든다.
좀 큰 프로젝트를 맡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팀원들 노고를 치하하면서 한 달 씩 휴가를 갔다 오는 공상에 잠겨 본다.
부질 없다.
박박 문질러 지워 버렸다. 머릿속에 큰 스크래치가 남아 버릴 정도로...

그래도 나는 가고 싶다.
언제가 좋을까.
당장 올해는 어려울거야.
돈도 없는데다 시간은 더 없지.
올해 안이라봐야 이제 6개월 밖에 남지 않았잖는가.

그럼 내년이다.
내년 여름이야.
아니.. 가만 생각하니 내년 여름보다는 겨울이 좋겠다.
내년 겨울이면 마지막 학기를 끝내는 시점이 된다.
졸업과 동시에 떠난다.
뭔가 의미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냥 흐뭇하다.
더구나 다음 학기 등록금에 대한 걱정도 없으니, 한 학기 등록금 냈다 치고 다녀 올 만도 하겠지.
조금 더 들려나...


어렸을 적부터 가장 가고 싶은 나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꼽곤 했다.
나폴레옹의 나라, 혁명의 나라, 박애 - 관용의 나라.
그리고 로마 -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지금은 산토리니에 부다페스트, 프라하, 바르셀로나, 말라가가 뒤죽박죽 얽혀 있어서 도무지 동선을 어떻게 짜야 할지조차 모르겠지만..

나는 간다.

2011년 12월 19일. D-590


 filename=

(사진은 유럽과는 전혀 관계 없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한 장면)

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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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4 PM 5:00

생긴거나, 승차감이나.. 그냥 다른 전철과 다를게 없는 것 같은데 모노레일이라는 이름이 왜 붙은건지 잘 모르겠다.

십여분을 모노레일을 타고 다이몬에 도착했다.
여기서 오오에도센을 갈아 타고 모리시타까지 간 후, 도에이신쥬쿠센을 타고 숙소가 있는 미즈에까지 간다.
예상 소요 시간은 한 시간.

부랴부랴 숙소를 잡느라 거리 계산 같은 걸 하지 않은게 실수였다.
그냥 신쥬쿠에 있는 호텔 프린스에 잡을걸.. 도쿄역에서 30분 거리라길래 거기가 거기겠거니.. 했더니 참 멀다.

일본 전철은 우리나라와는 조금 달라서, 무료 환승이 되는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
우리로 치면 국철은 국철끼리만, 도시철도공사 라인은 도시철도공사끼리만.. 뭐 이런 식으로 운영 주체에 따라 무료 환승이냐 아니냐가 결정되는 듯 하다.
또 하나 우리와 다른게 있다면.. 우리는 서로 다른 라인이라고 해도 한 역 안에서 환승이 가능한데 여기는 완전히 역을 벗어나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즉, 같은 다이몬 역이라 해도 모노레일을 타는 역과 오오에도센을 타는 역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모노레일역을 빠져 나와 조금 걸어 내려가면 오오에도센을 타는 다이몬 역 입구가 있다.
이런게 우리랑은 조금 달라서 처음엔 좀 복잡하게 느껴졌다.

아무튼 그렇게 오오에도센을 타고 모리시타에 도착.
모리시타에서 무료로 도에이신쥬쿠센을 환승해 미즈에에 도착했다.


2007/08/24 PM 6:00

미즈에에 도착하니 여섯시, 이미 어스름이 가까온다.
숙소에 들렀다가 오차노미즈에 가겠다는 여정이 어그러졌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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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피곤하면 어쩌자는거냐!!


예약한 호텔은 미즈에다이이치.
다이이치는 제일(the First) 라는 뜻인데, 이름과는 달리 참 소박하게 생긴 호텔이다.
호텔이라기보다.. 일종의 콘도라고 불러야 좋을.
둘이 간신히 누울 수 있는 침대 하나에 화장대 하나가 전부.
그래도 화장실엔 욕조도 있다.
전체적으로 작고 조촐했지만 깔끔함은 마음에 들었다.
아무렴, 민박보다야 낫겠지.(값도 두배는 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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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들러, 애물단지 카메라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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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으로 나온 것들 중 하나. 쌀로별 맛을 닮은 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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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겼는데 대체로 맛은 없다.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씻고 허기를 재우러 밖을 나섰다.
미즈에 역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아 보니.. 이거 원..
갈 데도 없고 볼 데도 없고, 심지어는 먹을 것도 없다 - 완전한 주택가.
도쿄의 변두리 중 변두리인 모양이다.

그렇게 빙빙 돌다가 결국 호텔 바로 옆에 있는 "나카우" 라는 이름을 가진 24시간 음식점에 들어갔다.
아마 우리로 치면 김밥천국 쯤 되겠지.

자판기에서 먹고 싶은 음식의 식권을 끊어 점원에게 주면 잠시 후 음식을 가져다 주는 곳인데 음식 값이 굉장히 저렴했다.
제일 비싼 메뉴가 700 엔 정도고 보통은 400 엔.
더구나 24시간 - 앞으로 여기 묵는 3일 동안 배고플 일은 없겠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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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우, 24시간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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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우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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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판기에서 메뉴를 고른다.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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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먹던 메뉴. 일본식 이름은 잘 모르겠고, 일종의 소고기덮밥이다. 반찬은 없다. 떨렁 그릇 하나!




2007/08/24 PM 8:00

밥을 먹고 뭘 할까 생각하다,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 잠을 자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결론이 났다.
오차노미즈의 악기상가는 6시 좀 넘으면 문을 닫는다 하니 거긴 포기해야겠고..
호텔의 카운터에 문의하니 신쥬쿠가 35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래, 신쥬쿠의 밤거리를 마음껏 누벼보자.

미즈에역에서 310 엔짜리 티켓을 끊어 도에이신쥬쿠센을 타고 신쥬쿠로 향한다.
역시 전철은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걸까, 출발로부터 정확히 35분 - 신쥬쿠에 도착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일본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가부키쵸야 기다려라, 이 오빠가 가고 있다!! 흐흣.


 src=
신쥬쿠의 도큐핸즈 앞. 사진이 모조리 거의 못 알아보게 나왔다. 흑..


