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극장에서인가? 아니면 출발 비디오여행 류의 TV 프로그램에서인가..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본 적이 있다.
처음에는 TV에서인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극장에서의 예고편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걸 보고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개봉을 했는지 말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하게 지나가서 그 기억까지 따라서 묻혀 버렸다.
이제와 생각하니 '아, 이 영화 예고편을 봤었지' 할 뿐.


이런 종류의 영화는 뻔하다.
아주 뻔하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내용이 대개 비슷하기 때문이다.
뭐 격투를 스포츠로 봐야 할지는 얘기거리가 될 수 있겠지만, 복싱을 스포츠로 본다면 뭐 내내 비슷한 맥락일거다.

보통은 고난에 빠진 주인공이 있고, 그가 역경을 딛고 일어서 마침내 챔피언이 된다.
그 과정에서 주위사람 - 특히 가족의 갈등과 화해는 기본 레파토리다.

멀리는 록키가 그랬고, 가까이는 신데렐라맨이 그렇다.
(예전에 신데렐라맨을 보고는 잔뜩 붉은 눈시울로 포스팅을 했었지. http://www.kunner.com/252)


이 영화 역시 이 오랜 레파토리를 충실히 지킨다.
하지만 이 영화는 좀 더 내용을 압축했다.

가족간의 갈등과 화해 역시 압축된 형태로 표현된다.
누구 하나 그 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하지 않는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겠거니 하고 추측할 뿐이다.
누구 하나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였는지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가 - 아버지가, 그가 - 형이, 그가 - 동생이 그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였는지.
서로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 영화는 가족의 화해에 대한 무척이나 '아픈'[각주:1] 이야기이다.
역시 영화 내용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기로 한다.
몹시 볼만한 영화기 때문에 스포일링으로 누군가의 감상을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영화를 보면서 느낀 생각들을 몇 가지 적어내린다.



*

버림받는 것은 항상 약자의 몫이다.
헤어짐의 과정에서 강자는 버리고, 약자는 버려진다.
버려진 토미는 버린 아버지와 형을 증오한다.

하지만 누가 버렸든, 누가 버려졌든..
상처는 똑같이 남아 있다.
그건 가족이란 굴레가 주는 숙명같은 것이다.


라고 말하면 영화 제작자는 기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 상투적인 얘기다.

상처가 똑같이 남는다고?
그럴리 없다.
아무리 가족이라지만, 버린 자가 버림 받은 자의 아픔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상처입은 짐승 같은 톰 하디의 눈빛을 나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Canon EOS 5D | Pattern | 1/250sec | F/2.0 | 0.00 EV | 35.0mm | ISO-640





**
영화를 보면서 또 하나 떠오르는 생각은..
차라리 갈등은 증폭되어 폭발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변증법의 신봉자로서 나는, 갈등은 발전의 매개라고 믿지만..
현실에서는 의도적으로 갈등을 피할 때가 많다.
특히나 나이 먹어가면서는.. 알아도 모른 척, 몰라도 아는 척 그냥 넘어가는 일이 많아진다.
그게 옳아 - 라고 생각하기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갈등이 두렵기 때문이다.

요즈음의 내가 겪고 있는 문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기도 한데.
영화 속 토미가 될 자신은 없다.
증오하는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증오하는데도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
하지만 토미를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말이 증오는 아니다.
증오는 그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일 뿐, 사실은 결핍에 대한 갈망이다.
토미는 경계하지만, 차단하지 않았다.
매몰차게 거절하고, 모욕을 주었지만 그건 상처에 대한 자기 보호일 뿐이다.

오히려 그가 바라던 것은 기회였으리라.
과거와 화해할 기회.
자신을 버리고 상처 준 사람들을 용서할 기회다. - 그 대상은 가족이기도 하고, 군(軍)이기도 하다.

Canon EOS-1Ds Mark II | Pattern | 1/160sec | F/1.8 | 0.00 EV | 85.0mm | ISO-1600

토미를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말은 결핍에 대한 갈망일 것이다.






****
삶은 때로 지독한 아이러니다.
알콜 중독으로 가족을 잃었던 아버지 패디는 술을 끊으면 관계를 회복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토미를 껴안을 수 있었던 것은 술을 마신 후다.
형제는 주먹을 나누고 뼈가 부러진 후에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한 또 하나의 아이러니는..
땀냄새 가득한 격투기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주륵, 주륵 잘도 흐르더라.

Canon EOS-1Ds Mark II | Pattern | 1/500sec | F/2.0 | 0.00 EV | 85.0mm | ISO-640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주먹다짐 - 그 지독한 아이러니






*****
차라리 지랄이나 제대로 해 봤다면..
차라리 나몰라라 다 집어 치워보기나 해 봤다면..
차라리 욕하고 모욕주기를 한번이나 해 봤다면..

좀 나았을까?

토미는 아니더라도 브랜든(형) 처럼이라도 해 봤다면.. 말이다.


Canon EOS-1Ds Mark II | Pattern | 1/400sec | F/2.0 | 0.00 EV | 85.0mm | ISO-800

그렇게 지랄 맞게 물어 뜯어도.. 이렇게 마주 대한다. 가족이란 그런 것인가?





******
앞서 복싱 영화가 늘 그렇듯, 이라고 말했지만..
이 영화는 신데렐라맨이나 기타 다른 스포츠 영화의 코드들과 매우 닮았다.

신데렐라맨만 놓고 비교해봐도..
신데렐라맨에서는 대공황 때문에 고난을 겪고,
이 영화에서 브랜든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경제위기로 고난을 겪는다.[각주:2]
또 신데렐라맨에서 브레독의 부인 - 르네젤위거와 이 영화 브렌든의 부인의 역할과 성격은 거의 유사하다.
그리고 둘 다 너무나 매력적이다!

Canon EOS-1Ds Mark II | Pattern | 1/100sec | F/1.6 | 0.00 EV | 50.0mm | ISO-1600

신데렐라맨에서 브레독이 그랬던 것처럼.. 브랜든은 이미 Winner 다!



신데렐라맨이 호평을 받았던 또 하나의 이유는 격투 장면의 리얼함이라고 했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이 워리어 역시 둘째 가라면 서럽다.
뭐 이렇게 리얼하게 싸워댄단 말인가.

특히 브랜든이 펼치는 몇몇 고난이도 그라운드 스킬은 정말 아마추어 맞나 싶다.
(아, 나는 격투기를 잘 아는 편이 아니라 뭐가 고난도인지 잘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멀쩡히 서 있는 상대의 목을 두 다리로 감아 바닥으로 집어 던지는 것이 쉬울 것 같지는 않다.)
배우들도 몹시 많이 준비했던 모양이다.

Canon EOS-1Ds Mark II | Pattern | 1/400sec | F/2.2 | 0.00 EV | 50.0mm | ISO-1600

정말 연습 열심히 한 모양이다. 비록 근육은 톰 하디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가 구사하는 스킬은 매우 볼만했다.







별 반개를 그릴 수가 없기 때문에 무조건 반올림인 탓도 있지만..  
이 영화는 별 다섯개 다 받아도 좋겠다. 

★  ★  ★  ★  ★ 

내용, 극 전개, 영상, 캐스팅. 모두 완벽하다.




  1. 그야말로 중의적인 의미로서의 아픈 이다. 슬퍼서 아프고, 맞아서 아프다. [본문으로]
  2. 꼭 서브프라임모기지로 한정할 수는 없지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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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볼만한 영화가 없을까 검색을 해 보다..
우연히 한 영화를 발견했다.

Red Dog.

RED DOG - 2011년에 개봉한 영화지만 70년대를 배경으로 하다보니 포스터가 참으로.. 촌스럽기 그지 없다.




이건 뭐람, 하고 찾아 보니
올해 호주에서 개봉한 영화고 호주 박스오피스를 차지했다고 한다.[각주:1]
그리고 실화를 기반으로 만든 영화라고 한다.


제목이며 포스터며.. 딱 봐도 개에 관한 이야기겠구나, 싶다.
그리고 저 선한 표정의 개를 데리고 공포 영화 찍을 일은 없을테니 감동적인 드라마 류겠구나, 싶다.

다른 건 둘째치고 저 개 때문에.. 이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영화에 나오는 개들은 아주 귀엽거나, 아니면 멋있게 생긴 녀석들이다.
그런데 이 놈은 아니다.
물론 귀엽지만 그 귀여움이 아니다.
뾰족 세운 귀에서 나름 포스가 느껴지지만 그 멋있음이 아니다.
그래서 보고 싶었다.
우리 동네에도 몇마리 돌아 다닐 것 같은 저 개가 대체 무슨 일을 벌인 걸까?
궁금해졌다.




혹시나 스포일링이라도 당할까 싶어 영화와 관계된 내용은 하나도 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옳았다.
지극히 평면적인 내용의 영화였기 때문에 내용을 알고 봤더라면 자칫 지루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 역시 영화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어떤 스타일의 영화라는 점 정도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실 이 영화를 두고 평면적이다, 라고 말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표현이다.
최근 들어 이렇게 잔잔한 - 또는 밋밋한 스토리를 가진 영화를 본 적이 있던가?



하지만 영화를 풀어가는 방식은 나쁘지 않다.
절대 나쁘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좋았다.

일부 장면을 빼고는 극도로 제한된 배경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보니 어쩐지 연극의 그것을 많이 닮았다.
또 중간중간 들어가는 음악과 노래들은 영화 내용에 맞추어 가사를 새겨봄직 하다.
말을 하지 못하는 개가 주인공이다보니, 제3자가 화자가 되고..
그 화자가 누구냐에 따라 이야기는 즐겁고, 슬프고, 감동적이 된다.


꽤 오랜 시간을 말 없이 음악과 배경(풍경), 그리고 레드독만이 화면을 채운다.
거기에 가끔 던져지는 대사는 심금을 울린다.
눈시울도 따라 붉어진다.

Have you seen John?




이 영화의 또 다른 눈여겨 볼 점은 영상미이다.
시대적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등장인물이나 건물 등은 매우 낡고 촌스럽지만
그걸 그냥 촌스럽다, 라고 말하기에는 화면이 무척 예쁘다.

특히 석양빛을 뒤로 하고 달리는 레드독의 반영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석양의 레드독.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는데 화질이 나빠서인지 막상 캡쳐해 놓으니 썩 좋지 않다.




레드독은 참 담백한 영화다.
강한 조미료에 중독된 입맛이 정화되는 느낌이랄까?

문득, 만약 10대에 이 영화를 봤더라면, 조금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30대인 나는 어린 시절의 나보다 조금 더 세상을 알고, 조금 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안다.
그래서 영화의 긴 호흡을 지루함이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이 영화에 대한 나의 평점은 별 4개(5개 만점).
★  ★  ★  ★ ☆

레드독 - 추천할 만한 영화다.









 
  1. 지금 다시 찾아 보려 하니 없다. 박스오피스 여부는 잘 모르겠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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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부터 기다려왔던 영화를 보고 왔다.
그러고보면 아이언맨2 외엔 별볼일 없던 지난 해와 달리 올해는 대작 영화들이 속속 개봉한다.
바로 지난 주엔 쿵푸팬더, 그보다 조금 더 전에는 캐리비안의 해적, 천둥신 토르.
그리고 이번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또 이달 말에는 트랜스포머3 가 기다리고 있다.

위에서 열거한 영화 중 가장 기대하던 영화는 바로 엑스맨이었다.

원래 나는 엑스맨 시리즈를 썩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단 하나 - 친숙하지 않아서였다.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 배트맨.. 이런 맨들과 달리 엑스맨은 별로 친숙하지 않아서 말이다.

그러다 2006년, 엑스맨 3 쯤 되어서야.. 
이게 그저 눈에서 불 나가는 영화에 불과한게 아니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
그냥 헐리웃 액션물, 이라고 폄하하기에는 너무 잘 만든거지.
그 뒤에 마블이라는 걸출한 콘텐츠 메이커가 있으니 잘 만들었네,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편견과 선입견으로 좋은 영화를 너무나 늦게 알아 버린 것이다.
이렇게 또 하나 배우는 것 - 편견과 선입견은 어느 경우에도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다.

암튼 그 후 마블과 DC의 캐릭터들에 빠져들게되어 지금은 히어로물의 매니아(라고 말하기엔 좀 약하지만 ^^;)가 되었다.


이번 주에 엑스맨이 개봉할거라는 소식을 듣고..
오매불망 주말이 되기만을 기다렸다가 얼른 극장으로 뛰어갔다.

