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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들여짐
    Letter from Kunner 2007. 8. 2. 06:45

     "내 생활은 단조롭단다. 나는 닭을 쫒고 사람들은 나를 쫒지. 닭들은 모두 똑같고 사람들도 모두 똑같아.
     그래서 난 좀 심심해. 하지만 네가 날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환히 밝아질거야.


     다른 모든 발자국 소리와 구별되는 발자국 소리를 나는 알게 되겠지.
     다른 발자국 소리들은 나를 땅밑으로 기어들어가게 만들 테지만 
     너의 발자국 소리는 땅 밑 굴에서 나를 밖으로 불러낼거야.


     그리고 저길 봐! 저기 밀밭 보이지?
     난 빵은 먹지 않아. 밀은 내겐 아무 소용도 없는거야. 밀밭은 나에게 아무 것도 생각나게 하지 않아.
     그건 서글픈 일이지!


     그런데 너는 금빛 머리칼을 가졌어.
     그러니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정말 근사할거야.
     밀은 금빛이니까 나에게 너를 생각나게 할 거거든.
     그럼 난 밀밭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사랑하게 될거야."


    여우는 입을 다물고 어린왕자를 오래오래 쳐다보더니.


     "부탁이야. 나를 길들여줘!" 하고 말했다.


     "그래. 나도 그러고 싶어. 하지만 내겐 시간이 많지 않아. 친구들을 찾아내야 하고 알아볼 일도 많아."


    어린 왕자는 대답했다.


     "우린 우리가 길들이는 것만을 알 수 있는 거란다.
     사람들은 이제 아무 것도 알 시간이 없어졌어.
     그들은 상점에서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들을 사거든.
     그런데 친구를 파는 상점은 없으니까 사람들은 이젠 친구가 없는 거지.
     친구를 가지고 싶다면 나를 길들여줘."


    여우가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어린왕자가 물었다.


     "참을성이 있어야 해" 여우가 대답했다.


     "우선 내게서 좀 떨어져서 이렇게 풀 숲에 앉아 있어. 난 너를 곁눈질해 볼 거야.
     넌 아무 말도 하지 말아. 말은 오해의 근원이지.
     날마다 넌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앉을 수 있게 될거야..."



    다음날 어린왕자는 그리로 갔다.


     "언제나 같은 시각에 오는게 더 좋을거야" 여우가 말했다.


     "이를테면, 네가 오후 네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행복해지겠지.
     네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 못할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갚진 것인가 알게 되겠지!
     아무때나 오면 몇시에 마음을 곱게 단장해야 하는지 모르잖아. 의례가 필요하거든."


     "의례가 뭐야?" 어린왕자가 물었다.


     "그것도 너무 자주 잊혀지고 있는 거야" 여우가 말했다.


     "그건 어느 하루를 다른 날들과 다르게 만들고, 어느 한 시간을 다른 시간들과 다르게 만드는 거지.
     예를 들면 내가 아는 사냥꾼에게도 의례가 있어.
     그들은 목요일이면 마을의 처녀들과 춤을 추지. 그래서 목요일은 신나는 날이지!
     난 포도밭까지 산보를 가고, 사냥꾼들이 아무때나 춤을 추면, 하루하루가 모두 똑같이 되어 버리잖아.
     그럼 난 하루도 휴가가 없게 될 거고..."


    - 어린왕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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