역시 신쥬쿠.. 그 유명한 이름 답게 거리엔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전체적으로 느낌은 우리나라 명동이나 강남역 같다.
온통 술집, 오락실, 옷가게..
스티커 사진과 인형을 뽑는 오락기계가 굉장히 많았다.
큰 건물에는 하나씩 다 있을 정도로..
또 우리와는 달리, 그런 기계들이 길거리에 나앉아 있는게 아니라, 건물 안을 완전히 점령하고 있다는 점.
TAITO STATION은 건물 1,2 층 전체가 그런 오락기계로 가득했다.
인형의 질도 우리나라의 오락기계와는 레벨이 다르다.
다만, 한 게임 하는데 드는 돈이 좀 비싸다는 것이 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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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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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귀에 붙은 글자를 찍어 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담배자판기 앞에 섰다.
대체 일본엔 무슨 담배가 이렇게 많은건지..
말보로의 종류만 해도 열가지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는 구할 수 없는 담배가 너무 많다.
그 중,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말보로 아이스민트를 한갑 샀다.
가격이 320엔 이던가, 담배 가격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담배를 뜯어 한 모금 피워 문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스화~ 의 느낌이 아닌가!!! 

 src=
일본에 있는 동안 즐겨 피우던 말보로 아이스민트. 정말 끝내주는 맛!


그렇게 한참을 신쥬쿠의 밤거리를 배회했다.
이 골목은 이런걸 팔고, 저 골목은 저런걸 판다.
어디로 들어가도 대개 비슷한 가게와 비슷한 사람들, 딱히 한국의 밤거리와 다른 점을 모르겠다.

하기사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나 다 비슷하런가.

 src=
교차로에서 - 어디로 가야 하나..


한국에서 가져 온 가이드북을 보며 하나씩 더듬거려 찾아 보며 이곳저곳을 기웃댄다.

돈키호테라는 잡화점을 찾아 신쥬쿠를 여기 저기 돌아 다니는데.. 지도가 좀 이상하게 나온터라 찾기가 힘들었다.
결국 호텔 프린스를 몇바퀴나 돈 끝에 결국 찾아 냈다.
돈키호테는 일종의 천엔샵 같은건데.. 지상 4층, 지하 1층으로 총 5층 규모.
각 층마다 파는 품목이 달랐다.

이를테면 지하는 식료품, 1층은 잡화.. 4층은 중고명품(-_-)
혹시 뭐 사다 줄게 없을까 해서 4층에 올랐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시계가 예쁘게 생겼길래 뭔가 하고 봤더니 70만엔!
내 주머니에 있는 돈의 몇십배 - 뒷골이 당겨 어서 내려왔다. ㅋ


소문난 잔치 먹을거 하나 없다고..
백엔샵이니 천엔샵이니 하는 것들은 온통 잡스러운 것들만 가득하다.
하기사.. 일본어를 모르니 뭐라고 써 있어도 그게 뭐에 쓰는건지 몰라서 그냥 넘어간 탓일까..
적어도 눈으로 보기엔 쓸만한게 하나도 없었어.

사람들이 좋다고 난리치던 도큐핸즈 같은 곳도 마찬가지.
이런걸 살 거라면 우리나라에서 사는게 훨씬 낫겠다 싶었다.
어차피 그네들도 우리도.. 결국엔 made in china 인걸. 하하..


그렇게 서너시간 밤거리를 활보하다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내일 또 열심히 움직이려면 이제 자야지.

다시 도에이신쥬쿠센을 타고 미즈에역으로 향한다.
벌써부터 숙소가 집처럼 느껴져, 돌아가는 전철 안은 무척이나 아늑하다.

 src=
저 길을 건너면 바로 가부키쵸다. 낄낄..


 src=
아휴.. 저 쌍꺼풀좀 봐. 졸린게로구나!



2007/08/25 AM 3:00

속소로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고 200엔짜리 세탁기를 돌려 옷을 빨았다.
새벽 세시 쯤 되어야 건조된 옷을 찾아 올 수 있었다.

너무 배가 고파 다시 나카우에서 490엔짜리 쇠고기덮밥을 사다 먹었다.
(테이크 아웃도 된다. ㅋㅋ)

어쩌다 보니 첫날 하루가 지나가 버렸는데.. 
아직 딱히 도쿄에 왔다는 실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뭔가 즐거운 여행이라는 느낌이 영 나지 않아 찝찝해. - 내일부터는 좀 더 강행군을 하리라 마음 먹고 지친 몸을 침대에 뉘운다.


to be continue~
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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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2007/08/24 AM 4:00

8월 초, 문득 방학이 가기 전에 반드시 해외여행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딜 가야 할지, 어떻게 가야 할지.
돈은 얼마나 들 것이며 회사는 어찌 해야 하는지.
막상 여행을 가려고 하니 이것저것 생각해야 할 것이 많다.
하지만 생각이 많아지면 행동을 할 수가 없는 법 - 올초에도 이러다 결국 못 갔지.
이번에도 미루면 또 그렇게 되리라, 덜컥 도쿄로 가는 항공권을 예매해 버렸다.

막상 항공권을 끊고 나니 걱정이 사그러든다. 까짓거 어떻게든 되겠지.


가혹한 현실은 내게 여유를 허락하지 않아서, 여행정보 하나 알아 볼 틈 없이 몇 주가 지나고..
그 몇주동안 내내 야근, 야근, 야근.
결국 여행을 떠나기 바로 전날에야 야근 러시가 끝이 났다.
그렇게 떠나기 전 날 밤.
새벽 네시까지 인터넷을 두드리며 지하철 노선도며, 관광 지도를 출력하고 숙박업소를 잡았다.
다시 생각해도 어이없는 일이다, 일본 여행하겠다는 녀석이 출발 바로 전 날에야 숙박 예약을 마무리 지었다는 것은.
어쨌든 예약은 완료 되었고, 새벽 네시 - 피곤한 눈을 붙인다.


2007/08/24 AM 8:00

세시간쯤 자고 일어나 부랴부랴 공항으로 향한다.
국제선을 탈 때는 비행기 출발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는 얘길 얼핏 들었기 때문이다.

부평에서 버스를 타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사람들에 물어 물어 결국 공항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서 휴대폰으로 네이트온을 - 그에게 여행의 시작을 알린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는 한눈에 봐도 여행자임을 알 수 있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짐의 크기를 통해 국내인지, 국외인지를 판가름해 볼 수 있었다.
하기사.. 나 같은 나일론 관광객은 짐의 크기는 옆집 놀러 가는 수준이었지만.

 src=
설레는 여행의 시작



덜컹거리는 버스에 내리니 국제선 공항이다.
인터넷에서 출력한 e-Ticket 을 들고 JAL을 찾아 항공권을 찾았다.
e-ticket을 항공권으로 되찾을 때 좌석을 선택하는 방식이다보니 티켓을 늦게 찾으면 좋은 자리는 이미 모두 뺏긴 후다.
결국 같이 간 형과는 따로 떨어진 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었고, 그나마도 창도 통로쪽도 아닌 가운데.
여튼.. 드디어 도쿄행 항공권을 손에 들었다.
여행기 쓰기 좋게 사진이라도 한 장 박아줬으면 좋았을 것을.. 아쉽지만 내 생애 첫 해외 항공권은 기억 속에나 남아 있다.


 src=
나의 트래블 메이트 - 현오형


출발하기 전 너무 배가 고파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하나 먹었다.
그러다 시간을 보니 출발 10분 전. 
아뿔싸, 출국 수속...