아쉽게도 이 영화는 3D가 없었다. 디지털 뿐.
지난 번처럼 아이맥스 3D로 봤으면 좋았겠다 싶기도 했지만 디지털로도 충분히 좋았다.

영화는 시계를 과거로 되돌려 엑스맨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프로페서X와 매그니토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가 나오고, 또 왜 능력자들이 서로 갈라서게 되었는지 말하고 있다.
이야기는 시빌워의 내용과 매우 흡사하다.
같은 마블코믹스의 이야기인데, 이 퍼스트클래스의 내용에 등장인물들만 좀 바꾸면 바로 시빌워의 배경이 될 것 같을 정도다.

영화는 2시간을 조금 넘는데, 그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있었다.
라지사이즈의 팝콘이 모자라게 느껴질 정도!

 
마블은 사람들이 히어로물 영화에 뭘 기대하고 있는지 완벽히 꿰뚫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공식을 완벽하게 적용한 것 같다.
뭐 하나 빠지는게 없다.
스토리도 매우 좋고, 간간히 보이는 위트와 등장인물들 간의 긴장과 화해, 우정과 갈등. 모두 좋다.
그리고 능력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 해 나가는 것도 지루하지 않게, 아주 잘 표현했다.
사실 이 부분은 새로운 시도도 아니고, 다른 영화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장면인데 그만큼 잘 먹히는 방식인거다.

아무리 원작이 좋다고해도 저절로 좋은 영화가 되진 않는다.
바로 얼마 전 마블의 다른 영화인 토르를 보면 잘 알 수 있다.(그 허접한 스토리;;)
그리고 이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토르와는 정 반대로 멋진 영화가 가져야 할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히어로물 영화 중 최고다. 
다만, 최근의 다른 히어로물보다 그래픽 효과가 조금 떨어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데..
극중 무대가 60년대여서 그런가 싶을 정도였다.
뭐, 그래도 최고다.


마블 코믹스의 영화 치고 엔딩 크레딧 올라 간 후 히든무비가 없던 적이 없어서..
근 10분에 가까운 엔딩크레딧을 끈기있게 다 보았다.
뭔가 없을까 하고.


DSLR-A900 | Spot | 1/15sec | F/4.0 | 0.00 EV | 24.0mm | ISO-1600


그래, 나는 저 장면을 보기 위해 그 오랜 시간을 기다렸던거다.

이런... 이제 이런 식으로도 낚는구나. OTL


영화를 보고 너무 너무 좋아서..
쉬는 동안 엑스맨 시리즈를 다시 다 다운 받아서 봐야겠다 하고 생각했는데, 어느 덧 휴일도 하루 남았다.
그마저도 할 게 넘 많아서 몇시간 씩 영화를 보고 있을 틈이 없고... ㅠ

흑.. 정말 요즘은 너무 너무 바쁘다.



DSLR-A900 | Pattern | 1/15sec | F/4.0 | 0.00 EV | 24.0mm | ISO-400



그래도 이거 나오면 또 보러 가야지.
IMAX 3D로 봐 줄테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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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을 살짝 리터치 후 네이버 영화에 리뷰를 썼다.


http://movie.naver.com/movie/bi/mi/reviewread.nhn?code=73411&nid=2418322&page=2


훗;





"그 분이 돌아오셨다!"
처음 이 포스터를 보고, 저 간결하면서도 분명한 - 영화를 완벽하게 소개하는 카피 문구에 감탄했다.
비록 이 문구가 유행어긴 하지만(참신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잘 어울리는 문장이 또 있을까?




2008년에 디지털 2D로 쿵푸팬더를 보고(당시에는 3D가 없었다), 너무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더보기



처음 쿵푸팬더를 봤을 때는 좀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주인공 치고 너무 못 생긴데다, 하는 짓도 추하고 바보 같아서 말이다.
이미 슈렉에서 불편한 주인공을 겪어 봤지만, 이런 종류의 캐릭터는 참 적응이 안 된다. ^^;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그렇게 꼴보기 싫던 녀석이 너무 귀엽고, 재밌고, 웃기고.. 게다가 감동까지 준다.
이런이런, 그야말로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이라 하면 어쩐지 유아적 취미 같은데, 쿵푸팬더를 두고는 그렇게 낮춰 말하기가 어렵다.
워낙 잘 만들었어야지. 핫..


여튼.. 쿵푸팬더가 3년만에 돌아왔다.
그렇다.
그 분이 돌아오셨다.


DSLR-A900 | Spot | 1/15sec | F/3.5 | 0.00 EV | 24.0mm | ISO-1600




예매하기 전 쿵푸팬더2를 디지털2D로 볼지, 3D로 볼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그간 3D로 봐서 만족했던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집 근처에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CGV가 모두 있는데 3D라봐야 비싸기만 하지 전혀 볼만하지 않았다.
당장 얼마전에 봤던 '캐리비안의 해적 4' 같은 경우에도, 롯데시네마의 디지털3D로 봤는데 화면이 너무 어두워서 원래 색상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입체감 같은 건 거의 없이 그저 어둡기만 한 허접한 3D - 조금만 어두운 장면이 나오면 온통 시커멓게 보여서 얼마나 짜증이 나던지..
영화 보는 내내, 그냥 디지털2D로 볼 걸 그랬다고 후회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렇게 후회하는게 아닐까? 2D로 하면 적어도 실패는 안 할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쩐지.. 2D로 보면 뭔가 놓치는게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또 들었다.

그래서 "쿵푸팬더2 3D"라고 포털에 검색해보니 나 같은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그래, 3D는 참 문제야. 돈만 아까운 거다. 
그러고 있는데 CGV의 IMAX는 다르다는 포스팅을 보았다.
다른 3D에 비해 색상이 훨씬 밝아 거의 차이가 없다고.
그래, 어둡지만 않아도 일단 성공이다 싶어 냉큼 CGV의 IMAX로 예매를 했다.
경기도에 3군데 밖에 없는데 마침 그 중에 하나가 수원역에 있는 CGV 수원이다.
마침 집에서도 가깝다. ^^



DSLR-A900 | Spot | 1/20sec | F/3.5 | 0.00 EV | 24.0mm | ISO-1600




수원역 애경백화점에 사람이 워낙 많이 몰리다보니 주차 하느라 조금 애를 먹었는데, 다행히 영화 시작 직전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정중앙은 아니지만 대체로 가운데인 썩 좋은 자리에 앉아 안경을 꼈다.
사람들이 극찬하던 CGV의 IMAX와 처음 접하는 순간이다.
영화 시작 전 3D로 된 트랜스포머3 의 예고편을 보여주는데, 예고편만으로도 엄청난 기대감 - 이건 뭐.. 안 볼 수가 없겠더군.

그리고 바로 시작됐다.
1편을 본지 벌써 3년이나 지났는데도 포~가 전혀 낯설지 않았다.
하, 녀석.. 여전히 못 생겼지만 참 귀엽구나. ㅎㅎ



DSLR-A900 | Spot | 1/8sec | F/3.5 | 0.00 EV | 24.0mm | ISO-1600





영화를 보러 가기 전 포털에서 평점을 봤었는데..
내가 잘 못 본게 아니라면, 7점대의 평점이었다.
설마.. 아무리 잘못만들었어도 쿵푸팬더의 평점이 7점대일까 싶었다.
사람들 얘기로는 스토리가 너무 허접하다는 것이다. 그냥 눈요기로 볼거리만 있다나.

그래서 사실 썩 큰 기대를 안 했었다.
어차피 모든 속편은 속편이므로.. 응?

하지만 저마다 취향도 다 다르고 감상도 다 다른 법이지.
결론만 말하면, 나에게는 몹시 좋았다.


화려한 그래픽과 3D 효과의 볼거리(와우, IMAX!!)는 물론, 특유의 비틀기 유머도 좋았고 스토리도 좋았다.
'셴'과 '점쟁이 할머니', '코뿔소 사범', '악어 사범' 등 주로 새로 등장한 캐릭터들이 스토리 속에 충분히 녹아들지 못해 약간 얼개가 엉성하다는 점이 옥의 티긴 했지만..
나쁘다고까지는 할 수 없고, 그냥 웃고 넘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DSLR-A900 | Spot | 1/25sec | F/4.0 | 0.00 EV | 35.0mm | ISO-1600




영화 얘기를 하기 위해 스토리를 구구절절 읊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미 익히 알려진대로, 이번 영화는 포~의 자아 정체성 확립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 사실 이런 문제는 포~ 뿐 아니라 모두가 한번쯤, 또는 수도 없이 해 보는 고민일거다.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한 대답 - 너무나 상투적인데도.. 대단한 감동이었다.

"제일 중요한 건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이야."

마치 나에게 하는 이야기 같았다.
지난 시절 - 인생의 단추를 헛 끼운 흔적들이 내 삶을 이리저리 흔들어 놓을 때 마다 나는 절망했다.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을 두고 후회하고 자책했다.
그런 고통에서 벗어 나는 것은, 극복이 아니라 망각이었다.
언제든 그 괴로운 기억들이 다시 떠오르면 또 다시 절망의 끄트머리로 내몰리고 마는.. 



DSLR-A900 | Spot | 1/30sec | F/3.5 | 0.00 EV | 24.0mm | ISO-1000




셴은 말한다.
왜 너는 절망하지 않느냐고.
어떻게 내면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느냐고.
상처입은 사람 답게 분노하고 절규하라고.

포~는 말한다.
"아픈 과거는 날려버려. 그건 중요하지 않거든."


머릿속에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쳐간다.
아픈 과거, 돌이키고 싶은 이야기, 후회로 점철된 지난 일들.
항상 악수에 악수만 거듭하던 나의 선택들.
어둡기만하던 내일과 고민에 고민을 더하던 날들.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그래.
그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DSLR-A900 | Spot | 1/30sec | F/3.5 | 0.00 EV | 24.0mm | ISO-1250

쿵푸팬더의 엔딩 크레딧. 3D 화면을 사진 찍어 놓으니 잔상 때문에 흐릿하다. 
엔딩크레딧에서 포가 잘 나온 사진을 찍으려고 대체 얼마나 기다렸던지.. 결국 끝나기 직전에 이런 자세를 취해주더군.
포~가 내면의 평화를 찾는 그 장면이다. ㅎㅎ 




-

애니메이션 한 편 보고 과거와 화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만..
현실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포~는 일순간 깨달음을 얻고 내면의 평화를 얻었지만, 만화와 달리 현실의 깨달음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앞으로도 망각의 저편에서 기억을 끄집어낼 때마다 괴로워하고 안타까워 할 것이다.
노력한다면 언젠가 내면의 평화를 얻을 날이 오기야 하겠지만, 그게 가까운 내일의 일은 아닐테니..
그동안 나는 수없이 많은 괴로움과 싸워야만 하겠지.


하지만 바라건데..
제일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이라는 사실을, 과거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설령 또 다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데도..
믿자.

나의 가장 좋은 날은 바로 오늘이다.
 

Inner Peace!
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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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T

    가장 좋은 날은, 바로 오늘.
    명심... 또 명심해 봅니다.

    2011.05.31 13: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애니메이션 보면서 눈물이 글썽글썽 -_ㅠ

      좋네요, 쿵푸팬더. ㅠ_ㅠ

      2011.06.04 00:56 신고 [ ADDR : EDIT/ DEL ]

인류의 역사는 전쟁사에 다름 아니라는 말이 있다.
인류가 기록이란 방식으로 역사를 써내려 온 이후 지금껏, 역사란 전쟁사와 그 궤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이 발발하게 된 원인이나 그 수행 과정등을 보게 되면 당시 역사의 아주 세밀한 곳까지 두루 살펴 볼 수 있어서 전쟁이란 곧 그 시대 역사의 길잡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얘기는 전쟁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참으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이란, 사람이란.. 도무지 싸우지 않고서는 살아 갈 수 없는 존재인 것일까.


참혹한 전장의 안개 속에서는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진다.
늘 높은 곳으로만 향할 것 같은 시대의 정신도,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끝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쳐박히고 마는 것이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서로를 죽고 죽이는 잔혹한 생존게임이 시작된다.
그 이유가 민족이든, 종교든, 무엇이든간에 - 심지어는 아무 이유없이 그저 한 개인 또는 집단의 말초적인 이익을 위해서 벌이는 경우도 있다.
전쟁 속에서는 정의의 기준이 모호해진다.
오직 이기는 것이 정의요, 하나라도 더 많은 적을 죽이는 것이 정의가 된다.
나와 똑같이 살아 숨쉬는 사람.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누군가의 아들이며, 누군가에게는 남편, 누군가에게는 친구.
또 누군가의 딸과 아내를 그렇게 죽이고야 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그렇게 죽음으로 내몬 당사자들 역시 언젠가는 같은 운명을 향하게 된다.