햄버거가 어디로 들어갔는지도 모르게 대충 입에 쑤셔 넣고는 국제선 탑승구로 달려 나간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
데오도란트 스프레이가 기내 반입 금지 대상이었던 것이다.
분명 티켓 끊는데서는 비닐 안에만 들어가면 된다 그랬는데, 막상 검색대에서는 그게 아니라네.
100 ml을 넘는게 문제였다.
짐을 따로 부치면 된다기에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JAL의 담당 직원이 오지 않았다.
시간은 계속 흘러 가는데..
결국 그냥 버리기로 하고 검색대를 지나 출국 수속을 하는데 방송이 울린다.

"오전 11시 50분, JAL 8838편으로 도쿄 하네다 공항으로 향하는 길건호 손님과 그 일행분께서는 어서 탑승해 주시기 바랍니다."

트렁크를 거의 들다시피 하고 달렸다.
검표하는 아가씨가 차갑게 한마디 한다.
"좀 더 빨리 탑승하셨어야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시계를 보니 아직 50분 안 됐는데.. -_-;

비겁한 건너, 아무 말도 못하고 비행기 안으로 들어간다.
내 자리를 찾아, 끝으로.. 끝으로.

몹시 친절한 일본 스튜디어스 언니, 하지만 영어는 어쩜 그리 못하시는지..
당신의 발음을 도무지 알아 들을 수가 없어요..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얘기를 해 영어로 된 일본 입국 신고서를 받아들었다.
이런건 비행기 안에서 써둬야 나중에 빨리 심사대를 통과할 수 있다는 얘길 얼핏 들었던 것이다.
어떻게 쓰는지도 꼼꼼히 봐뒀는데, 막상 서류를 받고 보니 그냥 간단한 서류였다.
이름과 주소 정도만 적으면 끝인..
기내에 있는 잡지는 모조리 일본어.
일본어는 커녕 히라가나도 읽을 줄 모르는 내겐 그저 그림책 - 재미 있을 리가 없잖아.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했다.
사실 좀 억울해, 내 생애 첫 해외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잠을 자야 하다니..
하지만 할 게 없는 건 할 게 없는거다.
양옆으로 앉은 일본사람들은 내내 열심히 잠만 자고 있는걸!


2007/08/24 PM 2:00

두시간 남짓 날아간 비행기는 어느 새 달라진 풍광을 보여주고 있었다.
구름만 잔뜩 보이던 창밖 풍경에 산이며 건물, 물살을 가르며 흰 띠를 만들고 있는 뱃무리까지.
도쿄 - 하네다다.

비행기에서 내려 다시 입국 수속.
입국 신고서를 쓰고, 세금 관련 서류를 쓰고.. 한참을 기다려 심사대를 통과했다.
큰 유리문을 열고 나가니 드디어 일본이다.

쏼라 쏼라.. 조금도 알아 들을 수 없는 일본어들 투성이, 가 절대 아니다.
사방팔방 한국말만 들린다. 여기가 일본인지 한국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
분명 JAL을 타고 왔는데, JAL 안에는 한국인이 훨씬 많았던 모양이다. 하하.

다들 저마다의 여행에 들떠 있는 표정, 약간은 긴장된 듯한 그들의 표정을 나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비행기 안에서 알게 된 한국인 친구가 생겼다.
나이는 나보다 하나 위, NC소프트에서 게임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는데 인상이 참 좋았다.
같이 사진이라도 찍었으면 좋았을 것을.. 
서로 갈 방향이 달라 그저 담배 한대 피우고 음료수 하나씩 사 먹고 헤어져야했다.
그나마도 더치페이. 각자 내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뭔가 좀 이상하다.
까짓 음료수 따위, 몇번이고 사 줄수 있는데.. 앞서 자기들것만 먼저 계산해 버렸단 말이지. ㅋㅋ

여튼.. 그렇게 다시 현오형과 나 둘이 남았다.


먼저 숙소인 미즈에까지 가는 전철을 타기 위해 전철표를 끊으려는데..
suica 를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도쿄 프리패스를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모르겠다.
나중에 남으면 자판기라도 쓰지뭐, 하는 생각으로 suica를 사고 전철 노선도를 들여다 보는데.
공항 안내 도우미 언니가 말을 건다.

쏼라 쏼라.. 아무래도 뭔가 도움이 필요하느냔 일본 말이었겠지.
영어로 해 달라 하니, 나보다 더 어눌한 발음의 영어가 들려온다.
나는 콩글리시, 이 언니는 재패닝글리시(?) ㅋㅋ - 그래도 의사소통은 거의 완벽했다.
둘 다 영어 못 하는 티를 낸거지.

친절한 언니는 도쿄 여행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는 내 말을 듣고 한글로 된 가이드북을 선물했다.
뭐.. 달라고 하면 다 주는거긴 하지만 그 가이드북을 얻는 장소까지 우리를 안내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다.
친절이 몸에 뱄다고 해야 하나..
걸음 걸음마다 친절함이라는 느낌이 뿜어져 나온다.
저건 훈련의 결과일까, 아니면 천성일까.

당신의 친절함에 감명 받았어요! 하고 말하니 참 좋아하신다.
아닌게 아니라, 나도 결국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녀석인데..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 고객에게 나는 친절한 사람일까? 전혀 아닐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하핫. 반성하자 -_-;

 src=
친절이란 무엇인가를 화끈하게 보여 주신 바로 그 언니!


2007/08/24 PM 4:00

이 언니 사진 찍어 주고 나서 잠시 벤치에 앉아 노선도를 훑어 보고 전철을 타려 개찰구를 통과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눈앞이 아득해져야했다.
현오형이 프리패스를 사러 간 사이 벤치에 앉아서 노선도를 보던 중, 
프리패스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곤 현오형을 말리러 뛰어 가다가 그만 벤치에 두고 온 카메라의 존재를 잊었던 것이다.