이런 비인간적이고, 반문명적인 전쟁에 반대하여, 묵가는 "비공"을 주장했다.
강대국과 약소국 사이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약소국의 수비를 도와 전쟁을 무위로 돌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은 "성 하나를 위해서라면 천리길도 마다 않는다" 하며, 전장으로 향해 약소국을 강대국의 말발굽으로부터 지켜냈다.
어떤 명리도 바라지 않고, 오로지 전쟁을 막겠다는 생각만으로 전장에 뛰어든 묵가는 특유의 수성술과 전법으로 불리하던 전황을 바꿔 버리는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그렇게 전쟁이 끝나면 당연한 공치사도 않은채, 또 다시 그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을 향해 달려가곤 했다.

묵가는 또한, "겸애" 라는 사상을 바탕으로 다툼 없는 진정한 낙원의 상을 제시했다.
"비공"으로 단순히 전쟁을 억지하는데 그치지 않고, 두루 사랑하라는 말로 세상을 교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들의 전쟁 억지력이 과연 얼마나 큰 의미를 지녔을까?
결국 그들은 전쟁의 영원한 종식을 가져올 수 있었을까?
물론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들은 결코 그럴 수 없었고, 그로부터 2500 년이나 지난 지금도 우리는 인간의 본성이란 결코 전쟁을 떼어 놓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우울한 이야기마저 해야 할 판이니 말이다.
또한 묵가가 말한 "겸애"는 결코 이뤄질 수 없었다.
다름아니라, "겸애"사상에는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가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찌 내 아이만큼 다른 사람의 아이를 사랑할 수 있으며, 어찌 내 부모만큼 다른 사람의 부모를 기릴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그걸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라 할 수 있는가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가족", "내 것" 이라는 개념이 없는 전사회적인 정신적/물리적 구조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흡사 헐리웃 영화 "매트릭스"나 "데몰리션맨" 따위에서나 볼 수 있는 "번식 시스템"에서만 가능할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영화 같은 일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수천년 전 묵자는 이렇게 말했다.

" 죄 없는 사람 한 명을 죽이면 살인자가 되고 열 명을 죽이면 인간 백정이 되는데,
 전쟁을 일으켜 수만 명을 죽인 자는 도리어 영웅이 되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 

묵자가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물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전쟁의 아이러니이다.
그걸 아이러니라고 말한 그 자신도 같은 오류를 범할 수 밖에 없던, 슬픈 운명 같은 인간의 아이러니이다.


영화 속에 혁리가 조군의 많은 군사들을 죽인 후, 정신적인 혼란에 빠지는 장면이 나온다.
무엇을 위해 그들은 죽어야 했고, 무엇을 위해 그들을 죽여야만 했는지 혁리도, 영화를 보고 있는 나도 알 수 없다.
과연 무엇이 묵가가 부르짖던 "겸애" 이며, 무엇이 "비공"인가.
어차피 그 시대에 누가 주인이 되어도 일반 백성들이 사는데는 별 차이가 없지 않은가.
어제 양군을 위해 성문길을 쓸고, 오늘 조군을 위해 성문을 활짝 열어 향을 피웠다 한들 누가 뭐라 할 수 있을 것이란 말인가.
차라리 양성을 들어 조군에게 항복했더라면, 차라리 성을 버리고 도망쳤다면..
그도저도 아니라면 어서 양성이 떨어지고, 조군이든 누구든 천하를 통일해 더 이상 전쟁이 없는 세상이 빨리 올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렇게 됐더라면, 묵가가 그렇게 바라던 전쟁의 종식에 한발 더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었을까.


전쟁이 한창일 때에는 민중의 환호를 한몸에 받지만, 막상 전쟁이 끝나면 쫓기는 신세가 되어야 했던 혁리.
어쩌면 묵가는 전쟁을 막기는 커녕, 끝없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요동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 전쟁이 끝나면 다음 전쟁으로, 다음 전쟁이 끝나면 또 그 다음 전쟁으로.
영화 속에서 양공자가 혁리에게 했던 질문처럼, 이번에는 조군과 싸우고 다음에는 조군을 위해 제군과 싸우며 영원히 끝나지 않는 전쟁을 부추기고 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묵가는 전쟁 속에서나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는 슬픈 운명의 소유자들은 아니었을까.


손자병법에 보면, 병법의 도는 적을 멸살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것에 있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더는 전쟁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
전쟁을 하지 않고도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
전쟁이란, 그런 목적을 위해서만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손자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손자조차, 자신의 가르침이 병법의 도가 아닌 단순한 살육 도구로 쓰이는 것을 막지 못했다.


혁리가 양성을 떠나고, 어린 아이들이 그 뒤를 잇는 장면과 함께 영화는 막을 내린다.
그리고, 후에 그 아이들이 묵가로 맹위를 떨쳤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되었단 말인가.
그들 역시 혁리처럼 또 다른 아이러니의 한 궤를 이어갈 뿐이었을 것이다.
만인을 사랑하라지만, 정작 사랑하는 여인의 목숨조차 구하지 못한 혁리가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묵공이란, 배움(墨)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한없이 어두울(墨)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슬픈 초상은 아니었을까.



- 동양문화사 레포트. 2007/06/10

 

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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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 개의 빵

    레포트라고 하기엔 너무 멋진거 아닌가! 아무튼 잘 해냈구먼! 자넨 글힘이 센거 맞네!

    2007.06.12 10: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Kunner

    나름대로 열심히 써 보긴 했는데 너무 폼을 잡았나 싶네.
    사실.. 영화를 보고 난 감상이 이렇게 매마르다니 하는 생각에 아찔하기도 해. 히히...

    2007.06.13 19: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극장을 자주 찾지 않는 탓에 항상 한참 지나서야 영화를 보게 되는데..
이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지도 꽤 된 다음이다.
늘 그러다 보니, 누군가의 영화평이나 영화에 대한 어떤 내용도 보지 않으려 노력하곤 한다.
왜냐하면, 뒤늦게라도 언젠가 영화를 볼 때를 대비하기 위함.

어쩐지 불쾌한 습관인데? 풋..


*
영화를 봤다.
늘 그렇듯 한참 지난, 때 지난 영화를 봤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했던 영화들인데 이제서야 보게됐다.
사실 이 영화들은 극장 한번 찾아 줄까 생각했던 영화기도 했는데, 어찌어찌 하다 보니 또 못 본채로 넘어 갔던 영화들...

라디오스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라디오스타를 보면서는 따뜻한 웃음과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지극히 상투적인 표현... -_-)
스토리 전개가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어, 썩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적절한 수준의 감동은 주셨단 말이지. 딱 그 정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고는..
아프다, 그래 아프다.
너무 많은 생각들을 하게 했다.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머릿속과 입 속을 맴돈다.

아프다.
라디오스타를 보고 난 후의 훈훈한 감동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본 후 절절한 애끓음으로 바뀌었다.

스토리 전개가 어떻든, 연출이 어떻든..
뭐가 어떻든 그런게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배우들의 열연과 애잔한 배경음악, 그걸로도 충분히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만..
영화 자체보다 그 이상의 무언가를 자꾸 떠올리게 만들고 있다.

아프다. 휴.. 많이도 울어 버렸다.


**
책을 자주 읽기는 하는데.. 또 나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어쩐지 현대 소설은 잘 읽지 못했던 것 같다.
아니, 사실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었던 듯.
그래서 이때껏 공지영 소설 한번 못 읽어 봤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고 새삼 다시 드는 생각은, 
역시 사람들이 좋다, 좋다 하는 것엔 분명한 이유가 있겠구나.. 하는 것.

공지영의 원작 소설을 읽어 봐야겠다, 싶다.

마치 예전에 냉정과 열정사이를 보고 책을 사보던 그때 처럼.


***
그래도 이런 영화들이 있어, 
우리나라 영화에 대해 가지기 쉬운 편견을 불식시켜 주곤 하는 것 같다.
극장에 가서 관객수도 늘려 주지 않는 주제에 이러쿵 저러쿵 말 하는 건 좀 아니다 싶긴 하지만.. ^^;

이름만 들어도, 시놉시스 몇 줄만 봐도 짜증이 밀어 닥치는 영화가 꽤 많은데..
그런 영화들만 있는게 아니라서 참 다행이다.

이렇게 괜찮은 영화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다.
고맙다.


****
무언가 이해한다, 하는 것은 오만한 말이다.
가정하는 일은 더욱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 일은 어리석은 태만함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네 인생은 어떤 일이라도 생길 수 있는게 아니던가?
당장 내가 죽는대도, 그 무슨 놀라운 일이겠는가. 우리네 삶이 늘 그런 것을.

그러니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어떻게 될 지 모른다 하더라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라도 항상 자신에 끊임없이 일러둬야 하지 않을까?
나는 그럴 것이다, 그래야 한다, 꼭 그러자, 하고 말이다.
어떻다해도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 따위 있을 리 없다만..
그래도 덜 후회하는 방법이 아무래도 한 가지 쯤은 존재하지 않을까?

만약에 나라면.. 그래, 그래야해. 하는 신념, 그것 말야.


*****
오랜만에 괜찮은 영화를 보고 뭔가 먹먹해진 마음에 키보드를 두드린다.
"이 짓도 해야 는다" 는 생각이 드는 건, 하고 싶은 얘기들이 술술 써내려져가지 않기 때문인가보다.

자주 쓰며, 이야기하며 살면 좋겠는데.
어쩌면 요즘, 너무 여유 없이 살아 가고 있는 건 아닌가 돌아 보는 밤이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안 남은 휴일을 한껏 게으름으로 보내 볼 요량이다. 풋..

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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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만에 "아는 여자"를 다시 보았다.
갑자기 무료하다는 생각이 들어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딱히 보고 싶은 게 없었다.

그냥.. 기분이 좀 좋아질만한 영화를 찾다 보니 "아는 여자"가 걸려 들었다.
이미 봤던 영화를 또 본다는 건 그다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매번 그런 것은 아니다 - 예외도 있다.

장진 감독 스타일을 좋아하는 편이라 두번째임에도 불구, 여전히 재밌게 봤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 같은데 이번에도 역시.
이나영이 너무 예쁘게 보여서 영화를 더 재밌게 봤던 것 같다.
내 참.. 연예인 얼굴이나 쳐다보고 좋아하다니 원.. 하고 생각하면서도 이쁜 건 이쁜거다.
어쩔 수 없다.


**
"사일런트 힐" 이라는 공포 영화를 봤다.
실은 공포 영화를 정말 싫어하는 편인데.. 영화 예고편을 보고 무척 기대를 했던 차였다.
예고편을 보면서, 특수효과가 정말 뛰어나구나! 했던 게 생각이 난다.
이 영화에 관심이 있는 - 아직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찬물 끼얹는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내 생애 정말 별로였던 영화 Top 10 안에 너끈히 들어 갈 것 같다.

영화에서 스토리 텔링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내게는 제아무리 특수효과가 좋았다 하더라도 결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이유도, 목적도, 과정도, 결말도 불분명하다.
거의 영구 람보 수준의 스토리 전개에 짜증을 넘어 분노를 느꼈다.


***
"빌리 엘리어트"를 보았다.
아주 예전부터 추천을 받았던 영화인데, 발레하는 남자 아이의 이야기라기에 딱히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아 여지껏 보지 않고 있었다.
뭐, 사실.. 그 영화의 존재를 잊어 버렸던게 사실이다.

그러다 이번에.. 문득 그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럴 때마다 사람들이 호평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거구나, 싶다.
어렸을 땐 남들이 다 좋다, 좋다 하면 괜히 싫어지곤 했는데..
요즘은 하나 하나 다시 깨닫고 있다.
남들이 좋다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라는 걸 말이다.


눈으로도 울고, 가슴으로 울었다. 

성장, 그리고 고난 극복, 게다가 가족애/부정.
내가 좋아하는 모든 코드가 이 영화에 다 들어 있다.
그런 코드 뿐 아니라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독의 연출력이 정말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그의 방식은 독특하면서도 걸출하다.

정말이지 할 수만 있다면 그 모든 장면을 마음에 담고 싶은 영화였다.
어느 한 장면을 따로 얘기하는게 오히려 영화의 가치를 떨어뜨릴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아버지, 아들. 그리고 가족.
꿈, 희망, 미래, 노력, 성취, 친구, 믿음. 그리고 사랑.
내가 좋아하는 코드일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이야기가.. 바로 이 안에 있다.


좀 늦긴 했지만, 지면(-_-;)을 빌어 이런 영화를 추천해줘 고맙다고 해야겠다.
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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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성사. 쌩유! ^^]

아주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봤다.
단성사라는.. 그 옛날 "장군의 아들" 시리즈에서나 들어 보던 영화관을 실제로 가보게 됐다.
몇년 전 리모델링을 했다고 하던데, 덕분에 그 고풍스런 이름과는 달리 무척 현대적인 외양을 자랑하는 단성사.
다른 건 몰라도 화장실은 참 맘에 들었다.
깨끗하고, 무엇보다 사람이 없어 좋더라.
메가박스나 CGV의 그 북적대는 화장실이란 참..
갑자기 화장실 얘기로 빠져 나도 당황스럽다. ^^;

어쨌든, 단성사 입성을 가능하게 해 준 딸숙씨야, 감사!



*
[영화를 보다]

정말 괜찮은 영화 한 편을 보고 왔다.
"호텔 르완다"

몇년 전 와레즈에서 그 이름을 보곤, 저건 무슨 영화인가.. 싶어 찾아 봤던 기억이 난다.
내전과 인종학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진 영화였다는 것, "보고 싶다" 생각했던 것도 떠오른다.

그러다 기억에서 잊혀진 영화였는데..
그게 만들어진지 몇년이나 지나,
와레즈에서 돌아 다닌지 몇년이나 지난 후에.. 드디어 개봉을 하는가보다.

어쨌거나, 그 "호텔 르완다"를 보게 됐다.
영화를 보기 전, 어떤 스포일링도 당하지 않기 위해 네이버에서 그 영화 제목을 쳐 보는 일도 하지 않은채 극장에 들어 갔다.
자고로 메시지가 극명한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스포일링이 아닌 것이 없으므로.


**
[오랜만의 영화관]

나도 모르게 집에서 영화 보는 것에 길들어져 있었나보다.
영화가 시작한 후, 극장의 큰 볼륨에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스피커 리모콘을 찾고 있었으니.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런 내가 재밌다.
극장에서 스피커 리모콘을 찾다니, 정신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시사회의 영화란 원래 그런건가?
늘 보던 극장 광고나 여타 광고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뭐 파라마운트나 20세기 폭스 따위의 영화 배급사 광고조차 없으니 어쩐지 낯설기조차 하다.
집에서 영화를 볼 때도 꼬박꼬박 보게 되는 배급사 광고가 없다니, 색다르다.


- 자, 이제 본격적인 영화 얘기로.

***
[르완다 내전에 대하여]

본격적인 영화 얘기를 한다고 했지만, 그에 앞서 영화의 배경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호텔 르완다"는 르완다 내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
영화에서는 르완다 내전의 이유와 전개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아마 감독은 그 이유와 자세한 전개 과정 없이도 자신의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 것 같다.
그리고 그 점에는 나 역시 동의 한다.
단적으로 말해, "호텔 르완다"를 즐기는 데는 배경지식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아마도 그건 감독의 역량일 테고, 배우의 역량에 기인하는 것일테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 갈 수 있나.
우린 또 이런거 원래 좋아하지 않는가?
모르는 건 배우라고 있는거다.

물론 나 역시 르완다 내전에 대한 이야기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얼마 전 우연히 콩고의 민족 갈등에 대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를 본게 전부이니 말이다.
그러니 네이버에 이리저리 물어 볼 수 밖에..

그런데 참 재밌는 것은.. 
바로 얼마 전 우연히 콩고의 민족 갈등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던 일이다.
아마도 내가 "호텔 르완다"를 보려고 그렇게 됐는가보다.
그야말로 신기한 우연의 일치가 아닐 수 없다.


아무튼, 르완다 내전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해 보자면..
한마디로 말해 르완다 내전은 "후투족"과 "투치족"의 민족 갈등에서 기인한 전쟁이다.

"후투족"은 아주 오래 전부터 르완다 등지에 세력을 가지고 있던 부족으로, 피부색이 특히 검고 성품이 온순하다.
그리고 "투치족"은 13~16 세기 경 르완다 등지로 유입된 이디오피아 계 민족으로, 
피부색이 비교적 덜 검으며 매우 강맹한 부족으로 이름이 높다.

르완다에 유입된 투치족은 "므와미" 왕국을 건설했고, 후투족과 투치족은 비록 민족은 다르지만 같은 언어와 같은 문화를 가지고 조화롭게 발전해 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19세기 말 독일의 동아프리카 식민 정책에 의해 
르완다는 이웃 국가인 브룬디와 함께 "르완다-브룬디" 식민지가 되어, 독일의 식민 통치를 받게 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는 1차 세계대전의 포화에 휩싸이게 되고 
전쟁과는 너무도 먼 아프리카의 오지 - 르완다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유럽 국가들의 전쟁은 그 식민국가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어, 
1918년 베르사이유 협정을 통해 르완다-브룬디 식민지를 벨기에가 할양 받게 된 것이다.
신탁통치를 하게 된 벨기에는 투치족과 후투족을 차별하는 정책을 펴 피지배 민족의 분열을 기도했다.
우리에게 "이이제이" 라는 말로 익숙한, 피지배 민족 분열 정책의 일환이었다.
이로서 지금까지 근 반세기간 지속되는 민족의 비극이 시작되게 된다.

그 후 벨기에는 인근 콩고(자이르)까지 식민화 하여 콩고와 르완다, 브룬디를 통합하여 식민화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식민지 통합은 향후 콩고와 르완다 사이에 주된 갈등의 원인이 된다.
(참고로 이 부분이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주로 다룬 내용이다.)

더 할 얘기가 무지 많지만, 영화 얘기를 하기 위해 이만 마무리 짓는다고 믿어 주기 바란다.
자세한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한국 국방 연구원 세계분쟁 데이터 베이스" 를 통해 참고하길 바란다.

-
잠시 둘러 보자고 해 놓고 얘기가 너무 길어졌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수백년 간의 이야기를 몇줄 말로 적기엔 나의 밑천이 너무나 빤하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가 이해할 정도로 가르쳐 줄 수 없다면, 그건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 라고 했던가? 
부족함을 용서하시라. ^^;



****
[호텔 르완다의 줄거리 - 스포일링 99%]


영화는 무척 빠른 전개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후투족 반군이 투쟁을 선동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비록 짧은 시간이나마 르완다의 불안한 정세를 알 수 있기에 충분하다.

주인공 "폴"은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 위치한 호텔 - the Milles Collines Hotel 의 지배인이다.
벨기에 인에 의해 세워진 이 호텔은 르완다 내의 유일한 4성 호텔로, 
아프리카에서도 개발이 덜 된 동아프리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한 특급 호텔이다.
아마 이런 호텔의 지배인인 "폴"은 지성인임에 틀림 없다.
굳이 "지성인" 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데는 이유가 있으나, 일단 다음 얘기로 넘어 가자.

"폴"은 후투족이나 아내와 친지들은 투치족으로..
아마도 일상 속에서 어떤 민족인가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았던 것 같다.
내전이 없었다면, 말이다.

1994년, 벨기에의 식민통치로부터 시작된 오랜 민족갈등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대통령이 두 민족간의  화해에 관련한 협정을 조인하게 된다.
하지만 일부 강경파 후투족의 입장에서는 오랜 시간 벨기에에 붙어 민족을 유린한 투치족과 협정을 맺는 것을 치욕으로 받아 들였고, 이런 입장은 투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르완다에는 평화 협정의 이행과 조속한 평화 정착을 돕기 위해 UN 평화유지군이 투입되었고,
이 역사적 사건을 다루기 위해 서방 언론의 기자들이 속속 파견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의 최고급 호텔 -  the Milles Collines Hotel 에 투숙하게 된다.
때문에 각종 명사들과 친분을 익히게 되는 폴은 평화와 개인의 성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푼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런 그의 기쁨도 잠시,
투치족 반군인 FPR 은 대통령의 비행기를 격추시켜 일방적으로 협정을 파기했고,
그에 대한 반발로 후투족 반군은 모든 투치족에 대한 학살을 감행하기에 이른다.

당시 폴의 집에는 불안에 떨고 있던 투치족 친지들이 몰려들어 근 수십명의 난민 무리가 되어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폴은 이 투치족 난민들을 데리고 자신이 근무하는 the Milles Collines 호텔로 들어 가게 된다.
적어도 이 호텔은 UN군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후투족 반군들로부터 안전했기 때문이다.
폴은 여기서 내전이 종식되기만을 기다릴 작정이었다.

그동안 그가 친분을 쌓아 온 UN 평화유지군들은 무척 듬직해 보였고,
그런 그들이 있는 한, 머지 않은 미래에 평화가 찾아 오게 되리라는 것 쯤은 당연해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기대감으로 폴은 가능한 더 많은 난민들을 수용하고자 노력했다.
시간은 우리의 편 - 조금만 버티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폴의 기대는 UN 평화유지군의 퇴각으로 무참히 짓밟혀 버리고 만다.
UN의 각 소속국들은 르완다 내전에 대한 개입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당초의 계획보다 훨씬 적은 숫자의 군대만을 지원했을 뿐이고, 그마저도 르완다 내에서의 평화 정착이 소원해 보이자 서서히 철군하기에 이른 것이다.

UN 평화유지군의 철수로 호텔은 반군들의 위협에 정면으로 노출되었지만 
폴은 기지를 발휘하여 몇차례 위기를 넘기게 된다.
벨기에 본사 사장과의 전화 통화로 구명을 요쳥해 보기도 하고,
난민들에게 세계 명사들에 전화를 걸어 구명 요청을 청원하도록 하기도 했다.
이때 폴의 대사가, 또한 압권이었다.

"
우리를 도울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 뿐입니다.
그들이 수치심을 느껴서라도 우리를 돕도록 하십시오.
"
(역시 정확히 기억하는 것은 무리다)

그리고 이런 노력들은 결실을 맺어,
이 난민들을 몇차례로 나눠 르완다 국외로 호송하는 계획이 세워졌다.
첫번째 구명자 목록에는 당연히 폴과 그의 가족이 함께였다.
이제 폴은 이 지독한 악몽으로부터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보여준 그의 뜨거운 인간애에 찬사를!

하지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폴은 선별된 구명자들을 호송하는 트럭에 타지 못한다.
차마 남겨진 많은 사람들을 두고 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구명자들을 호송하던 UN 군은 후투족 저항세력의 반발로 인해 행선지를 향해 나아가지 못하게 되고,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폴은 경찰청장에게 찾아가 숨겨둔 금과 위스키를 대가로 도움을 요청하나, 
그는 뇌물만 챙길 뿐 폴의 요구를 들어 줄 생각이 없다.
그러나 자신의 증언이 없다면 결국 전쟁범으로 몰리게 될 거라는 폴의 협박으로 
경찰청장은 어쩔 수 없이 후투족 반군을 UN군 호송트럭으로부터 몰아 내고,
작전을 지휘한 UN군 장교에게 절대 호텔을 벗어 나지 말라고 일갈한다.

그렇게 악몽같은 100일여의 시간이 흘러,
드디어 FPR의 승리로 내전이 끝나간다는 소식이 들려 오게 된다.
그토록 바라던 종전이다.

때를 맞춰 UN군 장교는 난민들의 안전을 위해, 
호텔의 모든 난민을 UN 정치난민 수용소로 이동하는 대대적인 계획을 실행에 옮기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정치난민 수용소에서,
폴과 그 아내 타티아나는 그토록 간절히 찾던 조카들(타티아나 동생 부부의 두 남매)을 찾게 되고
영화는 
"그후 그들은 벨기에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폴은 94년 르완다 내전 중 1200명 이상의 난민들의 생명을 구했다" 는 등의 자막으로 막을 내린다.



*****
[뒤늦은 전율]

영화를 보고 청계천을 걸으며, 여러 가지 생각에 사로 잡혀 있었다.
영화 이야기, 내 개인적인 이야기.. 등등..
최근 내 주위에 벌어진 여러 가지 일들은 나를 영화에 깊이 빠져들지 못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오늘 아침.
영화를 곱씹으며 나는 뒤늦은 전율을 맛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영화 감상문을 적는 지금까지도.


먼저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쓰린 메시지가 나를 전율하게 했다.

호텔에 투숙하고 있던 촬영기자가 특종을 잡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후투족의 투치족 학살 장면을 비디오에 담아 왔을 때의 일이다.
서방국가들에 르완다 내전이 널리 알려지게 되면, 도움의 손길이 더 많이 뻗어져 올 것이라 기대한 폴이 감사의 인사를 전하자, 촬영기사는 허탈한 표정으로 - 대단히 미안해 하며 말을 건네게 된다.