아뿔싸.. 내 카메라도 아니고 회사 카메라..
하나 새로 사다 놓으려면 오십만원은 훌쩍 깨질텐데.. ㅠ.ㅠ
하지만 나란 녀석, 참 포기도 빠르다.
에이 이런 !#$% 하며 그냥 포기하고 전철을 타러 내려가는데 현오형이 유실물 보관소라도 좀 가 보라 한다.
손바닥 만한 카메라, 누구라도 그냥 확 들고 가지 누가 유실물 센터에 맡기겠나.. 그래도 가 보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포메이션 데스크로 갔다.
여기서는 저기에 가 보라 하고, 저기서는 여기에 가 보라 하고..
거의 한 십분여 하네다 제1공항 터미널 안을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결국 마지막, 게이오선 유실물 센터까지 가게 됐다.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 I"ve lost my digital camera.." 하는데 갑자기 역무원이 환호성을 지른다.
날 거의 껴안을 듯 하며 "SANYO CAMERA, ISN"T IT??"

하핫. 어떤 착한 사람인지.. 카메라를 유실물 센터에 맡기고 간 것이다.
착하다, 일본 녀석들. 섬나라 원숭이 주제에 교육을 잘 받았구나!! 캬캬. -_-;


가슴이 철렁했던 나머지 그 이후로 한동안 정신이 몽롱했다.
여행 첫날, 첫 여정부터 쉽지 않아.  - 극심한 피로를 느낀다.

오오에도선을 타기 위해 다이몬 역으로 출발 - 하네다 공항에서의 아찔한 기억을 접고 모노레일에 몸을 실었다.


 src=
십년감수 했지.. 아휴.


 src=
갈증이 너무 심해 하나 딸캉. 하지만 너무 비싸!!
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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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부산에 내려가.
내려갈 땐 아무데도 들르지 않고 바로 부산으로 내려가는거야.
국도로 내려가기엔 번잡스럽고, 고속도로에는 볼 게 없으니 볼거리 먹거리는 남도에서부터 생각하자고.

아침에 출발했대도, 부산 도착하면 점심이야.
당연히 출출할 법도 하지.
태종대에 들러 눈과 귀, 그리고 입과 배를 모두 즐겁게 해 주자.
부산 놀러 가면서 태종대 못 보고 왔다는 건 너무 하지 않겠어?
그간 한번도 가 보지 못했는데, 가 본 사람들 말로는 그렇게 좋다 하니.. 이번엔 꼭 들르자.

이제 슬슬 어둑해져 갈 시간이야.
바삐 광안리로 발걸음을 옮기자.
어렸을 때 가 본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광안리가 좋아졌다더라.
더구나 백남준 선생 작품 전시로 광안리의 풍광이 더욱 좋아졌다지.
워낙에 멋진 광안대교의 야경, 더 멋있어졌을거야.


아쉽긴 하겠지만 광안대교를 건너 해운대를 지나 울산으로 향하자.
울산의 친구를 만나 회포를 풀고 그렇게 밤을 지내는거야.


어제 강행군을 했으니 오늘은 피곤할 법도 하지.
하지만 벌써 지쳐선 곤란하니, 스태미너 보강도 할 겸 언양 생고기를 먹으러 가자.
다녀 온 저녁엔 대왕암을 가는거야.
오랜만의 대왕암 - 그 멋진 울기등대와 밤바다.
이맘때면 아직 쌀쌀할겐데.. 그 스산한 바다바람 내음이 무척이나 그립다.
포구 - 그 잔잔한 바다에 비친 달. 
시재는 그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그 달빛 좋아하는 마음은 이태백 못 이르겠어. 하하..


기왕이면 수요일이나 일요일 쯤이 좋을까?
울산이나 포항을 들르는 것은 말야.
둘 중 한 팀의 홈경기를 보게 된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을거야.
가재치고 도랑 잡는거지.

포항에 가기 전에 경주를 들러 보는거야.
중학교 때 수학여행을 갔던 곳인데, 워낙 빠듯한 일정 때문에 경주가 어떻게 생긴 동네인지도 몰라.
기억으론 도시 여기저기에 동산처럼 생긴 능이 즐비한 곳.
황량한 벌판에 첨성대만 하나 뻘쭘하게 서 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는 곳.
그리고 불국사와 석굴암, 빼놓을 수 없지.
천천히 돌아 볼라치면 경주에서 일주일을 지내도 시원찮겠지만..
일단 하루나 이틀만 묵어 가기로 하자.
아참, 경주는 온천도 좋은 동네야. 온천욕 즐기는 건 참 좋은 생각이다. ^^


포항에 가면, 예전에 한참 재밌게 보던 드라마 - 네멋대로 해라의 말미에 나오던 그 손바닥 동상.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아 찾아 보니, 호미곶이라네.
해맞이 공원인 줄 알았는데, 그럼 그건 뭐지? 다시 찾아 봐야 겠다.
아무튼 거기 가서 사진도 좀 찍어 주고.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일찍 뜨는 곳은 간절곶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 호미곶도 자기네가 최초라네.
어디가 최초던간에.. 기왕이면 시간 맞춰 일출을 봐 주는 것도 좋을지 몰라.
하지만 앞으로 7번국도 따라 동해안을 거슬러 가면, 일출 볼 기회야 얼마든 있을테니 혹시 못 보고 지나쳐도 너무 서운해 말자고.


영덕에 들러 대게를 맛본다.
그 말로만 듣던 영덕.
"영덕 대게"의 "영덕"이 어떻게 생긴 동네인지 알고나 먹자고.


이제 이 위로는 어렸을 때 자동차로 휙 지나간 것 빼고는 통 모르는 동네들 뿐인데..
대충 생각하기로는 7번국도를 따라 올라가 강릉으로 가는 것.
울진을 지나 삼척을 넘고, 동해를 거쳐 정동진에서 잠시 차를 멈춘다.

그냥 달려지나면 두세시간이면 끝날 거리겠지만, 그러면 여행이 아니지.

강릉에 도착하고 나면 경포대와 오죽헌을 들르는 걸 잊을 수 없겠지.
경포라 해 봐야 별거 없는 건 매 한가지겠지만.. 그래도 그 맑은 바다 한번 봐 주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야.
하긴.. 바다는 이미 부산에서부터 너무 익숙해져 있으려나?
아무리 그래도, 절경 중 하나라는 경포의 바다. 놓칠 수 없겠지.