"
저녁식사 시간에 TV를 보며 무척 안타까워 하겠죠.
그리고 곧 다시 식사를 시작할 겁니다.
"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다)

아마도 감독은 저 쓰린 한마디를 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울뿐인 UN을 욕할 것이 아니다.
나는 과연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또 무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단 말인가.

전율, 전율이 아닐 수 없다.
다른 곳에 눈을 뻗을 것도 없이, 바로 내 모습이 아닌가.
하지만 어찌해야 하나,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무얼 하나.
그런가, 그런가?


그리고 폴이 구명자 호송 트럭에 타는 것을 포기하는 장면.
여기서 영화는 중요한 전기를 맞게 된다.

물론 폴은 그 전에도 양심과 지각이 있는 사람이었고, 인간애를 가진 사람이었다.
허나 그건 그의 가족과 친지들을 향한 사랑이었다.
그리고 호송 트럭에 오르는 것을 거부한 지금은, 그 사랑의 대상이 무차별적으로 확장된 것이다.

분명 이 부분은 이야기거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너무나 당연한 에피소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실화라는 것을 기억하자.
이건 non-Fiction 이다.
그렇기에 여기서 나는 또 다시 뜨거운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이 장면을 두고 이야기하며, "상황이 사람을 만드는 법이다" 라고 말했다.
달리 말하면, 그 상황이 되었을 때 그러지 않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란 얘기기도 하다.
그리고 다시 이걸 뒤집으면, 그 상황이 되었을 때 그러리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 역시 많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더욱이 우리네 문명은 보다 옳고 바른 것을 가르치고 있다고 믿으며,
4성 호텔의 지배인인 폴이 지성인인 것과 그의 인간애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폴을 굳이 "지성인"이라 칭한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아직 오지 않은 상황에 대해 나는 그럴 수 없어, 라고 말하기 보단
나는 그렇게 하겠어, 그러기에 충분한 사람이 되겠어, 하고 말하자고 했다.
상황이 사람을 만들어 갈 것이므로, 그리고 우리는 지성인임에 틀림없을 것이므로.

하지만 너무나 경솔한 이야기,
내겐 너무나 과분한 이야기라는 것을 뒤늦게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건 Fiction이 아니다.
나는 난민을 수용하고 그들의 목숨을 구하는 상황을 만들 수 조차 없었을 뿐 아니라, 
설령 그런 상황을 만들어 낸다 해도, 내 할 일을 충분히 다 했노라 자위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노력하겠다, 하는 말에는 반성이 선행되어야 함을 잊고 있었다.
내가 부끄럽다, 반성하자.


저녁을 먹으며 보는 TV에서 "거 참 안타깝구나.. 쯧쯧.." 하고 혀를 차는 나와
무차별적인 인간애를 가지지 못한 내가 너무도 생생히 느껴져 뼈아프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그리고 여지껏 늘 그래왔듯..
안타깝구나, 하고 쓰린 마음을 부여잡고 며칠 살아 갈지 모르겠다.
그렇게 "며칠"을 살 뿐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안타깝다.
그렇게 "며칠을 살 뿐" 인 내가 안타깝다.

예전, 콘스탄트 가드너를 보며
영화 내용과는 별 관계 없이 내 자신이 부끄러워 밤새 꽤나 많이 울던 기억이 난다.

안타깝다.
그렇게 잠시 울고만 있을 뿐인 내가 안타깝다.



******
[호텔르완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있다.
르완다 내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부터 시작된 생각은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것들에까지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

오늘 하루, 부끄럽지 않게 살았는가.
나의 어제는 어땠는가.

나의 신념은 확고한가.
그 신념과 결합한 "상황에 대한 노력"은 언제 돌아 봐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무엇도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 하나는 확실한 듯 하다.
나는, 이렇게 많은 숙제들을 안겨 준 "호텔르완다" 를 결코 쉽게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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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14.09.05 02:40 [ ADDR : EDIT/ DEL : REPLY ]

늦은 점심을 먹으며 TV를 틀었는데..
케이블 TV에 "제리 맥과이어"가 나오고 있었어.

내 맘 속 오랜 명작 중 하나인 "제리 맥과이어".
그동안 보고 또 본 영화지만 - 반가운 맘으로 또 보고 있었어.

시작한지 얼마 안 됐길래 한참 열심히 보고 있는데..
뒤통수를 텅하니 맞은 것 같았어.

"이봐, 제리.. Business는 의리로 하는게 아니라고."
아.. 요 며칠 내가 끙끙 앓고 있던 게 결국은 "제리 맥과이어" 였구나..


고2때 비가 잔뜩 내리던 날, 텅빈 극장에서 처음 본 "제리 맥과이어".
영화를 보고 너무 좋아서 매표소 아저씨를 조르고 졸라 포스터를 몇장 얻기도 했었지.

그 후 기회가 될 때 마다 보고, 또 보고..
대사를 외울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그 영화의 메시지는 내게 각인이 되지 못하고 있던가보다.

어린 시절, 그 영화를 보며 극중의 제리처럼 매력적인 웃음을 짓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하지만 나는 잊고 있던가보다.
그 미소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던 건, 그저 톰 크루즈가 잘 생겨서가 아니었다는 걸.


"
나는 누구지?
너는 제리 맥과이어, 유능한 서비스 맨이고 냉철한 사업가지.

나는 누구지?
너는 제리 맥과이어, 못난 실패자일 뿐야.

나는 누구지?
너는 제리 맥과이어, 뭐가 더 중요한지 깨달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야.
"

그렇다면, 나는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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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눈에서 불 뿜고 하늘 날아 다니는 영화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냐.
하지만 슈퍼맨의 귀환이라니.. 너무 설레는구나. 푸하하..

박쥐도 거미도 늑대도 아닌 슈퍼맨이란다 슈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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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잠자리에 들기전, 영화나 한편 보고 잘까 싶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Rome 이란 제목이 붙은 녀석을 발견했어.

그 전부터 이런 제목을 가진 드라마가 있더란 것, OCN 에서 방영중이란 걸 알고 있긴 했는데..
방송 시간 맞춰 가며 TV 앞에 앉는 일이 내겐 무척 곤혹스러운지라.. 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장장 12 부작 짜리.
이런 시리즈 물은 부담스러운 것이.. 한번 빠지기 시작하면 마지막까지 다 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거야.
할 일도 많은데, 드라마에 빠져 있으면 안 되는데.. 싶다가 그냥 확 다운 받아 버렸어.
시오노 나나미 덕분에 로마에 푹 빠져 있는 나로서, 피하기 힘든 유혹이었거든.

로마나 역사 따위엔 전혀 관심이 없는 친구를 붙잡고 보기 시작하는데.
난 처음엔 슬슬 걱정스러웠어.
로마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보는 친구가 영화 내용을 이해 못 하고, 그러다 흥미를 못 느끼는 건 아닐까 하고 말야.
그래서 장면 장면마다 부연 설명을 하고, 대사 대사 마다 평을 달았지.
하지만 영화가 재미 없으면 어쩌나 하는 건 정말 기우에 지나지 않았어.
나의 설명과는 관계 없이 이미 친구는 영화에 푹 빠져 있었으니까.
하기사.. 백지 상태에서 받아 들이는 게 훨씬 쉬울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수도 로마의 가도에 깔린 포석이 책 로마인 이야기에서와 다르다며, 또 아티아의 집 구조가 이상해 보인다던지 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느라 영화에 몰입하기 힘들기도 했으니까.


아무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50분으로 이뤄진 5개의 에피소드를 해치워 버리고 시계를 보니.
아이고 이런.. 좀 있으면 해 뜰 시간이 되어 버린거야.
남은 7편을 다 보고 잤으면.. 했지만 오늘 하루를 망치지 않으려면 잠깐이라도 눈을 붙여야 하니까.
아쉬운 맘을 접고 자리에 누웠어.

그리고 오늘은 일을 끝내 놓으니 또 어제 그 시간이 되었는데..
영화를 틀까 말까 한참 고민 중이야.
틀어 버리면, 도무지 한 편만 보고 끄질 못하겠단 말야.
아마 12편 완결까지 다 봐야 할지 몰라.

후으.. 하루 종일 "빨리 일 끝내고 Rome 을 보자.." 하는 생각으로 일했는데.
막상 일 마치니 너무 늦어서 영화를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해야 하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 영화는 영국과 미국의 합작으로 만들었다고 해.
탄생 배경에 걸맞게 "카이사르"가 아니라 "시져" 인데, 이름이야 어떻든간에..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카이사르의 모습과는 달리 좀 엉뚱하게 생긴 아저씨가 카이사르를 연기하는게 확 깼어.
그 아저씬 전혀 똘망똘망해 보이지 않았다고..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 아저씨가 카이사르에 제격이었던지도 모르겠어.
분명 그는, 잘생긴 외모도 아니고 특별히 빛이 나는 풍채도 아니었다고 하니까 말야.
다만, 실제의 카이사르는 상당부분 진행한 대머리였다는데, 영화속 그는 머리숱이 너무 많더라. 푸푸..
더구나 옥타비아누스, 미래의 아우구스투스에 대해서는 정말 정말 실망했어.
아무리 영국에서 만든 거라지만, 라틴족 황제를 두고 금발에 푸른 눈은 너무 하잖아?
카이사르의 총애를 한몸에 받은 어린 옥타비아누스 역을 카이사르에게도 버림 받은 색슨족에게 맡기다니 원..
(절대 인종차별 발언 아니니 오해는 말아!!)


그리고 시오노 나나미가 인용한 갈리아 전쟁기에, 정말 멋진 말들이 많은데..
영화 내에서 그런 멋진 말들을 인용하지 않아서 아쉬웠어.

선한 동기와 그 결과에 대한 말이나, 클레멘티아에 대한 말이라던가 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얘기들.
영화 속에서 그 말들을 만나면 정말 반가울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지.



영화를 틀어 버리면 또 폭주할까봐..
영화에 대해 주절주절 늘어 놓기만 하고 감히 틀 생각을 못하고 있어.
딜레마다 딜레마. 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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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에 개봉한, 참 유명한 영화를 이제 봤다는 것은 어쩐지 쑥스러운 일이지만..
오늘 노팅힐을 봤어.
영화란, 한번 볼 타이밍을 놓쳐 버리면 영영 보지 못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흘러간 영화를 다시 보는데 맛을 들인 다음에도 왠지 이 영화는 손이 안 갔었어.

로맨틱 코미디야 워낙에 좋아하는 장르니, 장르에 대한 부담 같은건 있을리 없었는데 왜 이제야 보게 됐을까?
아니, 그간 안 보던 영화를 왜 하필 이제서야 보게 됐을까?
뭐.. 그건 그렇고..
================================================================

Notting Hill.
영화의 내용은 익히 잘 알고 있었어.
단적으로 말하자면 성별이 바뀐 신데렐라 스토리와 해피엔딩.
중간 중간 영국식 유머가 나오는 헐리웃식 로맨틱 코미디라고나 할까?

워낙 유명하기도 했고, 우리나라 가수 쿨이 동명의 노래를 불렀던 적도 있어서(그 노래의 가사 내용도 영화와 같거든) 대충 얘기가 어떻게 돌아가리라 하는 것 쯤은 영화를 보지 않아도 잘 알 고 있었어.
스토리를 다 알면 재미가 없는게 당연하지만, 그런 뻔한 이야기를 함에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감독의, 그리고 배우의 역량인가보다.


언젠가 난, 영화란 현실과 좀 동떨어질 수록 좋다고 말한 적이 있었어.
그리고 영화란, 조금은 환상적이고 아름다우면 아름다울 수록 좋다고 한 적이 있었지.
고통과 좌절, 현실의 무게는 숨쉬고 살아가는 동안 이미 충분하니까. 
영화에서까지 더 보태지 않아도 좋다고 말야.

그건 바로 내가 로맨틱 코미디나 휴머니즘을 다룬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기도 해.
너무 어처구니 없는 전개는 사양이지만, 극의 흐름을 두고 실현 가능성 여부를 따지는 편은 아냐.
하지만 코믹에만 주안점을 둔 건 좋아하지 않아, 더구나 슬랩스틱은 완전 사양이지. 내가 좋아하는 건 로맨틱 코미디지 코미디는 아니거든.^^;
이 영화는, 적당히 유쾌하고 적당히 공상적이고, 적당히 밋밋하다 할까?
영국식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그 적당한 밋밋함 말야.
"브랜단 앤 트루디" 처럼 기괴하지도 않고, "러브 액츄얼리"처럼 정신없지도 않고, "브리짓존스의 일기"처럼 호들갑스럽지도 않았다 하면 과한 칭찬이려나?
아무튼 좋았어.