그 위로 더 올라가서 통일전망대까지 가 보고 싶기도 하지만..
강릉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영동고속도로를 눈앞에 두고 돌아서기엔 너무 아쉬울거야.
그렇게.. 집을 향한 반가움과 짧은 여행의 아쉬움을 반반으로, 서울로 돌아오는 여정.



매번 머리속으로 그리기만 할 뿐 좀처럼 시도할 수 없는 여행 계획.
가능성 따위 전혀 없는지도 모르지만...


오늘도 난 남도 企행 중.
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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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밤, 양양을 다녀 왔어.
형이 양양에 볼 일이 있어 가는데, 바람도 쐴 겸 따라 갔었지.
바람도 쐴 겸이라고 했지만.. 올 때 갈 때, 내내 운전만 했어.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양양으로 가서 올 때는 한계령을 넘어 홍천을 지나 국도로.
무려 7시간 30분 이상을 운전했더니, 집에 도착할 때 쯤엔 허리가 어찌나 아프던지..

하지만 오랜만에 맡은 시골내음은 참 좋았어.
차갑지만, 아주 시원해서 자꾸만 깊이 들이마셔지는 바람 하며,
하늘을 빼곡히 수 놓은 별들.
이제는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 말고는 짚어 낼 수 있는 별자리가 없어졌지만..
오랜만에 바라 본 하늘의 별들은 참으로 아름다웠어.

강릉은 참 오래간만에 가 봐.
강릉을 목적하고 간 건 아니었지만, 양양을 찾아 가는 길에 강릉을 지나쳤었지.
문득 떠오르는 기억들, 즐거웠던 시간. 또 바보 같은 기억도 있고.
추억을 갖게 해 주어 "감사합니다" 차창 밖을 바라 보며 한마디..

몇번 갔었던 강릉과 달리 양양이란 곳엔 처음 가 보는 것 같아.
명훈형과 의주가 다녔다던 관동대 앞도 지나갔었어.
용무 있던 곳이 마침 그 근처여서 말이지.
산과 들, 그리고 바다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곳에서 학교를 다녔는데도..
4년 내내 술만 마셨다는게 말이 돼?
아아.. 무서운 사람들. ㅋㅋ

그렇게 바람도 쏘이고 별도 헤아리고, 형의 용무도 아주 잘 끝나고.
양양 다녀 왔던 일은 참 좋았지.

하지만 무엇보다 반가운 목소리.
갑작스러워서 잠시 당황하기도 했던, 반가운 너의 말.
덕분에 오는 내내 즐거운 마음이었단걸, 알 수 있을까?
별 뜻 없는 그냥 해 본 말이라 한데도, 다른 모진 말로 덮어도.
즐거운 마음엔 변함 없어요.

한껏 즐거웠던 짧은 양양 여행기.
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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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많이 지난데다, 여행치고는 딱히 대단한 기억도 없는터라.
길게 쓸 무언가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쓰고 나니 뭐 할 말이 그리 많은지. ㅋㅋ
나는, 천성이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2박 3일 동안 찍은 사진은 스무남짓에 불과.
그나마도 내 사진은 한장도 없네. 하하..

그럼, 사진과 함께 짤막한 술회를..


*

 /><br /><img src=출발!

내려가는 길, 주말이 광복절 휴일과 맞물린 탓에 정말 엄청 막혔는데..
운전이 싫어 친구에게 운전대를 넘기고 나는 조수석에 앉아 편하게 갔다. ㅋㅋ
고속도로를 포기, 국도로 충주까지 내려갔다.
고속도로의 늘어진 정체행렬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지.

하지만 출발 하기 전, 워낙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탓에 아침에 당도했어야 할 충주는 저녁 무렵에나 닿게 됐다.
어쩌면 여행기보다 훨씬 더 길 법한 그 우여곡절들.

여행을 떠나기로 한 전날, 내 차가 사고가 나서 차 앞 부분이 완전히 함몰해 버렸었지.
사고 당시 운전했던 친구는 엄청 미안해 했지만,
결과적으로 임시넘버 달려 있는 중형차 렌트 받아서 편하게 타고 갔다 왔고..
나 역시 차를 새로 살 생각이었으니.. 그냥 그렇게 편하게 생각하면 그만이었지.
다만 덕분에 여행 간답시고 구워 놓은 음악 CD들은 고스란히 짐이 되어 버려서 그게 아쉬워.
우리가 받은 렌트카엔 말야, CD 가 안 달려 있더라고. 이런 낭패가..

여튼 여행 가기 전의 그 밤은 참 길고 험했어.

아침에 사고 수습 마무리 짓고, 렌트 받고 하다보니 11시가 넘었어.
원래 7시에 만나 출발하려 했는데, 늦어도 너무 늦었지.
그런데 4시간이나 미뤄진 약속시간에도, 늦는 사람들은 여전히 늦더라고.
더구나 약속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박모양은 우리 들 중 가장 늦는 만행을 저질렀지.

그래도 뭐.. 어차피 늦은 출발시간, 조금 늦어도 괜찮았어.
그런데 강남 터미널 앞에 잠시 차를 세우고 한호형이 화장실에 다녀 온 사이..
경찰이 나타나 불법주차 된 차 빼라고 협박하잖겠어?
난 렌트받은 차를 몰고, 호는 한호형 차를 운전하라 하고.. 경찰의 협박을 피해 슬금슬금 가고 있는데.
이번엔 이 녀석, 호가 안 보이네.
두리번 거려보니, 어느 틈에 반대편 차선으로 가 있잖겠어.

친구야, 우리는 저기 보이는 언덕 지나면 나오는 고속도로를 향해 가야 한단다..
친구에게 U턴해 저 앞으로 오라는 신호를 하고 슬금슬금 가고 있는데,
이 녀석 안 보이네.
급하게 차를 몰고 가느라 전화기도 안 챙겨 갔고. 지갑도 여기 있는데..
결국 경부고속도로 진입로에 차를 세우고 친구가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그렇게 길거리에서 우리는 한시간 여를 보냈다.

시작부터 삐그덕대는 우리의 여행, 좌절. 묵념...


여튼, 여행은 시작되었다!

 /><br /><font color=탐스러운 복숭아.

저 백도는 열댓개에 몇만원을 호가하는 비싼 녀석이다.
그렇다고, 내가 저 비싼 복숭아를 사 먹을만큼 풍족하지도 않고.. ㅋ
실은 공짜로 얻은 것이다.