부러울 것 없는 세계적 스타와 초라한 서점 주인.
얼핏 보기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운명적 만남과 사랑, 그리고 갈등과 그 해소.
사랑에 빠지는 것도, 갈등이 생기는 것도, 그리고 갈등을 해소하는 것도 모두 얼개가 좀 맞지 않아서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앞서는 영화야.
물론 실현가능성이 높은 얘기라면 영화화한다고 해봐야 - 그것도 이렇게 밋밋한 전개로 - 본전도 못 뽑을테니.. 영화 내용이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얘긴 할 필요가 없겠지만 너무 뻔한 설정에 대한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을거야.
하지만 그런 작위적인 설정이 영화를 동화처럼 만들어 내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 같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결국 영화가 괜찮았다라는 건, 다른 무엇보다 동화 같은 이야기에 만족했다는 얘기가 되려나?
덕분에 노팅힐이라는 이름에서 실제 지명을 떠올리기 보다는, 왠지 현실엔 없을 듯한 낭만적인 장소를 떠올리게 되기도 해.
꿈에서나 그리던 사랑이 이루어질 것만 같은, 그런 장소 말야.
노팅힐.
어쩌면 그저 휴 그랜트와 줄리아 로버츠의 매력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하하.


뻔하디 뻔한 얘기, 어차피 시시콜콜한 사랑얘기.
"그런 영화 뭐하러 봐?" 하는 사람도 분명 있지만 헐리웃 식이던 영국식이던 로맨틱 코미디는 이래서 좋아.

현실에선 전혀 있을 법 하지 않은 얘기들, 아니 현실에 얼마든 존재한다 하더라도 나의 현실엔 없는 그런 얘기들 때문에 말야.
미칠 듯 빠져드는 열병도 없고, 가슴을 까맣게 타들이는 눈물도 없어.
잔잔하게 흘러가고 살며시 웃음 짓게 하는 풋풋하고 아름다운 그런 사랑 얘기들.
갈등이 생기지만, 결국은 극복하고 마는 - 그게 어처구니 없던, 아니면 적절한 공감을 이끌어 내던 - 그런 스토리가 좋아.
로맨스를 이루는데 방해가 되는 것은 그 무엇도 없어.
계산도 없고, 경제도, 정치 논리도 없고, 종교도, 국적도..
그저 눈 한번 마주치는 것으로 모두 끝이야.


실현 가능성이 얼마가 되더라도, 그런 사랑 해 보고 싶지 않아?
현실에 없으니 영화로라도 즐겨 보자고.
물론, 현실에서 이루어 진다면 두말 할 나위 없이 반갑게 맞아 주겠어.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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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운명"

연말 시상식을 휩쓸고, 내내 사람들 입에 회자되길래..
"대체 얼마나 잘 만든 영화기에?" 하는 생각을 하곤 했어.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두 눈 부릅뜨고 봐 주마!" 하고 말야.
하지만 결국 부릅뜬 두 눈을 감고 눈물을 펑펑 쏟아 버리고 말았다.

황정민의 연기도 일품이고, 전도연은 역시나..
전도연은 괜히 정이 안 가는데, 연기자로서의 전도연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
그녀가 나오는 영화를 볼 때 마다 하곤 해.
황정민.. 그가 나온 영화라고는 "바람난 가족"을 본게 전부여서..
별로 좋은 인상으로 남은 배우가 아니었거든?
영화의 그가 실제의 그일리 없는데도, 괜히 싫었었어.
그 후로는 그가 나온 영화를 보지 않아서 다른 느낌을 가져 본 적이 없고, 실제로 관심도 없었어.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황정민이라는 배우가 머리에 단단히 각인될 것 같아.

풋풋하다란 말, 순수하다는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을텐데도..
영화 전반부 내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봤어.
대체 어떻게 하면, 저 아름다운 로맨스가 비극이 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야.

영화 얘기는 많이 들었어도 스토리에 대해서는 거의 들어 본 일이 없었어.
그냥 뭐, 다방 종업원과 시골 농부의 사랑. 뭐 이정도 얘기만 들었었거든.
그리고 얼핏 본 예고편에서, 전도연이 수감된 장면이 나왔었고.
그래서 영화 보는 동안 대충 얽어 매기로는, 전도연의 과거 문제가 한바탕 불거지겠고..
그 과정에서 살인, 또는 폭력이나 간통같은 범죄를 저지르겠구나 했어.

그런 극단적인 방법이 아니고서는 절대로 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흐트러뜨리지 못할 것 같았거든.
하지만 영화는,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사랑을 갈라 놓았어.
어떻대도 결국 극단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그게 창작의 결과가 아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점을 생각하니 가슴이 많이 무거웠어.


얼마나 사랑했을까.
또 얼마나 아파했을까.
과연 얼마나 더 아파해야 그들은 다시 행복할 수 있을까.
아니, 이미 그들은 행복한 지도 모르지.
다시 언젠가 이별이 찾아 올 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하고 있으니까.
그런 사랑 해 본 적 없는 나같은 사람 - 우리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조금은 아쉬웠어.
결국 이 영화도, 이 영화를 찍은 감독도..
그들의 사랑을 신파 그 이상으로 올려 놓지 못했다라는 것 때문에 말야.
영화 속에서 그 잡지사 기자가 했던 것처럼..

성, 윤락행위, 에이즈 등..
민감한 사안들이 얽힌 얘기를 하면서도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건드리려 하지 않는 비겁함이랄까?
"여자가 물건이냐? 돈 주고 사 먹고 말고 하게?" 하는 대사도..
결국 "술값은 뿜빠이다!" 하는 다음 대사로 웃음 속에 묻어 버리는 방식 말야.

덕분에 흥행은 성공했을지 몰라도, 덕분에 이 영화는 신파멜로 -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는 생각에 조금은 아쉬워.
물론, 이 신파 멜로 덕분에 꽤 많은 눈물을 흘렸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
뭐.. 아주 좋다, 하지만 조금 아쉽다 이거지.


언젠가.. 그런 사랑이 실제로 존재하느냐 하는 질문에, "실화라니 있긴 하겠지" 하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내 경우를 묻는다면..
나는 그런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지만, 아직 해 본 적이 없다고 하겠어.
믿는 것과 실재하는 것은 분명 조금은 차이가 있으니, 단적으로 어떻다고 말할 수는 없겠고..
적어도 지금까지의 대답은 "그런 사랑은 존재하지 않았다" 가 될 수 밖에 없겠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게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얘기라고 뻔히 적혀 있는데도 그건 판타지라는 생각마저 들지만..
그런 사랑이 내게도 왔으면.. 하는 생각.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두려워.
내게 그런 상황이 주어진다면,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도저히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어.
아직 그런 상황이 오지 않았으니, 또 차라리 오지 않았으면 하니..
질문에 대한 대답을 미뤄두는 것 외엔 달리 할 수 있을 만한게 없다.


요즘은 "운"과 "불운"에 대해 생각하곤 했었어.
솔직히 말하자면, 자꾸만 내 인생이 너무 불운하게만 보였어.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그들에 비해 나는 얼마나 운이 좋은건지...
외려 나의 문제는, 행운의 여신이 나와 함께 하지 않았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뜨거운 가슴을 가지지 못한 것이 아니었을까?


너무 슬프고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하늘도 가르지 못할 굳은 사랑에 박수를 치지만..
그런 사랑을 함께 하고 싶지는 않은, 그런 상황에 놓여질까 두려운 비겁함.
이율배반적이지만, 실은 그래.
가치판단의 잣대를 들이대지 못하면 영 개운하지 않은 심리 특성 상..
이 영화는 내게 너무 많은 숙제를 안겨줘 버렸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쉬고 갈라진, 사랑한다는 피맺힌 절규는 오래도록 가슴 속을 휘저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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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평온한 주말..
걸려오는 전화도, 귀찮은 우편배달부도 없는 지극히 평온한 주말이다.

지난 며칠 동안 그렇게도 영화가 보고 싶더니..
아무래도 그건 오늘을 위한 것이었던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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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박수칠 때 떠나라"를 보고 난 후에도..
영화를 보고 싶은 갈증은 풀리지 않았어.

볼만한 영화 없을까.. 한참 둘러 보다 오늘 두편의 영화를 연달아 봤어.
한편은 "종려나무 숲", 다른 한 편은 "I am Sam".
개봉한지 몇년이나 된 "I am Sam".
아마 못 본 사람 거의 없을 영화를 이제서야 "다운" 받아 봤다니 좀 우습긴 하지만..
명불허전이랄까, 영화 정말 좋았어.

촉촉하다 못해 축축히 젖은 맘으로 기분 좋은 토요일 밤을 맞는다.

먼저 "종려나무 숲" 얘기부터.
김민종이 주연한 영화 답게.. 관객 동원 실적으로 보자면 처참히 망가진 영화야.
김민종은 유독 영화와은 관계가 없어놔서 아마 그가 "친구" 나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흥행작을 찍었다 해도..
그 영화는 폭삭 망해 버렸을거야.
딱히 비호감의 배우는 아닌데, 항상 왜 그렇게 처참히 실패하는 걸까?
그 전까지는 아마도 영화 선택 상의 miss 였다고 생각했어.
대체.. 대본을 보고 영화를 선택하기는 하는 건지..
어쩜 그리 어처구니 없고 엉성한 영화에만 출연하는지 이해가 안 갔었거든.
사실 이번 "종려나무 숲"을 보기로 마음 먹은 것도..
그야말로 충동적이었을 뿐, 뭔가 기대를 하고 본 건 절대 아니었어.
그의 영화는 유치하고, 어이없고, 엉성하기만 할거라 생각하는 편이거든.

하지만 이번은.. 그가 아직까지 나왔던 영화들과는 조금 다르달까?
물론 기대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봤기에 그랬을 뿐..
다른 대작들에 견주어 보면 형편없고 엉성한 건 매 한가지겠지만.
그래도 이번은 조금, 아주 조금은 나았어.

영화를 떠올려 보자면 주연은 김민종이 아니라, 조은숙과 김유미가 되겠지.
김민종은 스토리 텔러로 등장하는 조연일 뿐.
아마 김민종을 메인으로 내세운 건 그의 유명세를 노린 판촉 전략일 뿐일거야.

덕분에 영화는 가슴 적시는 멜로물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조은숙과 김유미가 그리는..
두 여자의 恨을 다룬 드라마 같았어.
그나마도.. 스토리 전개가 좀 따분했지.
이런 점들때문에 한국영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소재도, 스토리도 나쁘지 않았지만 전개 방식은 좀 갸우뚱 하게 만들어서..
전체적으로 영화를 따분하게 만들어 버렸어.
지극히 나쁘지는 않았지만, 딱히 좋지도 않은 그런 "종려나무 숲"이었다.


그리고 "I am Sam".
사람들이 많이 본 영화는 역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했어.
사대주의는 아니지만, "종려나무 숲"을 보고 난 후 바로 본 영화다 보니.. 
우리 나라 영화는 좀 보고 배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던 걸.
그들의 연기력, 극의 구성능력 이런 건 딱히 말 할 것도 없이...
보는 내내 가슴이 절절해지는 느낌.

워낙 유명한 영화다 보니..
영화에 대한 얘기도 너무 많이 들었고, 내용은 안 봐도 될 정도.
몇몇 장면은 아예 이미 봤던 영화같기도 했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몇번이나 눈물을 쏟아야만 했어.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는 줄곧 "사랑해"를 외치고 있어.
마치 "Sam"이 딸 "Lucy" 에게 쓴 편지의 P.S 처럼.
마치 "Beatles"의 "Mischell "에 나오는 마지막 구절처럼...

"I love you, I love you, I love you.."

어떤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어떤 말을 더한대도 결국은 뻔하고 진부한 얘기만 될거야.
말하기 좋아하는 나지만, 이 영화를 두고는 어떤 말도 더할 수가 없어.


그저..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Just, I love you, I love you, I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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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문득 영화가 보고 싶었어.
어떤 영화를 보고 싶었다, 또는 누구와 보고 싶었다가 아니라..
그냥 영화를 보고 있는 나, 영화에 몰입해 있는 딱 그 순간이 그리웠어.

마지막으로 영화를 본게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어쩐지 영화를 본 지 무척 오래된 느낌이었어.
늦은 밤만 아니었다면 영화를 보고 잤을텐데..
그 시간에 영화를 봤다가는 오늘 하루를 망쳐 버릴테니 꾹꾹 참고 있었지.

그리고 오늘, 저녁에 한가한 틈을 타 예전에 다운 받아 놓고 안 봤던 영화를 봤어.
영화 제목은 "박수칠 때 떠나라".
예전에 친구들이 영화 괜찮으니 영화관 가서 봐도 아깝지 않을거라 했던 영화지.
워낙 극장에 가지 않는 편이어서.. 역시 못 보고 말았었는데.
다운 받아 놓은지 한달도 훨씬 넘은 오늘, 드디어 그 영화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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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영화가 시작될 무렵엔.. 조금 졸려오기까지 했어.
원래 스릴러에 썩 흥미가 있는 편도 아닌데다.. 
이 영화는 사실 "진실"이라는 것을 향해 가는 고리, 즉 스릴러의 진수를 느끼기에는 한참 모자르다고 생각됐거든.
간간히 등장하는.. 조금 핀트가 안 맞는 것 같은 코믹 신도 그다지 재밌지 않았고.
그런데 극이 후반으로 갈 수록, 특히 범인 검거를 마친 후 부터 강렬한 인상을 받았어.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얼핏..
이 영화에 나름대로 반전이 있다던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런 얘기 들었던 걸 까먹은 후라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볼 수 있었어.
(사전정보가 없는 영화보기는 이래서 즐겁다)

결국 영화를 다 본 후, 스토리를 꿰어 보자면..
정유정은 회사 사장과 내연의 관계였고, 둘의 밀월여행에서 불의의 사고로 회사 사장이 죽게 된다.
이 사고로 정유정의 불륜이 폭로되고 정유정은 미국지사로 옮기게 된다.
정유정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을 결심하고 호텔을 찾는데,
오래전부터 정유정을 흠모하던 호텔 지배인이 음심을 품고 수면제를 먹인다.
하지만 수면제와 함께 독극물을 마신 정유정은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다.
정유정과 내연관계에 있던 죽은 사장의 딸은 그의 남자친구와 함께 호텔을 찾아, 정유정을 칼로 난자한다.
한편 정유정의 친동생은 오래전부터 누이를 흠모하고 있었는데, 
최근 누이의 행실에 부끄러움을 느껴 누이와 함께 동반자살을 결심한다.
사건이 있던 날 밤, 휘발유를 들고 누이의 객실을 찾게 되나 이미 정유정은 죽어 있었고, 
혼비백산한 정유정의 동생은 현장에서 도망치다 주차장에서 현장범으로 검거된다.

자.. 하루밤, 몇 시간 동안의 일들일 뿐인데 적어 놓고 보니 참 길다.
아무튼 여기까지가 내가 이해한 사건의 정황인데..
뭐 딱히 이해랄 것도 없이, 그야말로 영화 내용 그대로지.
(뭐, 메인 스토리가 아닌 것들에 대해서는 넘어 가기로 하자. 이를테면 정유정의 동생이 누나와 어떤 관계였는가라던가, 정유정의 유산은 어떻게 되는가 등.. )
누가 누굴 죽였고, 어떻게 죽였고 왜 죽였는지에 대해서는.. 문자 그대로 관심이 없었어.
그냥, 스토리가 너무 평이하고 구멍이나 함정 같은게 딱히 없던 영화라..
영화가 말하는대로 얘기가 흘러가는 대로 그냥 이해만 하면 되는 거였거든.
누가 죽였을까? 하는 추리 따위 절대 필요 없을 정도로 말야.
간간히 정보를 흘려주고 나중에 터뜨려 줄 의도였던 것 같은데, 그러기엔 좀 허술했지 아마..


다만, 영화 끝날 즈음..
신구가 
"
그 여자, 정말로 사랑했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
 
하는 부분에서 깊은 생각을 하게 됐어.

나는 자살이라는 것도, 불륜이라는 것도..
딱히 관심 없는데다,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아 하는 편인데..
오늘에서야 그것들에 대해 처음으로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아.
정말 그랬다면 어떨까..
만약 나였다면 어떨까..

최근 일련의 일들을 겪으며..
나는 나를 옥죄던 몇가지 굴레들을 조금은 벗어 던진 것 같아.

아직 조금일 뿐이지만..아주 조금이마나.. 
사고의 확장이랄까? 아니면 조금 느슨해졌다랄까? 
아무튼 그런 걸 느낄 수 있어.
그게 좋은 건지, 그렇지 않은 건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
다만, 어떤 생각이나 의견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일이 조금은 신중해 졌다는 건 사실일거야.

그 전 같았으면 이런 생각은 좋지 않다고, 머리에 떠올리는 것조차 나쁘다고 하며 절대 떠올리지 않으려 애를 썼을텐데..
이제는 조금 솔직해 지는 걸까?

사실 그동안도, 내 머리가 시키는 대로 내 양심이 시키는 대로 완벽하게 움직인 건 아니었는데..
그걸 떠올리거나 거기에 대해 생각하면 이런 생각을 하는 난 나쁘다, 이건 내가 할 짓이 아니다. 하면서 자학하고 있던 것 같기도 해.
더구나.. 실제로 내가 하고 있는 일, 또는 했던 일 - 경우에 따라서는 아무 것도 아닌 일 - 에 대해서 
"살다보니 그럴 수도 있구나.."  또는 "이번엔 내가 실수했구나, 다음번엔 잘 해야지."가 아니라 
"난 그때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어. 나는 나쁘다." 하고 무조건적으로 막아 버려서 
나를 자꾸만 다치게 하고 병들게 하곤 했던지도 몰라.

어느 편에서 보면 위선(그런다고 내가 했던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니)일 수도 있고, 어느 편에서 보면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필사적인 노력(이렇게 믿고 싶지만 늘 양심의 소리를 따르는 건 아니니..) 일텐데..
문제는 그게 좀 과해지다 보면, 어떤 상황이나 그 상황에 놓인 각 개인들을 이해하고 동정하기 보다는 비난하고 손가락질 하는데 있는 것이지.
실제로 손가락질은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는 절대 그래선 안 된다고.. 그런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나를 쉴 새 없이 괴롭히곤 했던게 사실이야.


나이가 들면서, 또는 어떤 특정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평소의 가치관이나 평소에 다짐하던 것들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된 경우가 종종 있어.
때로는 의식적으로,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그런 것들을 여러번 겪어봤으면, 이젠 좀 철이 들을 때도 됐는데..
나는 아니라고, 다른 사람들 다 그래도 나는 아닐거라고 고고한 척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영화 얘기 하다가 참 길게 빠진다.
"불륜" (또는 "로맨스" )을 두고 하는 얘기야.
분명 나는, 저건 아니라고.. 아니어야 한다고 믿지만.
그렇다고 그네들의 마음까지 부정하려 들지는 말아야겠다는 걸..

어렸을 적, 내 착한 작은 누이. 나를 다독이며 하던 말 떠올라.
"
좀 더 나이가 들면, 너도 이해할 수 있을거야. 
누나도 어렸을 땐 절대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조금 알 것 같아..
"
누나가 그 얘길 해 줬을 때, 나는 절대로 아니라고.
나는 죽어도 이해 못 하고, 그런 건 하라고 애원해도 안 한다고.
그렇게 다짐해 보였지만, 그리고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누나.. 난 이제서야 조금, 나이가 들어 가나봐.


영화 속 신구 대사 처럼.. 
"정말 사랑했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아.
사랑이라는게, 그렇게 맘처럼 되는게 아니란 걸 나도 이미 알 만큼 알게 됐으니까..


난 절대로,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없을거라 믿었어.(사랑도 사람도 두번씩 반복된다.)
만약 내가 내 사랑을 관철시키려 하면 다른 누군가가 눈물을 흘려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는 생각 때문에 말야.
물론, 실제로 짝이 있는 사람에게 접근해 본 적은 한번도 없었고.
그러다 최근에서야 난 깨달았어.
왜, 어때서 좋아지는게 아니라.. 그냥 좋아지는 거란걸.
이미 좋아진 다음엔.. 그 다음부터는 내 맘대로 되는게 아닌 거란걸 알았어.
그리고.. 이젠 그런 감정들에 더 이상 다치는 사람 없도록.. 다치는 일이 없도록 
조용히 마무리 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고.


이제 정말.. 조금은 알겠어.
신구가 가슴 아픈 표정으로 말한 그 의미를 말야.
"그 여자, 정말로 사랑했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이젠 확실히 알 것 같아,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그러니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 할 필요도, 이유도, 자격도 내겐 없다는 걸.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상황에 놓이지 않을거라 장담할 수 없다는 것 까지도.
그저, 그러지 않게 되기를 바라는 다짐만 되뇌일 뿐.


겪어 보지 않은 일을 두고, 그리고 알 수 없는 내일의 일을 두고..
그리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일을 두고, 그네들만 이해할 수 있는 심정을 가지고..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 거야.
또 섣불리 장담해서도 안 되는 거고.
하긴.. 박수칠 때 떠나려면, 정말 잘 해야 할 거야. 쉽지 않겠지.

"박수칠 때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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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나누어 쓰는 버릇이 생긴 것 같아.

예전엔 글 하나에 이 얘기, 저 얘기 마구 늘어 놓았는데.
자꾸만 글이 길다, 중언부언한다 하는 말을 듣다 보니..
주제에 맞게 조금씩 조금씩 잘라 내는 가봐.

그러다 보니 요즘은 하루에 서너개씩 글을 올리게 됐다.


**
어제는 일을 대충 마치고 영화를 봤어.
"리멤버 타이탄" 이라는 제목을 가진, 댄젤 워싱턴이 나오는 영화였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라더라고.

한참 인종갈등이 심하던 70년대, 미국 버지니아 주의 한 지역.
인종 화합 정책의 일환으로 흑인학교와 백인 학교를 통합하면서.
지역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던 고교 풋볼팀도 통합되기에 이르렀는데..
흑인 민심을 달래기 위해 흑인 코치를 수석 코치로 하고, 부코치를 백인으로 두면서 영화는 시작돼지.

댄젤워싱턴의 연기가 주된 영화가 아니라, 그의 연기를 맘껏 감상하긴 어려웠지만.
학생들의 그 순수한 열정과 우정.
가슴이 조금은 따뜻해 진 느낌이야.

영화 보고 난 느낌은.. 코치카터를 봤을 때와 약간 비슷하기도 했는데.
평이하지만 그런대로 괜찮았어.
뭐 여튼.. 시간 아까웠다라고 생각되진 않을, 그런 영화였지.

글은 역시, 영화를 보고 난 직후에 써야해.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잡생각이 많아져.
후우~ 이젠 어떤 영화를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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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가 정말 추워.
보일러를 틀어 놓고 이불 속에 들어가 박힌 채로 몇시간을 보냈어.

눈이 좀 아픈데, 잠을 좀 자 볼까 어쩔까 하다가..
낮잠을 잤다가는 밤에 잠 안 와 고생일까봐 밀려 오는 잠을 내몰고 간만에 TV를 켰어.
워낙 잘 보지 않는 TV.
볼만한 채널도 없고 해서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케이블 TV에서 해 주는 엽기적인 그녀를 봤지.
뭐, 워낙 유명한 영화인데다가..
어찌어찌 하다보니 몇번은 보게 된 영화라 또 볼 필요 없었는데..
다른 채널이 탐탁찮기도 했고, 본 영화 또 보기는 이미 숙달이 되어서 말야.

다행히(?) 시작한지 얼마 안 됐더라고.
사실 이미 다 본 영화, 다음 장면까지 예측해 낼 정도로 외우다 시피 한 영화 시작부 부터 본다고 뭐가 다행이겠느냐마는..

그런데, 갑자기 의문이 생겼어.
왜 영화 후반부에 어떤 산 위에 올라 반대편에 있는 견우에게 소리 치며 우는 장면 있지?

"견우야~ 미안해. 나도 어쩔 수가 없나봐..."

하면서 말야.
근데 왜 어쩔 수가 없다 하는 걸까?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인가봐, 미안해. 어흐흑.." 하는데.

어쩔 수 없다까지는 알겠는데, 어쩔 수 없는 여자라고 해 버리니 뭔가 아구가 안 맞는거지.

그동안은 저 대사를 어떻게 듣고 어떻게 이해했는지 모르겠어.
오늘 들으니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이나봐" 인데, 여자가 어떻기에 어쩔 수 없는게 되는거지?

극 내용으로 보아, 아직 하늘 나라에 간 그 사람 잊을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정도일텐데..
"어쩔 수 없는 여자"와 저것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 건가, 아니면 전혀 다른 얘길 하고 있는건가.