내려가면서 보니 길가에 좌판을 벌려 놓고 과일을 파는 곳이 많았다.
시골이라 과일이 쌀거야.. 하는 기대와는 달리, 과일은 무척 비쌌다.
알고 보니 원래 무지 비싼 과일만 선물셋트 처럼 포장해서 팔더군.

차에 내려 과일값을 물어 보고 망연해 하는 우리 일행에게, 복숭아를 하나씩 주셨다.
사지 않아도 좋으니 이 좋은 맛 보기나 하라는 참 고마운 인심.
극구 사양해도 주시는 그 마음 씀씀이에 내려가는 길이 잠시나마 즐거웠다.


 /><br /><font color=저녁이 다 되어서야.. 드디어 충주에 접어 들었다.

플라타너스가 양쪽으로 늘어선 멋진 길을 달리고 있었는데,
카메라를 꺼낸 건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못내 아쉬운 순간..


 /><br />충주 시내의 마트에 들러 부식거리를 사고, 필요한 것들을 점고한 다음.<br />숙박을 잡기 위해 수안보로 향했다.<br />수안보로 가던 중, 길가의 한적한 공원에 차를 세우고 바람을 맞았다.<br />무더운 날씨와 정체로 인한 짜증.<br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이미 훌훌 날려 버렸었다.<br /><font style=첫 하루가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
이튿날이다.

전날, 다들 피곤했던지 저녁을 먹고 간단히 술을 먹고는 모두 죽은 듯 잠들어 버렸다.
아니.. 모두 나처럼 그렇게 잠든 줄 알았다.
하지만 다음날 알고 보니 우리 방에서는 호가 혼자 술을 먹다 자고 건너 방에서는 의주가 혼자 술을 먹다 잠에 들었다니..
애석한 일이다. 하하..

아무튼, 그 둘을 제외하고는 모두 12시가 되기도 전에 잠들었는데..
미인도 아닌 사람들이 늦잠까지 주무시나.
이거 법적으로 하자 없는건지 모르겠다.

나만 일찍 일어나 한시간 여를 밖에서 비비적대다가..
잠에서 깬 한호형과 대충 아침을 차려 먹고, 차로 월악산을 한바퀴 돌았다.
원래는 30분이 채 안 걸릴 코스일텐데.. 그 아침에도 차가 많이 막혀 1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br /><br /><font color=그래도, 역시 산과 강, 그 푸르름.
꽤 오랜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여튼, 그렇게 한 바퀴를 돈 후.. 내린 결론은.
애초에 목적했던 송계계곡이나 여타 국립공원 내 계곡은 사람도 너무 많고 정체도 심하다는 것.

 /><br /><br />수안보에서 충주로 흘러들어 가는 지류 중 한적한 곳을 택해 우리끼리 놀자는데 결론을 보고<br />놀만한 장소를 찾아<font color= 헤매기 시작했다.

그래, 그야말로 &amp;amp;quot;헤매기 시작했다&amp;amp;quot;.
한 시간 여를 헤매다 결국 선택한 곳은, 어제 저녁 수안보로 들어 가기 직전 차를 내렸던 공원의 냇가.
처음부터 그리로 갔으면 좋았을걸.. 하하..
하지만 그마저도 여행의 연장이라 생각하는 나는, 별반 문제를 느끼지 못했는데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닐 것이다.


여튼.. 과히 늦지 않은 시간, 또 아침에 일찍 일어 난 것 치고는 썩 이르지 않은 그 시간에..
그렇게 물놀이는 시작 됐다.

 /><br /><br />나와 호, 그리고 한호형은 정말 물 만난 고기 마냥 신나서 놀았고,<br />같이 간 으쥬를 비롯한 여자들은 옹기종기 모여 지들끼리 노는데..<br />그럴라면 같이 왜 놀러 왔대? ㅋㅋㅋ<br /><br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재밌게 놀았다!<br /><br /><img src=역시 여행은, 맘 맞는 사람. 또는 잘 아는 사람과 함께가 아니면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으쥬가 사흘 동안 고생 좀 했겠어.. 미안타. ^^

 /><br /><br /><img src=이봐 이봐.. 이제 시작이라구..!  

 /><br /><br /><font style=이제야 말하자면, 이 수안보 인근은 내 유년시절의 기억이 있는 곳이다.
이사를 많이 다닌 탓에 고향이라는 느낌을 가지는 곳이 거의 없는데..
이 곳은 정말, 생각만 해도 정겨운 느낌이 나는..
내 유년 시절을 살찌운 곳이다.
산도, 물도.. 바람도. 이토록 즐거울 수가 없다.

 /><br /><font color=한호형은 참 좋은 사람이다.
쓸데없는 권위를 내세우는 법도 없고, 겸손하고.
그는 많은 걸 베푸는 사람이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나는 그에게서 여유와, 연륜을, 그리고 인생을 배운다.

 /><br />친절하신 으쥬씨의 마지막 컷.<br />물론, 웃자고 한 사진에 오해는 금물이다. ㅋㅋ<br /><br /><br />그렇게 하루가 또 저물고, 숙소로 돌아와 각자의 방으로 흩어진 우리는.<br />그 밤을 또 그렇게.. 어이없이 보냈다.<br />이젠 바래져 버린 옛 기억. <br />이유도 과정도 결과도. <br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br /><br />그저 다시금 깨닫는 것은..<br /><font color=여행은 어디로 무엇을 하러 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


***
아쉬운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은 또 어김없이 밝아왔다.
부랴부랴 짐을 챙겨 여행 가서 처음으로 식당 밥을 먹었는데..
이 밥이 참, 맛이 뭐하더라.
반년 전에도 와서 먹어 봤었는데.. 그땐 정말 맛있었거든.
내가 적극 추천해서 간 식당인데, 맛이 이상해져 있는거야.
그때 그 맛이 아닌거지.

결국 여행 마지막 날까지도 나의 계획은 어그러졌다.
뭐, 여행은 계획 따위 중요하지 않다니깐.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쿨럭.....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직도 잠이 덜깬 사람들을 깨워 귀경길에 오른 이유는..
그 무서운 정체행렬을 피하기 위함이었어.

 /><br /><br />다행히도, 아직 정체는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아서.. 보이는 대로 길이 무척 한산한 편이었지.<br />나중에 호법 쯤에서는 조금 막혔지만, 그나마도 중부 고속도로에 접어 드니 다시 소통 원활.<br /><br /><img src=나는 가끔, 그 길을 시원하게 달리는 꿈을 꾼다.

 /><br /><font style=아무리 재미없다, 재미없다 하던 여행이지만..
그래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 오는 일은 못내 아쉬워.
저 터널의 끝처럼.. 다시 펼쳐질 일상을 내내 미뤄두고만 싶었지.

 /><br /><br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우리는 서울로 돌아 왔어.<br />서울로 돌아와 한호형과 헤어지고 사람들을 집까지 데려다 준 다음,<br />호와 의주와 함께 점심을 먹고 헤어졌지.<br /><br /><font color=생각해 보면 참.. 한 것도 없고, 할 것도 없던 여행같지 않던 여행이었다만.
역시 지나간 시간은 늘 그리워.
그 바람, 그 물살. 그리고 그 웃음소리들.

다시 우리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고
분명 언젠가는 다시 여행기를 쓰고 있겠지.
그리고 우리 추억들도 그렇게 하나 둘 씩 늘어 갈 게다.
물론, 나이도 그렇게 먹어 갈테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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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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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춘삼

    분명 처음엔 그런 반바지 차림이었다;; 그 후에도 쭉 같은 차림이었다;;;; 납흔려석

    2005.09.27 22: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36

    한것도 없고 할것도 없던 여행같지 않던 여행이라면서...할건 다하고 노신듯..ㅋㅋㅋ
    즐거워보임 ~~^_______________^
    재밌었겠다...으흐흐흐~~~
    근데 후기 너~~~~~~~ 무 이르다!!! ㅋㅋ

    2005.09.28 00: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Kunner

    후기가 너무 따끈따끈해서 훈훈한 감동을 받은게로구나.. 아무렴..

    2005.09.28 03: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src=

친구 강딸 녀석 멕시코 가기 전에 술이나 한잔 할까 하여 천안에 갔었다.

하지만 강딸 얼굴 5분 보고 다른 친구들이랑 스키장에 갔다. -_-;
원래 계획은 스키장 갔다가 다시 천안으로 복귀하는 거였는데..
막상 스키장을 나서니 너무 피곤하고 온몸이 안 아픈데가 없어서..
집으로 귀환해 버렸다.

밤에 스키타고 바로 돌아와 다음날엔 강딸과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
미안하다 친구야.... 내 이번 주에 또 내려가마.. -_ㅠ

고작 그거 했다고 이렇게 안 아픈데가 없다니..운동부족을 절감...
올 여름엔 국방부 주최 하계 수련회가 있는데 체력이 이래서야 원..
운동을 좀 해야겠다. 헛둘..

하지만 일단은 스키장에서 입은 부상에서 회복하는게 관건 -_ㅠ

강딸에겐 미안한 일이다만..
오랜만의 여행.. 짧디 짧지만 잠깐이라도 친구들과 놀러 갔다 오니..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정말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것 같아..

이 웃음들이 앞으로 얼마간 내 삶의 활력이 되어 주겠지.

2005-02-24 오후 9:28:44에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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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현

    오옷~부럽.

    2004.02.03 15: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어제 저녁, 퇴근 후 불현듯 이래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 정신없이 짐을 챙겨 여행을 떠났다.
뭐 거창하게 여행이랄 것도 없었지만.. 정말 오늘은 나라는 사람과 나의 주위에 있는 사람, 사건들에 대한 여러가지 많은 생각을 다양한 각도로 하게 하는..
정말 내적으로 충만한 여행이었다.

그래.. 나는 그렇게 살면 안 되는 거였다.

뭐 사는데 얼마.. 뭐 사는데 얼마.. (중략)... 내 아들과 함께 한 첫 여행.. 값으로 따질 수 없습니다.

언젠가 봤던 TV광고에서 뭐 이런 종류의 카피가 있었다.

그걸 보며 나는 얼마나 전율했던가..
나는 꼭 저렇게 살아야 겠다고 얼마나 다짐했었나..
근데 정작 나의 현실은 전혀 그렇질 못했다.
소시적에 좀 놀아 봤다고 자부하면서도 정작 제대로 노는 법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렇게 잘 놀았다던 고삐리 시절.. 대학시절(?)..
나는 맨날 친구들과 모여 술이나 먹고 유흥업소에서나 흥청대다가 어떻게 하면 여자 하나 꼬셔서 놀아 볼까..
뭐 그런 정신으로 내 귀중한 시간들을 마구 날려 버리지 않았던가..

왜 그런 멍청하고 비생산적인 방식으로 노느라 그 많은 시간과 돈,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에 하루 종일 회의.. 또 회의를 했었단 말이다.
물론, 그러면서도 즐길 것은 팍팍 즐겼고 그래서 너무 즐거운 하루였다.

어제부터 나의 일정을 쭈욱.. 훑어 보자면..
우선 회사에서 퇴근해 집에 와 여장을 풀기도 전에 게시판에 글을 남긴 후 바로 집을 나섰다.
그 시간엔 대천행 기차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바로 영등포 역으로 달려가 주저없이 천안행 기차에 올랐다.

가면서 고등학교때 나와 절친한 친구들에게 연락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너무 착한 내 친구.. 술을 잘 마시지 못하고,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너무도 순진해 양아치 짓을 전혀 하지 않던 착한 내 친구..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한때 소원한 관계가 되었던 내 친구..
지난 달에 오래간만에 만나 반가움에 어쩔 줄 모르던.. 민정식이란 멋진 이름을 가진 내 친구를 불러냈다.

또 상이와 싸이코 김경일.. 그리고 머리가 너무나 큰.. 그 큰 머리만큼 고민도 많은 종욱이..
이렇게 술을 다섯시까지 퍼마셨다..
평소완 다르게 고민이 많던 내 친구 상이를 열심히 달래주고 있으려니..
나중엔 너무 피곤해 눈이 감겼다..
술집을 나서 잠을 자러 가는데 추적하게 내리던 비가 눈으로 변해 온 세상을 하얗게 덮기 시작했다.

너무 피곤해서 어떻게 잤는지도 모르게 뻗어서..
아침 11시까지 자다가.. 일어나 씻고 기차표 잔여좌석을 확인하고 표를 예매하기 위해 재빨리 겜방엘 갔다.
그러다 문득 게시판에 와 보니 그리운 이름.. 상수형의 이름이 보이는 것 아닌가!
정말 기막힌 타이밍으로 우연에 우연을 더한 필연으로 상수형과 형수님, 그리고 형수님 동생을 만나 식사를 같이 하고 다시 기차여행에 나섰다.