도무지 알 수가 없더라고.
그 말은 무얼 뜻하는 것인지 말야.

혹시 안다면, 얘기해 주겠어?


아니, 어쩌면 그녀는 너무 엽기적이라 헛소리마저도 눈물 흘려 가며 했던건가? 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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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초자 열혈남아".
여명과 오천련이 주연으로 나오고, 조연으로 조맹달이 나오는..
홍콩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영화 만큼은 유달리 감동이었어.
이젠 시간이 지나 많이 잊혀졌지만, 좋았던 영화 목록 한켠 자리할 정도는 충분하지.
뭐, 나와 같이 영화를 보던 사람들 중 나처럼 열광하던 사람은 하나도 없었지만 말야. 하하..

10년 전, 그래.. 정말 10년이나 흘러 버렸구나.
참 괜찮게 보던 영화였는데 말야.


꽤 오랜동안 그 영화를 잊고 살았는데..
문득 그 영화의 대사가 떠올랐어.

"
지금 그 문을 통해 나가면, 당신이 있던 곳으로 갈 수 있어.
하지만, 나와 함께 간다면 우리는 새로운 운명을 맞게 될 거야.
그 운명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지 않아?
"


10년이나 된 영화 속 대사.
그나마도 명대사를 읊고 좋아하는 취미가 없는 나로서는 정확히 저런 대사를 했다고 장담할 수 없지만..
대충 저런 류의 대사였어.
인터넷을 아무리 두드려도, 저 명장면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서 결국 뒤통수 두드려 가며 기억을 되짚어 본다.


그래, 이제 난 그 운명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데.
당연하게도, 이제껏과는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을텐데.

그 운명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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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그 절망의 터널을 뚫고 신데렐라가 된 사나이를 만나고 왔다.

영화의 제목이자 주인공 브래독의 별명인 "신데렐라 맨" 은 
그 이름에서부터 이미 그 화려한 엔딩을 암시하고 있다.
감동 실화 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스토리는 뻔하다.

모두가 이젠 틀렸다고 믿는 복서가 그 온갖 역경을 딛고 화려하게 재기하는 내용.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게 전부가 아니다.
여태껏 다른 좋은 영화도 많았지만.. 내겐 이 영화가 최고라고 스스럼없이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확실히 론 하워드 감독은 특별하다.
뭐, 랜섬 같은 영화도 있긴 했지만..

그리고 러셀 크로우.
처음으로 그와 정면으로 마주했음을 느낀다. 
그의 연기에 찬사를...
이번 아카데미와 오스카는 그를 위해 존재할 것이다.


나는 감동적인 영화를 좋아한다.
끝도 없는 절망으로 내몰고, 결국은 아무 것도 없다는 식의 허무한 결말을 맺는 영화는 극도로 싫어한다.
차라리 어이없이 웃다 끝날 영화를 선택할지언정 결코 내 기분을 우울하게 만드는 영화는 보지 않는다.
그래, 나는 모든 영화는 보고 난 후에 감동을 주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감동은, 절망이나 비탄, 허무가 아닌 따뜻한 감동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네 현실, 아니 나의 현실로도 절망이나 비탄은 이미 충분하기 때문이다.


영화 스토리를 짚어 가며 얘기하고 싶은데도, 감히 어딜 어떻게 짚어내야 할 지 모르겠다.
아직도 내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는지.
그 한 scene, 한 scene 을 떠올릴 때 마다 눈물이 솟는다.
그리고 이 눈물은 비통함의 그것이 아니다.

 src=

가족애.
이미 식상할 대로 식상해져 버린 소재더라도,
내게는 늘 부족했던 것이기에, 나는 "가족애"를 다룬 영화에, 내 가족에.
언제든 눈물을 흘릴 준비가 되어 있다.

가족과 떨어질까 두려워하는 아들에게 그는 약속한다.
어떤 상황이 온다 하더라도, 너를 어디에도 보내지 않겠노라고.

극도의 곤궁한 삶을 이기지 못하고 세 아이들을 친척에게 맡긴 아내에게 그는 말했다.
우리가 함께 있을 수 없다면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고 말이다.

가족이란 그런 것이다.
편의에 따라 모였다 흩어질 수 있는 관계가 아닌 것이다.
우리는 함께여야만 하고, 함께일 때만 가족이다.
그래, 정말로 가족이란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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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달러 12센트가 없어 한겨울에 전기와 가스의 공급이 중단됐다.
나이 어린 아이들은 기침과 고열에 시달리고 빚은 늘어만 간다.
실상 삶은 언제나 악다구니 같은 치열한 전쟁이고, 우리네 목구멍은 언제나 포도청이다.

아이들을 데려 오기 위해 브래독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 내던진다.
아직 그를 알아 보는 사람들 속에서 빈민 구제를 위한 기금을 신청하고,
잘나가던 시절, 그가 속해 있던 권투클럽에서 남은 18달러를 구걸한다.

그에게 구걸을 하게 만든 것은, 그의 목마름이나 배고픔 따위가 아니었다.
그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버렸고, 자신을 - 지미 브래독을 지켜냈다.

한 여자의 남편이자 세 아이들의 아버지로서의 지미 브래독이 아니면 
브래독은 어디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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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독이 찬란한 승리자의 모습이건 초라하고 처절한 패배자이 모습이건.
늘 그를 믿어 주고 변함없는 사랑을 주는 매(Mrs.브래독 - 그녀는 영화 내내 Mrs.브래독으로 기록된다)의 모습에 나는 진심으로 감명 받았다.
설령, 그가 그녀의 뜻에 부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내지 않는 그녀의 마음 씀씀이, 오히려 상대를 위로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진심으로 반해버렸다.
생전 르네 젤위거가 아름다워 보였던 적은 처음이었으리라.
나는 브래독 부인과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고, 또 브래독이 되고 싶다.

권투를 하다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브래독의 시합을 구경할 수도, 응원할 수 도 없던 브래독 부인이 
남편이 왜 권투를 해야 하는지, 또 왜 링에 올라 그의 존재를 입증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깨달은 후 경기장의 라커룸을 찾는 장면은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녀의 존재만으로도 브래독은, 참 행복한 사람이다.
그들에게 허락된 확고한 사랑과 믿음은, 그 험한 인생에 이미 충분한 보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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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위대한 것은 슬럼프를 딛고 재기한 챔피언이기 때문이 아니다.
모두가 그의 패배를 점치는 데도 꿋꿋이 승리를 얻어 냈기 때문이 아니다.
그의 위대함은 링 위에서의 승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그가 온전히 한 여자의 남편이자 세 아이들의 아버지라는 데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그가 믿는 것들을 더 가치 있게 하기 위해, 그리고 더욱 사랑하기 위해...
그는 링에 오른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나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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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내게 말하고 있다.
지미 브래독은, 7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너도 살아 내라."

그러니 너도 살아 내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그 어떤 역경과 고난이 내게 몰아쳐 온다 하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진정 가치 있다 믿는 것들을 위해 살아 내라고.
그리고 승리하라고.
나직한 목소리로 그는 말하고 있었다.


고백하건데, 나는 영화를 보며 울고 또 울었다.
더 이상 권투를 할 수 없어 비참한 삶을 사는 그를 보며 울었고,
변함없는 믿음과 사랑을 가진 그들 가족, 친구들을 보며 울었고,
링 위에 선 그를 보며 울었으며, 
그가 휘두르는, 또 그에게 작렬하는 주먹들에 울었다.
그렇게 눈물 흘리기를 두시간여. 
지금 난, 사실 완전히 지쳐 버렸다.
마치 링 위에 서 있던 사람이 나였던 것처럼.
마치.. 그 모든 고난과 역경을 헤쳐 온 사람이 바로 나였던 것처럼.

그리고 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에 몸서리친다.
이 영화를 본 후, 앞으로 내게 다가 올 많은 시간들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질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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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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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일한답시고 자리에 앉아 있는데..
정작 일은 조금도 하지 못하고 내내 다른 것만 하고 있어.

영화를 한편 보고, 친구들의 성화로 게임을 좀 하기도 하고..
웹서핑 삼매에 빠져 있다가..
이번엔 드라마 재방송까지 봐주고..



**
원래 TV를 잘 보지 않아.. 드라마를 볼 일이 없는데..
아주 가끔씩, 이렇게 열심히 보는 드라마가 생겨.
그나마도 정규방송 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 바람에 늘 인터넷에서 다운 받아 보는 편이지만..

예전에 네멋대로 해라를 그렇게 봤고, 옥탑방 고양이, 파리의 연인 같은 걸 그렇게 봤던 것 같아.
그리고 지금은 이별대세 라고..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라는 이름의 드라마를 열심내 보고 있지.

언젠가 밥을 먹으며 채널을 돌리다 발견한 드라마인데..
심지호던가? 그 남자 주인공..
그 녀석이 최강희에게 넌 한때의 enjoy 에 불과했다며 차갑게 돌아 서려는 부분을 보게 됐는데.
뭐 하루밤 잔 거 가지고 그러냐는 대사에 살짝 어이가 없었더랬지.
그때 들었던 생각은..
"와.. 요즘 드라마 막 나가네.. 대사에 여과가 없군" 정도였던 것 같아.

사실 난 최강희란 사람, 잘 몰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 별로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지.

카이스트 라는 드라마, 본 적은 없지만 최강희가 거기 나왔다고 알고 있어.
얼핏, 남자 같은 여자.
덜렁거리고 털털한 척 하는.. 그런 타입으로 나오는 것 같더라고.
실은, 내가 가장 싫어한다고 믿는 여자 타입.
하지만 돌이켜 보면, 난 외려 그런 사람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 내가 좋아하는 여자라는 게 그야말로 치마만 두르면 됐던가? 농담.. ㅋ

아무튼.. 그 남자인척 하는 부류의 여자들이 싫어 최강희도 머릿속에서 "별로인 사람" 으로 분류되어 있었지.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실은 잘 몰라.
어떻게 그런 선입견이 생겼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어. 
우습게도 난 그녀가 나오는 드라마를 한번도 본 적이 없거든.

이쯤에서 낮뜨거운 고백을 해 보자면,
언젠가 누군가와.. 최강희라는 사람에 대해 얘길 하게 됐던 것 같아.
아니, 어쩌면 최강희라는 사람을 두고 얘기한게 아니라 남자 같은 여자에 대한 얘기였는지도 모르지.
아무튼 그때 나는, 최강희라는 사람 알지도 못하고 그가 출연한 드라마를 본 적도 없으면서
난 그런 타입 딱 질색이야! 했었어.
지금도 생각나는데 말하다보니 제풀에 흥분해 버려서 상대가 어이없어 할 정도였지.

이제와 사실을 말하자면..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이었어.
남자같다는 말과는 별반 어울리지 않는 상대에게 나는 남자같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랄까?
외려 내 주위엔 좀 터프한 여자들이 있는데, 그네들은 내 맘속에 자리할 리가 없다라고 강변하고 싶었는지도 모르지.

아무튼..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최강희 라는 이름에 두었던 내 선입견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었는지 깨달아 버렸어.
대체 저 여자 어디가 남자 같다는 거지? 하고 생각해 버렸으니 말야.
어쩌면 다른 드라마들에서와는 달리 그야말로 여성스러운 배역을 맡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드라마 안에서의 그 이미지는 정말 맘에 들더군.
뭐.. 그 배역 특유의 우유부단함이나 바보스러운 점은 별로 맘에 들진 않지만 말야. 하하..

드라마는 이래서 싫어.
내가 그 드라마를 관심 갖고 보기 시작한지 이제 4편째.
벌써 내일 방영분이 최종회라네?
관심 좀 생기려하면 끝나 버린다니.. 이래서야 드라마에 관심 둘 마음이 생기겠어?
게다가 매일매일 하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두번 해 버리니.
한 주가 가 버리면 이게 월화드라마였는지 수목드라마였는지 영 헷갈리는게야.
축구 중계일정은 헷갈리지 않으면서도 드라마는 왜 이리 헷갈리는 건지.. ㅋㅋ


***
드라마 OST 중..
윤건이 부른 "갈증" 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노래가 참 좋다.
가슴이 멍들도록 뛴다는데.. 그래, 나도 언젠가 이런 사랑 해 본 적이 있었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과거에..

여기저기 돌아 다니며 결국 mp3를 다운받고, 노래 가사 새겨가며 들어 본다.
하지만, 노래 가사보다 더욱 와 닿는 것은..
시간은 정말 대단한 약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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