애초 목적했던 장소는 대천이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과 바다에 가서 할 일.. 등을 면밀히 검토해 본 결과, 장소는 인천 월미도로 변경되었다.
우선, 무작정 해변을 걷기에는 날씨가 너무 추웠고, 대천은 해변은 멋지게 펼쳐져 있지만 해변 외의 놀거리는 하나도 없다는 점, 그리고 벌써 시간이 한낮이 되었기 때문에 나중에 집에 가려면 너무 늦은 시간이라 부담된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어쨌든.. 내 친구 정식이와 함께 나는 다시 영등포로 와서, 전철을 타고 인천종점에 다다라, 버스를 타고 월미도로 들어 갔다.
월미도로 들어와 군것질을 좀 하고 바닷가를 따라 걸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하려 했지만 너무 추워서 빨리 어디론가 들어가고만 싶었다.
어딜 들어가기 전에 우리는 월미도까지 왔는데 바이킹을 타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고, 그 추운 날.. 용감하게도 3000 원짜리 표를 끊어 바이킹에 올랐다.
나야 뭐.. 워낙 놀이기구에 무서움을 느끼지 않지만 오늘 바이킹은 정말 곤욕이었다.
너무 추워서 바이킹을 타는 동안 얼굴과 손이 꽁꽁 얼어 붙은 것이다. ㅠ_ㅠ
바이킹을 내린 우리는 오직 이 얼음장 같은 손과 얼굴을 녹이는 방법을 생각하느라 바이킹의 스릴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게 됐다.
편의점을 들러 따뜻한 커피를 한 사발 마신 후에야 몸을 좀 녹이게 된 우리는 유람선 이라는 멋진 놀거리를 생각해 냈다.
하지만 코흘리게 시절 이후에는 유람선 같은 걸 타 본 적이 없는 우리는 유람선은 보통.. 가족이나 커플이 탄다는 것을 전혀 계산하지 못했던 것이다...... -_-;;
아무튼.. 유람선을 타기 전에 우리는 바다까지 왔는데 싱싱한 회를 먹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거금 8만원을 들여 모듬회를 먹기로 했다.
맛은 정말 없었지만,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건물 3층에서 얘기를 나누며 먹는 회는 가히 나쁘지 않았다.
출항시간에 맞춰 배에 오른 우리는.. 드디어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되기에 이른다.

나와 내 친구를 제외하고.. 남자끼리.. 또는 여자끼리 온 사람들은 아무리 눈 씻고 쳐다봐도 한명도 없었단 말이다......
이런 젠장.. 정말 1시간 20분이 그렇게 길 수가 없었다.
앞쪽에 앉은 것은 가족 동반으로 온 사람들.. 뒤쪽으로는 이리 둘러봐도 커플, 저리 둘러봐도 커플..
그 분위기를 견디기 힘들어 선실 2층으로 올라가자 거기는 더욱 심해 온통 커플..
우리는 그 배 안에서 이상한 놈들일 뿐이었다..
심한 정신적 쇼크로 묵묵히 3층에 올라간 우리는 이번엔 절망을 맛보게 된다..
아니.. 이것들이 추워 죽겠는데 단체로 타이타닉을 찍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옆에서 뭘 하든.. 누가 있든.. 심지어는 감독도 없고 카메라도 없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정열적인 키스신을 찍고 있는 것이 아닌가...
뜨아... 그 민망하고 부럽기 짝이 없는 인파들 속에서 우리는 절망이라는 단어를 맛 봐야만 했다.

그렇게 고문같은 1시간 20분이 지나 배에서 내렸을 때..
우리는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다짐의 말을 내뱉었다.
우리.. 다음엔 꼭 여자친구와 함께 오자 -_-;;

그리고 추위에 지친(사실은 배에서의 충격에 정신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ㅠ.ㅠ)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배에서 정신적 쇼크를 입긴 했으나 그건 부정적인 의미의 쇼크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 두 늑대에게 너무도 좋은 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를 향해 돌진하게끔 만드는 Positive 쇼크랄까.^^

어제 오늘 있었던 일들만 주우욱 나열하다 보니 별로 재미가 없었을 것 같지만..
무척 재밌고 즐거웠으며, 그 긴 이동거리마다 혼자일 때는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하게 만들고, 둘이 있을 때는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었으며, 여럿이 있을 때는 끈끈한 유대감을 확인시켜 주는 아주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내가 마음 먹은 것들이 있다.
우선, 생각한 일은 바로 행동에 옮기자는 것. 심지어 그게 어떤 충동일지라도 옳다고 생각되면, 또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바로 행동에 옮기자는 것이다.
우유부단한 편인 나는 때때로 너무 깊이 생각하는 탓에 행동으로 옮겨야 할 적기를 찾지 못할 때가 많았다.
또,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말이 많은 나는..-_-;
행동보다 앞서는 말 때문에 나중에는 오히려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할 시기를 놓치는 어리석음을 종종 범하고는 했던 것이다.
좀 쉽게 말하라구?
아.. 내 나이 24에..
어디 단체로 간 거 말고 혼자 또는 친구들과 여행이라는 걸 해 본 걸 세어 보면 손 꼽아 볼 정도 밖에 안 될꺼야.. 이게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이야..
그리고 가고 싶다... 생각하면서도 이리저리 핑계아닌 핑계를 대며 안 가고, 못 가고는 했던 거야..
이 얼마나 불쌍한 청춘이었어?
이제 안 그럴꺼야..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지!

그리고.. 나 그전까지는 여자친구가 별로 안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
사실 이런 말 하는 건 스스로 터부시해서 평소에는 입에 꺼내지 않는 말이지만 날이 날인지라 말을 꺼내 보면.. 남녀 사이의 생리적 욕구는 꼭 여자친구까지 가지 않더라도 해결 할 수 있는 거고, 또 그 방법이야 참으로 여러가지인거고..
그 외에는 사실 별로 필요를 못 느꼈었는데..
오늘 깨달았어. 나는 외로운거야..
나는 그게 단순히 친구가 있으면 끝나는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아주 좋은, 착한, 그리고 내 맘에 드는 여자친구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
그건 내 친구도 마찬가지 일거고.. 히히.. ^^
이제 총력을 기울여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여자친구를 만들도록 할꺼고, 꼭 다시 그 유람선을 타고 말테다!!!

기껏 여행 갔다 와서 깨달은게 그거 뿐이느냐고?
아니지.. 전혀 아니야..
내가 아까 말한 그 카피 있지?
그걸 인용하자면..

서울-천안간 왕복 차비 2만원, 숙박비와 술값등 유흥비 4만원, 맛있는(?) 회값 8만원...

처음으로 친구와 단 둘이 떠났던 겨울바다 여행, 그 감동..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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